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모란망기로 망기를 잃은 후 위무선 8
무선망기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연재순은 과거/현재 번갈아서 나오는 형식
모 1 2 3 - 망 1 2 - 모 4 -망 3 - 모 5 - 망 - 4 5 6 7 8 9 10 11 - 모 6 - 망 12 13 - 모 7 - 망 14 - 모 8
고소는 재밌어요. 토끼도 있고..
남계인은 다시 모란이 때문에 가규를 몇개 못본척함. 그래. 사람이 가규보다 중요하지. 이릉의 귀빈인데 함부로 대접해서는 안되지. 연륜이 있어 앉은 자리에서 수십개의 변명도 만들어 낼 수 있는게 남계인이었음. 숙부가 이렇게 다시 태어난 듯 구는 것을 희신이 흥미롭게 보고, 남계인은 단지 작은 토끼를 소중하게 쓰다듬으면서 너무 귀엽다고 눈을 반짝이는 백모란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음. 표정, 하는 행동이 너무 달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모란과 망기의 얼굴이 닮았다는 얘기를 안함. 언듯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사추가 한 번 언급한게 전부였을거임. 단지 희신만 넌지시 잠이를 닮았습니다. 하고 남계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을 뿐임. 신기한게, 둘 눈에는 거의 망기의 현신으로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 닮았나? 하는 식으로 받아들임.
이 시점에서 남계인과 남희신은 고소에 당신들 스스로를 감금하고 사는 사람들이었음. 모란이 고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차라리 담담하게 대응하던 남망기에 대한 그리움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자극하는 존재가 됐단 말임. 두 사람 전부 자신의 감정이나 그리움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만들었음.
영랑, 처소로 몇 마리 데려가는 건 어떻습니까.
무릇 비롯된 곳에 머물러야 좋은 법이니, 영랑이 부지런히 오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남계인이 체면을 차릴 마지막 선까지 넘어버렸다면, 아니 이렇게 영특할 수 있나! 하고 과장을 떨며 칭찬했을지도 몰랐음. 사실 맞는 말이었고 또랑또랑하게 말하는 모란의 얼굴이 얼마나 올곧았는지. 남계인은 또 전혀 다른 표정을 하는 모란에게서 망기를 보고 있었음. 이미 떠난 사람을 산사람 얼굴에 씌우는 게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기 쉽지 않았지. 이릉 노조의 편을 드는 바람에 모질게 처벌을 받고 벽면수련이라는 미명하게 갇혀있던 고소의 함광군을 마지막으로 보낸 게 하필 그날이었음. 혈우가 쏟아지던 밤. 고소의 수행자들이 공중에 매달려있던 밤. 당시 이릉 노조와 명문 세가들의 갈등이 극에 달했고 누구도 위무선의 입장에서는 말하려 들지 않았음.
따지고 보면, 온씨가 사라지고 난 후 수선스러운 분위기를 정돈하기 위해 공공의 적이 필요했고 그게 그 젊은 문주 위무선이었을 뿐. 남계인처럼 고지식한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었음. 피투성이가 된 망기를 감금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마지막이었으니, 남계인의 마음에 한으로 남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음.
..이릉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는 가. 영랑.
이릉엔 토끼가 없어요.
남계인이 허탈하게 웃음. 희신은 이런 숙부의 모습이 낯설어 짐짓 당황하지만, 적어도 그 마음만은 이해하고 있었을거임.
그러나 이릉에 토끼가 없어도 이릉이 더 좋습니까?
희신이 그렇게 물어보니 웃으면서 망설임 없이 고개 끄덕임. 그거만 봐도 위무선이 어지간히 잘해주고 있구나 싶겠지. 위무선이 사랑에 빠지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한 마음 반, 그리고 백모란이 거기서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궁금한 마음 반이었을거임. 망기도 아마 저렇게 웃지 않았을까. 좋아하지 않았을까 둘은 생각했음. 내단 수련은 잘 되고 있고, 모란이 기질이 뛰어나 금방금방 배우고 있을 듯. 다만 몸이 약한 편이라 망기처럼 근거리 전투에서 뛰어난 몸빵캐는 아닐 거임.
평안하게 잘 지냅니다.
단순한 인사에 불과한 단어였지만, 그 말에 남계인도 희신도 잠깐 말을 잇지 못했음. 물론 모란이는 영문 모르고 귀여운 토끼들 둥가둥가하면서 놀았지.
남사부, 이제 일과가..
남계인도 여기서 모란이랑 잠시 더 시간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사부인 탓에 희신보다 바빴음. 종주는 연말연시 혹은 연회같은 것이 있을 때 바쁘니까. 남계인은 첫째 조카가 아무래도 백모란과 둘이 시간 보내려는 거 같아서 못마땅하게 쳐다본 뒤 운심부지처로 돌아감.
영랑, 마음 쓰이는 일이 있어요? 하면서 희신은 바위 위에 앉고 모란은 그냥 풀 위에 앉았음. 옅은 색 옷을 입은 모란은 정말로 꽃같겠지. 오늘도 잘 웃고는 있었지만 희신이 보기엔 뭔가 신경쓰이는 게 있어 보였던 거임. 그런 부분은 정말로 망기와 닮았겠지. 미묘한 표정 차이, 아주 살짝 구겨진 미간 같은 것들.
택무군과 남사부는 이곳에 오래계셨으니, 분명히 부군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그렇죠? 하고 품에 안은 토끼를 천천히 쓰다듬는 거. 이게, 물으면 아마 대답하겠지만 모란은 오히려 무선에게 물을 수가 없었음. 위무선의 마음이 진심인 걸 본인이 아는데 어떻게 물어봐. 게다가 무선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미 간 곳이 없음. 고소 남씨인 것도 알았고, 아마 희신과 남계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도 알았음. 아마 혈연관계였을 거임. 사람들이 수근대는 것도 들었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긴 했지. 다만 그게 이릉 노조 위무선이 마도를 수양해 얼굴이 흉악해졌다는 거 만큼이나 쓸모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
제 동생 얘기가 궁금했던거군요. 택무군이 그렇게 말하니, 모란이 짐짓 놀란 얼굴을 했음. 관계가 있을거라고 생각한 정도였지 친동생이었을줄이야. 잠깐 조용하던 모란이 희신을 똑바로 쳐다봄. 마치 과거의 그 사람의 흔적을 찾겠다는 듯이. 혹시 불안하냐고 물어보니 모란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음. 그냥 궁금한거라고 함.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거니까.
희신이 모란, 어떤 얘기가 듣고 싶어요? 하고 아이한테 말하듯이 하며 저도 모르게 본명 부르는데 모란이는 크게 개의치 않을 듯. 살짝 입술을 열었다가 에휴. 하고 한숨 쉬면서 닫는거. 사실 묻고 싶은 말은 없음. 세상이 요란하게 사랑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무선은 아직 모란에게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고. 이건 아마 계속 안고가야 할 문제라서 가끔 인지할때마다 속이 쓰린 거였음.
부군은 다정하니까 아마 그 분에게도 무척 잘했을거에요.
희신은 여기서 양심도 없이 위로를 받아버림. 물론 그냥 말 뿐이지만, 남잠이 평안하다는 그말 정말이었을거라고. 가벼운 구석이 있긴하지만 위무선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었던 적은 또 없지.
생각해보니 영랑이 어리석었네요. 좋은 분은 오래전에 떠나셨고, 그때의 정과 지금을 정을 비교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데. 모란이 성격이 좋은게, 그렇게 생각했으면 그렇게 믿는 사람이라는 거임. 하. 하고 짧게 한숨쉬더니 시원하게 미소지음. 누구에게 더 잘해준 건 의미가 없을 거예요. 어쨌거나 부군은 저한테 세상에서 제일 잘해준 사람이니까.
가만히 쳐다보던 희신이 영랑, 아명이 있습니까? 하고 물어봄. 백모란은 또 네. 작고 하얀 배추요. 백채. 소백채. 하는데 희신이 소리내서 웃어버림. 본명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해주는데 모란이 기분좋게 웃음.
이제 돌아가요. 저 여기서 가규 어기는 거 알고 있거든요, 종주님. 그러면서 사뿐사뿐 걸어감. 바람이 좀 불어서 나뭇잎새가 정신없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림. 새가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 같기도 했음. 가만히 걷던 백모란이 등을 돌린채로 물어봄. 남잠. 맞아요? 희신은 이유없이 조금 슬퍼졌음. 다신 누군가에게 들을 수 없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렇구나. 그게 그 사람 이름이었구나. 난장성에 종주님을 닮은 그림이 수십장이 있어요.
모란은 자기 얼굴이 닮았다는 생각을 못하는 듯 했고, 희신은 일깨우고 싶지 않았음.
이릉에는.. 주인없는 책이 많아요. 난장성 문주님께서는 책도 읽지 않으시면서, 오래된 책과 어느 귀퉁이마다 반드시 누군가가 아정한 얼굴로 머물고 있어요. 그러면서 앞만 보고 걸어가는거지. 원망스러워요? 하고 같이 걸으며 물으니, 부군께서는 다정하시고 남가의 어느분께서 제게 뭘 잘못했다고 제가 그러겠어요. 웃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마지막엔 훌쩍이고 있었음. 희신은 아무말도 해줄 수 없었음.
남망기는 희신에게도 무선에게도 영원한 과거라 잊을 수 있는 건 아니었음. 눈 앞의 모란은 사랑스럽고 다정했지만, 어쨌거나 망기가 아니었음.
백채, 고금 연주는 할 줄 압니까? 살짝 눈물 맺힌 얼굴로 돌아봤을 때 희신은 자상한 얼굴로 웃고 있었음. 가볍게 고개를 저으니 이내 알게 될겁니다 하며 좋게 웃어주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 고개를 끄덕임.
모란이는 무선이를 너무 좋아하고 곤란하게 하기 싫으니까 한번도 대놓고 묻거나 기분 나빠한 적 없지만, 왠지 백모란 생각에 남망기는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음. 늘 거기 있고 사실 아직도 거기 있는 거 같음.
희신은 모란을 재워놓고 나오는 무선과 마주침. 오늘은 백모란이 조금 무리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던 탓에 둘 다 색사의 재미는 보지 않았던 모양이었음. 무선이 조용히 얼러주고, 이후엔 피리까지 불어주는 걸로 봐서 피곤이 극에 달해 못 자는 모란이 재워주러 온 거 알겠지. 모란이가 오늘 너무 무리해서 힘들어해서 무선이 달래주고 팔다리 주물러주고, 따듯한 수건으로 닦아주고 기력 보충하라고 단약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다 했음 ㅇㅇ
투정이라고 해봐야 부군, 부군 하면서 매달리는 정도였지 모란이는 아프다는 말도 안했음.
모란이는 좀 피곤했던 것 뿐인데 무선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있어서 남희신이 놀랄 정도였음. 자기도 모르게 백채가 어디 아프기라도 한건지.. 하고 중얼거리듯 물어놓고 백채라고 한거에 대해서 당황함. 무선이 기운 빠진 듯 웃으며 그러게 왜 우리 배추를 데쳐놨습니까? 기력이 다해 곤하게 잠들었습니다 하고 한숨 쉬는 거지. 희신은 모란이 안간힘을 써서 내단을 만들려고 하는 걸 아니까 그냥 고개 저으면서 웃음. 남계인도 모란이를 몰아붙이지 못하고 희신도 그러지 못하니 결국 백모란 스스로 그러는 거였음.
남희신과 위무선은 서로 존중하지만 편하진 않은 관계일거니까. 지금이 아니라면 영원히 묻지 못할 말들이 있는데, 희신이 그걸 알고 무선의 걸음을 붙잡음.
..잠이가 그리된 후 어디에 안치했습니까?
아주 오래된 질문이었음. 아마 난장강 어딘가에 묻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것도 있음. 무선이 그를 사랑하고 아꼈으니 아마 온당한 곳에 묻었겠지만, 아마 죽도록 그리워했으니 이후에도 잘 돌봤겠지만.. 혈육이 어디에 위치했는지 알고 싶은 것도 당연했음. 하지만 무선의 대답이 희신을 놀라게 했겠지.
..남잠은 내내 이곳에 있었습니다.
이곳이라고 하면 고소였음. 자기도 모르게 흠칫한 희신을 보면서 남망기 마음 속에 제가 모르는 곳이 끝내 있어, 이후 돌아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몰래 남가 후손들을 묻어주는 곳에 묻었다함. 야심한 시각에 몰래 무덤을 파는 것이 이릉 노조나 할만한 짓 아니니 택무군께서는 새롭게 놀랄 것도 없습니다. 하고 피식 웃음. 희신도 다른 의미로 아연실색함.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게 될까 싶기도 하고. 동시에 알던대로 미친놈이군 싶기도 하고. 어쩌면 무선은 그날 발각되고 스스로 고초를 겪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희신의 생각이 맞음. ㅇㅇ 차라리 발각되어 난리가 나고 죽길 바랬으나 그날의 상심은 위무선 홀로 알고 홀로 견뎌야 했음.
당연히 희신도 무선의 마음은 모름. 그렇게나 사랑했던 남망기가 있었고, 이제 품안에 끼고 도는 백모란이 있었고. 모란이 대놓고 둘 중 누구 더 사랑하는 거 같냐고 물어보면 물론 대답 못할 거임. 양쪽이 지극하고 지금도 모자람이 있어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모란이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싶은 것도 있음. 모란이는 솔직하고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거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라 이런 상황이 쉽지 않을 것 같았음. 하지만 가끔 이렇게 간결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는 것도 있으니까. 사랑이 정말 어쩔 수 없는 거임. 알면서도 죽을 길로 걸어갔던 망기도, 알면서도 무선을 사랑하는 모란도, 놓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살아가야하는 무선도 결국 어쩔 수 없는 거였음.
무선망기 무선모란 망기텀
댓글
애고.... 모란이 망기 신경쓰이는 구나ㅠㅠㅠㅠㅠㅠㅠ 그치ㅠㅠㅠㅠ너무너무 사랑하는 부군에게 옛정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겠어ㅠㅠㅠㅠ 무선이 마음이 진심인 것도 알지만 여전히 망기가 무선이 마음 속에 있는 것도 사실인데ㅠㅠㅠㅠ 그래도 모란이 무선이 행복길만 걸어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