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링허적소문 류위닝 <영원한 가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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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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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넥타 강의 반짝임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 열정 자체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저렇게 대학 생활을 하며 별것 아닌 것까지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그 교우 관계가 너무 부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잠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숙였다가 말했다.

“그대는 대학 시절 친구가 많았나 보구려. 나는... 졸업할 때까지 새 벗을 하나라도 만들 수 있을지...”

류위닝은 형처럼 나를 가볍게 격려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학생회에 들어가면 쉽게 사귀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에리키아 학생회는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말을 망설이다 난처함을 담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겠소. 귀족들이 잰 체하는 모임일 것 같아서 나가고 싶지 않소. 몇 년 전까지 대학 입학을 원치 않았던 것도 귀족가 학생들이 학생회에서 몰려 다닐까봐였소.”

류위닝은 나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듯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러셨군요. 하지만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에리키아 학생회는...”

그의 얼굴에 미묘하게 개구진 미소가 피어오르더니 그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말을 골랐다.

“아주... 아주... 재밌는 곳이거든요.”

나는 너무나 의외라 놀란 채 물었다.

“그렇소...?”

“예, 그렇습니다. 짐작컨대 전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는 자기만 믿으라는 듯 다시 한번 눈을 지그시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물었다.

“대체 학생회에서 뭘 하는 거요?”

류위닝은 생각만 해도 웃긴지 푸흡 하고 웃더니 말했다.

“학생회는 멀쩡할 때는 멀쩡합니다. 다같이 전시를 구경하기도 하고... 전통 축제를 주관하기도 하지요...”

그는 묘하게 말끝을 흐리며 웃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개는... 선술집에서 밤새 노래하고 춤추고 맥주를 퍼 마신 뒤 기절했다가 다음날 일어나고는 한답니다.”

나는 입을 떡 벌리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류위닝은 나의 그런 반응에 귀여운 동생을 보듯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내가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믿을 수가 없어 잠시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나는 재차 물었다.

“그게 정말이오? 그 귀족가 자제들이 그러고 논단 말이오?”

류위닝은 나긋하게 설명했다.

“예, 물론 전하께서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되지만, 그런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답니다. 그게 다 학창시절의 낭만인 걸요.”

나는 꿈만 같아서 얼떨떨하게 웃었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되어 소심하게 말했다.

“내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사실 대학을 함께 다니기로 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도 나도 그렇게 노는 건 거의 해본 적이 없다오. 혹시 중령이 같이 들어가서 이끌어 준다면...”

류위닝은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하려는 듯 입을 열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멈칫했다. 어쩐지 옛 일을 떠올리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나는 의문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오?”

“아, 사실... 저는 바스 공국 출신이라... 학생회에 들어가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바스인들은 추천이 있어야 학생회에 들어갈 수 있지요. 처음 입학했을 때는 요행으로 연줄이 있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 복학할 때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안타까움과 분노가 동시에 일었다. 에리키아 대학은 설립된 지 오래라 어떤 제도들은 몇 백 년 동안 수정하지 않아 몹시 구닥다리 같았다. 나는 화가 끓어올랐지만 그를 더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내색하지 않고 흔쾌히 말했다.

“내가 추천해 주리다. 그러면 들어갈 수 있지 않겠소?”

류위닝은 잠시 말없이 나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너무 진지해서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내가 영문을 몰라 홀린 듯 가만히 그를 마주보고 있는데, 그가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에리키아에서 처음으로 교분을 맺으시는데 바스인인 저를 추천해 주시려고요? 전하께서 난처해지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가 그간 얼마나 심한 차별을 당했기에 이렇게나 걱정이 많나 싶어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전에 수학하는 동안 동문들이 괴롭혔소?”

그러자 그는 전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 웃으며 말했다.

“아, 아, 그건 아닙니다. 에리키아의 학풍과 민심은 아주 훌륭하지요. 각국의 학생들이 수학하러 오는 도시이다 보니 모두를 열린 마음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고요. 다만 제도가 그렇게 되어있고, 유서 깊은 제도를 깨뜨리기에는 학생들로서 엄두가 나지 않으니... 그런 면에 있어서는 분위기가... 그리고 전하께서는 왕세자 전하시지 않습니까. 혹여라도 체면에 누가 될 수는 없지요.”

나는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여서 더욱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 한 손을 휘휘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별 소릴 다 하는구려! 내 체면은 걱정할 거 없소. 그런 걸로 깎일 체면이면 차라리 없는 게 낫소. 그리고 그대가 방금 에리키아의 학풍은 훌륭하고 격의 없다 하지 않았소? 모두의 마음이 그렇다면 구닥다리 제도야 그때그때 넘기거나 아예 바꾸면 그만이오.”

류위닝은 지레 호탕한 척 말하는 내 모습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가만히 웃었다. 어쩐지 그의 눈동자가 촉촉해지는 걸 본 것 같았다. 내가 조금 당황하고 염려하여 운을 떼려 할 때, 그가 지극히 나지막하고 사무치는 음성으로 말했다.

“감사드립니다, 전하.”

나는 갑자기 겸연쩍어져서 그저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류위닝은 잠시 감정을 추스르듯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짓더니, 이내 밝고 온유하게 말했다.

“참, 아까 같이 수학할 벗이 있다고 하셨는데, 가까운 벗인가 봅니다. 이렇게 에리키아에 와서 함께 수학하시는 것을 보면.”

나는 샤오원의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가슴이 설렘으로 차올라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들뜬 마음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춘 채 말했다.

“맞소... 안티노티아의 백작 자이샤오원이라오.”

“아...”

류위닝은 그의 명망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설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를 아시오?”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혹시 만나 본 적도 있소?!”

“아, 아니오... 안타깝게도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아...”

나는 조금 흥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잠시 생각하던 나는 옆에 둔 코트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안 주머니를 뒤적여 작은 휴대용 사진첩을 꺼냈다.

사진첩에서 자이샤오원의 흑백 사진을 펼친 나는 잠시 그것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가 류위닝에게 내밀었다. 그는 정중히 목례를 하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손에 샤오원의 사진을 올려놓은 그는 나를 바라볼 때와 마찬가지의 호의와, 흡사 애상과도 같은 감정을 담아 유심히 그 사진을 보았다. 그는 다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참 좋으신 분 같아 보이는군요. 전하와 아주 좋은 교분을 맺으셨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흡족하고, 샤오원을 향한 애정이 다시금 솟구쳐 말했다.

“그렇소. 내가 이 세상에 벗이라 부를 만한 이는 오직 그 밖에 없다오. 내가 지극한 애정을 품고 아끼는 친우요.”

류위닝은 미소에 한없는 공감을 담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진첩을 다시 나에게 공손히 내밀며 말했다.

“전하께서는 소중한 이들의 사진을 지니고 다니시는군요.”

나는 어쩐지 쑥스러운 기분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소. 왕숙께서는 다 큰 사내가 이런 걸 왜 가지고 다니냐며 나무라시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참으로 소중하다오. 샤오원 뿐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 전 세자인 형님의 사진도 모두 들어 있소.”

나는 류위닝이 내민 사진첩을 받아 들고 그에게 보이도록 방향을 뒤집어 하나하나 넘기며 나의 부왕과 모후, 형을 보여주었다.

“나에게는 이 모든 따스한 기억들이 한없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근간이 되어 준다오.”

나는 감상에 잠겨 말했다. 류위닝은 나의 말을 경청하고 사진마다 존중을 담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시겠지요.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전하가 있는 것이니까요.”

나는 그가 보여준 깊은 이해심에 몹시 감동을 느꼈다. 그는 정말로 죽은 형의 환생 같았다. 지금껏 형과 샤오원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이렇게까지 깊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의 앞에서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솔직히 털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지극한 이해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지나간 것들에 연연하는 편이라오. 지나간 추억들 하나하나가, 그 향수가, 나에게는 너무나 잊히지 않고 애틋하오.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놓지 못할 그리움이자, 이르지 못할 애상이라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그 지나가고 변해간 것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마음 같아서는 영원토록 지나간 과거에 머물러 있고 싶은 기분이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시간들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마치 나 혼자만 그 속에서 영원토록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도 드오.”

류위닝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

“전하께서는 유한한 아름다움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군요. 그것은 귀중한 성품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마음 속 어느 한 켠에 그와 같은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전하와 다를 뿐이지요. 사실 저도 그렇고요.”

“정말이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사려 깊은 눈으로 웃으며 답했다.

“예. 사실 어젯밤, 그리운 에리키아 시절과 그 순간을 함께했던 친우들을 떠올리며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이토록 강인하고 단단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런 놓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니. 나는 지금까지 나만 그렇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이토록 한없는 공감을 받자 눈가가 시큰해졌다. 나는 조금 목이 멘 채 말했다.

“그 마음 이해가 되오. 나에게는, 이 세상에 기억만큼 누군가를 그 자신이게 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드오.”

“예. 기억은 각자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지요. 하지만 저는 엄밀히 기억보다는 경험, 그 순간들을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때아니게 난해한 그의 말에 조금 웃으며 말했다.

“그게 그것 아니겠소? 누구나 자기가 경험한 삶은 기억할 테니 말이오.”

류위닝은 잠시 생각하더니 나를 따라 하하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사실 제게 친한 벗이 하나 있는데, 큰 사고를 당한 후로 기억을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그 자신이고, 제 소중한 벗이지요. 그 친구가 그 순간들을 살아왔다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고요.”

나는 당황하여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모르고 가볍게 말한 것인데, 본의 아니게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소. 듣고 보니 그대의 말이 맞는 듯싶구려.”

류위닝은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아,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하도 평범하여 혹 훗날 전하께서 저를 잊으시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는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지요.”

그는 개구장이처럼 웃었다. 나는 그를 따라 호탕히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겠소. 올해 들어 이처럼 즐거운 순간은 시험 성적을 받고 왕숙께서 나를 에리키아로 보내주신다고 하신 이후 처음이니 말이오. 앞으로 에리키아에서도 지금처럼만 즐거웠으면 좋겠소.”

나는 그와 마주본 채 잠시 따스한 눈웃음을 나누었다. 류위닝은 흡사 친동생에게 말하듯 애정이 가득한 음성으로 나를 북돋웠다.

“즐겁고 말고요. 전하께서는 분명 잘 해내실 겁니다. 우선 학생회에 들어간 뒤, 선술집에 가서 진탕 술을 마시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술잔을 들고 춤추며 노래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친구가 많이 생길 거예요.”

나는 상상만 해도 우스워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다소 민망하게 말했다.

“내가... 노래를... 게다가 춤까지...”

아무래도 그는 내 실력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릴 때 찬송가를 부르다 모두를 충격 받게 한 후로는 미사 때도 입만 벙긋하고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류위닝은 확신에 찬 채 말했다.

“전하께서는 분명히 잘 하실 겁니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정 걱정되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돕지 못하는 노래는 없거든요.”

나는 그 말을 듣자 일말의 희망이 일어 그에게 물었다.

“노래를 아주 잘하나 보오?”

“전혀 아닙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허면 어찌 돕겠단 거요?!”

“누구든 저와 노래하면 꼴찌는 면할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저의 환상적인 노래 실력에 얼이 빠져 있는 동안 전하께서는 순서를 무사히 넘기시면 됩니다.”

나는 폭소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류위닝은 덩달아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여전히 한 몸 바쳐 희생하고 나를 구하리라는 사명감을 표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니 더 웃겨서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알고 보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범인 것이었다.

“어쩌면 입학하자마자 노래를 하면 재학 기간 내내 지극한 경애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앞으로 또 노래를 할까봐 다들 설설 길 테니까요.”

나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것 참 좋은 전략이구려. 앞으로 위급한 순간마다 목청 돋워 노래나 해야겠소.”

류위닝은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둘다 눈물이 쏙 빠지게 웃으니 정다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만약 형이 그 해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지금쯤 류위닝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따뜻한 모습으로 나와 함께 웃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잠시 감상에 잠겨 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음주가무 말고 다른 신나게 놀 거리는 없소? 행사라든지.”

류위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있습니다. 학생회 축제 때는 학생들이 중세 학생회 제복을 입고 횃불과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지요. 에리키아 시내 전체에 행렬이 이어지는데 아주 장관이랍니다. 행진은 학생회 일원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지요. 전하께서도 하십시오. 붉은 제복이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나는 쑥스러웠지만 어쩐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얘기가 나온 것들은 꼭 다 해보고 싶었다. 샤오원과, 이 새로 사귄 벗과 함께. 나는 부드럽게 제안했다.

“우리 셋이 다 같이 해본다면 좋을 것 같구려.”

류위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두 분과 동행하겠습니다. 안티노티아 백작은 제가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전하와 잘 어울리는 분이니 분명 전하처럼 따뜻하실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함께 수학하는 동안 교분을 맺는다면 영광일 것 같군요.”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니...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마치 내가 샤오원에게 품은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수줍게 웃었다. 류위닝이 말을 이었다.

“에리키아에는 정말 낭만적인 축제도 있지요. 봄 불꽃놀이 축제인데, 이백 년이 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답니다. 그 날이 되면 에리키아 성의 곳곳에 불이 밝혀지고, 성의 테라스와 넥타 다리에서 엄청난 폭죽을 터뜨리는데, 그 모습을 강 위에서 작은 배를 타고 보면 장관이지요. 연인... 혹은 친우와 기대어 앉은 채 바라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답니다.”

그 말을 듣자 넥타의 배 위에서 내 어깨에 기댄 채 불꽃을 바라보는 샤오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나의 심장은 이미 에리키아의 밤 불꽃놀이에 가 있었다. 그 광경이 모두 눈으로 본 듯이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그런데 나는 문득 류위닝이 불꽃놀이 경험을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로맨틱하고 생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소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대도 연인과 그 불꽃놀이를 본 적이 있소?”

류위닝은 당황하고 얼떨떨해하며 말했다.

“어, 어... 저는 아니지만 제 벗이 연인과 함께 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눈치껏 빠져서 친구들이랑 다른 배에 탔지요. 그런데 앞의 배에서 둘이 불꽃을 보는 모습이 어찌나 꿈만 같던지... 보는 저의 가슴이 다 낭만으로 부풀어 올랐답니다.”

마치 로맨스 한 편을 보고 추억에 잠긴 듯한 그의 표현에 나는 재미지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나마 그와 함께 수학했던 친구들은 참으로 행복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우정이 가득한 학창시절을 함께했으니.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순간 무심코 창 밖을 본 내 시야에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무너져 내린 초소 탑이 들어왔다. 나는 류위닝에게 물었다.

“저 초소는 어쩌다 저리 된 거요? 누가 보면 전쟁 난 줄 알겠소.”

류위닝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 초소를 보더니 당황한 듯 고민에 잠겼다. 하긴, 가는 길에 있는 아무 초소 탑이 왜 무너졌는지를 그가 어찌 알겠는가? 내가 민망해서 말을 물리려는데 그가 말했다.

“벼락을 맞은 것 아닐까요?”

“벼락? 무슨 벼락을 저리 심하게 맞는단 말이오? 산 꼭대기도 아닌데?”

“가끔 이유 없이 벼락을 많이 맞는 곳이 있더군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거 아세요? 에리키아 성도 벼락을 맞아서 완전 무너진 게 역사상 세 번이랍니다.”

나는 놀라서 말했다.

“그런 일이 다 있구려?”

류위닝은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래도 학교나 하숙집은 지대가 낮아서 벼락 맞을 일은 없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벙찐 채 그를 보았다.

“하숙집이라니? 호텔에서 지내는 것 아니었소?”

류위닝은 당황한 듯 얼굴을 굳히더니 말했다.

“아, 제가 옛날에 하숙집에 살다 보니 말이 헛나왔습니다.”

“아...”

부러움으로 온 가슴이 가득 찼다. 하숙집에서 학우들과 살다니 얼마나 재밌었을까? 하숙집이라니! 너무 부러워서 한숨이 다 나왔다. 그러자 나의 기색을 읽은 것인지 류위닝이 의미심장하게 나를 보며 운을 띄웠다.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하숙집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궁정에서는 알 필요 없지요.”

나는 눈을 반짝 빛내며 그를 보고 활짝 웃었다. 역시 류위닝은 하늘이 내게 내려준 선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숙부한테 내 형으로 입양해 달라고 청하고 싶었다!

장릉혁적소문 장링허자이샤오원 류우녕 개시추리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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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785b1] - 2024/10/02 21:26

류위닝 중령의 과거가 너무 궁금하고, 샤오원이 과연 류위닝을 같은 마음으로 반겨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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