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위룡정백연 천사의 집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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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5 00:38
조회수: 1084

크리스마스 이브의 호텔 스카이 라운지. 전면 유리창 너머로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도시의 야경이 장관이었다. 따스한 조명이 내리쬐는 명당의 테이블 위로 촛불이 일렁이고, 배경으로는 The Christmas Song의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지금 그곳에서 천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남자와 단둘이 마주 앉아 있다.

우리를 보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우리를 게이 커플로 알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앞에 앉은 아름다운 남자가 꿈결 같은 두 눈에 의문을 담아 나를 보았다. 나는 차마 방금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을 얘기할 수는 없어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위룡이라고 부르면 되나?"

남자는 멈칫하더니 약간의 설렘을 담아 적극적으로 답했다.

“예.”

“위룡... 그 많은 선배 중에 왜 하필 나처럼 밑바닥으로 좌천됐다 이제 겨우 복귀를 앞두고 있는 이를 만나자고 청했는지 그게 궁금하고 웃겨서 말일세.”

위룡은 아하... 하고 눈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더 대단하시죠. 그렇게 큰 역경을 겪고 복귀하신 데다 심지어 승진까지 하시다니. 그래서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이 참에 승진도 축하해 드리고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극진하게 와인을 더 따라주었다. 나는 웃었다. 참으로... 해맑고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나는 짐짓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만나자마자 이렇게 얻어먹기나 해서 어떡하나?”

그때 위룡이 갑자기 푸흡 웃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따라 미소 짓다 영문을 몰라 가만히 그를 보았다. 그가 병을 제자리에 놓고는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진짜 영락없는 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

나는 겸연 쩍어져서 웃으며 말했다.

“20년이나 인간 세상에 있었으면 반 사람이지. 당연한 거 아닌가?”

그는 웃음을 참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해 주려다, 이내 또다시 웃겨 죽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20년을 ‘이나’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사람 같아요.”

보아하니 그는 내 반응 하나 하나를 민감하게 살피고 작은 것 하나라도 포착하면 좋아 죽을 지경인 듯싶었다. 흡사 주인을 보는 큰 강아지 같았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열렬한 관심을 보인단 말인가? 나는 얼떨떨했으나 그래도 이제 갓 태어난 나이 밖에 안 되는 어린 그의 장단에 맞춰주고자 짐짓 발끈하는 체 말했다.

“자네가 내가 한 고생을 아는가?! 그리 궂은 삶을 살면 하루가 백 년 같다네.”

순간 위룡이 자기 잔에 와인을 따르려던 손을 멈추고 굳어졌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더니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뒤로 고개를 빼며 그를 보았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사과를 하고 있는 듯싶었다. 나는 공포에 가까운 당혹을 담아 웃으며 말했다.

“아니... 농담한 걸 갖고 뭘 그러나.”

위룡은 그제야 스스로도 민망한 듯 웃음을 터뜨리며 긴장을 풀었다. 방금 그건 뭐였단 말인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사실 생각해 보면 오죽 진지하고 재미없는 인간이 승천을 다 하겠는가? 그리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때 위룡이 나긋하게 말했다.

“사실 바로 그런 이유로 선배님께 조언을 청한 것입니다. 선배님께서는 수호천사로 시작하시어 인간의 삶을 경험하셨지요. 저는 인간으로 시작하여 수호천사의 삶을 경험하려 합니다. 그러니 조언을 구하기에는 선배님 만한 분이 없지요.”

말을 마친 위룡은 그윽한 눈에 애정을 가득 담아 나를 보았다. 아니, 이 나이의 인간 남자가 다른 남자를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다니? 역시 이 사람은 보통 이 나이 인간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몇 백 년에 한 번 나오는 승천한 성자다. 승천 성인은 수호천사보다도 아득히 높은 존재, 신의 총아이니, 인간이지만 웬만한 천사보다 진지하고, 경건하고, 또 느끼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당혹감을 추스르고 말했다.

“사실... 승천한 성자라면 응당 수호천사 일 정도는 쉽게 해낼 수 있을 걸세. 승천 성인은 몇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신성한 존재로, 그 분과 바로 통하는 총아이니, 미천한 일이나 하는 수호천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지. 수호천사는 천사 중의 최하급으로, 언제 마귀한테 봉변을 당할지 모르고 지상의 일로 눈코뜰새 없어 천국에도 거의 가지 못한다네. 자네야 워낙 인간에 대한 자비심이 넘쳐 굳이 수호천사의 일을 200년이나 맡아보겠다고 자처했다지만, 보통 성자가 승천하면 그런 미천한 일은 한 번 거들떠보지도 않고 드높은 직위를 맡지. 그러니 자네는 이미 이 일에 과분한 존재인데, 무슨 조언이 더 필요하겠나? 특히 나처럼 이미 20년 전에 수호천사 일을 그만두고 인간계로 내쳐졌던 옛 ‘타락 천사’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어.”

위룡은 따뜻한 미소를 짓고 나를 보며 말했다.

“수호천사의 일은 미천하지 않습니다. 인간을 돌보는 직무만큼 고귀한 건 없지요. 선배님께서는 낮은 존재를 돌보며 그 오랜 시간을 봉사하셨으니 저보다 훨씬 더 존귀한 존재십니다.”

나는 그의 극진함에 감동하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르게 되었다. 아까부터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나는 겸연쩍게 말했다.

“뭐...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그래도 좋은 수호천사가 되는 데에는 별 비법이 없어. 천국의 원칙은 단순하지. 신을 섬길 것, 정의로울 것, 편애하지 말 것.”

위룡은 다음 말을 기다리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다예요?”

나는 내가 생각해도 웃겨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대천사께 듣지 못했나? 수호천사는 인간이 악으로 빠지지 않도록 보호할 뿐 다른 위험으로부터는 보호하지 않아. 그러니 그게 다라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으로 끔찍한 천사니 조언을 절대 구해서는 안 돼.”

위룡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그야, 당연히 그 세 원칙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리 인간계로 내쳐진 것 아니겠나.”

나는 대강 그리 말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위룡은 여전히 차분하고도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도 종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말한다면 듣고자 하는 따스한 애정과, 일종의 열망과도 같은 관심이 엿보였다. 정말 의문이었다. 아까부터 그는 어째서 내게 이처럼 지극한 존중과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진정 내가 가장 낮은 위치에 있어 보았기 때문일까?

천상에서든 지상에서든 이렇게 무조건적인 호의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그 갑작스러운 뭉클함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심장이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 와서 숨길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세상의 굴욕이란 굴욕은 다 겪어 보았는데, 이제 와서 자존심을 차린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가 나의 굴욕을 비웃을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숨을 내쉬고는 담담히 말했다.

위룡백연 군자맹 장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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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b0599] - 2024/12/25 08:32

신비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두 천사 이야기. 이후의 전개가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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