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모란망기로 망기를 잃은 후 위무선 2
이 모란이를 만나는 거
어느 금손이 모란이랑 고대의상 합짤 좀 쪄주면 좋겠다..
백모란의 삶은 이제 고작 십몇년 남짓이었음. 처음 위무선을 만났을 땐 부잣집 본부인 소생으로 사랑 받았음. 이상한 점은 태어났을 땐 검었던 머리칼이 1년 반에 백금발로 변했다는 건데, 이땐 본부인이 살아 있을때라서 병이 있어서 그런거라고 묻었음. 물론 세간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검게 늘 물들이고 살았지만. 친모는 성격이 강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상황이 어렵게 된 모란이를 잘 보살피고 사랑해줬겠지. 소백채라고 부른 것도 모란이 친모였음. 모란이는 혼인하지 않고 평생 모친과 살아도 괜찮았음. 어느날 이상한 인연으로 만난 위무선을 제외하고 모란이도 사람에 욕심내고 산 적 없음.
그리고 1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지. 그리고 계실로 들어온 새어머니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단 굳이 백모란에게 좋은 사람일 이유가 없었음, 백모란의 상황이 특수했고 그게 나빴음. 모란이 머리칼에 대해서 말이 나왔던 걸 본부인이고 똑똑한 모친이 틀어 막았단 거지. 이런 일은 가만히만 있어도 나쁘게 퍼짐. 재수가 없고, 저주를 받았고, 귀신이 씌였고.. 착하고 온순한 모란이를 음흉하고 속을 모를 사람으로 바꾸는 건 너무 쉬웠음. 집안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모든게 다 모란이 탓이 되기 시작함. 사람이 앓아누워도, 물건이 깨지거나 없어져도, 낡은 경첩이 떨어져도 모두 모란이의 탓이었고 본디도 냉정했던 부친은 모란이 편을 들어주지 않았음. 백가는 원래 모란이의 집이었음. 행복한 기억이 있었고 가족들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그 모든 좋았던 기억들이 산화되고 자기가 가졌던 모든 좋은 것들이 성격을 바꾼거지.
부모는 이제 백모란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경멸하고 멸시했음. 이 사람은 그냥 본부인의 기세에 눌렸던 것 뿐임. 처음부터 모란이가 너무 싫었던 거지. 귀신을 달고 태어났으니 집안의 법당에서 반성하고 기도하라며 가두어두고 굶기기 일쑤였고, 그게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면 매질했음. 모란이는 아마 몇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될거라는 생각을 이미 했음. 이런 삶은 오래 갈 수 없으니까.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무선이 본데로 계절에 맞지도 않게 얇았고 그 옷감 아래 몸은 가시처럼 말라붙어 있었음.
위무선이 백모란을 데리고 백가로 향함. 가주를 청하니, 당연히 누군지도 모를 위무선을 대접하려고 하진 않음. 무선은 이릉노조 위무선이 방문했다고 하면, 말귀를 알아 먹을것인가? 하고 귀신을 부려 사방을 무섭게 만듦. 당연히 모란이도 무서워했는데 모란이는 무선이 불러낸 귀신들과 자기 집안 사람들을 한번 번갈아서 보고 다시 침착해졌음. 얘는 이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워졌으니까. 이때 모란이 무선이의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아직 어리고 작아서 바닥에 조금 끌렸겠지.
삽시간에 기가 질린 가주와 집안 어른들이 모두 달려나왔음. 이릉노조의 얼굴을 모를 뿐이지,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음. 위무선이 모란이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으니, 어설프게 물들였던 검은 머리가 다시 백금발로 돌아갔음. 이때 무선은 모란이 얼굴을 보고 좀 놀람. 이런 머리색으로 본건 처음이니까. 무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게, 예쁘다. 이 말이었음.
예쁘다.
무선은 몰랐지만 백모란은 그 순간 그 한마디에 이미 자기 마음 다 줬음.
백가의 모란이 마음에 드니, 사흘 후 예를 차려 맞이하러 오겠다고 통보함. 당연히 모란이는 단 하루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지만 무선이 생각한 바가 있었음. 모란이를 아주 잘 대해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음산히 쳐다보는데 이미 다들 눈 마주칠 엄두도 못냄. 사람보다 흉시가 말을 더 잘 듣지. 그리고 나는 흉시 만들기를 아주 좋아하고. 그러면서 가주의 어깨를 쥐는데 좋은 날에 모란이가 슬프면, 본 문주가 기쁘지 않겠지? 함.
사흘 뒤에 맞이하러 오마 하고 뺨을 만져주는데 모란이는 무서웠음. 이 집안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할까봐. 하지만 기약 없는 고통이 아니라 꼭 사흘 뒤에 맞이한다니까, 그건 참을 수 있어서 고개를 끄덕임. 이 사흘간 백가 사람들은 적잖이 고통을 받았음. 위무선이 불러낸 귀신들을 거두어가지 않았기 때문임. 신기한 건 백모란 주변에는 귀신이 돌지 않았고, 위무선이 무서웠던 사람들은 백모란에게 더 잘했음. 모란이 곁에 있어야 안전하니까. 가짜 친절이었지만 가문에 남은 잔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됐겠지.
백가 사람들은 정말 귀신으로 인한 흉사를 겪으면서, 자기들이 이게 모두 백모란 때문이라고 재수가 없다고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됨. 그리고 백모란을 동정함. 악신보다도 무섭다는 이릉노조가 맞이한다 했으니, 아마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테니까. 모란의 부친되는 가주는 돈이 많은 집 답게 모란의 혼례를 잘 꾸며줌. 신방을 차리는 것이 아니므로 거대한 혼례마차를 준비하겠지.
사흘 뒤 위무선은 구름 같은 귀신떼를 이끌고 왔는데 백가의 사람들 중 9할은 그 괴이한 모습에 혼절했음. 혼례 마차에 올라있는 백모란을 찾아들어간 무선이 내가 데려가겠다고 말은 했는데.. 네가 아직 어리니까.. 하고 손을 붙잡는 거. 모란이가 고분고분 따르는 얼굴이, 그냥 이런 모양새로 데려가겠다는 자기 의지가 아니라 정말로 시집온다고 생각하는 걸 알았기 때문임.
물론 모란이는 무선이 자길 좋아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는 있었음. 머리 덮개를 벗지 않은 채로 무선을 끌어 안으면서 그래도 좋다고 이제 내 부군이라고 울먹임. 위무선은 그냥 백모란 데려다가 온녕이처럼 키우고 백가에 보복이나 좀 해주려던 거였는데 자기가 잘못했다는 거 지금 알았음.
모란이 상처에 망기 상처를 덧 씌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과거의 망령에 홀렸던 거임. 아직 위무선이 놓지 못한 것들. 사랑하는 사람을 정당하게 데려와 품지 못했고, 상처주고 고통 줬던 거.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혼인해서 붉은 옷을 입혀 데려왔어야 했는데. 다정하게 아껴주며 첫날밤을 보내고 부부의 예로 공경할 수 있었다면 남잠과 위영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생각은 오래전에 망기와 야시장에 갔을때부터 했었음. 그때의 후회는 이상한 방식으로 발목을 잡음. 부군이라고 부르는 모란이를 안아주며 그래. 그러자.. 하고 등을 쓰다듬어줌. 모란이는 굳이 말하자면 망기의 대용품이 아니라 그때 위무선이 해소하지 못한 죄책감의 현신 같은 존재로 느껴짐.
백모란을 안고 돌아왔을 때, 무선은 잠시 망설였지만 망기와 함께 지내던 곳으로 모란을 데려옴. 침상에 앉혀놓고 자기 행색을 사과 하는 거. 혼례 복장이 아니니까. 모란이가 바로 자기 허리띠를 풀러서 하피처럼 무선의 어깨에 걸침. 이러면 돼요. 덮개 사이로 살짝 눈만 마주침. 아주 잠깐 모란의 얼굴이 망기와 닮았다는 걸 다시 인지하지만 동시에 백모란은 남망기가 아니라는 것도 뼈저리게 인지함. 덮개는 벗겨줬지만, 마른 팔목을 만지작 거리며 한때 적을 두었던 집안의 가규에 따르면, 네가 아직 어리다 모란아. 3년을 기다리라 할 순 없었으니 오늘 데려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첫밤을 미룸. 모란이가 어린 건 사실임. 강씨의 몇 안되는 가규도 사실이고.
모란이가 무선이 손을 꽉 잡으면서 저는 이제 문주의 부인이에요.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게 안쓰러워서 안아줌. 그래. 그러자. 그렇게 하자. 동정이나 다름없는 시작이었지만 백모란은 그래도 다시 세상에 의지할 곳이 생겼음. 첫사랑이었고,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었어도 모란이를 구해준 사람임. 위무선은 과거의 망령에 붙잡혀 조각조각 뜯어지는 것 같았지만 망기의 기억을 자꾸 자극해내는 백모란을 외면할 수도 없었음. 위무선이 마지막으로 외면했던 사람이 남망기였음. 자기 고통에 취해서 망기가 어떤 마음으로 곁에 있었는지 어떻게 망가져 갔는지 몰랐으니까.
열다섯 어린 색시 데려왔다는 말에 온정은 우선 그의 양심없음을 지적했지만 내심 신기하고, 안심도 하고, 동시에 불안했음. 망기를 자기 품에서 보내줬을 때 곱게 보내줬던 게 아니었거든. 며칠 내내 이미 숨쉬지 않는 망기를 안고 멍하게 있었으니까. 망기가 오래 아팠잖아. 지금도 아픈 거면 어떡해. 온정,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그렇게 며칠을 붙잡았고 시신이 상하기 전에 겨우겨우 설득해낼 수 있었음. 더이상 대단을 가진 수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으니까. 망기가 처음 울었을 때, 남망기 몸에 남은 모든 흉터가 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무선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는 온정만 알고 있음. 더 잘할 수 있었을거라거나 하는 지나간 얘기는 아무 의미가 없었음.
이후 위무선은 과거 강씨 문중의 비호를 받던 청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굴었지만 온정은 알고 있었음. 매일 같은 고통을 견디는 사람의 얼굴이 어떤지. 그건 한때 망기가 했던 얼굴이고 지금은 위무선의 얼굴 위에 흉터처럼 내려 앉아있었으니까. 때문에 무선이 누군가를 데려왔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던거지.
무선은 모란의 얼굴을 보는 온씨남매의 반응을 걱정했음. 그렇게 속 없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망기의 이름을 꺼내거나 할까봐. 망기와 닮아서 데려왔다고 한다면 그건 모란에게도 망기에게도 억울한 일임. 게다가 위무선이 정말 그 이유로만 모란이를 데려왔던 것도 아니고. 재밌는 점은, 둘 다 바로 모란이 얼굴에서 망기를 떠올려내지 못했다는 거. 애초에 둘이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름. 모란이는 조금 위축되어서 웃으면서 백가의 모란입니다.. 하고 작게 인사하며 베시시 웃었을 뿐임. 온정은 이 미친사람아 이어린애를 하는 사나운 얼굴로 노려봤고, 놀랍게도 온녕도 비슷한 표정으로 그를 힐책하듯 봤을 뿐이었음.
이렇게 1-2년을 보내는 거. 무선은 모란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몰랐지만, 모란이 무선을 너무 좋아했음. 그냥 어린애가 잘해주는 어른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너무너무 좋아했음. 항상 웃고 있었고 옆에 있으면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름. 가식하나 없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좋아해주는데 위무선이 그걸 외면할 수가 없지. 거기다 사랑하는 사람 얼굴이 언듯언듯 보이는데. 이상한게 둘이 말이 통하고 대화 주제가 있을리가 없는데, 무슨 말을 하건 모란이랑 하면 재밌는거지. 이릉노조가 되고 난 이후의 일은 다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니까 모란이한테 말 못하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얘기 주섬주섬 꺼내놓으면 모란이가 눈 반짝이면서 호응해줌. 부군, 부군 하고 꼬박꼬박 부르고 혼인했으니까 이래도 되지 않냐고 하면서 팔짱 끼고 안겨들고. 위무선이 십대 시절 약간 이런 성향이었으니까 잘 받아줄듯.
당연히 무선이도 알고 무선이 주변인들도 알지만 어쨌거나 위무선이 남망기를 잊을 수는 없음. 온정도 모란이가 진심으로 무선이 좋아하는 거 알고나서는 오히려 모란이를 걱정하는 거지. 둘 사이의 일은 끼어들 게 아니니까 여러말은 하지 않지만 모란이를 잘 챙겨줌. 온녕은 말이 많지 않지만, 모란이가 무선이 없을 때 철없이 돌아다니고 그러면 알아서 호위 역할 해주고 잘 지냄. 가끔 말없이 모란이 얼굴 뚫어쳐라 쳐다보고 있어서 모란이 겁에 질리게 하기도 함. 백모란이 조용히 혹시 귀장군께서 저를 싫어하시나요? 하고 무선이한테 묻기까지 했음. 그래서 무선이가 달래면서 옛날 얘기하는데 모란이 공감능력이 어찌나 좋은지 애가 펑펑 울면서 너무 안됐다고 서러워함. 위무선 백년 평생 이런 캐릭터는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당황할 정도임. 원래도 붙임성 좋고 사근사근한 모란이가 온정, 온녕을 정말 가족으로 대하는 계기가 됐을 듯.
근데 온녕이가 심심해서 모란이 얼굴 본 거 아니고, 무선이와 둘만 있을 때 모란, 남공자와 닮았습니다. 하고 딱 한마디만함. 온녕이 의도 없이 한 말이고 그 닮은 얼굴 때문에 데려온 것도 아니지만 무선은 심장이 철렁했음. 제삼자의 입에서 확인 사살 받은거니까. 변명하자면 소백채라고 설명하던 작고 통통한 아기가 자라 남망기 얼굴이 될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는 거지.
심란해서 술 마시고 들어오는데 무선이 오자마자 모란이가 쫄랑쫄랑 뛰어와서 부군 오늘 늦었어요. 취했어요? 하고 안기는 거. 모란아, 란아, 내가 그 만인을 벌벌 떨게 한다는 이릉의 문주니라. 취하기는 하고 뺨 꼬집으니까 뺨이 너무너무 말랑말랑함. 그게 너무 웃겨서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니까 그세 또 붉어짐. 백가는 머리를 기르지 않는 전통이 있어서 모란이는 계속해서 중단발 정도 유지하는데, 금발이 찰랑거리는 걸 보면 정말 햇살을 손에 쥐고 흔드는 느낌이었음. 오늘은 네 부군이 바빴는데 모란이는 뭐 하고 놀았어? 하고 아직도 애기처럼 대하는데 모란인 그냥 웃음. 어느 신묘하신 의원께서 너무나 무에 집착하기 때문에, 귀장군이랑 시장에 가서 장을 봤어요. 그리고 이거 사고 싶어서 샀어요. 그러더니 품에서 한발짝 떨어져나와서 한바퀴 도는 거.
위무선이 백모란과 남망기를 동일시 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둘 취향이 진짜 극과 극임. 모란이가 좋아하는 색은 분홍색, 연한 붉은색, 코랄색, 옅은 보라색 이런 봄꽃 채도라 행색부터가 남망기랑 닮은 구석이 전혀 없겠지. 오늘도 온통 분홍분홍한거 입고 있는데 문제는 또 너무 잘어울려. 그래서 앓듯이 웃었음. 이릉노조 부인이 꽃분홍 치마 감고 다닌다고 하면 누구도 안 믿겠다. 이러니 내가 사실은 백가의 하얀 배추를 잡아먹었다고 소문이 돌지. 그러면서 여전히 모란이 볼 조물조물 함. 모란이 눈가에 살짝 눈물 맺히는 거 같아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렇게 세게 주무르면 아파요 하고 사르르 웃음. 모란인 정말 잘 웃거든. 아 그럼 너도 꼬집어라 하고 놀다가 새벽 즈음에야 같이 잠들겠지. 모란이는 꼭 팔베개 해달라고 조르는 성향이고 무선은 맞춰줌.
모란이에게 한결같이 잘해주고 실수해도 인상 한번 찌푸린 적이 없겠지. 무선이 먼저 잠들었는데 모란인 그렇게 안겨서 혼자 중얼거림. 부인이라고 했어요. 알아요? 나한테 부인이라고 했어요 지금. 이제 못 물러요.
무선망기 무선모란 망기텀 모란텀
댓글
내 부군이라고 내거라고 하는 모란이 넘 찌통ㅠㅠ 이제 널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의 곁에서 평생 살게 되어 너무 다행이야ㅠㅠㅠㅠ 사근한 봄바람처럼 모란이가 무선이를 따스하게 안아주길 바라면서, 센세 사랑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