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 이릉노조 위무선과 망기 9
흑무선 위무선으로 복귀함
사건 발생 순서는 무선망기 ---> 무선모란
연재순은
모 1 2 3 - 망 1 2 - 모 4 -망 3 - 모 5 - 망 - 4 5 6 7 8 9
시점 이름 때문에 나눔 원하는대로 읽어도 노상관
위무선은 애초에 남망기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서 난장성이 본인의 근거지임에도 구석구석은 그다지 신경을 안씀. 물론 이릉노조가 딱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단신으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바쁜건 당연했고. 거기다 그런 만큼 온씨 남매를 전적으로 믿었다는 뜻이기도 한데, 망기가 걷다보니 난장성 같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진 정원이 보이는거지. 들어가보니까 사실 정원은 아니고 온정의 약초 재배소였음. 꽃들도 약으로 쓰니까 한 구석에는 꽃이 만발해서 보기에 좋았음. 온통 검고 붉고 회색인 난장성에서 갑자기 이렇게 뭐든 살아있는 것 같은 그림을 보니까 거의 홀리듯이 다가온거.
남공자, 산책나왔어요? 하고 온정이 달려옴. 은연 중 위무선이 너무 망기를 끼고 도니까 온정도 비슷하게 행동함. 망기는 항상 칭송 받았고 강자로 대접 받았는데 유달리 난장성에서는 연약하고 또 소중한 존재로 대해지니까 스스로 좀 어색해할 듯. 아직 새벽이었는데, 사실 깨지 않은 무선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면서도 몰래 빠져나옴. 좀 걷고 싶어서.
위무선이 온정을 무서워하는 건 알았는데, 망기도 이걸 이해하게 됨. 눈 마주치자마자 잘됐다면서 차를 내오겠다고 했는데 보통 차가 아니라 온갖 몸에 도움이 될만한 건 다 우린 거임. 물론 먹고 마시는 것에 투정하지 않는 망기니까 군소리 없이 홀짝거리고 있지만 요즘 하루종일 약만 먹어서 입안이 온통 썼음. 등 뒤로 무선이 걸어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함.
온의원, 그대는 정말 좋은 의원입니다.
..위문주, 당신은 정말 나쁜 환자입니다.
대번에 온정이 인상을 쓰고 에휴.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남. 온정의 결론은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였고 동생과 같은 노선을 걸었음. 뭐냐면 그냥 피하는 거. 둘 중 하나만 있으면 그래도 정상적으로 대화가 가능했지만 둘다 있다면 피하는게 상책이었음. 하책은 곁에 앉아 설득하려 하는 거겠지만 온씨 남매의 삶도 쉽지 않았으니 그럴 기력도 없음.
그.. 이거 얼마전에 장에서 사온건데. 내가 보니까 괜찮더라고. 네가 담백한 맛을 좋아하니까..
화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화는 안내고 주섬주섬 뭘 꺼내서 입에 손가락 보다 조금 큰 과자를 물려줌. 이거 주려고 찾아다녔다는 거 알고 망기도 조금 웃었음. 애도 아니고 간식 나눠준다고 찾아다녔다는 게 재밌으니까. 그 이릉노조가. 살짝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안그래도 입안이 너무 썼는데 먹으니 좋았음. 전형적으로 의사말 잘듣는 대상군에 속하는 망기인지라, 싫으면서도 약 남은 거 마저 마시니까 무선이 입가 닦아줌.
이러니 온정이 너를 좋아하지.
일어나다가 망기가 비틀거렸는데, 무선의 옷을 밟아서 그런 거였음. 근데 무선이 이쯤에서 망기 한정 바보라 애가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온정을 부르려고 하는거. 결국 망기가 손으로 입 막음. 네 옷 밟아서 그래, 하고 속삭이면서. 딱 붙어서 여긴 온정의 정원인데, 오면 뭔지 모를 약초며 이상한 약을 먹여대니 자긴 잘 안온다고 함. 피식 웃으면서 위영, 철없는 건 여전하네 하고 중얼거리는거지. 망기가 이러면 심장이 뛰어서 견딜수가 없음. 다 망가진것처럼 굴다가도 과거로 돌아가고. 그게 너무 좋아서 숨이 막힐 지경임. 망기가 여러말 하지 않는 거 보니 아무래도 여기가 마음에 든 것 같았음.
어차피 무선은 온정에게 난장강의 부지는 다 알아서 쓰라고 줬고, 여전히 발견되는 이름없는 시체나 원귀들은 알아서 거두어서 난장강 가장 북쪽에 무덤을 꾸려 놓았으니 뭐 이래저래 쓸 수는 있는 땅이었겠지. 난장성은 시체의 산이라고 불리지만. 맑고 청아한 망기가 이렇게 앉아있으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거. 선녀가 와서 앉아있는데 이곳이 과연 남들 말하는 그런 지옥도일까..
사실 대화 상대로 따지고 보자면 온정에게는 함광군이 나았음. 위무선과는 이제 좋은 지기가 되었지만, 습관적인 농담과 매사를 가볍게 취급하는 부분들이 굳이 잘 맞는 건 아니었기 때문. 게다가 요즘 망기에게만 다시 예전의 어린애처럼 구는거지 이릉노조는 이릉노조임. 문주도 아주 젊은 새문파인데다가 마도를 수양하는 곳이니 약한 모습 보이면 문파의 힘없는 사람들, 식솔들까지 위험해지니 위무선은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음.
해서 오늘은 대담하게도 난장강을 토벌하겠다고 쳐들어왔다가 산 입구에서 흉시들에게 쳐발려 죽기 직전인 사람들 얘기를 하고 있던단 말임. 망기가 듣자마자 그 사람들 보내줘, 이거 한마디 했음. 평소라면 죽고 나서 그 시체까지 흉시로 만들어서 근거지로 돌려보냈겠지만 눈 동그랗게 뜨고 있던 무선이 어. 하더니 그 자리에서 주술을 풀어 그들을 도망치게 해준 거. 그러더니 망기 쳐다보면서 네가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준거야. 하고 굳이 확인 받듯이 말함.
온정이 만약 그 결정에 반대했다면 모르겠지만, 흉시들이 얼마나 흉악하고 강한지 그들이 봤고, 또 적잖이 고생하고 도망쳤으니 차라리 나쁠게 없었음. 무선이 그렇게 말했을 때 함광군의 표정은 미묘했지만.. 뭐 온정이 둘 사이를 어떻게 예상하겠음. 생각만해도 머리아프겠지.
일을 정리해서 무선이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망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이도저도 못함. 영명한 문주가 어째서 진흙을 바위로 쓰냐며, 부적과 주술을 써서 음기와 악기를 막아두고 돌아오면 되지 않겠냐고 함.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가 옆에 있을테니 걱정말라고 하고. 망기는 당연히 자기 때문에 무선이 이릉의 사람들을 다치게 두게 하진 않음.
망기는 심심하면 의학 서적을 읽었고 이런저런 견해를 주고 받는데, 일전에 의술을 수양하지 않았음에도 지식이 많이 온정에게 꽤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을 거임. 약인 셈치고 먹으라고 간식도 접시에 올려다 줬음. 무선은 망기가 안 먹고 남기면 자기가 먹는데, 온정은 무조건 다 먹으라고 시킬 듯. 남망기 너무 말라서 약발이 잘 안받는다는게 그녀의 논리였음. 망기는 사람이 참 곧아서 신뢰하는 사람이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잠. 여기서 온정은 직업병이 도져서 말 잘듣는 환자인 망기가 직업적으로도 마음에 듦.
왠지 해야 할 말 같아서 한번 하겠지. 사실 그들은 죽었어야 했는데, 정말 함광군이 오늘 사람 여럿 살렸다고. 그러다가 아니지, 그간 사람 여럿 살렸다고 조용히 웃는 거. 마지막으로 무선이 망기를 취했을 때 생각하면 그때도 시체가 쌓여 있었으니 당연히 공감을 못함.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건 아닐 거라고 함. 온정은 신선할 때 먹어야 하는 약재들을 깎고 있었음. 그거 다 먹고 또 뭔갈 먹어야 한다는 걸 까맣게 모르는 망기가 얌전히 차를 홀짝거리는 동안 작은 칼로 약초를 손질하며 한숨을 쉼.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마도의 원기를 억눌렀죠. 내가 진상을 몰랐더라면, 위무선이 정말 그 어마어마한 사마외도의 위력을 참아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건 참은 건 함광군이었으니 당연히 내가 이렇게 말할 수 밖에요.
어리둥절해서 빤히 보는데, 온정은 이제 좀 이 사람 표정을 읽기 시작함. 남들은 냉정하고 표정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말그대로 아정한 사람이라 감정 표현의 폭이 너무 좁은 거였음.
마기라거나, 악기라거나, 혹은 심마라거나 그런 말들 다 같은 거잖아요. 그는 약점을 심장에 품고 있었고 거긴 단지 한 사람이 있었으니 함광군의 고생은 남들이 모르는거죠.
온정은 말해놓고도 고작 고생이라고 표현하는게 미안했음. 내가 일없이 위문주에게 그렇게 많은 약을 먹이겠어요? 이게 얼마나 귀한건데. 천금을 주고도 못삽니다. 문주는 그게 내 취미인 줄 알지만.. 어쨌거나 의원은 사람을 살려야 하니 방법이 있나. 그만한 저주가 몸을 찢고 나왔으면 천하의 이릉 노조도 몸이 상합니다. 하고 넌지시 몇마디 더 얹어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대해졌는데 그걸 그냥.. 그렇게 말해도 되나 싶고. 온정 생각에는 그래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남망기가 아는진 모르겠지만 또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유없이 그렇게 험하게 굴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했음. 어쩌면 그냥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단지 그 핑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더 길게 말하기 전에, 망기가 뭔가를 더 묻기도 전에 위무선이 돌아와서 망기부터 찾음. 얼굴 괜찮은 거보고, 온정이 또 약초 다듬는 거 보고 한숨 쉬면서 다가오는거지. 제일 먼저 하는게 망기가 다 먹기 싫어서 괜히 손에 쥐고 있던 간식 손목 채로 잡아서 대신 먹어주는 거였음. 표정만 봐도 곤혹스러운거 알아서 그런거임. 이거 망기 입맛에는 너무 달겠네 생각하면서. 아무 표정 없이 빤히 쳐다보는 망기에게 왜 그러냐고 물으려는데 온정이 씩 웃으면서 두 사람 몫의 생약초를 내밈. 위무선이 질색하는데 망기가 손목 턱, 하고 잡으면서 먹어. 한마디함.
이번인 위무선이 고분고분 함광군 말을 들었음. 온정은 역시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서 뿌듯해하겠지.
이제 망기가 점점 몸이 약해진다는 건 거의 쓰러지듯 잠든다는 점에서 알 수 었음. 해시가 아니더라도 일찍 잠들었고, 습관이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더라도 다시 스르륵 잠들곤 함. 그러면 그런 망기를 조심스럽게 안아다가 다시 눕히거나 아니면 아예 안고 있거나 함. 일각도 되기 전에 깨는 경우도 있어서 낮엔 그냥 몸을 침상 삼아 내어주고. 망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보이면 무선은 당장 달려가 온정을 찾았음. 온정은 이제 예상 했다는 듯이 다가오고.
잠든 망기를 곱게 눕혀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위무선은 자기 내단을 줄 수 없다는 걸 한스러워 하는 거임. 그냥 한스러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눈가가 붉어져서 간신히 눈물을 참음. 어떻게 해줄 수가 없음. 팔다리를 잘라달라면 그래줄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음. 이릉 노조가 그렇게 강하다는데 아무것도 못함.
남망기가 떠난다는 생각은 의식적으로 안하고 있었던 거라. 감당이 안되니까, 차라리 생각하지 않고 그냥 눈 앞의 망기에게 집중했지만 그게 어디 쉬울리가 있나. 이렇게 무너지는 순간이 있는 게 맞는거지. 당연히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지. 주절주절 같은 얘기에 도돌이표 찍고 중얼거리다가 무너짐. 온정의 손을 잡고 내가 죽어도 되니까 망기를 살려달라고 한게 당연했음. 이제 내단도 없는 위무선을 두번 죽여도 남망기를 어찌할 수 없겠지만.. 그리고 망기가 깨서 조용히 다가옴. 온정도 해줄 말이 없어서 말없이 나가버리고.
한숨만 쉬는 무선의 어깨를 꽉 쥔 망기가 싫어, 하고 거절함. 정확히는 무선을 안고 매달리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지도 않았음. 눈물 닦아주려는 무선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매달려서 그 손가락에 입술을 기댄채로 말했음.
나 너무 지쳤어 위영.
거기다 망기는 누가 내단을 꺼내준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상태조차도 아닌데. 무선은 본인도 울면서도 망기가 더 중요해서 어떻게든 달래려고 하는데 소용 없었음. 가만히 바라보던 망기가 몸을 당겨 입을 맞춤. 무선이 조금 당황해서 멈칫하니까 꽉 붙잡고 놔주지 않고. 입술도 눈물에 다 젖어서 미끌거릴 정도였겠지. 무선이는 계속 망기 눈물만 닦아줌. 뭐가 어떻든, 이렇게 괴로워하고 눈물 흘리는 거 보고 싶지 않았음. 아니 그냥 더 볼 수가 없었지. 망기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무선의 손을 밀어낸 망기가 떨어지는게 아니라 아예 품에 파고 들어왔음. 가느다란 허리를 꽉 안고 있으면 적어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는거지. 살짝 고개를 떼어낸 망기가 다시 입 맞췄음. 뺨에 닿고, 입술에 닿았고. 마음이 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것 같은데 와중에 부드럽게 닿는 입술이 좋았음.
항상 이렇게 망기는 가진 전부를 다 줌.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도 이렇게.
날 살리려고 하지마. 대신 믿을게.
네가 나 사랑한다는 말. 내가 믿을게.
그게 망기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텐데. 비겁하게도 무선은 안도했음. 남망기는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까. 무선이 달보다 창백한 망기 뺨을 감쌀 때, 망기는 조용히 웃으면서 그 손바닥에 뺨을 기댔음.
그래도 살아, 위영.
무슨 말을 하려고 달싹이는 입을 막은 건 망기의 입술이었겠지. 살짝 겹쳐진 게 전부인데 그 가느다란 온기를 놓치기 싫어서 조용해질 수 밖에 없고. 닿는 순간 염치 없이 황홀해지고, 잠깐 눈멀었던 감정이 아프게 파고듦.
나는 이제 그럴 수 없으니까, 위영이 살아줘.
아마 망기의 모든 다정함과 헌신을 뒤로 놓고 보자면 이게 유일한 저주였을지도 모름. 이 때문에 무선은 함부로 죽을 수 없었고, 망기가 허락하지 않은 삶을 떠날 수도 없었음.
무선망기 이릉함광 망기텀 후회탑
댓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러지는 망기가 너무 안타깝고 이제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무선이도 안타깝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말을 아니까 너무너무 맴찢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자기 대신 살아달라는 말 너무 맴찢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