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왕 후궁밍키전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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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마마와 소주들을 뵙습니다. 소인은 수강궁의 비문입니다."
"사흘 전, 수강궁의 정원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하나도 빠짐 없이 고하거라."
"그 날 안왕야와 귀비 마마께서 말씀을 나누시기에 소인도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 귀비 마마께서 목소리를 낮추어 왕야께 무엇을 은밀히 처리해 주시어 감사하다 하셨고, 그러자 왕야께서 당연한 일이라며 다정히 웃으셨습니다."
"련귀비, 사실인가?"
"그때 수강궁 앞에서 왕야랑 얘기한 건 맞는뎅 내용은 그게 아니었셔요. 귀가 반만 먹은 게 아니고서야 그렇게 들을 수가 있는징. 저번에 폐하께서 쓰러지셨을 때 왕야께서 허튼 소리가 돌지 않도록 조용히 해결해주셔서 신첩이 감사 인사를 올린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왕야께서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 하셨고요. 그 후에는 신첩을 향한 성총이 크다고 하셨셔요."
"이 일은 안패륵한테 직접 묻는 것이 옳겠다. 안패륵을 모셔오거라."
"황후 마마, 첩신이 비록 종실의 일원이기는 하나 이 일과는 무관하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
"그리 하시오, 녕빈군주."
"즉시 태묘로 가서 폐하께 보고 들은 대로 전하여라. 본군주는 감로사로 가야겠다."
"마마, 안패륵이 당도하였습니다."
'아진이 어디 갔나 했더니 왜 여기에...?'
"신,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일어나세요. 오늘 부른 것은 중대한 사안을 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예, 마마. 하문하십시오."
"사흘 전, 어마마마의 진맥이 늦어져 수강궁 앞에서 대기하던 당시, 련귀비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요?"
"......?"
"그 날... 귀비 마마께서... 신이 쓰러지신 황형을 잘 모셨다며 감사를 표하셨습니다. 신은 감사하실 것 없다며 귀비 마마를 향한 황형의 은총을 칭송하였고요."
-단비 제월빈-
"둘의 말이 일치하는군요."
"저런 말이야 맞추면 그만이지요. 그러나 두 사람이 그 날 의매원을 통해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의매원은 문안을 올리고 돌아가는 길에 매화 가지에 종이 인형이 걸려 있길래 폐하께서 깜짝 선물을 준비하신 줄 알고 가봤다가 아무도 안 와서 그냥 돌아온 건뎅? 거기서 안패륵은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만났다는 건징."
"맞습니다. 신은 그 날 의매원에서 귀비 마마를 만나기는 커녕 그곳에 간 적조차 없습니다. 황후 마마,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본소주는 만났다고 얘기한 적이 없는데요? 직접 오지 않았다고 소식을 주고받은 것조차 부인하실 셈입니까? 분아."
"소인은 의매원 노비 분아입니다. 그 날 의매원을 청소하던 중, 련귀비께서 눈이 오는 가운데 누각의 탁자 앞에 앉아서 종이 쪽지 하나를 들여다보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양이 흡사 밀서 같았지요. 소인이 본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퍅상재-
"왕야께서 의매원에 밀서를 숨기고 종이 인형으로 길목에 표시를 해두시면 귀비 마마께서 가서 찾아보시는 형태였군요."
"황후 마마, 신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그 쪽지가 신의 밀서라는 근거가 어디 있습니까? 또한 신은 조정에도 나서지 않고 출세욕도 없이 소일할 뿐인데, 대체 무슨 목적으로 내궁의 귀비 마마와 내통하겠습니까?"
"아직도 시치미를 떼실 셈입니까? 내통에는 목적이 필요하지만 사통에 무슨 목적이 필요하겠습니까?"
"????!!!!!"
"아니... 아니... 어찌 그런..."
"아진이 그리 자백하였습니다."
"예?!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자백을 한단 말입니까? 헉, 헉."
"왕야, 이제 그만 실토하십시오. 왕야께서 지난 2년간 련귀비 마마와 사통하셨으며, 그 날도 왕야께서 쓰신 밀서를 소인이 직접 의매원에 두고 온 뒤 귀비께서 보실 수 있도록 종이 인형으로 표시해 두었다는 사실을 이제 황후 마마께서 다 아십니다."
"아진! 대체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마마! 신은 억울합니다, 헉, 헉... 신은 절대로 그런 적이... 헉... 헉..."
"아니, 저러다 숨 넘어가시겠는뎅. 안 그래도 심약하신뎅."
"떳떳하다면 말문이 막히실 이유가 있는지요? 그냥 당당하게 해명하면 그만이거늘. 꼬리를 잡혔으니 이리 당황하신 것 아닙니까?"
"안왕야께서는 마음의 병 때문에 충격을 받으시면 말씀을 잘 하지 못하신다. 왕부 시절부터 있던 비빈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그런 왕야께서 이처럼 내궁에 불려와 비빈들 앞에서 원색적으로 추궁을 당하시니, 어찌 말문이 막히지 않으시겠나?"
"련귀비, 그 날 의매원에서 밀서를 받은 것이 맞는가?"
"안 받았는뎅. 거기 서신 같은 게 있지도 않았셔요."
"그럼 이건 뭐죠? 마마께서 영수궁에서 태우시려던 밀서를 패아가 발견하고 빈첩에게 가져왔던데요."
-전 날 밤, 경인궁-
"의매원 노비인 분아의 말에 따르면, 아진이 서신을 두고 온 후 련귀비가 와서 그 종이에 시선을 두는 것까지는 보았으나 때마침 근석이 주위를 둘러봐서 몸을 숨기느라 그 뒤는 보지 못했답니다. 몇 시진 후 신첩이 사람들을 보내 서신이 아직 그대로 있는지 확인해 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련귀비가 영수궁으로 가지고 간 것 같습니다. 허나 영수궁에 심어둔 아이는 서신을 찾지 못했다고 하니, 아마 즉시 태운 것이겠지요."
"그런 밀서를 보게 되면 사람은 십중팔구 두려운 마음에 일단 숨겼다가 없애려 하게 되지. 그럴수록 더 의심만 사게 되는 것은 모르고. 련귀비도 사람이니 별 수 있겠느냐."
"서신을 하나 더 만들어서 타다 남은 것처럼 꾸며놓아야 겠구나. 허나 혹여 련귀비가 아직 원래 서신을 갖고 있다 그때 가서 내놓는다면 낭패가 될 테니 똑같은 서신이 아니라 이어지는 내용의 서신으로 만드는 게 좋겠어."
"영명하십니다."
"귀비 마마, 설마 이것도 모른다고 하시겠습니까?"
"아, 그거!"
'?! 무조건 잡아떼도 모자랄 판에?'
"맞아, 그거 탁자 위에 있는 거 봤어."
"이제 인정하시는군요. 그 날, 오랜만에 왕야의 연서를 받고 너무 마음이 들뜬 나머지 한참을 눈밭에서 서성이다 영수궁으로 돌아가신 것 아닙니까? 혹여 폐하께서 평소와 다른 기색을 눈치채실까봐 마음을 가라앉히며 폐하를 마주치는 시간을 미뤄보려고요. 하긴, 2년 동안 연모한 정인의 연서를 받고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물 먹어서 쭈글쭈글 접혀 있길래 쓰레긴 줄 알고 손가락으로 튕겼는데 마음이 움직이긴 뭘 움직여. 그딴 허접한 걸 보고 누가 연서라고 생각을 해."
'!...내가 한 시진 동안 쓴 연서를... 손가락으로...'
-감로사-
왕이보샤오잔왕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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