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기 위영함광 보고싶어서 10
무선망기
33.
함광군이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출산 이후의 삶이 너무나 염려되고 온정, 온녕, 위무선 이 셋 중 그나마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이 온정 같으니 결국 온정에게 털어놓게 되는 거. 고소는 음인에 대한 대우가 그리 좋지 못하고 양인이 없는 음인이 혼외자를 낳았다면 아이도, 망기의 삶도 너무나 어려워지게 됨. 운좋게 양인이라면 아이는 어느정도 괜찮겠지만 그 경우 망기는 아이 얼굴도 못보게 될 가능성이 크고. 온녕이랑 무선이는 다른 방에 보내놓고 둘이 긴히 얘기하는 거지. 망기는 앞으로 도망쳐야하니 고단한 삶이 될 거 같아서 이런저런 얘기 나눔. 망기는 아무래도 고소에서만 평생 살았고, 온정은 의술를 연마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아는 곳도 많고 하니까.
아이와 적당히 은거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는 함광군의 말에 온정은 이 현명하고 똑똑해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세상을 잘 모르고, 어수룩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함. 아이를 키우려면 우선 기후가 적당해야 하며 또 앞으로 세상과 왕래를 최소한으로 해야 하니 어느정도 두 입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농사를 짓건 짐승을 부릴 수 있는 조건이어야 한다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아이가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 여타의 조건까지 갖춘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말함.
온정이 남 선생님과 택무군이 야멸찬 분들이 아닌데, 왜 육친에게 의탁하려 하지 않냐고 안타깝게 말하니까 망기가 거의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고소에서는 순결하지 않은 음인과 혼외자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면서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함. 그리고 이거 듣고 있던 무선이가 분통 터지는 얼굴로 문 열고 들어옴. 함광군. 하고 옆에 앉아서 손 꽉 잡는데 망기는 이미 자기를 거절한 위무선에게 약점을 들킨 것 같아서 수치스럽겠지. 온정은 몇마디 더 해주고 싶었지만 실질적으로 본인이 해줄 수 있는 건 당장 없는데다, 위무선과 남망기가 어떤 사이인지 확실히는 모르니까 자리 비켜줌.
이미 함광군이 자길 거절했지만, 무선이는 그냥 자기 마음만 생각하기로 했음. 망기가 정말 고소에서 그런 취급을 받고 살게 된다면 자기 마음도 편치 않을테니까. 어차피 처음부터 이기적이었으니까 계속 그러기로 했겠지.
그리고 조금은,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간절한 상황이라면 망기가 쉽게 도망치진 못하리라는 계산이었을거임.
상황이 그러하면 제가 도와드리면 되지 않습니까? 제 어머니의 스승이 포산산인이십니다. 양친께서야 어디 묻히셨는지 알길이 없으니, 제가 효의 뜻을 다하고자 명산에서 삼배를 올리고 부부가 되었다면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우리가 명명백백한 부부가 되면 함광군께서도 떳떳하게 아이를 기를 체면이 생기잖아요.
너무 놀래킬까봐 와중에 살짝 마른 손등 쓰다듬으면서 다독이기까지 함. 망기 입장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거지.. 거부하고 도망쳤으면서, 지금 이 뱃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 뻔히 알면서.. 혹 아이가 욕심나서 이러는 걸까.. 그러면서도 본인의 처지보다는 떳떳한 부친을 가진 아이의 처지를 고민하는거지. 그게 정말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무선이가 제가 그리 좋은 낭군처럼 보이진 않겠지만, 반드시 잘해드리겠다고 약속하는 거.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무선이를 거의 걷어차듯이 거절했는데도 또 거의 대놓고 한 고백인데, 자낮이 바닥을 치고 또 친 망기는 그렇게 못 받아들임. 조금 마음이 놓여서 입술 꼭 깨물고 울어버리는데, 무선이가 돌려세워서 조심조심 눈물 닦아주다가 나름대로는 마음 표현하겠다고 살짝 뺨에 입 맞춤.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다가 고분고분 눈 내리깔고 반항하지 않음.
망기는 무선이가 음인으로서 당연히 시중을 요구한다는 뜻인 줄 알고, 지금 너무 야위고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무선이가 요구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럼.
물론 무선인 그럴 생각 없었고, 한번 저질러 본건데 망기가 피하지 않으니까 마음 받아주겠다는 뜻인 줄 알고 조금이라도 마음 놓겠지.
지금 함광군은 당연히 자기가 싫고, 어쩔 수 없어서 받아들이는 거겠지만.. 그래도 옆에서 오랫동안 있다보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봄.
무선이도 망기도 오랫동안 잠들지 못한 밤이었음. 망기는 무선이한테 정말 몸 이상의 가치가 없는 사람인 거 같아서, 무선이는 함광군 약점이라도 붙잡고 늘어져야 하는 신세가 한심해서.
그래도 이거라도 고맙게 받아들이려고 함.
댓글
하 너무재밌어서울고시퍼요슨생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처음부터 다시봤는데 무선이 어린거 감안해도 빈정상함 -_- 망기가 안받아주고 잘 살면 좋겠음 근데 망기가 무선일 넘 좋아하넹
망기가 한없이 가엾고ㅠㅠㅠㅠ 자기 행동에 대한 뒤늦은 후회로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또 다른 오해로 망기 잡는 무선이를 어째야 하나ㅠㅠㅠㅠㅠ 이기적으로라도 망기 붙든 무선이가 아이의 진실을 알면 어떤 심정일까ㅠㅠㅠㅠㅠㅠ 센세 매일매일 기다리고 있어ㅠㅠㅠㅠ
아니 망기야ㅜㅜ 근데 망기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서로 날 잡고 대화한 후에 오해 풀었음 좋겠는데 삽질하는 게 넘 재밌다
온정아 둘 사이에서 다리 좀 놔줘.... 둘은 답이 보이지 않는것 같아.... 무선이가 좀 더 구르길 바라지만 애들아 대화 좀 해봐 ㅜㅜㅜㅜ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으아아아ㅏ 대화… 대화가 필요합니다ㅜㅜ 근데 저는 왜 즐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