왕샤오왕 후궁밍키전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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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전-
"죄신 밍원도, 폐하를 뵙습니다."
"밍 태사, 어서 일어나시오! 소식은 들었소. 상황이 이럴진데 어찌 황후를 달랬단 말이오?!"
"죄신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군주에게 감히 서운한 마음을 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이런 상황에서는 노신이 응당 황후 마마께 충언을 올려 마음을 다잡으시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오히려 마마를 달래고 말았으니..."
"아니, 짐이 어찌 달랬냐 물은 것은 '어째서' 달랬냐는 것이 아니오. 말 그대로 '어떤 방법으로' 달랬냐 하는 것이오!"
"?!!!"
"노신이... 나름대로 마마를 달랜 방법이 있으나... 천자이신 폐하께서 어찌 그런 방법을 쓰시겠나이까. 아뢰어 보았자 폐하의 귀만 어지럽히게 될 터이니, 감히 아뢸 수 없습니다."
"태사. 첫 강론일에 태사가 짐에게 무엇을 강론하였는지 기억하오?"
"흑흑...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였지요..."
"옳소. 부부간의 화합은 곧 천하를 다스리는 근간이오. 허니 천자라고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소? 어서 말해 보시오."
"......"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어찌 아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선...... 은근하고 부드럽게 운을 떼셔야 합니다."
"뭐라고 말이오?"
"우리 밍키~"
"우..."
"우쭈쭈~"
"!"
"이렇게 한 번 하셨을 때 마마께서 화가 풀리셨으면 "ㅎㅎ"를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깊이 서운하실 때에는 그렇게 하셔도 반응이 없으실 것입니다."
"이때 절!!!대로 만지시거나 가까이 다가가시면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물리시거나 하악을 당하실 수 있습니다."
"하~악!"
"역시 황후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러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였구려."
"다만 그럴 때는 다시 한 번 우쭈쭈를 해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하셨을 때 마마께서 히읗을 두번 하시면 화가 풀리신 것이고, 그래도 화를 풀지 않으시면 정녕 대노하신 것이니 일단 물러나시고 최소 여덟 시진의 취침 후에 다음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절!대 서두르시면 아니됩니다. 그리고 혹여 마마께서 기분을 푸신 후에도 더 확실히 하시고 싶다면, 되도록 만방으로 칭찬과 따뜻한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마께서 먼저 손을 내미시는 때가 올 텐데, 그때가 되면 비로소 완전히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믿을 수 없이 신묘하구려. 본디 황후는 성품이 강직하여 어물쩍 넘어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그처럼 달래는 것으로 화를 풀게 할 수 있다니."
"이것은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마마의 서운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진심을 전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깊은 뜻이. 역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소박한 진심이 천하 만사의 근간이구려."
"다만 황후는 요즘 내내 의젓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는데, 어찌 갑자기 이런 사소한 일로 그리 대노하게 된 것이오?"
"아뢰옵기 송구합니다... 폐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원래 황후께서는 하루에 한 번씩 반드시 어리광 할당량을 채우셔야 합니다. 그런데 급한 일이 있어 그걸 채우지 못하고 넘어가시면 그 어리광 음의 값이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어느날 한 번에 들이닥쳐, 장차 오늘 같은 재앙을 맞게 된답니다."
"역시 천지 만물은 합의 균형을 이루니, 감해진 곳이 있으면 필히 가해지는 곳이 있구려. 오늘 태사의 가르침을 통해 진정 큰 깨달음을 얻었소. 앞으로 치국에 있어 오늘의 배움을 잊지 않겠소."
-영수궁-
"폐하를 뵙습니다."
"황후는 깨어있느냐? 짐이 왔다고 고하거라."
"예, 깨어 계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마침내!'
"폐하를 뵙습니당. 폐하, 오랜만이에요."
"나의 밍키! 이처럼 다시 보게 되니 기쁘기 그지 없구나. 이제 서운함이 좀 풀렸느냐?"
"넹. ㅎㅎ 이제 잠도 다 깼고 서운하지도 않아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셔요?"
"지난 이틀 너를 향한 그리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이처럼 네 얼굴을 보니 그간의 고통이 씻은 듯 사라지는구나. 짐이... 질투에 눈이 멀어 네 선물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폐하,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심지연은 미장 저저 동생이 아니었으면 신첩이 알지도 못했을 사람이고, 책립식 때 보니까 얼굴도 확실히 신첩 취향이 아니에요. 신첩한테 있어서 심지연이란 사람은 그냥 '세상 사람들이 최고의 미남으로 친다는 미장 저저 동생' 딱 이 의미 밖에 없셔요. 그리고 신첩은 세간에서 심지연을 최고의 미남자로 꼽는 것도 폐하의 용안을 뵐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고왕금래 군주의 용모에는 항상 입에 발린 찬사가 붙었기에 아무리 폐하의 용안이 소문나봤자 세간에서는 그냥 또 시작이구나 할 수밖에 없셔요. 그리고 설령 누가 제대로 마음 먹고 폐하의 용모를 찬양하려고 해도 예법 때문에 용의 기상이 어쩌고 맑은 기운이 어쩌고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밖에 못하니까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신첩은 불만 없셔요. 폐하의 용모가 더 널리 알려졌다간 만백성이 죽을 각오 하고 황궁으로 투신해서 궁이 전복될지도 모르잖아요. 폐하의 용모는 그냥 어진으로 봉인해서 후세인들한테 보배로 물려주면 돼요."
"밍키야... 그 말을 들으니 진정 여한이 없구나. 너의 그런 마음도 모르고... 짐이..."
"다만 지난 이틀이 헛되지는 않았다. 짐이 그 고행으로부터 깊은 깨달음을 얻어, 네가 짐에게 글자를 만들어 주었듯, 너를 위한 글자를 하나 만들었으니 말이다. 보거라."
-잘 잠-
"우왕! 진짜 딱 신첩을 위한 글자예요! 게다가 생김새도 잘생길 잘과 한 쌍 같넹. 너무 감동이에요. 곧 신첩의 탄일인데 최고의 선물이에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뎅 폐하랑 신첩의 마음이 통했나봐요. 신첩도 지난 며칠동안 몸져누워 있으면서 꿈 속에서 글자를 또 하나 만들어냈거든요. 그러니 잠들어 있었던 지난 며칠이 헛된 건 아니에요. 보세요."
-몸져누울 몸-
"몸져누운 만백성의 고충을 헤아리다니! 역시 모의천하라 할 만하구나! 모두 화려하고 영광된 글자를 꿈꿀 때 홀로 몸져누운 소외된 이들을 긍휼히 여긴 네 마음은 천추만대에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ㅎㅎ."
"게다가 어쩐지 주해 없이 보기만 해도 그냥 직관적으로 몸에 관한 글자인 것이 느껴지는구나... 이유는 모르겠어."
"ㅋ역시 신첩의 꿈은 영험해요."
"당연하지. 우리 밍키는 하늘이 내린 국모이니라. 짐의 평생의 사랑인 반려가 또한 이토록 훌륭한 국모라는 것은 짐의 지복이다. 너를 사랑하기만 해도 백성을 위하는 것이 되니 말이다."
"ㅎㅎ..."
"폐하께서 신첩을 귀애하시는 것이 그토록 이로운 일이라면..."
"오늘 밤, 영수궁에서 주무시겠셔요?"
"!"
"황후의 청을 짐이 어찌 거절할 수 있겠소?"
-다음 날 정오, 영수궁-
"폐하, 아직 계셨셔요?"
"마침 정무도 한가하고, 네 잠든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고 하여 계속 보고 있었다."
"나의 밍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여름이구나. 이제 네 탄일도 머지 않았느니라."
"그러게요. ㅎㅎ 저번 탄일에 폐하께서 연꽃 불꽃놀이 해주신 거 진짜 멋졌는뎅... 그 때는 련비였는뎅 올해에는 어느덧 황후가 됐셔요."
"그래, 이번 탄일도 원명원에서 즐겁게 보내자꾸나. 작년 생일에는 네가 비였기에 최고의 의전을 갖추어 네 탄일을 축하할 수 없었지. 허나 이제 너는 짐의 정후로, 세상에서 제일 가는 축하를 한다 하여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올해의 생일은 작년보다 훨씬 더 성대히 치러줄 것이다."
"넹. ㅎㅎ 요즘 매일 생각하는 건뎅, 은근 황후가 되니까 좋은 점도 있셔요. 어차피 일은 다 떠넘기면 되고요. 처음에는 본처가 된다는 생각에 암담했는뎅, 이제는 이게 원래 신첩이 있었어야 할 자리처럼 느껴져요. 폐하의 반려요. 황후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셔요."
"혹시 모르지. 너는 이미 전생에서부터 짐의 삼생의 반려로 운명지어졌는지도."
"우왕 ㅎㅎ 맞아요. 진짜 그런가봐요."
-태화전, 문자 반포령-
"천자가 이르노니, 황후의 탄일을 기하여 국모의 덕을 널리 알리고자 새로이 여러 글자를 창제하였다. 이에 천자가 창제한 '잘 잠', 황후가 창제한 '잘생길 잘', '몸져누울 몸' 외 25개 글자를 반포하니, 널리 알려 쓰임이 있도록 하라."
명의제와 그의 정후인 효정요황후 밍 씨가 창제한 세 글자는 장차 온 나라에서 가장 두루 쓰이는 글자가 되었다.
이처럼 실용성에 집중한 황제와 황후의 파격적인 행보는, 훗날 불필요한 격식을 타파하고 평범한 백성들의 삶에 귀를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는 그들의 치세를 대표하는 사례가 되었다.
왕이보샤오잔왕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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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용안존잘 밍황후 존커똑똑해 잘생길 잘', '몸져누울 몸 ㅋㅋㅋ 글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