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왕 후궁밍키전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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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안패륵께서 오늘 오후에 찾아뵙고자 하시는데 련비 마마께서 회궁하신 날이라 폐가 되지 않을까 저어되신다며 폐하의 의중을 여쭈십니다."
"어차피 열흘 후면 책봉례 후에 인사를 올 텐데 오늘 또 무슨 일이라더냐?"
"소인이 기색을 살피니 아무래도 안(安)자 봉호를 받기가 황송하시다며 물려주십사 청하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하하, 난 또 뭐라고. 지금껏 안 자는 변경을 수호한 이들에게 하사해온 봉호라 부담을 느꼈나 보구나. 하지만 짐은 안패륵을 변경으로 보낼 생각도 없고, 평생 아우가 공을 세우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짐은 진정으로 오직 아우가 평안히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안이라는 봉호를 택한 것이니, 사양하지 말라 이르거라. 오늘 찾아올 필요도 없다."
"그래도 사양하면 이미 짐이 친필로 책봉 교서를 썼으니 무를 수 없다 이르거라!"
"예!"
"폐하, 안패륵이 누구예요?"
"아, 7황자 시우를 패륵에 봉하기로 하였느니라. 이제 18세가 되기도 했고, 저번 탄일 연회를 제대로 치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하루 빨리 성대히 책봉하기로 하였다. 그간 시우가 조정의 주목을 받으면 연 씨의 표적이 될까 패륵 책봉을 미루었지만 이제 연부도 숙청했으니 늦출 이유가 없지. 그리고 약관이 되기 전에 군왕에 봉해줄 것이야."
"아항... 폐하께서 안패륵을 참으로 아끼시네요. 동복 형제라서 그런징."
"사실 짐과 시우는 어린 시절 몇 번 만나지 못했다. 짐의 적모인 선황후는 몹시 악독한 사람이었는데, 시우가 태어날 무렵 친생자를 잃었지. 절박해진 선황후는 당시 덕귀비였던 어마마마께서 황자 둘을 양육하기 벅찰 것이라는 빌미로 막 태어난 시우를 빼앗아 가서는 내내 황후궁에서 키웠다. 아마도 짐보다는 갓난 아이인 시우가 더 친아들처럼 길들이기 쉬울 것이라 여긴 모양이야. 선황후는 짐과 시우를 자주 만나지 못하게 하였고, 어마마마 또한 시우에게 정을 느끼지 못하셨다. 하여 짐과 시우는 동복 형제라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자랐어. 짐이 시우와 동복 형제의 정을 느끼게 된 것은 동궁에 들던 그 해부터였다."
"짐이 태자가 되기 직전 명친왕이던 시절에, 선황후와 2형의 농간으로 큰 누명을 쓴 일이 있었다. 그때 잘못되었다면 짐은 그대로 사약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형님들은 모두 짐이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기 몸 사리기에 급급하여 부황 앞에서 짐을 위해 단 한 마디조차 해주지 않았어. 어마마마와 짐은 각자의 처소에 연금을 당했고,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그런데 그때, 시우가 선황후와 2형의 대화를 엿듣고 짐이 누명을 쓴 것을 알게 되었어. 짐을 몹시 염려한 시우는 다음 날인 짐의 탄일에 문안을 올리러 명친왕부를 찾아왔지."
"당시 고작 아홉 살이던 시우는 나이가 어린데다, 선황후의 양자라서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명친왕부에 출입할 수 있었다. 그때의 짐에게 시우는 마치 하늘이 내려준 동앗줄과도 같았지. 짐은 시우에게 부탁하여 그 편에 서신을 숨겨 보내 겨우 어마마마 쪽 중신들에게 자초지종을 알렸고, 덕분에 천신만고 끝에 누명을 벗고 동궁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시우가 비록 어렸으나 영민한 아이니 그 일에 따르는 생사의 위험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짐의 부탁을 들어주었어. 그 어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짐을 위해서, 그리고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세상에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그래. 그때 짐은 결심했다. 훗날 어떤 일이 있어도 평생 시우만은 절대 섭섭지 않게 하겠다고. 그리고 그 해 짐의 탄일에 시우만이 유일하게 짐을 염려해 찾아 주었듯이, 짐 또한 시우의 생일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축하해 주겠다고 말이야. 그 직후에 짐은 태자가 되었고, 지금까지 그 다짐을 지켜왔다."
"그런 거였구낭... 너무 감동적이에요."
"근뎅 신첩이 탄일연에서 그렇게 깽판만 쳐서 어뜩해요?"
"하하. 그 일은 짐의 계획이었고, 짐이 알아서 위로할 테니 너는 걱정 말거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즈음에 그런 일을 벌일 만한 핑계가 시우의 탄일 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그리 하게 된 것이니,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시우도 이해할 것이다."
"넹. 안패륵이 속상해하면 폐하께서도 마음을 쓰실 것 같아서요. 안패륵 얘기를 하실 때 눈빛만 봐도 느껴져요."
"나의 밍키... 역시 네가 생각이 깊구나."
"짐이... 늘상 시우에게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너는 모르겠지만 시우가 몇 년 전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예전 같지 않아 더욱 염려가 되는구나."
'대체 무슨 일이길랭... 폐하께서 저토록 근심하시는 모습은 처음 봐...'
"하지만 혈육을 걱정하는 것은 그저 인지상정이니, 염려 말거라. 짐 또한 사람인데 어찌 인간사의 이치를 벗어나겠느냐? 자, 좋은 날인데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 하자꾸나. 아무튼 황실이라는 이 살벌한 세상에서 형제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이가 하나라도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니라."
"맞당! 그 말씀을 들으니 생각난 건뎅 미장 저저는 어떻게 지내요? 보름간 소식을 못 들었는뎅."
"아... 사실 네가 이제 막 회궁하여 말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 혜비에게 일이 좀 있었다."
"?!"
-혜비 처소 함복궁-
"저저!"
"밍 동생, 왔어?"
"저저, 몸은 좀 어때요?"
"원래도 낫고 있었는데 연세란이 죽었단 소식을 듣고 더 힘이 펄펄 나. 걱정하지 마. 되려 동생이 그간 봉래주에서 고생이 많았지."
"벽돌 맞추기 10종 때문에 엄청 재밌었는뎅. 폐하를 못 뵈어서 그것만 속상했징. ㅎㅎ"
"그랬다니 다행이야. 그런데 괜히 여기 오느라 폐하와 보낼 시간만 뺏기는 거 아니야? 이제 무사히 돌아온 것도 봤으니까 그만 가 봐."
"아니에요. 폐하께서 일부러 우리 둘만 얘기 나누라고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곧 폐하 탄일에 탕천궁에 같이 갈 거라 함께 보낼 시간은 많아요."
"탕천궁에? 폐하께서 등극하신 후로 한 번도 탕천궁에 행차하신 적이 없었는데... 너랑 단둘이 가시기로 한 거야?"
"넹. 칠 일 동안 가기로 했셔요."
"칠 일이나?! 동생이 받는 총애는 과연 역사에 남을 정도로군."
"근뎅 저저가 아픈뎅 같이 온천욕 하면 빨리 낫지 않을까요?"
"나는 병이 난 게 아니고 중독된 거라 온 태의가 오히려 온탕욕은 피해야 한댔어. 그리고 폐하께서 동생과 단둘이 가려고 하시는데 내가 가면 뭘 해. 가서 폐하와 그간 못다 나눈 정을 듬뿍 나누고 와."
"다녀왔을 쯤이면 나도 다 나았을테니 그때 벽돌 10종 맞춘 거 꼭 보여줘? 그 뒤에 둘이 후원 단풍도 구경하고 재밌게 놀자?"
"넹. ㅎㅎ 저저가 이렇게 무사한 걸 보니까 편하게 갔다 올 수 있겠어요."
-황제, 련비 탕천궁 행차-
왕이보샤오잔왕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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