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아이 팔나더 -이보등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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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4 02:00
조회수: 558

팔다리가 묶여있는 채 버티고 서있는 룬룬은 밖에서 들리는 기척 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문을 열고 들어오는건 제자인 현명 이었다.현명은 룬룬의 신력을 봉인 했음에도 두려운지 열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섰다.룬룬은 현명이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잘 알고있다.

"현명.이 스승이 그리도 두려운게냐."

"신력이 봉인된 스승님을 제가 왜 두려워 하겠습니까."

"그렇느냐.헌데..."

"......"

"왜 그리 떨고 있는것이냐."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올곧은 눈으로 바라보는 룬룬의 시선에 현명은 마치 손에 닿을 수 없는 전지전능한 신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것만 같았다.신력을 봉인 했음에도 스승인 룬룬이 두려운건 룬룬이 신의 비호를 받고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시작은 동경이었다.고아였던 자신을 거둬주고 이름까지 지어준 스승님의 곁에서 신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지켜봤을땐 스승님이 마치 신 처럼 보였다.

궁에서 크고작은 행사가 있을때마다 신녀로써 제를 올리는 스승님이 아름답고,멋있었다.그런데 동경은 변질되어 질투가 됐다.나도 스승님처럼 되고 싶어...스승님처럼 신력이 높으면 모두가 날 우러러 보겠지?커져만 가는 질투에 사로잡힌 현명은 룬룬을 적개했던 귀비에게 스승님이 마녀라고 거짓을 고했다.귀비는 신녀인 룬룬을 증오했었다.신녀 주제에 황제의 마음을 얻고,황후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까.그래서 귀비는 현명에게 궁의 대신녀가 되게 해주겠다 했고,현명은 귀비와 손을 잡아 룬룬을 마녀로 매도 했다.

"현명.스승으로써 한가지만 물어볼것이 있으니 대답 하거라."

"말씀 하세요."

"황제가 이제와서 그 아이를 되찾은 연유가 무엇인지 말해."

"달리 있겠습니까.황태자의 저주를 풀기 위함이지요."

"그 아이가 황태자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냐?"

"질문은 한가지 아니었습니까?"

현명은 신에 가까운 룬룬과 계속 있으면 괜히 자신이 알고있는것을 실토할것 같아 태자전하의 저주가 풀릴때 모든게 다 끝이 날거라며 서둘러 밖으로 회피했다.룬룬은 아무래도 불안했다.황제는 이보를 죽이려고 해...그런데 이보가 태자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다?황제가 이보를 죽이려는 것과 태자의 저주가 풀리는게 연관이 깊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보는 제게 웃는 얼굴을 해서는 좋은 아버지인척 구는 황제가 역겹기만 했다.입은 웃고있어도 눈은 자식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가면을 쓰고있는 황제를 보며 이보는 머리속으로 상상을 했다.황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죽이는 아주 즐거운 상상을.그래서 기다리고 있다.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자신의 손에 처참하게 죽게 될 황제의 모습을.

"부황께서 너따윌 진심으로 아낀다고 생각하지 마라."

"제가 형님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우십니까?"

"하!서자 따위가 감히 내 자리를 넘본다는 것이냐?"

"황태자가 꼭 적자만이 가질 수 있다는건 아니지요."

이보가 피식 웃음소릴 내자 태자는 이보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발길질 한번에 넘어지자 태자는 별것도 아닌것이 감히 거둬준 은혜도 모르고 내 자릴 넘본다며 발로 밟았고,이보는 몇번 맞아주다가 태자의 발목을 잡아 그대로 당겨 넘어트렸다.그러자 구경만 하고있던 태자의 수족인 궁녀들과 환관이 태자를 일으켜 세우며 이보를 경멸어린 시선으로 노려봤다.

황제는 이보를 볼때면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자신을 보는 눈은 아비를 보는 눈이 아니라 그저 사냥을 할 짐승으로 보고 있었다.태자의 약재로 쓰려면 이보의 경계를 풀어야 하기에 이보와 시간을 갖고 있지만 도무지 하고싶지가 않았다.태자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왜이리 이보에겐 정이 없는건지.16년간 떨어져 살아서?그런건 아닌듯 했다.그저 본능이었다.저것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라고.

"후우...기분이 좀 풀리는것 같네."

피가 뚝뚝 흘리고 있는 검을 쥐고서 우두커니 서있는 이보는 후련한듯 숨을 돌렸다.우두커니 서있는 이보의 발 아래엔 피에 흠뻑 젖은 궁녀 두명과 환관 한명이 널부러져 있었다.이들이 죽은 이유는 단순했다.눈에 거슬리게 해서.분명히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주인도 없는 침소에 들어와 청소를 하고 있어서 눈에 거슬려 죽였다.환관은 궁녀의 비명을 듣고 들어왔다가 그 참상을 보자마자 목이 베였다.

천한 서자 따위가 주제도 모르고 감히 자신의 자리를 탐낸다는 말을 태자의 입을 통해 들은 황후는 이보를 무시하고 동생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태자에게 선뜻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이보의 처소로 온 황후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황후는 불안해 하는 궁녀를 한번 보고나서 직접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주저 앉았다.죽은 두명의 궁녀,한명의 환관.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공간에서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태연작약하게 있는 이보의 서늘한 모습.

"이 빌어처먹을 궁은 남의 방을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게 풍습인가 봅니다."

"화,황자...이게...이게 무슨..."

"눈에 거슬리게 했기에 죽였습니다.어차피 이것들의 목숨은 개미목숨 아닙니까."

"황자!!!!"

"뭔가 제가 잘못한것이라도?"

이보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고,황후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가 이보의 뺨을 힘껏 쳤다.고개가 옆으로 돌아간 이보는 고개를 살짝 돌려 황후를 살기를 담은 눈으로 바라봤고,황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저 눈이 과연 사람의 눈이라고 볼 수 있을까.온몸이 저절로 떨렸다.마치 엄동설한에 그대로 밖에 내몰린 기분이었다.고개를 똑바로 돌린 이보는 싱긋 웃었다.

"아프네요.정말 아프네요."

"황자.사람이라면 사람의 목숨을 이리 가볍게 생각할 순 없습니다."

"알겠습니다.앞으론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한숨을 푹 내쉰 황후는 자신의 수족인 상궁을 불러 은밀히 시신을 치우라 했고,참혹한 현장에 당혹을 감추지 못한 상궁은 사람을 셋이나 죽여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이보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시선으로 잠시 본 후에 명을 받들겠다며 나갔다.침소에 널부러진 시신들이 치워지자 황후는 이보의 두손을 잡으며 소란을 일으키지 말아달라며 부탁을 했다.이보는 염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황후을 안으며 슬쩍 황후의 머리꽂이 하나를 뽑았다.

룬룬을 만나러 온 이보는 제 앞을 가로막은 병사에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누군지 모르는건가...아니면 죽어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이보는 황후의 머리꽂이로 병사의 눈을 찍고,목을 찔렀다.교대를 하러 온 다른 병사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병사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꽂이를 쥐고있는 이보를 보자마자 웬놈이냐며 검을 뽑아 달려들었지만 이보는 병사를 향해 달려가 머리꽂이로 병사의 목을 깊숙히 그었다.

"아...목숨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이건 실수."

피 묻은 머리꽂이를 툭 던진 이보는 유유히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지쳐있는 룬룬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이보는 피가 묻은 손으로 룬룬을 만지려 하다가 손을 거두었고,룬룬은 이보의 뺨에 생긴 상처를 봤다.예쁘다 예쁘다 귀한 보물을 만지듯이 해도 모자를 판에 감히 누가 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룬룬은 그게 누구였든 용서를 할 수 없었다.

"누가 너의 얼굴에 생체기를 만들었니..."

"아...황후한테 뺨을 한대 맞았는데 그때 생겼나 봅니다."

"황후가?어찌 어미가 된 자가 자식의 얼굴에 손을 올린것이야!"

"제가 사람을 좀 죽였습니다 어머니."

"왜 죽였는지 이 어미에게 말해주련."

"허락없이 제 공간에 들어와서요.어머니.이곳은 저를 무시하는 사람들밖에 없어요.아랫것들은 저를 상전으로 보지않고,윗것들은 저를 사람으로 취급을 안하고요."

치워야 할게 너무 많아서 치우다가 지쳐 쓰러지면 어떡하냐고 폭 안겨서 응석을 부리자 룬룬은 자신이 본 미래를 가고있는 이보가 무서우면서도 그런 운명을 타고 난게 안쓰럽기도 했다.밧줄 하나만이라도 풀린다면 신력을 쓸 수 있을텐데...신력을 봉인당해서 그런지 신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룬룬의 한숨에 이보는 어머니의 한숨은 내가 먹어 치우겠다며 룬룬에게 입을 맞췄다.

"아바마마."

"왜그러느냐."

"아바마마께선 왜 그 서자를 황자로 인정하고 데려온것입니까.소자는 아바마마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것은 이 아비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만 네가 참을 수 밖에 없구나."

이보가 소름끼치도록 꺼리지만 아직은 참아야 할 때다.황제는 네가 나서지 않아도 아비가 알아서 치울것이니 그때까지만이라도 불편함을 감수 해야한다고 태자를 어르며 달랬다.태자를 대하는 황제는 이보와는 달랐다.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태자는 믿고 기다리겠다며 마음을 놓았고,황제는 태자가 완전히 건강 하려면 약재 또한 신선해야 하기에 아깝지만 태자를 위해서라도 이보에게 신경을 쓰기로 했다.

황제의 명으로 처소를 다른곳으로 옮기게 된 이보는 이전에 쓴 처소보다 더 크고 화려한 새 보금자리에 마음이 들떴다.대체 무슨 목적으로 내게 이런 과분한 처소를 내줬을까?목적이 다분하니 마음이 설렐 수 밖에 없잖아?처소 뿐만이 아니라 최상품 비단으로 만든 옷도 받았다.이보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이깟것들로 내가 네놈 손바닥 위에 놀아날 줄 알아?

"내 식사는 국과 찬 하나면 충분하다 했을텐데?"

"폐하의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무슨 명이지?"

"앞으로 황자전하께서 입으실 옷,드실 음식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 하셨습니다."

"이건?"

"몸을 보 허는 약이옵니다.쓰더라도 몸에 좋은것이니 달게 드십시오."

과분한 처소에 비싼 옷에 부담스러운 진수성찬에 이어 약이라니...이보는 꺼림칙 했지만 처리할땐 처리하더라도 즐길건 즐겨야 나중에 처리할때 잘 이용했다고 후회될건 없을것 같았다.탕약 한그릇을 비운 이보는 폐하께 감사히 받겠다 전하라며 수저를 들었고,환관은 식사가 마치면 부르시라며 물러났다.그럼 어디한번 더러운 속내가 보이는 것들을 취해볼까?이보는 눈을 희번뜩 거렸다.

 

 

 

이보등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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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d1f28] - 2023/08/14 02:11

걍 다 죽이고 나라를 없애야...황제 역겹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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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1b93] - 2023/08/14 23:54

시발 이보가 더 황제같아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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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8f259] - 2023/08/14 23:54

그냥 타고난 성향이 있는데ㅠㅠ 운명이긴한듯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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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b00ef] - 2023/08/15 00:02

어머니라고 부르는게 넘모 꼴리고요....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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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e1cbf] - 2023/08/15 00:30

먼저 공격해서 다 죽여야겠는데 ㅠㅠㅠㅠ 먼저 황궁 들어와서 사방이 적이자나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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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df92] - 2023/08/15 00:42

ㅁㅊ 운명대로 가는구나 허미 시바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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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5379] - 2023/08/15 02:59

근데 운명대로 되어야 이룬 사는거 아닌가ㅠㅠ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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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904dc] - 2023/08/15 23:58

황후까지 근데 이보 버리면 존나 위험해지는거 아녀??? 하 시바 룬룬 풀어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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