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로 오해하고 후회하는 무선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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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04:19
조회수: 1408

무선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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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신에게는 어이 없을 정도로 금방 들킬거임. 위영이 온다고 했어요, 하자마자 망기야? 하고 손목 덥썩 쥐었음. 위무선은 듣고도 몰랐지만 남희신은 애초에 지금 망기가 위무선 본명을 알리가 없다는 거 바로 깨달았으니까. 위무선 본명은 위무선이랑 남희신 정도만 알고, 유음도 굳이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른단 말임. 

잠시 그 만신창이가 되어 죽고도, 또 위무선 때문에 죽고 또 돌아왔다는 거 아득히 생각하다가 망기 얼굴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아무말 못함. 결국 망기 마음이 제일 중요한거니까. 한참 가만히 보다가 근래, 위공자가 너에게 참 잘했지. 하고 낮게 말함. 망기 기분 못 숨기고 살짝 웃어 보임. 아무래도 지금 망기는 워낙 품에 끼고 응석받이로 키워서 예전이랑은 다르니까. 무선이가 자길 조금이라도 돌아봐주길 바라다가 그렇게 죽었고, 두번째엔 딱 하룻밤 행복했던 건데 이번엔 거의 평생을 위무선의 보호를 받고 살았으니까 다를 수 밖에 없음. 

예물을 너무 많이 보내서 고소에서도 놀랄 정도고, 망기는 예전 성격 나와서 미간 찌푸리면서 그래도 이렇게까진.. 하면서 한숨 쉼. 

혼사가 예정되었으니 양측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만나지 않는게 법도지만 그게 될리가 없음. 매일 같이 찾아와서 시간보내고, 거의 뭐 정실에 살고 있음. 무선이는 이제 어검할 필요도 없고 그냥 검은 연기인채로 흩날려서 들어오면 그만이니까. 남희신이 가지고 있는게 무선이 내단인 탓에 어느정도 느껴지긴 하는데 어차피 이제와서 시비를 따지기엔 둘이 너무 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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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아득해서 좀 낫긴 하지만 망기도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그렇게 쉽진 않음. 다만 무선이가 시간을 거슬러서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렸지만, 그래도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단말임. 숨기려고 해도 이젠 위무선이 망기보다 살았던 시간이 길어서 그러지도 못하는 거. 

얼마간 예전처럼 무선이에게 푹 빠진 망기가 제 품에서 꽃처럼 놓여있으니 좋았지만, 간혹 과거의 기억 때문에 무서워하고 힘들어하는 거 알고서는 무선이도 웃음이 안나옴. 

안고 있다가 무선이 몸에 남은 흉터 만지작 거리면서 속상해 하는 거 보고 괜찮다고 다독이겠지. 망기 양손 잡고 손등에 입 맞추고 그러다가, 안 좋은 기억은 놓아버리면 그만이라고 함. 처음의 생은 이제 생기지 않았던 일이라 결국 망기가 가진 건 기억에 불과하니까. 망기가 전부 잊어버리고 나면 지금처럼 사랑해주지 않을텐데도 그렇게 말하는 거. 마음 바뀌어서 독주를 올리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하냐고 했더니 무선인 그래도 좋다고 함. 네가 주는 건 다 좋고, 남잠이 하는 거라면 다 좋다고. 

사랑해주기만을 바랬는 데 그걸 못해줘서.. 무선인 여전히 망기보면 마음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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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무선, 남희신, 남망기 셋 이렇게 진상을 알고 있으니 혼례 일정을 앞당겼음. 고소에서는 혼례를 새벽에 시작하고 이릉은 밤에 하는 전통이 있어서 고소에서 시작해서 이릉에서 끝나는 일정으로 함. 

위무선은 종주이긴 하지만 혈육이 없고, 망기도 따지고 보면 객경에 불과해서 물건은 많고 화려했지만 실상 조용한 혼인이었음. 

붉은색으로 장식한 방 안에서 끝내 손 마주 잡고 앉았을 때, 무선인 그대로 침대 밑으로 내려가 무릎을 땅에 댄 채로 울었음. 여전히 망기 손 꼭 쥔채로, 손등에 이마 꾹 누르며 애처럼 울었음. 오랫동안 연모한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서, 눈 앞에 두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결국 망기가 무선이를 다독이고 혼례날의 붉은 천은 무선이가 벗겨주긴 했음. 꼭 껴안고 한참을 울던 무선이가 빤히 보는 거 제 손으로 눈물 다 닦아줌. 

오늘이 우리 혼례날인데, 합환주는 마셔야지. 

망기 술 잘 못하는 거 아는데 그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음. 무선이가 손등으로 눈가 북북 부비니까, 자기 손으로 눈물 조심조심 닦아줌. 세상에 혼롓날에 대성통곡하는 부군이 어딨냐면서. 둘이 합환주 나누고 살짝 웃는데, 망기가 품에 파고들면서 여한이 없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다고 낮게 속삭였음. 

정말 여한이 없는 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무선이도 잘 알겠지. 그래도, 지금처럼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망기가 그 기억과 이별하길 바랬음.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남망기는 남망기니까. 거기다 혼례까지 올렸으니 더 바랄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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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워낙 약해서, 합환주 한잔 하고 푹 잠에 빠졌던 망기는 다소 혼란스럽게 잠에서 깸. 언제 위무선과 혼인했지? 싶어서 당황한게 가장 처음이었음. 둘의 혼사 얘기가 나왔다는 말에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고, 사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언제 혼사를..? 멍하게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을 거임. 

거기다 혼례복은 그대로 입고 있었고 둘 다 얼굴이 영 안 좋았음. 
망기 기척 따라 같이 깬 무선이가 잠시 당황한 얼굴 하더니 간밤에 과음하더니 괜찮냐고 걱정해주는 거. 며칠 간의 기억이 없는데 이상하게 무선이 손길은 익숙해서 당연하게 헝크러진 머리 정리해주고 다독이는 거 기분 나쁘지 않았겠지. 

해장탕 들여올테니 옷 갈아입자고 자상하게 말하는데, 보니까 아직도 혼례복 그대로 입고 있다는 점에서 좀 당황함. 합환주만 마시고 합환은 하지 않았나 싶어서 기분이 이상함. 망기 비틀거리는데 보통 빙의나 탈사 당하고 난 후엔 기력이 쇠하는 게 당연함. 그게 본인에게서 기인했더라도. 무선이는 것도 자기가 역천해서 망기 만나러 간 탓에 난 부작용 같아서 조심조심 옷 갈아입혀줌. 

망기가 이게 괜찮았던 건 아니고, 되게 부끄럽고 거부감도 좀 들었지만 이미 혼례한것이 명백하니 그 성격 때문에 참은거임. 부군으로 맞이했다면 응당 따라야 할 사람이니까. 새옷으로 갈아입혀주고 씻는 것도 도와줌. 이릉에는 사실 어른이 없으니 편할대로 쉬고, 사흘 후 고소로 삼조회문 가면 된다하니 얼떨떨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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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2f966] - 2023/07/06 13:56

에공 ㅜㅜ 과거의 망기 를 생각 하면 너무 슬프다 ㅜㅜ 자다 깼더니 혼인 해서 어리둥절한 망기는 너무 귀엽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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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2fae0] - 2023/07/06 18:14

ㅠ 원귀 망기는 성불한거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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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54898] - 2023/07/07 00:39

첫번째 망기 그럼 드디어 한 풀고 승천한거(?) 지금 망기 앗??넹?? 상태 귀여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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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e7f81] - 2023/07/09 22:55

여한이 없다는 말에 철렁했는데… 원혼인 망기 성불한건가.. 두 사람 좀 더 혼인생활 보내고 떠나지.. 기쁘면서도 슬프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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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7f7a0] - 2023/07/10 17:04

ㅠㅠㅠ다시 또 정주행했다ㅠㅠㅜ하ㅠㅠ여한이 없다는 말이 너무 슬퍼서ㅠㅠㅠ과거 망기 다시 보고 왔어.. 정말이지ㅠㅠ아 너무 슬프다ㅠㅜㅠㅠㅠ먼 시간 먼 길 돌고돌아 두 사람 이제야 완벽하게 행복하길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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