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왕 후궁밍키전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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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화라도 내면 달래기라도 하련만 이틀 전에는짐을 보자마자 눈동자가 훼까닥 넘어가며 잠들어 버렸고, 그 뒤로는 짐이 가려는 기미만 보여도 잠이 드니 어쩌지도 못하겠구나... 밍키가 무려 사흘 밤을 지새우며 만든 글자인데 짐이 그것도 모르고 그리 말했으니 짐을 보면 잠이 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를 어찌하면 좋으냐..."
"폐하... 소인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이 일은... 질투라는 두 글자를 언급하지 않고는 도저히 해결하실 수 없을 듯합니다."
"허나 짐이 심지연이 제 잘생김에 오만하게 도취되어 만든 글자인 줄 알았다고 그 즉시 쫓아가 해명을 하였는데도 황후는 잠들어 버렸잖느냐."
"폐하. 그렇게만 말씀하시면 폐하께서 왜 그렇게까지 그 글자를 보고 격노하셨는지 황후마마께서 이해하실 수 없으실 것입니다. 그 말은 흡사 마마의 것이라는 걸 모르고 보면 정말로 그 글자가 그렇게나 경박해 보인다는 뜻처럼 들리니까요."
"헌데... 짐이 질투하였다 얘기를 하려 한들 짐이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잠들어 버리는데 어찌한단 말이냐..."
"......"
"...소배성, 잘 듣거라. 짐은 지금 등극 이래 가장 어려운 일을 하려 한다."
"하명하십시오."
"밍 태사에게 이 사건의 전모를 얘기해야겠다..."
"......예."
-그 날 정오, 황후 기상 후 단장-
"마마, 갹답응과 퍅답응이 며칠 전부터 매일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마께서 황후에 책립되신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꼭 한번 단독으로 찾아뵙고 선물을 올리고 싶답니다."
"ㅋ본궁이 귀비 시절 사통 누명 썼을 때 같이 나서서 실컷 욕하더니 이제와서 뒷일이 두려운가 보넹. 확 퇴치해 버리지 그랬셩."
"안 그래도 소인이 마마께서 요즘 몸이 안 좋으시다고 적당히 거절을 했는데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심지어 밍부에도 선물을 보내겠답니다."
"마마, 갹퍅답응은 원래 이런 식입니다. 차라리 더 큰 잘못을 하면 궁 밖으로 내치련만, 딱 그 정도에 못 미치는 행동만 하니 그러지도 못하지요. 두 소주의 친정도 늘 이런 식으로 인맥을 관리하지요. 둘 다 유서 깊고 인맥이 넓은 가문인 데다 겉으로는 정성을 보이는 행동이니 대놓고 어쩌지도 못하는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역이 따로 없답니다."
"거 참, 악질들이넹.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빨리 단장해줘. 결단을 내버리게."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홍복을 누리십시오. 신첩들, 마마께 책봉 선물을 바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디 마마께서 보잘것없다고 꺼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마워서 어떡해. 너희들 정성에 본궁이 몹시 감동했셩."
"마마께서 흡족해 하신다니 신첩들은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징. 너희들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본궁이 친히 너희들에게 두 글자 봉호의 영광을 내리려고 해."
"!!!"
"소윤자, 내무부에 알려. 갹답응의 봉호에 끽喫을 더해 갹끽醵喫답응으로, 퍅답응의 봉호에 뱡𰻞을 더해 퍅뱡愎𰻞답응으로 봉하노라."
"예!"
"마마! 두 글자 봉호는 신첩들에게 너무 과분합니다! 부디 명을 물려 주십시오."
"맞습니다! 이미 갹퍅만으로도 충분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안 돼. 선물만 받고 입을 씻을 순 없징. 너희의 겸손함은 알지만 본궁이 직접 고른 글자니까 물릴 수 있는 사람은 폐하 밖에 없셩. 그러니까 과분하다고 거절하려면 폐하께 가서 말씀드리도록. 그리고 앞으로도 너네가 찾아올 때마다 본궁은 봉호를 한 글자씩 늘려줄거야."
"아니야. 아무래도 두 글자는 너무 짧은 것 같은뎅. 한 글자 더 할까? 안 그래도 요즘 다들 글자 창제한다고 여념이 없던뎅... 아예 본궁이 직접 한 자 지어줄까?"
"!!!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신첩들 이만 물러가옵니다!"
"ㅋ"
-갹끽답응 퍅뱡답응 회궁길-
"갹끽답응이라니! 애초에 이런 글자가 왜 있는 거야?! 갹끽갹끽갹끽. 한 번만 연속으로 발음하려 해도 여간 집중력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퍅뱡보단 갹끽이 나은 것 같아. 갹끽은 최소한 코로 숨쉬면서 발음할 수는 있잖아. 왜 내가 퍅뱡이야?'
'망했구나... 망했어......'
"마마."
"왜? 설마 그랬는데도 퇴치가 안 됐셩?"
"아닙니다. 밍 태사 대인께서 문안 오셨습니다."
"우왕, 진짜? 어서 안으로 모셔."
"노신 밍원도,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부친, 어서 일어나 앉으세요. 폐하께 들으셨죠? 부친께서 영수궁에 오실 때는 아무도 듣는 이가 없게 해주실 테니 저를 예전처럼 친근하게 대하셔도 된다고 하셨셔요."
"예, 황후 마마. 폐하와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역시 부친께는 예가 최우선이넹...'
"부친,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셔요?"
"저, 마마... 마마께서도 노신이 온 이유를 짐작하셨겠지만... 지금 폐하께서 이틀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십니다. 오죽하면 노신에게 다 중재를 청하셨어요."
"안 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했는뎅. 부친! 제가 그 글자를 만드느라 무려 사흘 밤이나 지새웠셔요. 제가 만든 글자인 줄 모르고 그러셨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게 폐하의 솔직한 의견인 거잖아요. 그 생각을 하면 그 슬퍼서 자꾸 잠이 쏟아져요. 이제 폐하의 용안을 보기만 해도 졸려요."
"마마, 그것은 폐하의 솔직한 고견이 아닙니다."
"그게 참...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잠시 후-
"네엥?! 아니, 그러면 그동안 내내 폐하께서 심지연을 질투하고 계셨다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분명히 제 취향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도?"
"그렇답니다. 그러니 질투가 담긴 언사가 어찌 솔직한 심경이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절대 마마의 글자가 경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답니다. 오히려 너무 훌륭한 글자라서 더욱 질투하신 거지요. 폐하께서 곧장 그 글자를 채택해서 반포하신답니다."
"......그랬구낭... 이제 폐하의 마음을 알겠셔요."
"황후 마마, 이제 좀 잠이 깨십니까?"
"그런뎅... 폐하의 마음은 알지만 열심히 준비한 게 망해서 상심이 커요. 그 순간을 며칠 동안 꿈꿔왔는뎅... 폐하 잘못은 아니지만 너무 속상해요. 아마 그 사흘간 설친 잠의 백 배는 자야 괜찮아질 것 같아요. 한 내년쯤 돼야 폐하 용안을 뵈어도 안 졸릴 것 같아요."
'......매우 높은 단계의 삐침이네...'
'결국 이 방법 밖에 없는 건가...'
"......"
"우리 밍키~"
"우쭈쭈~"
"우쭈쭈~?"
"ㅎㅎ"
"!"
"그래, 밍키야. 폐하께서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우리 밍키가 이러면,"
"폐하께서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그건 그래요."
"그래. 그러니까 그만 서운함은 잊고 이제 폐하의 마음을 이해해 드리자꾸나~?"
"넹~"
"아이야! 우리 밍키 참으로 착하구나!"
그렇게 충신은 우쭈쭈로 나라를 구하였다.
왕이보샤오잔왕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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