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 이릉노조 흑무선과 망기 6
시간순서로 흐름은 그냥 무선망기-무선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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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이름 때문에 나눴지만 원하는대로 읽어도 무방
위무선은 그리 빨리 잠들지 못했음. 망기가 숨을 제대로 못쉬어서.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름. 간헐적으로 숨이 끊겨서 안아 올렸더니 그때부터 숨을 쉬어서, 반쯤 안고 있느라 전혀 못잠. 심장 뛰는 소리를 듣고서야 좀 진정함. 이때도 여전히 지독히 머리가 아팠는데 지금 그거 신경쓸때가 아니었음. 손발이 너무 차가워서 잡히는대로 자기 옷 입혀주고, 이불 끌어 당겨서 몸에 덮어주니까 그제서야 좀 잠잠히 잠이 든 거. 조심조심 옆에 다시 눕히는데 새근거리는 숨소리 내면서 잘 자길래 그때부터 마음 놓고 잠. 긴장해서 못자다가 날카로운 파열음에 깨겠지.
망기는 자다가 목이 너무 말라서 깼는데, 이상할 정도로 눈 앞이 너무 뿌옇게 보여서 잘 못봤음. 거기다 다리는 후들거려서 걸을 수가 없었고. 간신히 찻잔을 집어 들었는데 주전자를 떨어뜨려서 산산조각이 난거. 다른거보다 무선이 화낼까봐, 그게 무서워서 덜덜 떨다가 그 위로 지나가서 깨진 조각을 밟아버림. 무선이 새벽부터 무슨 난리야 함광군, 하고 낮게 부르는데 웃음 섞인 목소리가 무서워서, 또 본인 통증에 둔감한 망기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아파서 그대로 쓰러지고 덕분에 손도 다치게 됨.
지금 무선이 화가나서 일어난 건 맞았음. 품에 넣어놓고 잠들었는데 혼자 깬 망기가 돌아다니는게 마음에 안 들었고. 이상한 점은 자기쪽으로 초점을 못 맞추는거지.
위영..
망기가 그렇게 부른게 오랜만인 거 같음. 멍하게 서있는데 두통이 너무 심해서 이명이 들릴 지경인데도 망기 목소리만 제대로 들림. 위영.. 위영.. 정신 나간것처럼 이름만 계속 반복해서 부름. 그러면서 흐느끼다가 나중엔 애처럼 우는 거. 위영, 나 너무 아파. 위영.. 아파.. 그 우는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다시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은데 동시에 상처난 손발에서 흐르는 피가 보여서 속이 탐. 천천히 다가가니까 흠칫 놀라는데 감싸서 안아주니까 망기도 안겨서 매달림. 이때 무선의 몸 안쪽이 마치 구겨졌다 펴지는 것처럼 이상한 감각이 드는데 무시하고 망기 들어 올려서 등잔 있는 쪽으로 감. 손에서도 피가 많이 나는데 그냥 베인거고, 일단 지혈만 해놓고 발 보니 발에는 깨진 그릇이 꽤 크게 박혀있는데 이걸 망기가 손을 못 대게함. 빼고 지혈해주려는데 이러지 말라고 덜덜 떨어서 이도저도 못하게 됨. 결국 발목만 꽉 잡고 전서구처럼 검은 연기 날려서 온정을 부르겠지.
온정이 금방 온다고 하니까 망기가 당황함. 안돼, 지금..하고 자기 몸 더듬는데 뭘 입고 있는지 잘 모르는 거 같음. 이제서야 얘가 눈이 지금 이상하구나 싶어서 얇은 이불보 걷어다가 망기 몸에 감싸줌. 이제 괜찮지. 응? 괜찮아. 괜찮아 남잠. 하고 안아주는데 조금 진정함. 눈물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는데 머잖아 온정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니까 소매로 얼굴 급하게 닦아 내림. 아직 함광군 자존심이 남아있긴 한 거구나 싶어서 안도하기도 하고, 마음이 쓰라리기도 함.
둘이 침상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온정이 모르지 않지만, 그런 일은 제쳐두고 남공자, 잠시 아플테니 기다려요. 내 손이 닿는 건 알죠? 하는 거. 온정이 보자마자 망기 눈이 이상하는 거 알아 챈 거지. 당장은 출혈이 너무 심해서 발부터 봐주는데 깨진 조각이 꽤 깊게 박혀서 뽑아 내는 순간 품안에서 망기가 거의 발작하듯 떨었음. 주체를 못할 정도로 몸을 떠는데 무선이 꽉 안아주니까 진정하는 거. 이때 무선도 온정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이명이 심했음. 하나는 시선까지 멍해서 말귀를 못 알아 듣고, 또 하나는 장승처럼 굳어서 제 말을 안듣고 있으니 온정이 당황스럽지. 무선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온정이 좀 놀라는게 흰자에 거미줄처럼 붉은 기가 서려 음산하기 짝이 없었음.
망기를 안은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핏줄이 돋아 있는데, 정작 망기는 통증에 대해서 아무 반응이 없음. 문주. 문주 하고 부르다가 반응이 없으니 위무선, 하고 살짝 어깨를 건드려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는 거. 뭔가 잘못됐다고 감지함.
위무선이 폭주하면 말릴 사람이 없음. 함광군이었다면 모를까. 남망기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상황인지는 온정이 더 잘 알고 있음. 사실 폭주한다면 여기서 가장 다칠 사람은 위무선 품안에 있는거.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날 정도로 잠시 조용한 가운데, 망기가 이불에 싸여있던 손 빼내서 무선의 목덜미 쪽 옷깃을 쥠. 위영.. 하고 한번 더 부름. 대강 먼저 지혈해놨던 손에서 피가 쏟아지듯 흘러 위영의 가슴팍을 다 적시고 있었음. 나 너무 아파 위영.. 하고 파고 들어 안기는데 이때 위무선이 코와 입에서 피를 뿜음. 온정이 다가갔을 때 눈가에서도 피가 주륵 흘렀는데, 이게 이미 까맣게 죽어 고인 피라 끈적하게 흘러나오는 거지.
무선은 모든 방향에서 원기를 잘 통제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남망기였음. 유일하게 위무선이 스스로를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로 흔들리는 대상이 있었고 거기 파고 들어갔음. 그게 지금 깨져 나온거지.
콜록거리는 소리만 들어 놓고도 괜찮아? 위영? 하고 얼굴 더듬는데, 무선이 그 손 잡아서 나 괜찮아. 온정, 남잠 손 좀 어떻게 해줘. 피가.. 너무 많이 난다 하고 간절하게 쳐다보는 거.
갑자기 뭔가 깨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고 이내 머리가 맑아졌음. 얼굴을 대충 문질러 닦는데 망기가 손을 놓으려고를 안함. 괜찮아? 위영.. 하면서 하얗게 질려서 덜덜 떨면서도 자길 걱정함. 위무선도 울고 싶었음. 자기 뺨 만지는 손이 피에 다 젖어서 길게 핏자국을 남기는데 누굴 걱정해.. 온정이 지혈했지만 부족했는지 발을 감싼 천도 젖어가는 걸 보면서 남잠, 아직 피 많이나. 응? 하고 달래서 다시 앉혀놓음. 온정이 손 다친거 봐주는 동안 무선은 발쪽에 천 한번 더 감아서 감쌈. 망기가 밟고 섰던 조각이 너무 커서 차마 쳐다도 못보겠는 거. 얼마나 아팠을까 상상도 못하겠고.
자기 옷까지 찢어서 발 감싸주면서 보는데, 하얗고 마른 다리에 긁힌 자국이랑 멍자국이 좀 남았음. 그것도 다 위무선이 그런거니까. 아무말 못하고 바라보다가 가만히 발등에 입 맞춤. 망기가 너무 불안해 해서 다시 안아주는데 이미 맥이 다 풀려서 거의 정신이 없음. 온정이 무선도 좀 진맥 하려고 함. 물론 무선은 망기가 급하다고 눈짓으로 거절하고. 눈은 왜 그러냐 하니 심맥이 다쳐서 시야가 흐린 거라 약먹으면 된다고 함. 그럼 염치불구하고 약 좀 부탁한다고 하니까 온정이 허탈하게 웃으면서 나를 아주 약탕기로 쓰시는 군 하고 약준비 하러 가는데 무선이 그 쯤에서 같이 쓰러지는 거지. 아주 쌍으로 ㅅㅂ.. 온의원 욕나오는 건 어쩔 수 없음.
이릉 문짝 두개가 나란히 쓰러졌는데 온정이 혼자 어떡함? 온녕 불러서 대강 같이 눕혀줌. 무선이 정신을 잃었지만 한사코 옷자락을 쥐고 놓지 않았고, 겨우 위영의 속의만 걸친 망기가 알몸이 될 순 없었으니 그러고 있었음. 온정만 바쁜 새벽이었음.
해뜨고 정신 차린 무선은 망기부터 챙겼을거임. 쉬는게 중요하니까 자는 사람 깨울 수 없었다고, 망기 깨면 약 먹이라고 하며 위무선 입안에는 쓰디쓴 단약 구겨 넣고 나갈거임. 온정도 새벽부터 식겁하고 잠 못자서 힘들었음. 내내 품에 안고 있던 망기를 이제 제대로 보는데, 이 난리를 쳐놓고 하얗고 예쁜 남망기 보면서 넋놓게 되는 거지.. 왜냐면 위무선 속의는 붉은 색이니까. 망기가 붉은색 옷 입을 일이 뭐가 있었음. 자기 피에 젖었을 때나 조금 있었지.
가느다란 숨소리 내면서 잠든 거 보고, 숨 쉬는 거 따라서 시선을 천천히 움직이다가 멍해짐. 네가 혼례의 좋은 옷을 입었다면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함.
당장의 치료는 했지만, 온정과 무선이 망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금방이었음. 이상할 정도로 나른해하는 망기를 안고, 필연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온정에게 다시 진맥해 달라고 부탁했음.
눈 앞도 제대로 보이고 정신 좀 말끔하게 차린 망기는 예전처럼 무선에게 고분고분 했는데, 위무선이 달라진 바람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림. 더이상 망기에게 요구하지도 않고 해치려 들지도 않고. 발을 좀 다친 거 뿐인데 갑자기 유리처럼 대하기 시작해서 오히려 어색해 하겠지. 자기 품에서 떨어지면 위무선이 너무 불안해 해서 온정이 그냥 그럴 거면 안고 있으라고 해서 덥썩 안겨 있고 여전히 망기둥절 상황이긴 함. 온정이 진맥하다가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나중엔 안절부절 못하다가 눈물까지 고이는 거. 무선이 망기 허리를 끌어당겨서 좀 더 안정적으로 안으니까 이상할 정도로 빨리 뛰는 심장이 느껴짐.
남망기 내단이 망가졌다고 함.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에도 망기의 생은 촛농처럼 녹아가고 있었던거. 온정은 의심만 했고 함부로 꺼낼 수 없었던 얘기를, 무선이 견디지 못할 이야기를 꺼내놓게 됨. 애초에 선도를 수양한 망기를 여기 데려오면 안됐음. 데려왔다면, 그렇게 대해서도 안됐음. 이릉노조의 몸으로 강제로 품는 게 망기의 내단을, 선단 자체를 해치는 일이었음. 뭣보다 망기가 받아들인게 아니니까. 물론 그렇게 안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위무선은 미쳐서 정말 해치려고 들었고 남망기가 버텼을 뿐 적잖이 해쳐졌던 거임. 원흉이 무선이었고. 이거 근데 위무선도 알고 있었음. 남망기정도 되는 수행자를 망칠 수 있는 건 이릉노조 뿐이겠지.
온정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약 구하러 뛰쳐 나가고, 망기는 오히려 담담했음. 아. 어쩐지.. 하고 혼자 중얼거려서 위무선이 소름돋아 했을 정도로.
역설적인 건 남망기를 안팎으로 망친 것도 위무선인데, 더불어 사교의 악기나 음기 같은 걸 자유자재로 억누르고 다룰 수 있는 것도 위무선 밖에 없었음. 그런 위무선이 망기를 끼고 돌았으니, 위무선이라는 존재 자체가 말도 안되는 수준의 진통제였던거지. 몸은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무선으로 인해서 내장이 찢어지는 고통은 겪지 않았음.
원래 시발보다 해감이 취향이라 해감쓰려고 시작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고 변명해봄
무선망기 이릉함광 망기텀
댓글
아니 센세ㅠㅠ 마음 찢어질것같음ㅠㅠ
망기 너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게 넘 슬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