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링허적소문 류위닝 <영원한 가을> 5

https://sngall.com/articles/95202
2024/10/02 17:46
조회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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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즐겁게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 있었다. 이제 약 세 시간만 있으면 에리키아에 도착할 것이다. 내가 시계를 보자 류위닝이 자상하게 물었다.

“피곤하십니까? 오찬 드시겠어요?”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먹으면 좋겠구려. 그대도 같이 드시오.”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류위닝은 웃으며 목례를 하고 일어났다.

 

류위닝이 객실 문을 열고 나가자 문 밖에서 대기하던 두 군인들이 서늘하게 감시하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건너다봤다. 방금 전 단둘이 있을 때 느꼈던 훈훈한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었다. 류위닝은 재빨리 서슬퍼런 눈짓을 해서 그들을 물리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왕자로 태어나 수행원들한테 감시당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저렇게까지 불손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군인들은 처음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군인들은 나를 감시하더라도 마지못해, 송구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며, 혹은 드높은 사명의식에 불타며 하는 것이 보통이었지 저렇게 죄인을 감시하듯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불쾌했다.

아무튼 나는 군사 학교 시절부터 복장 규정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면도를 하는 습관이 있었으므로 점심을 먹기 전에 면도나 하기 위해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기차가 갑자기 터널 안으로 들어서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객실 안에는 터널을 지날 때를 대비해 작은 조명이 켜져 있었지만 밤 여행 때 켜는 것처럼 환한 조명은 아니었으므로 다소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불이 켜진 뒤에 다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급한대로 우선 가까이에 있는 류위닝의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러다 실수로 그만 그가 벗어놓은 외투를 깔고 앉아버렸다. 나는 얼른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서 다시 그의 외투를 단정하게 한 켠에 놓아 두었다.

기차가 터널에서 나서자 사방이 다시 환해졌다. 나는 눈이 부셔서 찡그리며 확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때 내 발 밑에 작은 사진첩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순간 내 것인가 싶어 집어 들었다가, 가까이서 보니 그 사진첩이 내 것과 무척 비슷하지만 귀퉁이가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세상에 이렇게 똑같은 사진첩도 있단 말인가? 아마도 방금 류위닝의 외투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그도 이런 것을 갖고 있다면 왜 내게 얘기하지 않은 것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무심코 사진첩을 펼쳐 보았다.

사진첩 안에는 한 여인의 사진이 있었다. 무척이나 신분이 높아 보이는 여성이었다. 잠깐. 이건 모리 제국의 황녀가 아니던가? 어릴 때 이후로는 본 적이 없었지만 아주 닮아 보였다. 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닐 수도 있는 데다 사적인 사진을 봤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기에 일단 사진첩을 덮은 뒤 다시 그의 코트에 넣어두려고 했다. 그런데 사진첩이 덮이는 순간, 넘겨지는 사진들 속에서 돌연 심장이 철렁할 정도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그 사진을 펼쳐보았다. 그 흑백 사진 속에는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흰 셔츠만 입은 채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 자이샤오원이었다...

이게 뭐지? 그가 왜 샤오원의 사진을 갖고 있단 말인가? 그는 분명 샤오원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게다가 이 사진은 공석이 아닌 명백히 사적인 상황에서 찍은 것이었다. 그가 어찌 이런 것을 갖고 있단 말인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진을 다음 장으로 넘겨보았다.

나는 즉시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진 속에는 내가 마찬가지로 흰 셔츠만 입은 채 목과 소매의 단추를 풀어 헤치고 웃고 있었다. 이건 대체 언제 찍은 거지?

나는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없고, 심지어는 이런 옷도 입은 적이 없었다. 나는 또 다음 장으로 넘겨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나와 샤오원이 아까의 그 차림으로 나란히 서있는 것이 아닌가. 이건 무슨... 우리는 이런 적이 없는데? 샤오원과 나 사이에는 아예 이런 일이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쯤 되니 공포심마저 일었다. 이 사진은 대체 뭐고 류위닝은 왜 이런 것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혹시...

최근 오버케언 제국과 모리 제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국 사이에서 첩자를 주고받는 일이 많아졌다. 설마... 우리 칼리스텐 왕국에까지?

나는 다급하게 류위닝의 코트를 뒤적거렸다. 중요한 것들은 모두 몸에 지니고 다니는 모양인지 별다른 것은 찾을 수 없었으나, 주머니에서 이미 뜯어본 편지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급하게 편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 편지는 첫 마디부터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친애하는 육군 원수 류위닝 공작.

공작이라고? 바스 공국의 공작은 통치자인 바스 공작 밖에 없는데 바스 공작가의 얼굴은 내가 다 알았으므로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내가 모르게 공작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적국인 모리 제국에서 수여받는 것뿐이었다. 아, 이런 일이!

이제야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공작인 원수 급이 직접 나설 정도면 이건 굉장한 작전일 터였다. 밖에서 음흉하게 들여다보던 군인들. 그들도 다 이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이었다. 애초에 그들은 칼리스텐의 군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이 기차 전체가 탈주당한 것이고, 나는 그들에게 납치되어 어딘지 모를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재빨리 세면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세면실에는 높은 벽에 작은 창문 하나만이 나 있었는데, 세면대를 밟고 올라서면 닿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내가 빠져나가기엔 조금 작기는 하지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달리는 기차에서 어떻게 내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세면실 문을 열고 나와 객차와 객차 사이 공간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천만 다행히도 구석에 비상 정지 레버가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당겼다. 기차가 굉음을 내며 급정거하기 시작했다. 온 몸이 벽 쪽으로 쏠렸다. 나는 겨우겨우 세면실로 다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기차의 움직임이 잦아들자마자 재빨리 세면대를 밟고 올라섰다. 그래, 어차피 모리 제국에 피랍당하면 죽느니만 못하게 될 것이다. 죽더라도 이렇게 뛰어내려 도망이라도 쳐보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기차가 멈추자 류위닝이 객차 안으로 돌아왔는지 문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쿵쿵거리는 군화 소리가 몹시 위협적으로 들렸다. 나는 서둘러 창틀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매달려 창턱에 팔꿈치를 괴었는데, 그 순간 류위닝이 세면실 문을 마구 두드렸다.

“전하? 전하!”

나는 서둘러 창틀에 발을 올리려고 버둥거렸다. 다행히 선로 옆은 완만한 내리막이라 떨어져도 죽지도, 바로 잡히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창틀 밑에 딛을 곳이 없는 데다 창이 너무 작아서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지난했다. 그때 류위닝이 문을 마구 차고 몸을 부딪히기 시작했다. 나는 가까스로 창 밖으로 상체를 기울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더 몸을 숙여 밖으로 떨어지려고 하는데, 그때 세면실 문이 떨어져 나가며 류위닝이 결사적으로 뛰어들어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발로 차며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군인들이 모두 들이닥쳐 나를 붙들고 끌어내렸기에 저항할 수 없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나는 몸부림을 치며 그들에게 주먹질을 했지만, 대여섯 명의 사내들에게 사지가 붙들린 채 입 안으로 틀어넣어지는 약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장릉혁적소문 장링허자이샤오원 류우녕 개시추리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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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785b1] - 2024/10/02 21:32

세상에....... 너무나 예상치못한 전개에 넋이 나갈 지경이네 너무나 달라보이는 류위닝에 내 가슴이 다 철렁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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