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G

페이즈의 엄마는 분명 정신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임. 논리와 이성이 거의 상실된 상태인데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투영해서 가족들에게 끝없이 감정적 가해를 함. 페이즈가 성인기에 불행해지고 인생을 내던지고 한 가지에 집착하게 된 건 그 엄마가 아이를 그렇게 불행하게 키운 탓이 커 보임

그리고 이 작품은 저런 엄마를 안 좋은 부모로, 그런 엄마로부터 아들을 감싸려 노력한 아빠를 좋은 부모로 묘사하지만 난 사실상 이게 엄마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함. 그 아빠가 그런 여자와 결혼해서 애를 낳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페이즈가 그런 사람을 엄마로 두게 된 거임. 페이즈는 엄마를 선택한 적이 없음. 그 아빠가 선택한 거임. 내 자식이 선택할 수 없었던 부모는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배우자임. 따라서 나는 저 아빠도 아이를 그런 상황에 몰아넣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함. 심지어 저 아빠는 경찰이라서 무조건 아내가 주 양육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걸 알면서도 그런 아내와 사이에서 애를 만든 거임. 그래놓고 아내를 이기지도, 애를 지켜주지도 못함

애를 안 낳을 거면 아무리 감정적으로 가학적인 배우자를 선택하더라도 그건 온전한 본인의 선택임. 하지만 그 사람과 한 인간을 낳을 거면 배우자가 애한테 좋은 부모가 될 사람인지 숙고하고, 내가 기꺼이 감수한 고통이라고 해서 내 자식에게도 감수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정상적인 부모의 최소한의 소양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