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샤오잔 이사 애첩 이보
샤오잔은 내로라 하는 대기업 후계자고, 이보는 항상 이뻐라 이뻐라 하고 귀염만 받고 사는 샤오잔의 애첩인 거
애첩은 애첩인데.... 대외적으로 분명히 그렇게 알려져 있긴 한데 딱히 하는 건 없음 저녁마다 샤오잔 퇴근하면 쪼르르 가서 안겨서는 뽀뽀 쪽쪽하는 거. 샤오잔이 서류 가방 내려놓고 옷 갈아입는 동안 뒤 졸졸 따라 다니며 하루 종일 있었던 일 한 일 종알종알 털어놓는 거. 샤오잔이 샤워하러 들어간 동안 도우미 아주머니가 만들어 놓고 간 음식 다시 이쁘게 그릇에 담아서 식탁 위에 올려만 놓고는 뿌듯해 하는 거 뭐 그 정도일 뿐 달리 하는 일이 없음
이보는 원래 술집이든 사창가든 그런 데서 부모도 없이 구박데기, 천덕꾸러기로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크던 아이였음
샤오잔이 막 대학에 들어갔을 때 망나니 사촌들이 성인된 기념이라면서 반 강제로 데려갔던 곳에서 만남. 별로 취향도 아닌 곳이라 표정만 구기고 있다가 먼저 일어서 나왔는데, 몇 걸음 앞에 다 먹은 접시들을 한아름 안고 조심조심 얌전히 걸어가던 이보를 처음 봤음. 너무 어린 거 같은데 이런 곳에? 싶었을 거임.
그런데 만취한 손님이 비틀거리며 복도를 걸어가다 혼자 발을 헛디뎌서는 아이에게 가서 부딪침. 남자가 부딪친 거였고 무거운 접시들을 안고 쓰러지며 남은 음식들을 뒤집어 쓴 것도 아이였는데, 남자는 옷자락에 음식이 튀었다며 버럭버럭 애꿎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음. 온갖 욕을 퍼붓다가 급기야 두툼한 손으로 내리치려는 것을 샤오잔이 막았음. 정의감 같은 건 아니었음. 그렇게 좋은 성격도 아니었고. 그냥 단순한 찰나의 동정심 비슷한 거였지. 배나온 남자는 컸고 아이는 너무 작았거든.
이건 또 뭐야? 하는 눈으로 돌아보던 남자는 표정없이 바라보는 샤오잔을 보고 꼬리를 말았음. 샤오잔은 남자보다 입고 있는 옷이 비쌌고 시계가 더 고급이었고, 남자보다 키가 컸음. 쓰러진 아이를 향해 여전히 뭐라뭐라 불만스레 욕설을 중얼거리는 남자의 상의에 샤오잔은 지폐 몇 장을 꺼내 꽂아주었음.
- 이제 꺼져
나지막한 한 마디에 움찔한 걸 들키기는 싫은 듯 술을 핑계로 비틀비틀 자리를 벗어나는 남자를 바라보다 샤오잔은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음. 아이는, 이보는 접시들 사이에 주저앉은 채 저를 구해준 샤오잔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음. 뺨에 뭔지도 모를 소스를 묻히고 순하게 올려다보는 말간 얼굴이 그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이뻐서..... 샤오잔은 자리를 뜨는 대신 급하게 달려오는 마담을 기다렸다가 손가락으로 이보를 가리켰었음. 잘못도 없이 욕을 먹은 아이를 챙겨 데리고 가라는 의도였지만 마담은 다르게 받아들였음.
샤오잔의 취향을 지레짐작한 마담이, 이 아이는 아직 손님을 받은 적이 없지만 그만한 값을 치르시면 특별히 방에 넣어드리겠다 했음. 그녀가 아이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에 써먹을 생각을 하며 눈을 반짝이던 순간의 불쾌감을 아직도 기억함. 샤오잔은 그 자리에서 거의 충동적으로 거액의 몸값을 치르고 아이를 빼내왔음. 순간의 제 손짓이 아이의 앞날을 결정지어 버렸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임.
이보가 열 두어 살 때 쯤의 일임.
어리고 여물지 못한 손이라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에도 수시로 얻어맞고 이리저리 치이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던 이보는, 갑작스레 그 소란한 곳에서 저를 데리고 나온 낯선 청년에게도 그저 말갛게 웃었었음. 하루에도 몇 번씩 팔아버리겠노라 폭언을 퍼붓던 마담의 말대로 팔려왔나 보다 했지.
하지만 하루 한 끼 얻어먹는 것조차 눈치보아야 하고 늦은 새벽 아무 구석에나 몸을 말고 쪽잠을 청해야 했던 이보는,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새로운 환경에 어안이 벙벙했을 거임.
샤오잔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독립해 나와서 혼자 살게 된 펜트하우스는 운동장 만큼이나 아주 넓었음. 이보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혹시 무엇을 잘못 건드리면 어떡하나 겁도 조금 났었음. 그러나 저를 데리고 온 잘생긴 형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대신 욕실에 들어가 씻게 해주었고 커다란 방 하나를 열어주며 자게 해주었음.
일은 내일부터 하면 되나보다 하고, 늘 하던 대로 방 한쪽 구석으로 가 웅크리고 누우려는 이보를 샤오잔이 막았겠지. 샤오잔은 의아하게 올려다보는 이보를 안아올려 침대에 눕혀 주었음. 폭신하고 깨끗한 침구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 좋아서, 저를 안아올리는 팔이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어서, 어린 가슴이 두근두근 했었음.
거칠게 몸을 흔들어 깨우는 손길이 없어 이보가 눈을 떴을 때는 낯설게도 환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음. 더럭 겁이 났더랬음. 조금이라도 늦으면 쏟아지던 욕지거리와 손찌검을 기억하고 울상이 되어서 방을 뛰어나왔을 때, 너른 거실의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샤오잔이 눈을 들었음. 눈부신 햇살 한 가운데서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또 한 번 어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음.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고, 위협적으로 팔을 들어 올리지도 않았음. 그저 조용히 책을 덮고 일어나 이보를 데리고 주방으로 갔음. 이보와 샤오잔이 오는 것을 본 인상좋은 아주머니가 신속하게 움직이며 넓은 식탁 위에 식사를 차려내었지. 저를 위해 차려진 정갈한 음식들 역시 처음하는 경험이었음.
샤오잔의 집에 집안 일을 하는 가정부나 그 밖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차고도 넘쳤으니 어린 이보에게 시킬 일은 없었음. 그들은 난데없이 나타나 펜트하우스의 방 한 칸을 차지한 어린 소년을 궁금해하는 대신,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음. 샤오잔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들은 이릉그룹 도련님이 하는 일에 필요 이상의 호기심을 품지 않았고 토를 달지도 않았음.
이보를 데리고 온 다음에도 샤오잔의 생활에 그닥 큰 변화는 없었음. 이보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고, 샤오잔은 이보에게 바라는 게 없었으니까. 전 무엇을 해야 하나요... 조심스레 묻는 아이에게 샤오잔은 여기 머무는 동안은 그저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된다 했음. 고용인들에게는 아이가 말하지 않더라도 부족한 것 없이 알아서 잘 챙겨주라 일러놓았지. 그 이상 신경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음.
그런데 달라진 점이 한 가지 있었음. 샤오잔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귀가 했을 때,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현관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도도도도 발소리가 들려온다는 것. 얼른 달려와서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온 저를 반기는 얼굴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음.
고용인들의 의례적인 인사말 외에, 누군가 그의 귀가를 이렇게 열렬하게 반겨주는 건..... 샤오잔이 기억하는 한, 태어나서 처음이었음.
사실 샤오잔은 이보의 거취에 대한 별다른 계획이 없었겠지.
그저 길거리에서 마주친 유기견이나 길고양이가 어쩐지 신경쓰여서, 순간의 이끌림으로 며칠 정도 돌봐주기로 결정한 딱 그 정도의 마음이었음.
잘 먹이고 잘 입히며 며칠 간 데리고 있다가 적당한 곳으로 보낼 생각이었지. 시설이어도 좋고, 위탁 가정 같은 곳이어도 좋고. 다만 클 때까지 충분한 후원을 해줄 생각은 있었음. 어쨌거나 있던 곳에서 데리고 나온 것은 자신이니 책임감도 살짝 있었고, 그에게는 그럴 만한 충분한 능력도 돈도 있었으니까.
샤오잔의 일을 처리해주는 비서는 샤오잔의 지시에 따라 이보가 며칠 머무는 동안 사용할 물건을 사들였고, 몇 주 뒤 이보가 다닐 사립 학교를 알아보았으며 곧 이보의 등하교를 돕게 되었음. 샤오잔의 펜트하우스 주소가 이보의 학교에 등록되었지.
며칠은 몇 주가 되었고, 몇 주는 몇 달이.... 그리고 몇 년이 되었음. 어느 새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이보는 샤오잔의 생활에 스며들어 그 일부가 되었음. 샤오잔은 제가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이보를 이뻐했었음. 처음에는.
태어날 때부터 애정이라곤 한톨도 받아본 적 없던 아이는, 샤오잔이 애완동물 대하듯 귀여워하는 것에도 만족하고 기뻐하며 화사하고 예쁘게 피어났음.
샤오왕
댓글
꺅!!!!!!! 센세!!!!!!!!!!!
ㅁㅊ 센세 기다렸어 길 잃은 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허미 센세다ㅠㅠㅠㅠㅠㅠㅠ
존나 혼절..... 센세
허미 센세ㅠㅠㅠㅠㅠ 센세가 왔다
센세... 내 센세 잘왔어ㅠㅠ
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