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왕 토끼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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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4 16:54
조회수: 472
christmas wreath x4

 

 

세상에 별 사람이 다 있다지만 남창을 불러놓고 돈 주고 밥만 먹이는 사람도 있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보는 그가 왜 이런 기행을 벌이는지 묻지 않기로 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고집스럽게 이름을 밝히지 않아 고양이로 불려서였을까? 사람은 이름에 따라 팔자가 달라지기도 한다더니 이렇게 보살핌을 받으니까 마치 길고양이가 된 듯한 기분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보가 처음부터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던 건 아니다. "씻고 왔는데... 다시 씻을까요?" "밥 먹어" 이게 두 사람의 첫 대화였다. 토마토 달걀 볶음밥. 간소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배는 고팠지만 낯선 사람이 주는 걸 함부로 받아선 안된다. "안 먹으면요?" "마음대로 해" 이보가 허탕쳤다 생각하고 나가려 하자 그가 돈을 꺼내고 시간 되면 돈 들고나가라고 지시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안 먹을 거면 그냥 자도 돼" 당연히 이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세 시간 동안 느리게 움직이는 초침만 바라보았다. 그는 빤히 이보를 쳐다보기만 했다. 세 시간이 삼십 시간 같은 너무나 길고 불편한 시간이었다.

며칠 후 그는 이보를 또 불러서 밥을 챙기고 빤히 보기만 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만나는 동안 그는 이보에 대해 묻지 않고 자신의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보 또한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렇고 그런 곳에서 그렇고 그런 식으로 만난 사람끼리 자기 얘길 해서 뭐 하나... 그래서 이보는 그를 토끼라고 부르기로 했다. 위험한 사람인 건 분명하지만 토끼같이 생겼으니까. 그것도 아주 예쁜 토끼.

그를 만나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많은 돈을 챙겨서 나오니 그와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이후에 어떤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다. 어차피 인생은 내 뜻대로 되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이보는 그가 주는 돈 중 일부를 따로 빼서 기둥서방에게 주었다. 따로 뺀 돈은 자기가 쓰기보다 이곳에서 자신을 많이 보살펴주었던 누나의 약 값에 보태주었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형편이 안 돼서 약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나이가 많다고 잘 팔리지 않으니 그 약 값마저도 부족해 주변에 빌리고, 그러니 빚이 쌓여 약을 아껴먹기 시작했다. 차라리 죽으면 편하겠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니 그의 선택을 지지할 것이고, 만약 죽는다면 이보는 이곳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되는 거라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누나가 지금 죽길 바라지 않는다.

기둥서방이 이보가 돈을 빼돌리는 걸 알아채서 오랜만에 흠씬 두들겨 맞은 후 토끼를 만났다. 역시나 토끼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보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을 때 다가와 머리카락과 상처가 난 얼굴을 만졌다. 아, 이제 하는 건가?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렇게 이보를 쓰다듬기만 할 뿐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이보는 그 손길이 좋아서 눈물이 새어 나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며칠 후 이보의 기둥서방은 다쳐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그는 어떤 놈이 자길 습격했다며 찾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악을 썼고, 이보는 곁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를 토끼 모양으로 깎으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십여 년 전 칼을 맞고 도망치다 어느 골목에 들어섰을 때 포기하는 심정으로 벽에 기대앉아 있을 때였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그 모습을 보고 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다가와 떨리는 손으로 어깨에 손을 댔다. 샤오잔이 그 손을 거칠게 잡아채자 "시, 신고..." 하며 중얼거렸다." 하지 마" 샤오잔이 쥐었던 손에 힘을 풀고 축 늘어져 있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 자신의 윗옷을 벗어 피가 새어 나오고 있는 복부에 갖다 댔다. 뭘 알고 그러는 건지 본능인 건지 소년은 샤오잔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보지 않았다.

속에 입고 있던 낡은 흰 티와 그처럼 흰 피부를 가진 몸은 많이 말랐는데, 그에 비해 볼은 통통하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귀엽다. 여기까지 생각한 샤오잔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에 태평하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게 곧 죽을 때가 되긴 했나 보다 하며 길게 한숨을 쉬고 다시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이 샤오잔의 시선과 웃음을 느끼고 곁눈질했다. 교복은 피로 진작 붉게 물들었고 소년 큰 손도 피로 적셔졌지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여기 있어봤자 좋을 게 없으니 보내려고 할 때 마침 지원자가 나타났다.

"그만 가"

"하지만..."

"사람 왔으니까 가"

소년이 눈치를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샤오잔은 자신에게 남겨진 교복을 버리려다 잘 세탁해서 돌려주기로 했다. 명찰로 이름을 확인했고, 어떤 장소에서 만났는지 기억하니 찾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생각대로 소년을 금방 찾았다.  샤오잔이 갖고 있는 그의 교복도 크기가 크고 낡았는데, 소년이 지금 입고 있는 것은 이보다 더 낡아 보였다. 샤오잔은 교복을 바로 돌려주지 않고 며칠 지켜보다가 소년의 집 앞에 몸에 맞는 새 교복을 놓고 그때의 낡은 교복은 자신이 갖기로 했다.

이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소년을 지켜보았다. 오랜만에 받은 온정 때문에 잠시 마음이 약해졌다, 그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며 아무도 묻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며 소년을 지켜보다 일 때문에 외국에 오래 나간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소년은 그곳에 없었다.한때의 신선한 추억으로 남기려 했지만 그럴 수 없어 소년을 찾았다. 키가 크고 눈매와 턱이 날렵한 것이 성숙한 청년의 모습이지만 선이 고운 뺨과 도톰한 입술이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맑고 강하던 눈동자엔 빛이 사라졌고 당장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운 느낌에 슬퍼졌다.

샤오잔이 "왕이보"하고 이름을 불렀을 때 이보는 반응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이름을 부르자 물기 머금은 눈으로 샤오잔을 보고 말했다. "그게 누군데?" 샤오잔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명찰을 돌려주고 이보의 몸을 끌어안았다.

"이제 다시 이 이름으로 살게 해줄게"

 

 

뭐 이런...그저 그런 구원물이 보고 싶다. 

 

 

샤오왕 주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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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451b7] - 2023/12/14 17:02

ㅠㅠㅠ크 제 이름 잃어버린 이보에게 이름과 새삶을 주러 나타난 샤오잔 너무 좋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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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9dcc6] - 2023/12/15 02:16

보고싶다의 다음은??? 센곧너! 센곧너! 대미친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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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9541] - 2023/12/16 13:25

구원물!!! 샤오잔 ㅜㅜ 센세 다음편 가지고 언제 와? 금방 올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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