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왕 후궁밍키전 4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후궁견환전X원작X옥골요
"내 말이 그 말이야. 더군다나 지연은 릉용한테 아예 마음이 없었어."
"어이가 없넹. 이 정도면 심부에서 그냥 봉변 당한 거 아니에요? 날벼락 수준인뎅."
"게다가 그게 다가 아니었어. 릉용은 입궁하자마자 황후의 수족이 되어 연세란을 교묘하게 부추겨 나를 더 괴롭히게 했는데, 그 수단이 어찌나 음험하던지 태후 마마께 고하기도 힘들었지. 그러더니 네가 입궁한 후 내가 너와 가까이 지내기 시작하자 급기야 이런 짓을 꾸미기에 이른 거야."
"아니 근데 그런 배은망덕하고 사특한 인간이랑 얘기를 해보면 뭐해요? 그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릉용은 그저 자기 자존심과 이익을 따질 뿐 지연을 진정 좋아한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그런 사람에게 잘못 걸린 것뿐이라고."
"...? 그런뎅 아니었셔요?"
"맞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 작년 내 생일 며칠 전에 지연이 내게 축하시를 한 수 써서 보내줬었거든. 그런데 그게 정작 생일 당일에 돌연 사라진 거야. 분명히 잘 간직하고 있었는데. 허나 무슨 중대한 내용이라도 써있었다면 몰라도 그저 평범한 시일 뿐인데 그걸 누가 왜 가져가겠어? 해서 도난을 의심하지 못했지."
"그런데 온 궁을 샅샅이 뒤지고 나니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 거야. 그 날, 그 전 해와는 다르게 릉용이 내 생일을 축하한다고 궁에 잠깐 들렀었는데, 그때 릉용의 궁녀가 차를 얻어간다면서 내 궁녀랑 부산을 떨었었어. 그때 슬쩍했다면 가능했을 것 같았지. 하지만 증거가 없었어."
"심 공자 시를 훔치겠다고 그렇게까지 했단 말이에요? 그런뎅 이제 증거를 찾았셔요?"
"그래. 이번에 연희궁을 수색하면서 온 궁을 발칵 뒤집었을 때 거기서 정말로 그 시가 발견되었지 뭐니. 소공공이 수색 과정을 감독하다 그것을 발견하고 나한테 확인하러 왔는데, 나는 혹여... 지연이 피해를 볼까 싶어 그게 지연 것이라고 말하지 못했어. 지연은 마침 부친과 서체가 비슷한데, 하여 나는 그게 릉용이 우리 친정에서 입궁을 준비할 당시 부친의 서체를 경모하게 되어 얻어놓은 시라고 말했지."
"그랬구낭... 그러니까 릉용이 심 공자를 단지 탐만 낸 게 아니라 진짜로 깊이 연모하고 있고 아직도 그 마음이 지속되고 있으니까 저저가 얘기해보면 좀 다를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 아닐 수도 있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릉용은 자존심이 강해서 그냥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거야."
"하지만 연희궁은 완전히 폐쇄되어 폐하의 명이 아니면 드나들 수 없는데, 이 일을 폐하께 말씀드리기는... 이제 막 관직에 나서려는 동생을 이런 일에 언급하는 것이..."
"아항... 그건 제가 폐하께 말씀드릴게요. 그냥 입궁 전부터 친했던 사이라서 설득해본다고 하면 쉽게 들어주실 거예요. ㅎㅎ 마침 황후가 연금돼서 아침 문안도 없어졌으니 내일 아침에 보러 가면 되겠당."
"고마워. 네게 어려운 일이면 나도 부탁하지 않았겠지만, 이 일은 네가 말씀드리면 분명 들어주실 거야."
"그런뎅 솔직히 그 일을 폐하께서 다 아신다고 해도 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심 공자가 잘생겨서 릉용 혼자 그런 거란 걸 폐하께서도 다 이해하실 거예요. 폐하께서도 많이 겪으신 일이잖아요. ㅎㅎ"
"그럴지도. 허나 솔직히 나는 폐하를 아직도 경외하는 마음이 커서 성심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아."
-양심전-
"혜귀비가 직접 나서준다니 고마운 일이구나. 허하노라."
"넹, 저저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당. ㅎㅎ"
"심지연의 얘기를 할 참이라더냐?"
"...?"
"이번에 연희궁을 수색해 보니 릉용이 심지연의 시를 침소에 간직하고 있더구나. 릉용이 입궁 전 심부에서 지내면서 심지연을 연모하게 된 모양이야. 혜귀비는 그게 부친의 시라고 했지만 미장의 부친 심자산의 서체를 짐이 모르겠느냐? 또한 심지연은 이번 과거의 장원으로 짐이 당연히 답안을 직접 읽고 궁에 불러 치하까지 하였다. 둘의 글씨를 짐이 어찌 구분하지 못하겠느냐."
"......미장 저저는 동생이 이번에 과거를 봤다고만 했지 장원 급제자라는 얘기는 안 했는뎅... 심 공자가 장원이었셔요?"
"겸양하느라 그랬을 것이다. 그래, 심지연이 이번 과거의 장원이니라. 곧 한림원 수찬이 될 예정이고. 그러니 혜귀비도 동생의 앞길을 막을까 쉬이 거론할 수 없었겠지. 허나 여난에 시달리는 것이 어찌 본인의 잘못이겠느냐. 오히려 딱하지."
"그쵸?! 신첩은 진작부터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는뎅 미장 저저가 걱정하더라고요."
"짐이 그간 미장에게 너무 딱딱하기는 하였지. 탓할 생각은 없다. 미장에게 넌지시 짐이 다 알고 있으나 탓하지 않는다 전하거라. 다만 어마마마께 들키면 괜히 한소리 들을지 모르니 주의하라 하고."
"넹, 저저한테 그렇게 전할게요. ㅎㅎ"
"어쩐지... 심지연이 과거를 보러 경성에 와서도 거의 두문불출하고 여인들이 있는 자리에는 아예 가지도 않는다기에 파벌과 혼인 권유를 심히 경계하는 마음에 그러나 하였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더구나. 그런데 그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어쩌다 용모를 보일 때면 사람들이 기어코 기절초풍하며 소란을 일으킨다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대체 얼마나 잘생겼길랭."
"궁금하냐? 저번에 불러서 보니 진정 수려하긴 하더구나. 미장과 이목구비 자체는 닮지 않았으나 온유하고 맑은 기운이 비슷하였다."
"우왕, 궁금하당.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라니... 뭐, 신첩은 폐하 용안을 많이 봐서 뭘 봐도 기절초풍하진 않겠지만요."
"다른 사내 용모를 궁금해 하면서 동시에 짐의 용모를 추켜세우니 화도 못 내겠구나?"
"우왕...... 폐하도 질투하신다..."
"질투 받는 게 이렇게 황홀한 거였구나... 폐하께서 왜 신첩이 견과 질투한 걸 백 번이나 말씀하셨는지 이제 알겠셔요."
"하하, 그래도 천자의 체면이 있으니 백 번은 말하지 말거라."
"넹, ㅎㅎ. 신첩은 뭔가를 백 번이나 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아요. 그건 위대한 투철함으로만 가능한 거예요. 그리고 어차피 온유한 얼굴은 신첩 취향이 아니에요. 미장 저저 동생이고 하도 구경났다길래 궁금했던 것 뿐이징. ㅎㅎ"
-안릉용 처소 연희궁-
"언니, 그거 아세요? 오늘은 몇 년 전 제가 수녀로 선발됐던 날이에요. 올해의 이 날은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 연명하다 보니 또 이 날이 오네요."
"비빈으로서의 삶을 원치 않는 줄 알았는데, 어찌 간택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니?"
"언니도 아시잖아요. 제가 의미를 부여하는 건 간택이 아니라 그 후에 심부에서 보낸 나날이라는 걸. 간택은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 뿐이고요."
"너도 아는구나. 애초에 네가 심부에서 보낸 시간은 네가 비빈으로 간택 되었기에 시작된 거였어. 그게 아니라면 우리 집안 사람들은 너를 알지도 못했겠지. 그러니 네가 지연을 마음에 담은 후 비빈으로 간택된 운명을 원망해봤자 말이 되지 않아. 애초에 너는 비빈이 되었기에 지연을 만난 거고, 지연과 맺어지는 건 너의 운명도 권리도 아니었어. 내가 훼방을 놓아서 둘의 인연을 끊은 게 아니라는 거야."
"더군다나 너도 알지 않니? 지연은 네게 조금도 마음이 없었어."
"제가 왜 모르겠어요. 저는 언제나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바라고, 가질 수 있다 한들 동시에 쥘 수 없는 것들을 동시에 쥐려 한다는 걸요. 그러다가 손아귀가 풀려서 모두 떨어뜨리고 말죠."
"무시당하기 싫어서 비빈이 되고 싶었고, 사랑하는 남자를 원했기에 심 공자를 갖고 싶었고, 자존심 때문에 언니를 이기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황후한테 붙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모든 걸 원했기에 오늘 같은 결과가 있었던 거고요."
"그걸 알면서 어찌 조금도 포기하지 않은 거니? 네가 그 중 어느 하나라도 놓아버렸다면 너는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거야."
"언니, 아세요? 놓아버릴 줄 안다는 것이야말로 이미 가장 큰 것을 가진 것이랍니다. 저는 놓아버릴 줄을 몰라요. 왜냐하면 놓기 위해서는 우선 움켜쥐어 봐야 하거든요. 저는 어려서부터 한 번도 움켜쥔 적이 없기에 놓는 법을 배우지 못했답니다. 이제와서 움켜쥔들 배우기엔 늦었고요."
"제가 언니한테 가장 부러운 것이, 바로 그 갖지 못해도 표표히 살 수 있는 초연함이랍니다. 제가 언니 같은 유년기를 보냈다면... 언니처럼 체면이 깎여도 괜찮고, 내 것을 빼앗겨도 괜찮고, 총애를 못 받아도 괜찮고, 잊혀도 괜찮고... 그리 생각하며 언니 같은 평온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저는 놓아버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매일 허기에 시달렸답니다."
"언니, 모르시죠?"
"언니가, 그 집안과 가족이 너무 부러웠어요."
"언니가 그렇게 부럽지 않았다면... 심 공자가 아무리 천하제일의 귀공자라 한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만큼. 하루만... 그 집 식구가 되어보고 싶었어요."
"......"
"네가 갖지 못한 게 네 잘못이 아니라 해도, 나와 지연이 가진 것 또한 우리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 식구는 네게 진심이었어. 그런데 너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지."
"죄 없는 사람을 벌해서 네 분풀이를 하려 한 거니? 정작 너를 불행하게 한 네 부친은 그리 끔찍하게 아끼면서? 네가 정녕 움켜쥘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
"언니 말이 맞아요... 저는 움켜쥘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에요. 저한테는 이런 말로가 어울려요."
"...아!"
"?!"
"언니, 중독이에요...!"
"여봐라! 태의를 불러라!"
"이미 늦었어요."
"황후가 기어이...!"
"언니, 미안해요. 후살비后殺妃..."
왕이보샤오잔왕이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