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왕 후궁밍키전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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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영수궁-
"밍키야, 오늘 정말로 어마마마께 갔었느냐?"
"넹. ㅎㅎ"
"별 일은 없었느냐? 어마마마께서는 독설을 일삼는 분이니 수강궁에는 걸음하지 말라 하였거늘."
"넹, 신첩 할 말만 다 하고 얼른 튀었셔요."
"......그런 방법이 다 있었구나."
"그래도 앞으로는 절대 수강궁에는 가지 말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 그간 피하려 하였으나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어마마마를 수강궁에 유폐할 것이다. 이로써 어마마마와 황실 일원의 인연도 영영 끝이다."
"넹. 알겠셔요..."
-태후 처소 수강궁-
"애가는 이 나라의 성모황태후로, 황상의 생모이다. 누가 감히 수강궁을 봉쇄하느냐! 너희들 따위가 수강궁을 폐문한들 애가가 따를 것 같으냐!"
"황상의 명이다. 어서 폐문하여라!"
"누구든 저 문을 건드렸다가는 무사치 못할 줄 알아라! 애가는 너희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기억해둘 것이야. 후환이 두렵지 않더냐!"
"......!"
"황명을 따르는데 어찌 주저하느냐! 모가지가 달아나고 싶으냐? 어서 폐문하래도!"
"!!! 폐하를 뵙습니다!"
"이리 내거라. 짐의 어수로 직접 폐하마!"
"황상! 황상! 정녕 아내를 내친 것도 모자라 모후까지 내치실 작정이오?"
"어마마마. 소자의 얼굴을 보시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겁니다. 소자의 능은 어마마마의 능과 반대편에 조성할 테니, 앞으로는 죽어서도, 소자를 보지 못하실 겁니다."
"! 황상...!"
쾅!
"빗장을 걸어라!"
"예!"
"보았느냐? 수강궁은 황상께서 어수로 친히 폐문하셨다. 누가 감히 이 문에 손을 댈 것이냐?"
"소인들, 폐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태후는 수많은 연줄을 동원하여 어르고 달래고 호통치고 협박하고 불쌍한 척하는 서신을 보내며 황후를 수강궁으로 불러들여 황제와의 화해를 중재하게 하려 하였으나, 그 서신들이 도착할 때마다 황후는 공교롭게도 항상 자고 있었다. 하여 번번이 그 소식을 미리 전해들은 황제는 그저 서신을 태우도록 하였다.
-며칠 후, 양심전-
"폐하를 뵈옵니당. 아직 바쁘신가봐요."
"아, 왔느냐, 나의 밍키. 이제 막 끝났느니라. 얼마 전 새 황후를 책립하였고, 곧 네 생일이기도 하니, 네 덕을 기리는 의미로 백성들에게 공덕을 쌓는 일을 하나 하려 한다. 그간 글자가 없어 간결히 표현치 못했던 단어들을 위해 새로운 글자들을 창제하도록 할 생각이야."
"우왕, 좋은 생각이에요."
"이번에는 특별히 네 덕을 널리 알리는 의미에서 한림원뿐 아니라 조정 전체와 도성 내의 학당, 내궁에서까지 공모를 받을 생각이다. 그래도 선정되는 글자들은 대부분 한림원에서 나오겠지만, 혹여 참여하고 싶은 비빈이 있을지 모르니 고지하거라."
"넹. ㅎㅎ 재밌겠당."
-며칠 후, 황후 처소 영수궁-
"저저, 왔셔요? 좋은 일 있나봐요. 얼굴이 좋아보여요."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예, 오늘 신첩의 부친이 경성으로 오셨답니다."
"우왕, 그게 벌써 오늘이구낭. 이제 심 대인이 중앙 관직을 맡게 됐으니 가족이 더 자주 왕래할 수 있겠어요."
"예. 폐하와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ㅎㅎ"
"글자를 만들고 계셨어요?"
"넹, 무려 사흘 동안 폐하 몰래 밤잠을 설쳐가며 골머리를 싸맨 끝에 겨우 완성했셔요. ㅎㅎ 보세요."
-잘생길 잘-
"!......"
"......하하, 정말이지... 삶의 중대한 가치를 표현한 글자네요. 마마께서 무려 사흘 밤잠을 설치시다니, 폐하와 백성을 위하시는 마음이 얼마나 크신지 알겠어요."
"넹, 자고로 잘생김은 길이 기려야 해요. 폐하의 잘생김이 대대손손 칭송 받을 수 있도록 이 글자를 이번 대에 창제해서 후손들에게 남겨줄 거예요."
"참, 그런뎅 저저는 문학적 소양이 깊은뎅 이번 창제에는 관심이 없셔요?"
"신첩은 남동생이 한림원 시강이라, 결과가 좋아봤자 당연하고 결과가 나쁘면 동생만 망신주게 된답니다. 좋은 생각이 있어도 동생에게 귀띔해 주고 알아서 하게 하는 게 낫지요."
"아항, 그 생각을 못 했넹..."
"하지만 마마의 글자는 분명 폐하께서 좋게 보실 겁니다. 그렇게 창의적인 글자는 처음 보거든요. 곧 백성들이 그 글자를 갖게 될지도 몰라요."
"ㅎㅎ 맞아요."
-양심전-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폐하께서는 아직 심자산 대인과 말씀을 나누고 계십니다."
"우왕, 시간 딱 맞춰서 왔넹. 본궁이 오늘 폐하를 놀래드리려고 해. 잘 들어 봐. 이게 본궁이 만든 글자거든? 그런뎅 일부러 이름은 안 썼셩. 이걸 본궁이 폐하 책상에 놓을 테니까 이따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네가 누가 만든 글자인지 궁금해하시게 해 봐. 그러면 그동안 본궁은 저기 옆에 숨어있다가, 잠시 후에 뿅하고 나타나서 말씀드리는 거야. ㅎㅎ 폐하께서 그간 다른 건 몰라도 본궁의 문학적 소양은 기대하지 않으셨을 테니, 이번에 엄청 놀라실 걸?"
"예, 알겠습니다. 소인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좋겠군. 이만 가보도록 하게."
-심미장과 심지연의 부친, 심자산-
"예, 노신 물러가옵니다."
"참, 심지연의 글자를 짐이 기대하고 있는데, 어찌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겐가?"
"아, 폐하께 아룁니다. 노신의 가돈(아들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 폐하께 좋은 글자를 올리기 위해 몇날 며칠 고민을 하더니만, 결국 생각만 많고 도저히 좋은 글자를 추릴 수가 없다며 오늘 아침 여러 글자를 한번에 올렸답니다. 폐하께서 그 졸작을 보시고 부디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지연의 글자가 어찌 졸작이겠는가. 기대해 봄세."
-양심전 침소-
"오늘 대신들이 올린 글자가 벌써 올라왔느냐?"
"예, 폐하. 지금 막 올라왔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음, 어디 보자."
-잘생길 잘-
"잘생길... 잘...?"
'드디어 보셨당. ㅎㅎ'
'심지연이 올렸다는 글자가... 이것이란 말인가...?!'
"어떻습니까? 소인의 생각으로는, 글자에서 어떤 범상치 않은 이의 풍모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ㅎㅎ'
'보자보자 하니까... 아무리 잘생겼기로서니 잘생길 잘이라는 글자까지 만들어? 그냥 조용히 잘생겼으면 또 몰라, 자신의 잘생김으로 글자까지 창제하다니. 기어코 온 천하에 잘생김을 떨쳐 보겠다 이건가?'
'그러고 보니 황후 책립식 때 심지연 얼굴을 처음 본 대신들 사이에서 잠시 술렁임이 있었어. 그래서 밍키도 그 쪽을 보는 것 같던데... 그렇게 모두의 칭송을 받았으니 얼마나 으쓱했을까... 그러니 이리 기고만장할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잘생길 잘이라니 너무 경박한 것 아니냐?"
".......?"
"?!"
"오만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루 종일 거울만 들여다보며 자기 용모가 얼마나 잘났는지나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 천지에 누가 이런 글자를 쓰..."
"......!!!!!!"
'!!!'
"?"
"오, 밍키야. 언제 왔느냐?"
"밍키야...?"
"......"
"밍..."
"흐엉!!!!!!!!!!!!!!!!"
"?!!!!!!!"
"......!"
-이틀 후-
"......황후를 못 본지 어언 이틀이 되었다..."
왕이보샤오잔왕이보
댓글
ㅋㅋㅋㅋ 모든 풍파가 끝나고 평온한 나날이 이어질줄 알았는데 황상의 오해가 저런 가혹한 생이별로 이어질 줄이야 ㅋㅋ 밍키를 못보는 것보다 더한 벌은 없으니 우리 황상 가여워 어쩌나ㅋㅋㅋ
우리 밍키 황후되고 사회생활 만랩 업되었네~
ㅋㅋ 잘생길 잘 최고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