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 이릉노조 흑무선과 망기 8
이릉 어르신 발닦개 전향함
시간순서는 무선망기 -억겁의 세월> 무선모란
연재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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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이름 때문에 나눔 원하는대로 읽어도 노상관
무선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것에 대해서 망기는 아마 죽이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나보다, 로 결론을 내림. 온정이 생각하는 것만큼 망기의 내부가 안온하진 않았지만 포기하고 받아들인지는 꽤 됐으니까. 죽는다는 거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보진 않았음.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고 그런식으로 매일을 세는 것에 익숙했지 언제가 되어 어떻게 끝난다 이런 생각은 잘 하는 성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다 매일매일 무선이 저를 안고 어르고 마치 소중한것처럼 굴고 있어서 나쁘지 않았음. 이미 최악을 겪었다보니, 지금 무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더라도 그의 몸 아래에서 마구잡이로 굴려지고 상처입던 때보다 나았음.
아마 이전의 그런 일이 없었다면 망기가 원하던 모든 게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할수도 있을 것 같았음. 매일 곁에 있어주고, 간절한 것처럼 안아주고 망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위무선. 위영. 위영..
망기는 사실 위영이라고 부르고, 그럼 남잠, 하고 다시 제 이름을 불러 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았음. 그렇게 죽도록 괴롭힐때도 불렀지만 그때랑은 다른 느낌이니까. 남이공자 하고 장난치기도 하고. 상처는 지나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그래서 어디 스치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게 대해주고, 걷거나 손을 움직일 일 없게 곁에서 지켜주는 건 나쁘지 않았음. 물론 이런 일들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보통 새벽에 목이 말라서 깨면, 이제 망기의 생활 방식을 이해한 무선이 눈을 반만 뜨고 일어나서 물 가져다 줌. 손이 있어도 쓸일이 없고 발이 있어도 걸을 일이 없는거지. 입가에 대주고 물마시는 거 확인하고 잔까지 다시 돌려다놓고. 오늘은 좀 다른 점이 무선이 아예 잠이 들지 않았는지 눈이 맑았음. 마침 망기도 잠을 설친터라 빤히 보고 있었지. 요즘 무선은 망기의 아랫쪽에 앉는 걸 좋아함. 예를 들면 망기가 의자에 앉아있더나 하면 바닥에 앉고, 망기가 침상에 앉아있으면 발을 올려놓는 단차가 있는 곳에 앉아있거나. 아마 발에 있는 상처를 신경써서 그런 것 같긴 했지만 묻진 않았음.
굳이 침상의 아래 자리 잡은 무선이, 예상했듯 망기의 발목을 쥐고 그를 올려다봄.
네 상처. 낫질 않네.
그러면서도 혹시나 상처가 아플까봐 함부로 손도 대지 못하는 거지. 종아리만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발목이나 조심스럽게 주물렀음. 정강이를 만지던 손가락 끝에 굳은 살이 생긴 느낌이었음. 늘 검을 쥐고 대련하는 걸 좋아하는 열혈소년이었으니까. 사실 무선은 사소한 상처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음. 천천히 몸을 움직인 무선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바로 눈치 챔. 처음엔 그냥 붙잡고 있던 것 뿐이었는데, 상처에서 욱씬욱씬 오는 고통이 사라져가는 걸 느껴서 그랬음. 단지 고통이 사라진게 아니라 손바닥에 있던 상처가 사라지는 걸 눈으로 봤음. 무선이 처음에 박아놨던 혈주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알고 망기가 버둥거리는데, 무선이 힘으로 눌러 눕히는 거지. 얼마간 힘으로 억누르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시달렸으니까 망기는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림. 조금은 겁에 질린듯한 느낌이었음.
원치않게 망기 놀래켰다는 거 알고, 조심스럽게 안아주면서 어깨를 토닥임. 위무선이 사람 달래는 재수가 없다는 걸 사람들이 모름. 말장난이나 할 줄 알지.
혈주를 다른데 풀진 않을게. 내가 가져가게 해줘.
그러지마, 하고 말하려는데, 천천히 품에서 놓아주며 눈을 마주치는 무선이 울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음. 눈물이 뚝, 뚝 하고 망기의 뺨에 떨어져서. 무선은 마치 더러운게 묻었다는 듯 망기 뺨을 닦아줌.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러게 해줘. 아마 무선은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상관 없을 거였음. 어차피 내단이 망가지고 더이상 수선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형편없었으니까. 굳이 동의를 구하려고 하는 것도 아마 어떤 종류의 선의일거라고 해석하는거지.
이때 망기는 처음으로 이런 종류의 사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봄. 멀쩡하던 무선의 손바닥이 갑자기 찢어졌음. 상처가 그대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망기가 겪었던 거 그대로 자기 몸에 벼락이 내리치듯 상처가 옮겨가는 거. 표정이 변하진 않았지만 무선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지긴 했음.
왜 이렇게까지해?
그런 질문은 망기로서는 당연한 거였음. 무선은 그의 몸이 견지디 못할 일을 얼마든지 해댔으니까. 이것보다 심한 상처가 수도 없이 많았음. 그래서 염치 없다는 거 위무선도 잘 알고 있고.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걸 망기가 움켜 쥐었음. 아팠지만, 그것도 좋았겠지. 남망기가 닿는거니까. 그냥 망기 손이 더러워지는게 싫었음. 망기 몸에 났던 자잘한 상처까지 다 무선에게 옮겨 오는데, 대충 대답하려고 입술을 뗀 순간 날카로운 파편 밟히는 느낌이 남. 생살갗 찢어지는 느낌이 그대로 발부터 머리끝까지 쪼개는 것처럼 느껴졌음. 왜 그렇게 울었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 정말로 고통스러우니까. 결국 꾸며내지도 못하고 내가.. 너 사랑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뱉어버림. 거의 얼어붙은 망기도 아무말 하지 않았고, 황급히 뱉은 진심을 허락이라도 받듯 무선 역시 아무말 할 수 없었지.
거짓말..
툭 뱉어낸 말은 연기처럼 산화하고, 핏기 없는 뺨에 눈물이 주륵 흐름. 그렇지. 당연히 그렇겠지. 당연히 믿을 수 없겠지.. 위무선도 염치없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어떤 말을 하건 변명인거임. 그 이유가 뭐였건 그걸 다 겪은 망기에게 어쩐 종류의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음. 같이 겪은 게 아니라, 남망기 혼자 위무선을 견딘거니까. 망기는 그래도 무선의 상처를 꽉 쥐고 놓지 않았고, 무선도 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음.
옮겨간 상처는 너무 쉽게 나았겠지. 이릉의 문주가, 그깟 상처에 오래 앓을 리가 없으니까. 상처가 낫고서도 당연히 망기 곁을 떠나지 않았음. 아무것도 요구하는 것 없이 식물처럼 지내는 망기 때문에 미칠 노릇이었지만 뭘 할 수 있겠음. 밖에 나갈래? 물어보니 가만히 고개 돌려서 쳐다보는데 시선은 여전히 깊지만 그게 뭘 품었는지는 모르겠음. 가만히 쳐다만봐도 마음이 아려서 곁에가서 살짝 안아봄. 둘 다 말은 안하지만 안고 있으면 망기가 좋아하는 거 은연 중 느끼니까. 그리고 위무선도 망기한테 닿아야 얘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습관처럼 그러는 거. 예전 같으면 함광군, 이 옥같은 공자를 허벅지에 앉혀놓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편하게 앉혀놓고 몸에 기대게 까지 해놔야 직성이 풀림. 손가락 만지작 거리면서 가만히 시간 보내는데 머뭇거리던 망기가 물어봄.
나 몸.. 이제 나았는데. 무선이는 여기서 무슨 말인가 고민하다가 뇌가 정지됨. 망기는 이제 나을 수가 없으니까. 그 얘기만 하면 아득하고 고통스러워짐. 괜찮아지지 않을거니까, 망기는.. 생각 정리하기도 전에 눈 마주치면서 이제는 나랑.. 안.. 하려는거야? 하고 작게 물어봄.
얘가 지금 이런 말을 할 상황인가? 무선은 공포까지 느낌. 왜? 왜 자꾸 이런 말을하지? 그렇게 대해선 안됐던 거고 그렇게 만져서도 안됐음.
그러다 아마 그 사랑한다는 말 전혀 안 믿는거구나 싶어서 힘 좀 빠지고. 물론 어떻게 망기를 원망하거나 탓하겠음.
지금 위무선은 자고싶다고까지 생각이 가지도 않고, 기억이 또렷해서 자주 죽고 싶은데. 남망기에게는 그게 위무선이 자길 여기 굳이 데리고 있었던 이유였기 때문에 궁금한 건 당연할 거임. 어쩐지 다시 품는다고 해도 무선은 더이상 그렇게 함부로 굴지 않을 거 같음. 설령 그렇더라도 이 몸으론 오래 버티지도 못할테니 그렇게 오래 고통스럽지도 않을 거같으니까. 삶의 이유가 없어진 사람은 이렇게 기묘한 방향으로 생각을 움직임. 다행히 위무선도 어떤 방향으로 나사가 빠져 있음.
좋아해. 너무 좋아서, 할수만 있다면 하루에 육백번도 더 하고 싶다. 환장이 들렸지 내가.
당연히 몸을 좋아한다는 말이 아닌데 망기는 혼자 또 그렇게 알아 듣고 있음. 그렇지,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강요했곘지.
위무선도 정상이라면 이렇게 대답 안하겠지만. 정신이 맑아지고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자길 받아낸 남망기와 맺어질 방법이 있었을 거임. 이기려 들지도 않는 망기를 가질 방법이 있었을건데. 허탈하게 웃으면서 망기 손목 만지작 거리는데, 정말로 고민하던 망기가 그러는거지.
..육백번은 안돼.
망기가 살짝 물러나서 경계하는 듯한 얼굴을 했음.
육백번은 정말 안돼.
이미 육백번 넘게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망기가 그러니까 무선은 웃을 수 밖에 없었음. 안아주면서 그러니까. 이 짐승 자극하지 말고.. 마른 몸 안고 다독이겠지. 주려고 했던 마음은 이런 게 아닌데 강제로 쥐어준 건 전부 이런 거였음. 억지로 취하고, 상처내고, 결국 이렇게 됐는데. 그때 무선이 품에서 잠들었던 망기 생각하고 있음. 붉은 옷 입고 하얗게 질려서 잠들었지만 만약 둘이 혼례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면.. 만약에 그랬다면 정말 조심스럽게 안아줬을거라고. 조금 놀라지도 않게, 하얀 살결에 손자국도 하나 남지 않게 안았을거라고 생각함.
무선은 하다하다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됨. 항상 망기가 온녕을 불편해 했는데, 온녕의 존재 자체가 망기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자라온 환경을 전부 반목하기 때문이었음. 그런데 오늘 보니까 둘이 대화하고 있는 거. 망기는 아무렇게나 대들보 반석에 앉아 있고 온녕은 그 옆에 우직하니 서있고. 침실에 자기를 가둬뒀던 망기가 나왔다는 거 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온녕이랑 저렇게 대화까지 하고 있다니. 걱정이 되는 건 아니고 그냥 달려가서 봄. 무슨 얘기해? 하고 일단 겉옷 벗어서 덮어줌. 검은 피풍을 입은 망기의 모습이 또 자기가 기억하던 거랑 달라서 마음이 이상했음.
남공자께서 온씨 일을 걱정하셨습니다. 온녕이 체온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순수한 얼굴로 대답함. 망기가 이런 마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신경썼던 부분이 있는 거임. 온씨 방계들은 죄짓지 않았지만 고난을 겪어야 했으니까. 여기서 위무선은 울고 싶을 정도로 기뻤음. 이전의 함광군 같아서. 어찌되었건 바르고, 항상 선의를 생각하는 그 함광군. 무선이 거처를 마련해주고, 몇몇은 성을 바꾸고 살아서 괜찮았다는 말에 망기가 작게 미소 짓는데 거기 설레서 심장이 너무 뛰는거지. 온녕이 갑자기 자리를 벗어나니까 망기가 귀장군, 하고 붙잡음. 자기가 부리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남망기가 너무 다정하게 부른 거 같아서 무선이는 거기서 또 인상쓰고 있음.
다름이 아니고 누이가 두 분 약 달이느라 피곤하여 제가 돕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같이 달여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곤 정말 쌩하니 가버림. 온의원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임 ㅇㅇ
오랜만에 나왔는데 들어가라고 하기는 그렇고 추워서 안절부절 못하는데, 망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 거지. 위영, 어디 안 좋아? 왜 너까지 약을.. 혹시 혈주 때문이야? 나 이제 괜찮으니까.. 하면서 또 자길 걱정함. 이 사람은 정말 고통을 느끼는 기관이 지쳐서 죽어버렸나 싶어서 한숨 쉬면서 끌어안을 듯. 무선은 말을 못하고, 망기는 듣지 않으니 대화도 통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도 주고 받지 못하니 그저 품에 넣고 안고 있어야 숨통이라도 트임.
네가 이릉의 문주로 너그러웠구나. 나는 그저 비겁하게 고민만 했지.
..고소의 함광군이 비겁해?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서로 안고 얘기하고 있으니 꼭 너무나 은애해서 떨어질 수 없는 연인같았음. 어르는 것처럼 등허리를 쓰다듬으면서 온씨의 이야기나, 그간 금씨, 강씨, 섭씨, 그리고 휘하의 작은 가문들 이야기까지 두런두런 주고 받음. 망기가 정말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거라서. 상처하나 없이 매끈한 손가락 만지작거리면서 마지막으로 피진을 들었던 밤에 대해서 생각함. 수행자들을 허공에 매다는게 아니라 협박해서라도 혼례를 올리자고 했으면 지금보다 나을까 싶음. 물론 협박은 디폴트임. 위무선은 그거 말고는 나은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음. ㅇㅇ
흑의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고소 가문에서 색을 금지하니 아쉽네.
이 사람은 이미 고소 사람이 아니니 뭘 입어도 상관없어.
....
위영이 좋으면 나도 이렇게 입지.
무선이 생각하기에, 애석하게도 위영은 남잠의 심경을 이해할 방법이 전혀 없었음. 망기가 마음을 위무선이 의심할수가 없음. 망기가 살아온 선도의 길이나 그가 평생 믿고 의지했던 신념이 어려웠을 지언정, 그의 사랑을 의심할 수 있는 여지는 주지 않았음. 어떻게 위무선이 사랑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남망기를 탓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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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ㅠㅠㅠ큽흡흡 두 사람의 잔잔한 일상이 백만년 이어지면 좋겠다ㅠㅠㅠ 둘이 꼭 끌어안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체온 주고 하는거 너무 좋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