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로 오해하고 후회하는 무선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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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05:39
조회수: 1158

무선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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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음은 이릉을 떠날 일이 거의 없었음. 왕진도 다니고 하던 실력 좋은 의원이었지만 근래 종주 되신 위무선이 생사를 딱히 상관하지 않고 오늘 죽으려나? ㅎㅎ 내일? ㅎㅎ 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임. 의원이 환자의 의지를 어찌할 순 없는 거지만, 유음에겐 부모같은 사람이었고 어쩄거나 숨줄 붙어있는 환자를 나몰라라 할 수는 없었음. 

다만 위무선의 부탁으로 택무군 왕진 한 번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 위무선의 인간 관계라는 건 강유음하나 있고 그리고 그 바깥에 택무군 하나 있는거니까. 

안 좋은일 겪으셨다고도 하고 또 위무선만큼이나 오래 산 사람이라 맥이 기이하여 일반 의원들은 문제가 뭔지도 모를거임. 진맥해보니 대강 아 이 사람도 위무선 정도의 나이가 되는 구나 해서 그에 맞는 약재를 써주었고 택무군은 크게 고마워했음. 

유음이 망기를 만난 것은 의외의 일이었는데, 마치 그를 기다렸던 것처럼 차가운 표정의 고소의 남공자가 의원님, 하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음. 돌아서니 표정이 잠시 미묘헀지만 예를 갖춰 인사하는 동안 다시 잠잠해졌음. 

망기는 무선이가 얼마나 몸이 아픈지를 물었고, 유음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는 그저 신기하게도 살아있다고 말함. 그것 외에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겠지. 위무선은 자신이 죽지 않는 것을 지겨워하고 있었고 유음은 그런 그를 보필하면서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했으니까. 멍하게 고민하다보니 그가 언젠가부터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니 굶어죽으려는 모양입니다. 단식이 병은 아니니.. 하고 중얼거리는데 망기가 한걸음 다가서며 노조께서 전혀 드시지 않습니까? 하고 재차 묻는 거. 

유음은 누가 노조에게 독을 먹였는지는 모르니까. 이전번 누군가 독으로 숨통을 끊고자 했는데 이후엔 아무것도 먹으려들지 않는다고 혼잣말 하듯 말했겠지. 그 말을 들은 망기의 얼굴이 거의 파랗게 보일 정도로 창백해져서 유음은 갑자기 환자가 하나 더 늘었네..? 하고 직업병처럼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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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와 망기는 채의진에서 만났는데, 우연은 아니고 그냥 망기 보고 싶었던 무선이가 따라간거고 망기가 눈치 챈거였음. 내단이 사라진 몸이 이전과는 다르게 움직여서 이제 수행이 제법 높은 망기가 알아챌 정도는 된 거. 

가만히 쳐다보던 망기가 다가와서 인사 올리는데 무시하기도 그렇고 해서 짧게 목례함. 머뭇거리더니 백부 드릴 과일을 사러 왔는데 도와달라는거지. 망기가 도와달라는데 도와주지 않을리가 없지.. 도와달라는 것도 뭐 과일 들어달라는 거였나 싶은데 뭐가 좋은건지 모른다고 무선이 빤히 쳐다보는 거. 예전엔 망기가 자기 쳐다보고 그러는 게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죄짓고 나니 저렇게 말갛게 보는 얼굴 마주하는 것도 힘들어서 살짝 시선 피함. 

..설 익은 비파는 어떻게 구분합니까? 
그거 뭐.. 만져보면.. 

상인은 다 잘 익었다며 한바구니를 내밀기나 했지, 위무선과 남망기 둘 다 뻣뻣한 얼굴이었음. 

..응? 먹으라고? 

망기가 대뜸 비파 하나 집어서 제 입가에 가져다 대니 당황할 수 밖에 없는거지. 근데 또 망기가 주는거라 먹음. 떫습니까? 하고 묻더니 아니라고 하니까 바로 은자로 값을 치른 망기가, 위무선이 한입 깨무는 거 보더니 다른 거 하나 더 집어올림. 이거는요? 하고 물어보는데 일단 먹고 둘 다 달다고 하니 그럼 괜찮을 거 같다고 오물거리듯이 대답함. 
일단 입 댄거라 대강 먹는데 망기가 힐끔 거리면서 보다가 한참동안 채의진엔 잘 나오지 않았으니 뭐가 좋은지 모릅니다. 하고 낮게 말하는 목소리에 그건 그렇지.. 작은 남공자 바깥출타 안하시기로 소문 났었지 하고 고개 끄덕이면서 납득하는거임. 원래 망기가 비파를 좋아했었나? 그랬나.. 무선이가 되새기던 건 슬프고 아팠을 때의 기억들 뿐이라 오히려 좋은 기억들이 흐려진거지. 마음이 좀 안 좋아서 표정도 살짝 굳어짐. 

뒤에서 조용히 걷다가 남공자님 비파 좋아하십니까? 하니까 조용히 고개 끄덕이겠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또 뭐 좋아하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이 없는 거. 귀찮게 했나 싶어서 빠지려는데 그리 싫어하는 음식은 없습니다 하고 조그맣게 말하겠지. 식사 같이하자고 할까 싶다가 무슨 염치로 그런 걸 묻나 싶기도 했음. 결국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동안 걸어다니기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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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때가 다되어서야 그렇게 목적없이 돌아다니다가 헤어지게 되겠지. 밤비 내리는 데 무선이가 오히려 벌벌 떨거같음. 운몽은 덥고 고소는 추워서 망기가 오히려 멀쩡하고. 뭐라고 약속하고 걸어다닌 것도 아닌데 운심 앞까지 데려다 주는 거. 지금 누가 무선이한테 너 뭐하냐 이래도 무선이 뭐 설명도 못할 듯. 

운심부지처 오르는 산길 앞에서 부터 조금씩 비오는데 둘 다 수선자라 별 신경 안썼겠지. 망기는 그냥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는다고 느꼈음. 

돌아서서 가려는 무선이에게 저.. 하니까 바로 돌아서서 눈 마주치는 거지. 망기가 뭘 하지 않아도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고 붙잡으려면 그저 이렇게 부르기만 해도 되는 거. 무선인 망기가 무슨 말을 하건 거절하지 않음. 망기가 무선이를 꺼려했던 것과는 별개로 위무선 자체가 항상 안심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사람인거지. 가만히 쳐다보다가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달라고 했음. 

영문도 모르면서 그러겠다고 쳐다보는 위무선 눈 가만히 쳐다보다가, 가만히 방울방울 모여 떨어지는 빗물 따라서 시선이 흘렀음. 그렇게 위용을 떨쳤다던 이릉노조 치고는 눈이 너무 예쁘다고 잠깐 생각했음. 사납지도 차갑지도 않고 그저 눈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만 듦. 

다시 나왔을 땐 남망기 손에 유지우산이 들려있었음. 위무선은 여전히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고, 살짝 손을 들어 우산 내밀다가 조그맣게 말함. 

..고소는 추워서, 그냥 가시면 좋지 않습니다. 

망기는 원래 자기 행동에 설명을 잘 안하는데도 그냥 바닥 보면서 그랬음. 거절하지 않을 걸 알고 주는 호의라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아니었고. 밤비가 궂으니 춥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했음. 

남이공자 성의를 제가 무시할 순 없으니.. 

위무선이 낮게 웃고 둘은 인사도 없이 등돌려 그렇게 헤어짐. 망기 그렇게 한참이나 천천히 걷다가 제 옷자락은 한방울도 젖지 않았다는 거 알게 되는거지. 비가 오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위무선이 계속 망기 비 한방울 맞지 않게 감싸준 거. 망기 한참 동안 그냥 그렇고 서있었음. 

아무말도 한 적 없지만 위무선과 저 사이에 분명 제가 모르는 부분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고, 거부감과 분노에 가득 차있던 감정들이 이제는 남망기가 태어나 배워본 적 없는 감정으로 변해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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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820dd] - 2023/06/28 08:34

내 센세 드디어 왔다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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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647b] - 2023/06/28 22:23

글 제목 보고 놀랐잖아. 꿈에서 나왔는데 딱 있어서 진짜 꿈을 꾼 건지 잠결에 샢 들어왔던 건지 구분이 안돼ㅋㅋ 농담 아니고 진짜ㅋㅋㅋ아무튼 넘 오랜만이야ㅜㅜ 망기한테 사랑이란 감정이 싹 터서 무선이에게 서툴게나마 다가가는 거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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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cbf40] - 2023/06/29 09:15

망기야, 정실에 들였어야지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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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ebf5] - 2023/06/29 21:47

센세에에에에ㅔㅔ애ㅐ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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