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왕 후궁밍키전 5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예, 조사를 명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조사를 시작한지 열흘 후, 돌연 돌도 안 된 제 어린 공주가 사망하였지요."
"아아... 그랬었지요..."
"그 일로 깊은 슬픔에 잠긴 저는 더는 설앵의 죽음과 시우의 와병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황께서 붕어하셨지요."
"생존한 자식조차 없는 제가 어찌 황궁에 한시라도 더 발을 붙이고 살겠습니까. 하여 그 길로 도망치듯 감로사로 출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가끔 시우의 문안을 받는 것 외에는 황실과 일체의 연이 끊겼고요."
"그러면 이제 심증만 남고 모든 단서가 끊긴 거예요?"
"안타깝게도 그렇다오. 모두 내가 무능한 탓이오."
"허나 당시 황후는 이미 설앵을 황태자비 간택에서 탈락시키려는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굳이 동생을 죽였단 말입니까?"
"만일, 미리 써두었던 독이 나중에 발작했다면요? 저의 첫 유산도 그렇게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황후는 의술의 대가입니다."
"!"
"아, 어찌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그게 아니라면 황태자비 인선을 바꾸려는 우리의 계획이 실패할 때를 대비해 확실하게 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요. 저 또한 조사를 제대로 해보지 못하여 출궁 당시까지만 해도 이것이 범죄인지, 그렇다면 흉수는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이제 와 돌이켜 보면 분명한 건, 살인을 하는 데에는 동기, 능력, 기회가 필요한데,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건 황후뿐이었다는 겁니다."
"참으로 악독합니다... 어마마마께서는 황후가 독한 것은 아셨어도 설마하니 당신이 직접 고르신 황태자비 인선이자 친동생인 설앵을 죽이기까지 할 정도로 담대한 줄은 모르셨을 겁니다. 어마마마, 짐, 7황자 시우, 자신의 친동생이 모두 엮인 판에서 그렇게 악랄한 수를 쓰다니."
"어마마마께서 설앵을 얼마나 예뻐하고 지지하셨는데... 어마마마는 당신이 가장 아끼시던 질녀를 죽인 또다른 질녀를,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혈육이라고 아끼고 계셨던 거군요."
"감히 폐하께 여쭙습니다."
"폐하께서는 정녕 태후께서 이 일을 모르셨다고 생각하십니까?"
"!"
'! 세상에!'
"허면 어마마마께서 이 일을 모두 알고 계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돌이켜 보면 제가 설앵 낭자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형세가 기이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타살인지 확실치도 않은 일을 조사하였다가 정적인 태후께 괜한 약점을 잡힐까 싶어 태후께도 알리지 않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분명 제게 설앵 낭자의 장례와 시우의 간병을 도와달라고 하셨던 태후께서, 돌연 이 일이 오라나랍 부의 가정사라는 점을 들여 제게 일체로부터 손을 뗄 것을 종용하셨지요."
"저는 태후께서 적질녀의 죽음의 진상을 덮으려 한다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혹여 비극을 틈타 황태자비 자리가 다른 가문에 넘어갈까 염려하여 저를 그 절차에서 배제하시려는 거라고만 여겼지요. 하여 조용히 조사를 계속했습니다. 당시 저는 태후 마마와 동격이었기에 태후의 뜻을 엄중히 따를 필요는 없었고, 설앵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 또한 태후 마마와 척질 일까지는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리 철저히 방비하지 못했고요."
"그런데 그러고 며칠 후... 제 공주가 돌연사를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설앵의 죽음과 제 딸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출궁한 후 곰곰히 생각해보니, 황후가 그 범인이고 태후께서도 그것을 알고 계셨다면 이 모든 게 설명이 되더군요."
"태후께서 설앵을 아무리 아끼고 황태자비 인선으로 바라셨다 한들, 이미 죽은 질녀는 수중에 두고 쓸 수가 없지요. 반면 황후가 아무리 악독하게 설앵을 살해했다 한들 살아있는 질녀는 이제 의수 밖에 남지 않았으니, 오라나랍부의 영욕을 위해서는 의수를 지지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어마마마께서는 처음부터... 5년 전의 그 날부터... 진작 황후가 범인이라는 걸 알고 계셨다는 얘기군요."
"다시 말해... 짐의 아우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우리 형제에게 평생의 고통을 안겨준 그 일이..."
"행한 것은 짐의 아내요, 묵과한 것은 짐의 모친이었다는 뜻이군요."
"결국 우리 형제의 일생에는... 단 한 순간도 가족이라는 존재가 없었군요."
"그리고 시우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주었어야 할 짐이...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군요."
'......어찌 이런 일이...'
"폐하... 부디 너무 상심 마십시오... 혈육의 연을 일컬어 천륜이라 합니다... 뜻대로 된다면 천륜이겠습니까."
-감로사 출구-
"......"
'폐하께서 너무 충격을 받으셨나 봐... 어떡해...'
-회궁길 가마-
"사실 그간에도 어마마마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많았다. 그저 짐이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하였지."
"어쩌면 짐도 모르게 부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명의 어머니밖에 갖지 못하는데, 그 어머니마저 진정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다면... 하여 우리의 평생에 영영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일이 없다면... 너무나 서글프지 않으냐."
"짐은 어머니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영광을 안겨드린 만인지상의 아들이고, 하여 사랑은 아닐지라도 어머니의 총애를 받았다. 시우만큼 서럽게 외면 당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 알량한 총애에 취해... 어마마마의 허물을 못 본 체하며... 진작 정신을 차려 시우를 더 적극적으로 감싸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시우가 어마마마를 찾아뵐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되어버렸다. 짐은 내심 언젠가 둘의 사이가 회복되기를 바랐어... 어리석고 이기적이게도, 그래야 짐의 마음이 편해질 테니까."
"결국 짐 또한 어머니의 작은 애정을 놓지 못한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일 뿐이구나... 짐이 시우만큼 설움을 당했다면 진작 어마마마의 실체를 알아보았을 텐데, 짐에게 잘못한 상대는 그 누구 하나 잊지 않고 경계하면서... 시우의 고통은 안일하게도 살피지 않았기에 어마마마를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어마마마께서 이처럼 무서운 분인데, 시우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것을 모르고 시우가 받는 고통을 내심 얕잡아 외면하였구나... 짐은 일국의 군주이나 정작 친아우를 지키지 못하였다..."
"폐하... 폐하의 잘못이 아니에요... 세상 어떤 사람이 자기 어머니가 그런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겠어요. 폐하께서 항상 안군왕을 위해 최선을 다 하신 걸 안군왕도 알 거예요."
"짐은 시우의 형이다... 어린 가족을 지키지 못한 것에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변명이 되지 않아."
"......."
-자금성 영수궁 도착-
"짐은 오늘 밤 양심전에서 황후의 은밀한 조사를 지시할 것이다. 너는 들어가 잠자리에 들도록 하여라..."
"넹...... 폐하를 배웅합니당..."
'폐하께 뭐라고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셩...'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는 걸 나는 몰랐셩...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특권이었다는 걸... 그 특권이 내가 사랑하는 만인지상의 남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는 걸...'
-양심전-
"황귀비의 사통 누명 때 황후 쪽 연루자들을 신형사에서 문초하게 하였는데, 어찌 되었느냐?"
"폐하께서 당시 흉수들이 자백 전에 죽지 않도록 주의하라 하시어 신형사에서 유의하여 고문을 하였는데, 대개 황후의 최측근이 아니다 보니 자신이 맡은 일 외에는 알지 못했고, 안군왕의 심복이었던 아진은 뭔가 아는 듯하여 갖은 방법으로 심문해 보았으나 결국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였습니다. 또한 황후 쪽에서도 연금 이후부터 언행을 극히 삼가고 계시어 딱히 수상한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순원낭자의 사건은 옛 일이라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황후의 심복을 문초하여 자백을 받는 수밖에 없는데... 문초를 할 만한 근거조차 희귀태비의 추측 뿐이니..."
"일단 계속 경인궁 쪽을 주시하거라. 무슨 빌미 하나라도 잡을 수 있도록. 짐도 계속 고심해 봐야겠다."
"예."
'이리 상심하셨음에도 옥루 한 번 보이지 않으시네...'
-그 날 밤, 영수궁-
"마마, 왜 갑자기 일어나셨어요?"
"꿈에서 나는 폐하처럼 말하고 폐하께서 내 말투로 말씀하셨셩."
"꿈에는 원래 이상한 일이 많이 나온답니다. 별 뜻이 아닐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다시 주무세요."
"응..."
-새벽 네 시, 밍키의 꿈 속-
"폐하, 아직도 심중고에 잠을 이루지 못하십니까?"
"응. 마음이 너무 아팡.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 같앙."
"폐하, 폐하의 잘못이 아니에요... 폐하께서는 언제나 안왕야에게 진심을 다 하셨어요."
"나도 알아. 하지만 책임과 잘못은 다르기에 이 모든 게 다 내 책임인 것만 같앙. 시우가 아픈 건 다 형인 내 책임이양."
-현실, 영수궁-
"폐하를 뵙습니다."
"황귀비의 자는 얼굴만 보고 나올 것이니 깨우지 말거라."
"예."
"폐하..."
"?"
'...잠꼬대였구나.'
"폐하..."
"폐하 잘못이 아니에요..."
"!......"
왕이보샤오잔왕이보 반짝밍키반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