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로 오해하고 후회하는 무선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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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 13:21
조회수: 1039

 

무선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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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천은 그립고 고통스러운 곳이었음. 그의 망기는 결국 여기서 절명했음

차가운 물이라면 질색하면서도 이미 떠났던 망기에게 이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내가 없는 삶을 살고, 나는 윤회를 끊고 떠나려 한다고 홀로 중얼거렸음. 떠나게 해달라고. 죽어지지 않는 몸이 지겹겠지. 남망기가 사랑했고, 남망기에게 사랑 받았고, 남망기를 사랑하는 모든 생이 빼곡하게 괴로웠음. 망기에게 제가 어떤 사람일지도 궁금했지만 동시에 그 대답을 들을 자신도 없음 

멍하게 잠겨 뭘 원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어떤 문장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는 고민 끝에 망기의 얼굴만 존재하고 있었음. 남망기. 남잠. 남잠.. 감히 사랑해 달라 말할 수도 없는 사람. 어차피 상처는 나았고 이 몸은 더이상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데 이러고 있는 이유가 뭘까 싶어서 나가려는데 언제부터인지 망기가 뒤에 서있었을거임.

남이공자, 자꾸 민망한 때 뵙습니다 하고 웃으며 일어났음. 망기는 그저 위무선을 가만히 쳐다보다 천천히 걸어 내려왔고, 무선인 순간적으로 도망치고 싶었음. 어째서 만날 때마다 마르십니까? 망기의 목소리는 위무선이 기억하던 것 보다 조금 더 사나웠음. 
저보다 훨씬 어린 망기의 얼굴이 귀여워서, 이 나이에 살이 찌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흉합니다 하고 급히 옷을 챙겨 입었음. 망기는 위무선에게 가지는 감정들이 너무 복잡했고 최근의 죄책감이 너무나 무거워서 이 사람을 보면 화가 날 지경이었지. 입술을 깨물던 망기가, 무선이 그대로 사라질 기미를 보이니 피진까지 내려놓고 달려와 손목을 잡았음. 꼼짝을 못할 정도의 힘이라 아 고소식 단련은 여전하구나 싶었던 거임. 

위무선에게 뭐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으면서 일단 다가가고 싶었음. 
뭐라 말을 하려는데 혀 뿌리 안쪽이 뻣뻣해지면서 심장이 쿵, 쿵, 하고 느리게 뛰기 시작함.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대로 흩날리듯 미끄러져서 냉천 안으로 빠졌겠지. 

위무선이 혼비백산하여 망기를 받아주긴 했지만 안아 들었을 땐 이미 하얀 얼굴에 의식이 끊긴 시점이었음. 


 # 


검은 연기가 한실을 잠시 휘감듯 하였고 남희신은 제 눈 앞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망기가, 망기가..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위무선을 보고 있었음. 품에 늘어진 망기를 보고 남희신도 잠시 눈이 돌아갔지만 맥을 짚어보니 잠이 든 것 뿐이라 침착해짐. 물론 희신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위무선이 진정한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한실에 곱게 눕혀놓고 혼이 빠진 얼굴로 앉아있는 위무선에게 노조께서도 차림새를 좀 다듬으라고 핀잔 주듯 한소리 함. 제대로 입은 것도 없이 그러고 있었던거라서. 멍하게 있던 무선이 다시 새까만 옷으로 환복했을 때쯤 망기 깨어나서 형장이랑 차 한 잔 함. 

다시 들어왔을 때, 마주보고 찻잔을 들고 있는 고소쌍벽을 보고 위무선은 또다시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음. 그에게 한결같이 중요했던 사람과 그때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이후의 일들. 표정이 거의 없는 망기의 도자기 같은 얼굴을 가만히 보다 습관이 된 고통에 다시 멍해졌음.

 # 


남희신이 떠나라고 하지 않았고 위무선도 떠날 수 없었음. 남망기가 괜찮다는 걸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들을때까진 떠날 수 없을 거였음. 그거 택무군도 알고, 위무선도 아니까. 

..노조께서는 제게 하실 말씀이 이제 없습니까? 
저는 고소의 사람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또 어떤 말을 할까요. 남이공자님. 
하면. 제가 노조를 독살하려 했던 얘기는 어떻습니까. 

남망기와 위무선은 무척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그걸 지금도 느끼는거임. 위무선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이렇게까지 직면하려 하진 않음. 다만 뒤에서 어떻게든 무엇이라도 해주기 위해 애쓰고 그것으로 죄책감을 덜고자 하겠지. 망기는 몇번의 생을 살아도 변하지 않았고 그게 너무 좋았음. 

본 노조가 국 한 그릇에 절명할 위인일리가요. 공자께서는 저를 너무 모르십니다. 

바들바들 떨던 망기를 제 품에 안아 숨기던 날을 떠올리고 있었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남망기에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갈한 지금 망기의 모습을 볼때마다 안도하기도 했음. 아무것도 겪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망기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 죽지도 못하는 삶이 되어 고통만으로 연장되고 있는 삶이었으나 가끔 이렇게 망기를 볼 수 있는 것 또한 호사라고 생각함. 

왜.. 그러고도 저를 도우셨는지, 저는.. 
밥값은 해야지요. 

그러면서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음. 과거라면 중의만 걸치고 가슴팍 내놓고 다니는 통에 망기의 노여움을 샀겠지만, 이젠 온몸이 흉터라 보기에 흉해진 탓에 가리기에 급급해짐. 

부엌 문간도 밟을 일 없던 남이공자께서 대접까지 하시며 도와달라고 대접하신거 아닙니까. 거기 뭘 넣었건 밥값은 해야지요. 

이때 망기는 양친을 잃고 거리를 전전했다던 때의 위무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음. 망기도 어릴 적 부모 없이 잠시 난릉에 의탁하였으나 그때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흐렸겠지. 망기는 이상할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는데도. 고소에 오고나서, 수사로서의 수련을 시작하면서 어렸을 적의 기억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음. 소중한 기억이라곤 전혀 없지만 그래도. 
언제부터 이 사람을 그토록 경계하고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음. 남희신의 말처럼, 위무선은 늘 자신에게 웃는 얼굴이었고 알게 모르게 고소의 어려운 일들을 수도 없이 도와줬는데.. 물론 말로 전해 들은 건 아니고 정황을 조금 계산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었음. 

그럼 차 한잔.. 
...
차 한잔 올리겠습니다. 

휙 돌아서면서 망기는 혹 그가 따라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위무선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는거였음. 멍하게 따라가니 정말 찻잎을 꺼내고 물을 끓여 차를 우려 내였음. 위무선은 딱히 차를 즐기지 않으나 이 전의 생에서도 망기는 다도를 즐겼던터라 다시 과거의 일을 떠올림. 언제였나. 야렵하던 중이었나. 객잔에 오른 망기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잔뜩 챙겨주었고 식사 이후 조용히 차를 우려 마시라며 제 앞에 놓아두었는데. 재잘거리느라 몰랐지만 차가 식었는지 망기가 새로 따라 주려는걸 한번에 마시고 맛있다 남잠~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었지. 그때 망기는 아주 조그맣게 미소 지었음. 
그때 망기는 행복했던거임. 한번도 말하지 못한 감정을 품에 넣고 제가 따라주는 차한잔에 대충 웃어주는 그 남자가 뭐가 그리좋았다고. 그거 하나에 마음이 따듯해질 정도로 소담하게 미소지었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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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75a08] - 2023/03/20 18:36

ㅠㅠㅠㅠㅠㅠㅠㅠ 절절하게 후회하는 무선이 가슴아프고ㅠㅠㅠㅠㅠㅠㅠ 차한잔에 웃어주는 무선이에게 행복해하던 과거의 망기도 아프고 그랬던 망기가 겪은 일은 다시 복습도 못할 만큼 아프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태어나 아무것도 겪지 않은 망기 소듕하고 지켜주고 싶으니 전생 기억 못했으면 좋겠는데, 또 한 편으로는 그렇게 사랑했던 무선이에 대한 감정 떠올렸으면 좋겠기도 하고ㅠㅠㅠ 마음이 계속 갈팡질팡한다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 내가 많이 기다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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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ac255] - 2023/03/20 21:58

센세 ㅠㅠㅠ 무선이 납작 엎드려 마땅하지만 포기 못할거면서 자꾸 망기 놓고 어딜 가겠단게야 ㅠㅠㅠ 망기 저승 동무까지 해 ㅠㅠㅠㅠ 이번생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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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f78a] - 2023/03/21 01:20

돌이킬 수 없고 지금 망기는 망기지만 망기가 아닌 느낌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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