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모란망기로 망기를 잃은 후 위무선
이 모란이를 만나는 거
이릉노조로 흑화하고 한창 폭주하던 시절에 반강제로 남망기를 데려와서 가졌겠지. 처음엔 반항하다가 자기가 고분고분하게 굴면 작게는 수십 크게는 수천이 살 수 있으니까 강제로 복종했음. 원래 둘이 사랑했지만 그렇게 정식으로 마음을 터놓고 주야장천 몸 섞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일거임. 몇년정도 망기는 죽은것처럼 살았고 무선이 무슨 짓을해도 다 견뎠음.
어느날 망기가 너무 아프다고 한거임. 너무 아파, 위영. 나 너무 아파.. 하고 매달리는데 무선이 그 말 한마디에 정신 차림. 위무선, 가끔은 이릉노조 등 이름도 잘 안부르다가 완전히 무너져서 매달리는 남망기 때문에 본인도 무너짐.
뭣보다 망기가 아프다는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온정을 찾아갔는데, 그때까지도 온정이 매번 무선이 상처낸 망기를 치료해주고는 있었음. 조금 더 깊게 연구해보니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되는거지. 내단 자체가 망가져가고 있었음. 뒤늦게 후회한 무선이 망기를 보내주려고 했지만 망기가 바란 건 죽을때까지 무선의 곁에 있는 거였음. 망기가 나 사랑하는 것처럼 대해달라고 부탁했던 탓에 충격을 또 받음. 사랑이 아닐리가 없는데, 남망기가 그걸 의심할거라는 생각도 못했음. 따지고보면 당연한데도. 위무선은 사랑한다고 어떻게든 믿게 해주려고 했지만 망기는 무선이 자기를 그렇게 망가뜨리고 막 대하는 것 전부가 사랑이 아닌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믿지 못했음. 왜냐면 남망기는 위무선을 정말로 사랑했고, 그런 자신은 무선의 몸에 상처 하나 나는 걸 견디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선이 형벌을 가하고 강제로 취하는 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겠음. 몇년 지나지도 않아서 무공까지 잃고 연약해지기 시작했었지.
이때 위무선은 정확한 의미의 발닦개였음. 망기가 걸을 일조차 없을 정도로 늘 품에 끼고 다니고, 아예 세상일에 손 놓고 망기 곁만 지켰음. 이제 아무 내공이 없어서 고금을 연주해도 연주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에 암담해 하는 망기 곁에서 합주도 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의 위영으로 돌아가서 좋을대로 지냈음.
이런 꼴로 고소 근처로도 가기 싫어하는 망기를 안고 연화오에 배띄우고 놀았음. 사실 망기가 연꽃을 좋아하는지 어쩐지 전혀 모름. 그냥 그때의 기억이 좋았던 거지. 연자육까서 입에 넣어주니까 조용히 웃는데 너무 예뻐서 뺨 쓰다듬어봄. 이릉노조 첩노릇 하는 동안 말액은 아무렇게나 방치해뒀는데 그거 무선이 자기 팔뚝 쪽에 감고 있을 듯. 굳이 말은 안했음. 조금 추워하는 거 같아서 자기 품에 눕혀놓고 조용히 들리는 물소리, 바람 소리 들으면서 남잠, 변한게 하나도 없네. 하고 얼굴 만지작거림. 거짓말..하고 중얼거리는 입술 보면서 이릉노조 위무선은 간사하고 잔혹하지만 거짓말은 안해. 하고 어느 선문의 사람들이 했던 말을 괜히 한번 해봄. 망기가 몸을 일으키는 걸 보고 멍하게 있었는데, 자기 허벅지 위에 앉더니 품에 꼭 파고 드는거지. 이런 예쁜 짓은 잘 안하는데. 감사하다 못해 당황해서 둘러 안으니까 이런 날이 다신 안 올 줄 알았어. 꿈같아.. 하는데 지금 행복하다거나 이제 니 말을 믿는다거나 그런 설명 없이도 서로 진심이 닿은 순간이었을 거임.
더이상 망기는 예전처럼 시선이 까맣게 죽은 게 아니라 눈 반짝이면서 예전처럼 무선을 보고,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힘들면 무선의 품에서 쉬고 잠들었음. 그말은 위무선이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름. 이런 날이 다신 안 올줄 알았다는 거. 그렇게 행복하게 몇년을 살았겠지. 가장 끔찍했던 건 위무선이 천천히 죽어가는 남망기를 전부 지켜봐야했다는 거. 정신을 잃기도 하고 억지로 먹어도 마르고, 가끔은 아무일 없이 숨이 가빠서 고통스러워하기도 함. 몸이 죽어가니까 감각은 예민해져서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평정심을 못 찾음. 위무선이 곁에 있으면 괜찮았겠지.
길게 고통스러워하고, 찰나같은 행복을 보내고 망기는 남은 온 힘을 다해서 무선에게 매달려 안겨 있다가 마지막을 맞이했음. 위영,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거지. 네가 사도를 걷는거.. 더 빨리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미안해 하면서 죽어가는데 위무선은 너무 우느라 아무말도 못해줬음. 망기가 미안할 일이 뭐가 있는데.. 자길 이해해주지 않고, 곁에 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구보다도 더 잔혹하게 괴롭혔고, 자길 사랑하는 망기 마음을 이용해서 그를 가졌는데.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망기는 자길 사랑해줬음.
위무선은 의도적으로 남망기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음. 사람들이 서서히 알아차렸을 뿐. 남희신과 남씨 가문 직계들은 거의 바로 알았고, 망기의 영혼조차 불러 올 수 없었기 때문에 무슨 짓을 했냐고 대적했지만 그것 뿐이었음. 애초에 망기가 제 발로 이릉노조에게 간 건 남씨 명맥을 살리기 위해서였으므로 그걸 망칠 순 없었음. 위무선의 고통은 누구도 알 수 없었고 알리려고 들지도 않았지. 남망기로 인한 모든 고통은 오롯이 자기꺼였음.
망기 그렇게 보내고 나서는 오히려 예전 위무선처럼 적당히 기운 빼고 살았지만 온씨 남매 말고는 딱히 정주고 곁에 두는 사람 없었음, 망기와의 마지막 약속도 있었고, 그리고 위무선이라는 인간이 살기로 한 방향이 있으니 막살진 않음. 수선계는 늘 정파와 사파의 논쟁이 있지만 중요한 건 힘의 논리였음. 위무선이 말도 안되게 강하니까 수선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정파와 사파 마도와 정도를 나누는 그 지점에 홀로 앉아있었음. 위무선이 남망기를 떠나보냈을 땐 몰랐음. 그땐 그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거였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망기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됨. 망기는 자기가 알고 있던 모든 세계를 다 부술 정도로 무선을 사랑했지만 그 삶을 지속할 기력이 남지 않았던 거임.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 중 하나라도 덜 일어났다면 모르지.
결국 모르는 거임. 일어나지 않았고, 가질 수 없었고, 떠나 보냈고. 결국 그저 다 모르는 일에 불과함. 그래도 위영과 남잠이 마지막 몇년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했었으니까 그 기억으로 살아감.
이릉노조의 문주 자리를 지키면서 강호는 속세에 관여하지 않고, 속세는 강호의 문턱을 넘지 않는 이 규칙을 잘 지키며 살았음. 수선자들은 명줄이 기니까. 백년 정도 크고 작은 싸움은 있었지만 위무선이 매번 비웃을 정도로 대적할 상대가 없는 거지. 게다가 이릉노조도 일종의 문파가 되고 나서는 불필요한 살육이나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썽들은 과거의 원한에서 비롯된 게 거의 전부였음. 과거의 원한도 지워져 감. 작게는 오년, 크게는 십년 단위로 한번씩 당시의 대형 문파를 갈아치우는 일이 종종 생기는 걸 보고 오히려 위무선은 신선처럼 살아가게 됨. 악인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힘의 균형이 스스로를 움직이는 거임. 강징도 나이를 먹으면서 약간 이런 쪽으로 성향이 바뀌어서 세상과 크게 다투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 신의를 지키는 방향에서만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거지. 그래서 이제는 위무선 얼굴을 봐도 아는 사람이 적음.
난장강 강물 길을 따라가다보면 길이 두개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를 이량강이라고함. 여기서 좀 더 가다보면 서복마을이라는 곳이 있음. 서복마을은 난장강에서 걷자면 좀 멀고, 수선자들이면 두어시간 정도에 도착하는 마을임. 규모는 좀 크고 수도로 올라가는 길목이라 항상 번화함. 어쩌다 들린 곳인데 앞으로 들일 일이 생기게 되겠지. 무선이가 왠 귀여운 애기를 봤기 때문. 세상에 귀여운 아기는 많지만 이 애기는 토실토실하고 뽀얗고 말도 안되게 귀여운데, 가까이서 보니 머리색이 원래 검지 않아 그 위로 검은 물을 어설프게 들여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음. 다섯 여섯 정도로 보이는데 말문이 빨리 트인 아이인지 얘기를 곧잘 함.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 마주보고 웃었더니 바로 달려와서 다리에 매달림. 예전에 원이 생각도 나고. 게다가 무선이 원래 애들한테는 더 너그러움.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소백채라는데 ㅋㅋ 이름일리가 없음. 작고 하얀 배추 ㅋㅋㅋ 어이구 집에서 어련히 사랑받는 애구나 싶어서 그래 백채야, 백채 다른 이름은 무어냐 하니까 그제서야 백모란! 이렇게 대답함. 이때 모란이가 정말 통통해서 모란보다는 만두에 가까웠기 때문에 프흐흐 웃었을 듯. 애가 방싯방싯 너무 이쁘게 웃으니까,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주변에 파는 거 아무거나 사서 손에 들려주고 모란이는 집이 어디냐? 하니까 저기. 하고 가리킴. 이게 인연이 되어서 한번씩 생각나면 마을에 와서 기웃거리겠지. 원래 사람들 사는 거 구경하는게 무선이 취미기도 할듯. 옛날 생각도 할겸.
위무선이 모란이를 한번씩 보러가는 이유는 유달리 하얗고 통통한 아기가 정말 귀여웠기 때문임. 이 시점에서 망기를 떠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 얘네는 어릴 때 만난 적이 없으니까. 모란이 십대 중반에 또 그 시장에서 만나는데 그때 위무선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함. 모란이 행색을 보면 없는 집 아이는 아니거늘 너무 늦은 시간에 나와있는 거지. 혼자 돌아다니기에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닌데. 나이가 이정도 되니까 어느정도 대화가 된단 말임. 자길 알아보고 인사하는데 형이라고 부를 듯.
열살되기 전엔 쪼르르 달려와서 허리에 안기는 걸 좋아했지만 지금은 좀 애매한 거지. 쳐다보다가 달려와서 무선의 팔뚝을 붙들면서 좋아하는데 그게 귀여워서 피식 웃었음. 반짝반짝하는 비단 옷을 입었지만 가만히 보니 이 옷이 지금 약간 추운 계절에 맞는 옷이 아닌 걸 알게 되겠지. 애를 데려갈 만한 곳이 딱히 없으니 찻집 가서 좋아할 거 같은 간식 시켜주고 자긴 옆에 앉음. 모란이 추워하는 거 보고 별 생각 없이 자기 옷 걸쳐줌. 찻잔에 따듯한 차 붓고 손에 쥐고 있는 거 보는데 언듯 망기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거 같기도 했음. 물론 망기는 둘의 기억이 가장 어릴때도 애 늙은이였으니 저렇게 천진하지 않았고, 모란이처럼 환하게 웃는건 본적이 없음. 둘이 채도가 다른 느낌이라, 얼굴에서 주는 느낌이 정말 같은 건지 아니면 위무선이 그리움에 미쳐서 아무에게나 남망기를 씌워서 보는건지 본인도 잘 모르겠는거지.
온남매가 옆에 있었다면 놀랐을 거임. 예전처럼 넉살좋게 웃고 실없는 소리나 주고 받지만, 이전부터 알던 이들이 아니면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으니까. 스쳐가며 좋게 말할 뿐이지 결국 그거 뿐임. 그게 전부.
소백채, 작고 하얀 배추가 혼자 돌아다녀? 하니까 모란이가 살짝 고개 숙이면서 웃음. 흘러나온 잔머리는 금발이라 가까이 있으면 눈에 띄겠지. 백채라고 불러줄 사람이 이제 없어요. 없어졌어요. 하는데 바깥이 추워서 손끝이 빨감. 무선은 아무 생각 없이 손 내밀어서 손등을 덮고 모란은 손가락을 손바닥에 올려둠. 손시려 하는 거 아니까 그런 건데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가장 따듯한 곳에 머무르는 거임. 허 하고 헛웃음이 다 남. 위무선 마음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모친이 저를 두고 떠나셨어요. 저의 새로운 어머니는 오로지 부친과 당신의 자식들을 사랑하죠. 그래서 저를 백채라고 불러줄 사람은 이제 없어요. 아무 돼지나 와서 먹어치우길 바랄걸요.
그러면서 좀 슬프게 웃는데 무선은 어쨌거나 이 애가 망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함. 모란이 소매 끝에 살짝 푸릇한게 보이는 동시에 걷어 올려보니까 온통 상처 자국임. 이게 위무선의 어딘가를 건드리는데, 기이한 일이지만 예전의 남망기를 기억하게 했음. 항상 자기 상처에는 상관하지 않고 초연한 얼굴을 하던 남망기. 계절에 어울리지도 않는 화려한 옷을 입고, 세상에 반기는 사람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모란이를 빤히 보다가 물어봄. 백모란, 나랑 같이 갈래?
어쩌면 그렇게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어느날 남망기를 찾아가서, 남잠. 나랑 같이 갈래? 내 옆에 있어줄래? 그렇게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잠시 과거에 붙잡힌 위무선을 다시 불러운 건 백모란의 목소리였을 듯. 그렇게 물어본 위무선의 손을 잡고 제발 저 좀.. 데려가주세요. 살려주세요..
무선망기 무선모란 망기텀 모란텀
댓글
ㅠㅠ슬프다ㅠㅠ모란이 별명마저 망기가 떠오르네ㅠ소백체라니ㅠㅠㅠ 모란이가 무선이의 상처와 상실감을 감싸안아줬음 좋겠다ㅠㅠ
너무좋아 센세ㅠㅠㅠㅠ 모란이랑 무선이랑 서로 함께 의지하며 평온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ㅠㅠ
미쳤다 어케 이런생각을 하지....센세 천재야.....?대박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