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 위영함광 보고싶어서 11
무선망기
34.
안도한 것처럼 보였지만, 더 우울해보이기도 하고 하여간 복잡해 보이는 함광군이였지만 위무선이 이제 거리낌 없이 챙기고 곁에 꼭 붙어있으니 온정은 둘이 어떻게 정리가 되긴 했구나 하고 받아들임.
오전에 운좋게 새를 사냥한 무선이가 나름 요리해서 가져다 주니까 망기 자기도 모르게 입맛 돌아서 잘 먹었겠지. 오물오물 먹는게 너무 예뻐서 쳐다보다가 괜히 쑥스러움. 전에도 뛰어난 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고리타분하고 사람이 재미 없어서 거리 둔건데.. 왜 그랬지 싶을 정도로 후회됨. 이렇게 예쁜데. 무선이 딴에는 용기내서 맛이 괜찮냐고 슬쩍 물어보고, 옆에서 챙겨주고 싶어서 조금 다가갔는데 망기가 너무 긴장하는 거.
더 같이 있고 싶고, 더 잘해주고 싶은데.. 잘해주는 것 마저도 망기가 원하는게 아닌 거 같아서 우울해짐.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고 싶은데, 혹 함광군이 바라는 건 무선이가 그저 태어날 아기에게 부친 노릇만 하는 것 뿐일까 싶음.
다 늦은 건 알지만 언젠가 조용히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수만 있으면..
무선이가 늘 무엇에도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던 것 같지만, 결국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조용하고 아담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었단 말임.
나귀 한마리를 빌려 아이를 태워놓고, 한손으로는 고삐를 쥐고 한 손으로 망기 손 쥐고 걸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다 자기도 모르게 망기 뺨 쪽에 손 뻗음. 하얀 뺨이 부드럽고 너무 고와보여서,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보고 싶었겠지.
망기가 기겁해서 그릇 떨어뜨린 거 만 아니면 좋았을텐데. 왠지 그럴 거 같아서 긴장하고 있던 터라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받아서 손에 쥐여주겠지. 너무 멋대로 구는 거 같지만 무선이는 무선이대로 불안하고 괴로워서 이렇게라도 하고 싶은거임.
문득 망기가 거절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뻐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함. 강요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전에 그렇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겠지 싶어서 가슴팍 욱씬거림.
35.
방을 좀 더 수리해서 결국 방 하나는 온정, 온녕이 쓰고 다른 방은 무선이랑 망기가 쓰기로 함. 망기는 이제 무선이가 본격적으로 시중 들라는 건 줄 알고 마음의 준비하겠지. 물론 싫진 않지만.. 무선이 되게 잘해서 그때도 기분 좋았지만 자기에게 마음도 없는 상대에게 몸만 바쳐야 한다는 게 슬프긴 했음. 그래서 그날 저녁에 마음의 준비를 나름 한 상태였는데 무선이가 이젠 아예 맨발 주물러주면서 배가 커지면 발부터 힘들다는데 좀 어떠시냐고 걱정해주는 거. 온정이 약초로 어렵게 만들어 준 고약도 살살 발라주고 하니까 망기 살짝 졸림. 졸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다가 스르륵 잠들어버렸고 깨니까 무선이 가슴팍에 누워있었겠지.
이게 망기가 졸려서 앞으로 쓰러지는 걸 무선이가 받아줘서 그런건데, 그 자세로 잠들어버린 거임. 불편하지만 무선인 계속 참은 거고. 그렇게라도 망기 안아볼 수 있어서 좋았고 편히 자는데 깨우는거 너무 미안하니까.
완전히 경계하지는 않는 거겠지? 그래도 싫은 사람의 범위에 있는 건 아니겠지?
혼자 계속 그 최하의 선을 그리는 거임.
그래서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
사랑은 아니어도 혐오는 아니면 된거잖아.
위무선이 오랫동안 혼자였고 운몽에서도 두꺼운 얼굴 하나로 핍박을 견뎠으니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함.
무선이한테 간절하고 두려울 정도로 가지고 싶은 것들은 어쩌면 주어지지 않는 게 더 당연한걸지도 몰랐음. 위무선이 어릴때부터 계속 생각한게 아무래도 돌아갈 곳이 있는 복은 누리지 못하는 건가 싶었으니까.
오히려 이러니까, 망기가 자길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원히 싸늘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아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부친 노릇이라도 하게 해주면.. 본인 가슴은 새까맣게 멍들어가도 아마 그게 원래 위무선에게 주어진 전부였을지도 모르겠다 싶겠지.
위무선의 오래된 절망은 오히려 밋밋하고 차가웠음.
댓글
흐아ㅏ아아… 망기가 말을 잘 안하는 캐릭터가 맞아서(?) 뭔가 망기야 말 좀해!!하기도 그렇고ㅠㅠ 말 많은 무선이가 역시… 니가 먼저 고백해…….
망기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부친 노릇이 아니라 자신이 부친임을 알 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 어리고 경솔했던 무선이는 뒤늦은 후회로 아프게 성장 중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힘들고 괴롭겠지만, 그래도 망기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ㅠㅠㅠㅠㅠㅠㅠ 두 사람 아픈 만큼 오해가 걷히는 날, 함께여서 행복했으면 좋겠다ㅠㅠㅠㅠ
기다렸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이구, 무선이 너는 -_-
무선이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ㅠㅠㅠ저렇게 내면이 조금씩 더 단단해져서 자낮해진 망기를 감싸안아줄 수 있기를… 얘네 서로한테 말 못 하고 조심스러운게 간질간질하니 좋다ㅠㅠ
센세 돌아와 8ㅁ8 이제 곧 한달이야....
센세 기다리고 있어요 언제라도 좋으니 꼭 와주세요ㅠㅠ
선생님 잘 지내고 계세요? 날이 갑자기 추워졌어요. 요새 독감이 유행이래요. 건강 잘 챙기고 언제든 돌아오세요
센세... 잘 지내지... 메리 크리스마스.. 언제든 부담없이 돌아와줘....
센세...돌아와조요ㅠ 그래서 둘이 어떻게 되나요ㅠㅠㅠ
센세 2025년이 됐지만 나 지금도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