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샤오잔 이사 애첩 이보 2
보고싶다(https://sngall.com/articles/415)
제목이랑 완전히 따로 노는 내용ㅈㅇ
샤오잔 아직 이사 아님
전편에서 내가 보고 싶은 장면 그냥 쫌 더 자세히 풀어서 씀
이보가 온 지 2주 쯤 되었을 때, 샤오잔은 외박을 했음.
특별한 일은 아니었음. 모임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간이 늦어진 김에 그냥 그 위의 호텔에 묵기로 한 거였지. 꽤 중요한 모임이긴 해도, 그 일원들과 사적으로 친하진 않았음. 꽤 오래 되었지만 그 중 정말 친한 사람이라곤 운몽의 왕탁성 한 명 뿐, 나머지는 그저 집안이나 사업적 필요에 의해 연결된 사이였음. 그러나 샤오잔은 이제 막 성인의 자유를 만끽하던 시기였고, 술을 마시며 즐길 핑계는 무엇이건 별로 상관없었음. 적당히 취기가 오른 입들에서 나오는 그들 세계의 이런저런 가십들도 나름 재미있었고.
다음 날 호텔 스위트에서, 오전 수업을 듣기에 꽤 빠듯한 시간에 눈을 뜬 샤오잔은 잠시 고민을 했음. 수업을 빠지는 건 내키지 않는데 집에 들렀다가 학교에 갈까, 아니면 그냥 컨시어지에게 갈아 입을 옷을 부탁할까. 좀 바보같은 결정이라고 여기면서도 집에 들르기로 한 것은, 귀가 때마다 반기는 앳된 얼굴 하나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임. 혹시 늦게까지 기다렸을까 신경이 쓰였던 것도 같음.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안고 기사가 운전하는 차의 뒷자리에 실려가면서 제가 뭐하고 있는 건가 조금 한심하기도 했지. 그리고 집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샤오잔은 현관문 바로 앞에서 아이를 발견했음. 무릎을 모아 끌어안고 그 위에 머리를 대고 잠이 든 작은 아이.
하.
샤오잔은 짧은 숨을 토해냈음. 잠깐 무언가 심장을 꽉 움켜쥐는 기분이었음. 그의 지시를 받은 비서가 아이를 맡겨도 좋을 만한 적당한 곳들을 찾아 정리해서 이미 지난 주에 보고한 상태였음. 한 군데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결정을 미루고 있는 건 자신이었음.
그냥 작은 변덕, 얄팍한 동정심으로 데려왔을 뿐인데.... 아마 그 순간이었던 거 같음. 아이를 계속 제 곁에 둘까, 생각한 것이.
방으로 옮기려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선잠이 들었던 아이가 퍼뜩 깨어났음.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면서도 저를 보자마자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고는, 샤오잔도 그만 따라 웃어 버렸음.
-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 ..........
아무것도 아닌 작은 행동 하나에도 빈번하게 욕을 먹고 혼나는 것이 일상이었던 아이는, 샤오잔의 말에 움찔했음. 곧 떨어질 호통 소리를 기다리는 것 마냥 떨구어지는 머리를 샤오잔이 쓰다듬었음.
- 불편하잖아.
조심조심 눈을 들어 샤오잔의 미소가 그대로이고 그가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아이가 입술을 감쳐물었다가 작게 속삭였음.
- 그냥..... 오시는 거 보려구..... 기다리다가...
샤오잔은 아이의 앞에 같은 자세로 쪼그리고 앉으며 눈높이를 맞추었음.
- 조금만 기다리다가 안 오면 그냥 자. 형 안 기다려도 돼.
어감이 조금 낯설었음. '형'이라.... 샤오잔은 속으로 살짝 실소했음. 강징이 봤으면 하던 대로 하라고 웬 어울리지 않는 다정한 척이냐면서 질색했을 거임. 그렇지. 제가 누굴 이렇게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었지.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는 너한텐 내가 왜 이렇게 말랑하게 구는 걸까. 네가 뭐라고.
- 응?
생각에 잠겼다가 아이의 목소리를 놓친 샤오잔이 되물었음.
- ......보고 싶어서........
조그맣게 되풀이되는 말에 샤오잔은 멈칫했음.
마담이 주절주절 풀어놓았던 말에 따르면, 일하기로 한 여자가 젖먹이 아이를 함께 데려왔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아이는 버려둔 채 저 혼자 도망을 갔다던가. 그 후로 쭉 거기서 컸다고 했음. 아무리 형편없었다 해도 자란 곳을 갑자기 떠나와 불안했겠지. 환경이 더 좋건 어쨌건 여긴 낯선 곳이고, 샤오잔을 포함해 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음. 자기를 데려온 샤오잔조차도 낮에는 거의 없었으니, 하루종일 그가 돌아오길 기다린 것도 무리가 아니었음. 아이가 가슴 한 구석을 자꾸만 콕콕 찔러댔음.
샤오잔은 손을 들어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음.
- .......이렇게 아침에 보면 되잖아. 오늘 안 들어오면 내일은 들어올 거야. 내가 어딜 가겠어. 여기가 우리 집인데.
- ..............
- 그렇지?
이보는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가끔씩 건네던 동정에 익숙했음. 그들은 술에 취해서, 가게 누나들의 애교에 기분이 좋아져서, "불쌍하게도" 술집에 머무는 어린 꼬마에게 때때로 선심을 썼음. 지폐 몇 장일 때도 있었고, 과일 한 조각일 때도 있었음. 둘 중 고르라고 하면 과일이나 먹을 것을 얻을 때가 더 좋았음. 돈은 얼마가 되었던 마담이 모두 가져갔으니까. 가질 수도 없고 가치도 잘 알지 못하는 종이 몇 장 보다야 당장 입에 넣을 것이 반가웠지.
이보가 두 손으로 받아들고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하면 그들은 대부분, "관대하게 베풀 줄 아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며 지나쳐 갔음. 그냥 익숙해서..... 어린 마음에 생채기가 나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몰랐음.
그리고 지금.... 그러니까 샤오잔이 경험하게 해준 요 며칠 간의 생활이, 규모가 조금 더 커지고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진 적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
그래도 이보는 괜찮았음. 내리치려는 손바닥을 막아주고 가만히 내려다보던 얼굴이 마치 천사같고, 마치 저를 위해 나타나 준 영웅 같아서. 뭐가 되었든 그냥 다 괜찮았음. 형이 ㅡ이렇게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몰래 속으로만 부르는 거니까....ㅡ 이제 자기랑 가면 된다고 했을 때, 팔려가나보다 하면서도, 앞으로 무엇을 시킬지 모르는데도 무섭지 않았음. 따지고 보면 그날 처음 본 모르는 사람인데.... 이보는 샤오잔이 같이 가자니까 그냥 좋았음.
그 전에도 머리통을 얻어맞을 때, 어깨가 세게 밀쳐질 때, 어린애한테 왜 그러냐고 말려주던 사람들은 종종 있었음. 그런데 왜 형만 특별했던 건지 모르겠음. 나중에 열심히 고민한 이보는, 아무래도 형이 너무 잘생겨서 그랬나 보다, 결론내렸음.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음.
여기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짜증을 내거나 면박을 주는 어른들도 없었음. 대신 웃는 얼굴의 아주머니가 매 끼니마다 다정하게 부르면서 이걸 정말 내가 다 먹어도 될까 싶은 음식들을 차려 주었고, 보고 싶은 TV 채널이나 만화 영화를 틀어줄까 물었음.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간식들을 수시로 주었고, 여기 온 다다음날엔 어떤 아저씨가 갖고 놀라면서 신기한 장난감이나 게임기들을 잔뜩 안겨주었음. 게임기는 작동 방법은 커녕 그게 뭔지도 몰라 손댈 수 없었지만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TV의 채널은 마음대로 돌려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음. 잠이 더 이상 안 올 때까지 늦잠을 자도 혼나지 않았음.
이 신기하고 천국같은 며칠이, 샤오잔이 베푸는 잠깐의 선물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음. 주문한 안주를 가져온 불쌍한 아이에게 하나 먹어보라면서 이쑤시개에 꽂아 건네던 동정심 한 조각 같은 거라는 걸.
다만 그 한 조각이 너무 특별해서, 그래서.....
- 그래도.... 그냥 자면 오늘은 못 보니까.
그걸 준 형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음. 이제 곧 헤어질 테니까.
- 나중에.... 얼굴 생각 안 날까 봐..... 많이 봐두려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었음.
순간 쿵. 떨어진 심장이 무엇때문인지 샤오잔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음. 그보다는 자기가 한 말이 샤오잔을 기분나쁘게 했을까 봐 아이가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게 더 신경쓰였음.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당연히 다른 곳으로 보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도 없이 제멋대로 데려왔다가 또 아무 곳에나 보내려는 사람을, 아이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을 보듯 말갛고 예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음. 제가 하는 말이, 앞으로 샤오잔을 계속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뜻인지도 모르고 말하면서.
아. 못 보내겠구나.
그 때 알았음. 아이가, 왕이보가 제게 특별해졌다는 걸.
이보가 머물고 있던 게스트룸의 인테리어와 가구들이 완전히 바뀌었음. 커다란 퀸 베드와 협탁, 서랍장 하나가 전부였던 공간은 십대 아이를 위한 방으로 탈바꿈했음. 이보는 반나절 만에 완벽하게 바뀐 방을 보면서도 얼떨떨해서 아무 반응도 못했음. 새 침대, 새 옷장, 새 책상, 새 책장.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새 옷이며, 갖가지 학용품, 컴퓨터, 태블릿까지. 모두 제 것이라고 했음.
처음 가져보는 제 공간과 물건들이었지만 그것보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뜻이 맞는 걸까 두근거려서 이보는 하루 종일 애타게 샤오잔을 기다렸음. 그리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돌아온 샤오잔을 언제나처럼 현관 앞으로 뛰어가서 맞았음. 저를 향해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을 보자, 이보의 가슴이 희망으로 부풀었음.
- 저 여기 계속 살아요?
인사도 잊고 이보가 다급하게 물었음.
- 도련님이랑 계속 여기서 살아요?
고개를 끄덕이려던 샤오잔은, 고용인들이 부르는 호칭이 이보 입에서 나오는 걸 듣고 응?? 했다가 웃음을 터뜨렸음. 왜 웃는지 몰라 따라 웃지도 못하고 이보는 샤오잔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렸음. 샤오잔이 허리를 숙여 이보와 시선을 맞추었음.
- 응. 너 여기서 계속 살 거야. '형'이랑.
환하게 피어나는 표정을 보면서 샤오잔이 발그레하게 물든 뺨을 톡톡 두드렸음.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샤오잔이 덧붙이는 말에 이보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음. 그가 하라고 하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했을 거임. 집이 좋아서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도 아니었음. 샤오잔 곁에 계속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이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음.
샤오왕
댓글
재업은 사랑
센세는 그냥 사랑....하...이걸왜이제보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