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일박이보로 뱀파이어 일박이와 사육당하는 이보 보고싶다

https://sngall.com/articles/990
2020/11/12 23:58
조회수: 276

계급사회가 있는 뱀파이어인데 일박이는 그 중 가장 전통이 오래된 순혈 뱀파이어 가문의 일원임. 전통이 오래된 순혈의 가문일수록 뱀파이어 사회에서 발언권의 힘이 가장 높았지만 그것도 다 옛날이었음.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들의 세력이 커지면서 뱀파이어가 살 곳은 점점 줄어들었음. 이제 인간을 사냥하여 그 피를 마시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인간들의 문명이 발달할수록 역으로 뱀파이어가 사냥당하는 일이 많아, 현재는 그 개체가 많이 줄어들었음. 이대로 가다간 찬란했던 뱀파이어 문명도 사라지고 나아가서는 멸종이 될 수도 있었음. 많은 고민 끝에 뱀파이어의 존속을 위한 기가 막힌 방법을 강구해냄.

인간의 피는 뱀파이어의 생명력이었음. 더 이상 인간을 사냥할 수 없게 된 뱀파이어들은 결국 인간 아이를 죽지 않을 만큼 피를 뽑아 그것을 뱀파이어에게 공급하기에 이르렀음. 인간 사육장. 바로 그 인간들을 사육장에 가둬 키우는 것이 바로 존속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이었음.

일박이는 인간 사육장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음. 그러나 고귀하신 혈통인 일박이는 자신이 마시는 그 피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딱히 궁금해 하지 않았음. 그저 불사에 가까운 몸을 영위할 수 있게 피가 공급되기만 하면 되었음.

그러니 일박이 어느 날 갑자기 인간 사육장에 찾아간 것은 정말 충동적인 일이었음.

겉은 평범한 폐건물이었음. 깨진 유리와 찢어진 커튼, 군데군데 금이 간 건물 벽들이 낮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뿜어냈음.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에 흩어진 유리조각들 밟는 소리가 조용한 폐건물 공간에서 메아리치듯 울렸음. 일박이는 그 기괴한 소리를 들으며 지하로 향했음. 폐건물은 인간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 일 뿐 인간 사육장은 그 아래 지하에 있었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고약한 냄새가 나서 일박이는 손수건으로 코를 막지 않을 수가 없었음. 지금이라도 올라갈까 싶었지만 호기심이 더 컸으므로 결국 일박이는 인간 사육장 앞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음.

그 고귀한 순혈 가문을 모르는 뱀파이어는 없었음. 고로 그 가문의 일원인 일박이를 모르는 뱀파이어 또한 없었음. 일박이가 인간 사육장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곳을 관리 감독하는 뱀파이어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조아렸음. 일박이는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인간 사육장을 둘러  보았음.

간신히 누워서 숨만 쉴 수 있는 그런 비좁은 공간은 창살로 막힌 채 그 안에는 인간들이 앉아 있었음. 생기도 없이 멍한 눈을 한 이와 두려움에 벌벌 떠는 이와 온 몸이 묶인 채 피를 빼고 있는 이와 탐욕스럽게 목에 이를 박아 넣는 뱀파이어에게 실시간으로 피를 빼앗기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음. 일박이는 그들을 둘러보다가 이내 한 창살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었음.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소년의 앞에 선 일박이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음.

‘너랑 똑 닮았다니까!’

얼마 전 혈액팩을 먹는 게 지겹다며 직접 인간 사육장을 다녀온 그의 사촌이 신기하단 어투로 말했음. 뱀파이어는 피를 먹어야 살 수 있었음. 그 피는 어떤 경로로 섭취해도 상관이 없었으나 뱀파이어들은 인간의 몸에 이빨을 박아 넣고 피를 빠는 것을 매우 선호했음. 그 유희와도 같은 행위 때문에 인간을 사냥하다가 죽은 머저리 같은 뱀파이어들이 수두룩했음. 일박이는 혈액팩을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나 제 사촌은 인간의 혈맥이 너무나 그립다며 지저분한 인간 사육장에 몸소 갔다 온 것이었음. 인간들을 사육하는 곳이라니, 그곳은 짐승을 키우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일박이는 그런 곳은 질색이었음. 그러나 그곳을 다녀온 사촌은 오랜만에 느끼고 맛본 인간의 혈맥보다 그 안에 있던 일박이와 너무나 똑같이 생긴 사육 인간을 발견한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음. 일박이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으나 목소리까지 똑같다는 사촌의 말에 흥미를 느꼈음. 그러나 겨우 그러한 이유로 제가 그 지저분한 우리에 발을 담글 리는 없었음. 일박이는 사촌의 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잊어버렸음. 아니, 잊어버리려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닮았다는 그 말이 자꾸만 밟혔음. 책을 읽다가도, 정원을 구경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사색에 잠길 때에도 자꾸만 그 말이 맴돌며 인간 사육장 안에 제가 앉아있는 상상이 들기 시작했음.

한 번만 보고 오면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겠지 싶었음. 일박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저를 쳐다보는 사육 인간과 시선을 마주쳤음. 맨질맨질한 검은 눈동자가 일박이를 보자마자 놀란 듯 크게 떠졌음. 그것은 일박이도 마찬가지였음.

‘너랑 똑 닮았다니까!’ 아니, 이건 똑 닮았다는 수준으로 말하기 어려웠음. 일박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살 안의 사육 인간을 노려보았음. 닮은 게 아니라 제 자신이 저기에 앉아있는 수준이었음.



사육 인간의 이름은 이보였음. 일박이는 이곳에 잡혀온 후 날짜를 세고 있었던 흔적으로 보이는 벽에 그어진 빗금을 보았음. 제일 마지막에 새겨진 빗금이 앞서 그어진 빗금보다 선명하고 뚜렷한 것을 보니 날짜를 세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듯 했음. 그 안타까움에 일박이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음. 사육 인간이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음.

수없이 피를 빨리다가 결국 그 생이 바스라 지는 것.

일박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저를 보는 이보와 눈을 마주쳤음. 정돈되지 않은 머리칼만 아니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와 닮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었음. 심지어 저를 향해 피를 마시겠냐고 물어오는 저 목소리까지도.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아 일박이는 소름이 돋았음. 마주 보고 있기 싫어져 일박이가 몸을 돌려 인간 사육장을 나가버렸음. 흥미를 해결했으니 더 이상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음.



그러나 일주일 후 일박이는 또 그곳을 찾았음. 저를 빤히 보던 그 눈빛이 잊히질 않았음. 왜 자꾸만 신경 쓰이는 지 모르겠음. 이 지저분한 짐승 우리를 또 찾아오게 될 거라고는 일박이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음. 그건 관리 감독하는 뱀파이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일박이가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다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며 허리를 숙였음.

“..아흑, 그만, 그만..아..!”

다른 사육 인간들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제 목적지로 향한 일박이는 애원하는 제 목소리에 눈을 찡그렸음. 한 뱀파이어가 식사 중인 모양인지 피 냄새가 코끝에 스며들었음. 고통스러운 모양인지 이보의 몸은 더러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바르작거렸음. 발버둥을 치지 못 해 발로 바닥만 문지르는 바람에 흙먼지가 위로 부유하기 시작했음. 피가 너무 빨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보가 애원하며 울고 있었음.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박이의 두 눈이 순간 붉게 물들어갔음.

“그만해. 죽일 셈이야?”

일박이가 철창 안으로 들어가 이보의 목을 게걸스럽게 탐하는 뱀파이어의 뒷목을 움켜쥐었음. 간혹 저렇게 옛날의 영광을 잊지 못 하고 아까운 인간을 예전의 방식으로 먹어치우려는 머저리들이 있었음. 예전이야 인간의 인프라가 제대로 발전되지 않아 누가 죽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은 시대였음. 그래서 뱀파이어들은 인간의 목에 송곳니를 박아 넣고 심장에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꺼내 마신 후 천천히 몸이 식어가는 인간들을 보며 흥분을 즐겼음. 그러나 지금은 인간 사냥은 어려웠고 피를 공급해주는 인간은 그 수가 적어 매우 귀했음. 전처럼 즐긴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음. 제 식사를 방해받은 게 화가 난 뱀파이어가 성난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뒤를 보았다가, 저의 뒷목을 잡은 것이 일박이인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몸을 숙였음. 순혈의 힘은 일반 뱀파이어보다 강했으므로 상대가 되지 않는 저의 처지를 모를 리가 없었음. 나가라는 턱짓에 뱀파이어는 얼른 무릎으로 기어 철장을 나갔음.

커다란 구멍이 뚫린 목에서는 피가 울컥울컥 흘러나오고 있었음. 이보는 손바닥으로 그 구멍을 틀어막은 채로 훌쩍거렸음. 고통의 여운으로 몸이 잘게 떨렸음. 일박이는 그것을 가만히 보기만 했음.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제조차도 없는 이 척박한 공간에서 이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으로 상처를 막는 게 전부였음. 얼마나 강하게 찔러 넣었는지 막은 손바닥 사이로 피가 흘렀음. 그러나 그것이 익숙한 이보는 그저 훌쩍이며 기다릴 뿐이었음. 기다리면 언젠가 피는 멎었음.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엉망진창이었음. 그것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고 벽에 몸을 붙여 바들바들 떠는 이보를 내려다보던 일박이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음. 이보의 앞에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앉은 뒤 목을 가린 이보의 손을 붙잡아 떼어냈음. 피가 흐르는 구멍 주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자 아픈지 이보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음. 뚫린 피부 주변이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음. 일박이는 끙끙거리는 이보의 신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멍을 깨끗이 닦았음. 아까 그 뱀파이어의 침이 한 방울도 남지 않도록.

남이 입댄 것에 손을 대는 건 취미가 없었음. 지독할 정도로 깔끔한 걸 좋아하는 일박이는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음. 아무래도 빌어먹게도 저와 닮은 이 모습 때문은 아닐는지 싶었음. 일박이가 입을 벌렸음. 날카로운 송곳니에 이보가 흠칫 떨었음. 방금 피를 너무 빼앗겨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인데 지금 또 피를 빨리면 죽을 지도 몰랐음. 죽음의 공포가 온 몸의 솜털을 바짝 세웠음. 두려워 떨면서도 어릴 적부터 사육당한 이보는 뱀파이어를 피해 도망갈 생각조차 못 했음. 일박이는 이보의 목에 이를 박았음. 정확히는 아까 뚫린 그 구멍 안으로.

순혈 뱀파이어의 침에는 통증을 가라앉히며 성감을 올리는 미약이 흐르고 있었음. 그 덕에 인간들은 순혈에게 피를 빨릴 때 고통과 공포보다는 흥분과 쾌락에 빠진 채로 죽어갔음. 그것은 여전한지 또 다시 피부가 뚫리는 공포에 떨던 이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이 풀리며 몸이 서서히 늘어져갔음. 일박이는 뒤로 쓰러지려는 이보의 몸을 받쳐 안은 뒤 목에서 송곳니를 빼낸 후 이보의 상처 입은 목을 가볍게 핥아 올렸음. 달콤한 피가 혀를 자극하며 갈증을 일으켰음. 목에서 울컥하고 쏟아지는 피는 일박이는 혀와 침이 닿자마자 금세 멎어 들어갔음.

“고맙, 고맙습니다..”

흥분에 열이 올라 얼굴이 붉어진 이보가 목의 상처를 매만지며 일박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음. 아까 식사를 하러 온 뱀파이어에게 피를 내어줄 때는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밟고 왔었기에, 일박이가 말려주지 않았다면 이보는 정말 오늘 죽었을 지도 몰랐음. 다른 이의 눈에는 비참한 삶이지만 이보는 비참한 삶을 살더라도 죽고 싶지 않았음. 그런 이보의 마음을 모르는 일박이는 저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소름이 돋을 거 같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음.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지 않겠니?”

그 말에 이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음.

“이렇게라도 살고 싶어요.”

왜? 짐승처럼 사육 당하고 자유가 구속되며 죽음까지 속박당하다가 언제 도살당할지 모르는 이 처참한 삶을 살고 싶다고? 일박이는 정말 궁금했음. 이보는 잠시 머뭇거렸음. 이 말을 해도 될는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와 같은 목소리를 들으니 왜인지 긴장이 풀려서 입을 열었음.

“흙을.. 꼭 한 번만 밟고 싶어서요.”

시멘트 바닥 위만 밟아본 맨 발바닥으로 포근하고 포슬포슬한 그 흙을 한 번만 밟아보고 싶었음. 일박이 입장에서는 지극히 소박하고 우습기까지 한 그 소원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도 되는 듯 이보는 다소 부끄러워하며 수줍게 웃었음. 그 천진한 웃음에 일박이는 기분이 이상했음. 마치 제가 저를 보며 웃는 것 같았음. 소름이 돋아서 일박이는 몸을 돌려 철장을 나갔음. 이제는 다시 오지 말자. 일박이는 이 더럽고 음습하고 지저분한 인간 사육장이 너무나도 끔찍하게 싫었음.





그러나 그 얼굴이, 그 목소리가, 여전히 저를 불러들었음.

일박이는 밋밋한 맛의 혈액팩을 노려보았음. 언제나 먹어도 그만이었던 이 혈액팩이 어느 순간부터 일박이의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게 되었음. 피를 삼키지 못 하고 구역질을 하던 일박이는 제 코를 자극했던 그 달콤한 향기를 잊을 수가 없었음. 빌어먹을.. 작게 욕지기를 하며 일박이는 다시는 발걸음 하지 않겠다던 그 인간 사육장에 또 몸을 드러냈음.

상처가 나아 딱지가 앉은 그 목을 일박이는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았음. 식사를 하러 온 뱀파이어 중에 이렇게 저를 더러운 짐승 보듯 하며 닦아주는 건 일박이가 처음이었으므로 이보는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음. 피부가 붉게 올라올 정도 박박 닦아내면 그제야 안심을 한 일박이가 입을 벌렸음. 그러면 이보는 제 몸을 꿰뚫을 공포에 바들바들 떨며 긴장으로 굳은 목을 내어주었음. 일박이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하얀 피부를 망설임 없이 꿰뚫었고, 이보는 고통에 몸서리를 쳤으나 그것도 잠시였음. 일박이의 침이 이보의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이내 몸은 노곤해지며 열감이 들뜨기 시작했음. 피를 빨아들이는 행위가 고통이 아닌 쾌감을 주었음. 이보는 몸이 뜨거워지며 기분 좋아지는 이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 피를 적당히 마시고 떨어지려는 일박이를 붙잡아 애원했음.

“..하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주세요.. 흐읏..”

흥분에 눈 주변이 붉어지고 목소리를 젖어 들어갔음. 견딜 수 없는 쾌감에 발가락이 절로 곱아들었음. 이보의 애원에도 일박이는 송곳니를 빼고 그 목을 핥았음. 달콤한 향기와 달콤한 피가 입 안에 가득 들어차는 것이 황홀했음. 허나 이성을 잃고 자제하지 못 하면 이보는 온 몸의 피를 전부 빨려 죽어버릴 게 분명했음. 이 달콤한 피를 그렇게 허무하게 잃을 순 없었음. 그간 혈액팩만 마시면 구토를 하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일박이는 양껏 이보의 피를 들이키고 오랜만에 배가 부른 만족감을 느꼈음.


그 뒤로 일박이가 식사를 위해 이보를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진 일이었음. 다만 어마어마한 돈을 건네주며 오로지 이보의 피는 자신 혼자 독점을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놓았음. 이 산해진미를 다른 뱀파이어와 나눠가질 수는 없었음.

이보의 피를 마실수록 일박이는 이상한 감정을 얻었음. 눈을 가늘게 뜨며 신음하는 이보의 얼굴이 간혹 자기 자신으로 느껴졌고, 그럴 때면 견딜 수 없는 흥분으로 충동을 느끼곤 했음. 처음에는 피만 먹어치우고 나가버리던 것이 어느새 피를 다 빨고나면 신음을 내뱉는 그 작은 입술을 탐하고 나아가서는 그 안의 혀까지 잘근잘근 씹어 입안의 달콤한 침까지 빨아먹는 지경까지 와버렸음. 그럼에도 철장 밖으로 나가는 게 아쉬워 괜히 대화를 걸며 한 공간에 같이 있기를 갈망했음.

“흙을 밟고 나면 뭐가 하고 싶니?”
“꽃냄새를 맡고 싶어요.”
“그리곤?”
“새가 우는 소리를 쫓아가고 싶고, 노을이 지는 것도 보고 싶어요.”

일박이는 소원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을 소원이랍시고 늘어놓는 이보의 입에 혀를 밀어 넣었음. 입천장을 쓰다듬고 가지런한 치열을 훑으면 이보의 입에서는 듣기 좋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음. 이보를 마음껏 탐하던 일박이가 하던 것을 멈추고 물끄러미 저와 같은 이보의 얼굴을 바라보았음. 가깝게 맞닿은 눈동자에 서로의 얼굴이 비춰졌음. 정말 거울을 보듯 똑같은 사랑스러운 얼굴이었음.

그 날 일박이는 참을 수 없는 열감에 발기한 제 성기를 붙들고, 거울 앞에 서서 제 얼굴을 보며 처음으로 수음했음. 거울에 비춘 것이 저인지 이보인지, 이보인지 저인지 알 수가 없었음. 자신이 이보에게 흥분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흥분하는 것인지 정말로 알 수가 없었음.

 

 

 

 

 

일박이보 이보텀


code: [e2783]
목록 Gift

댓글

code: [bfd28] - 2020/11/13 00:49

헐 ㅅㅂㅅㅂㅅㅂ 제목보고 내눈을 의심했다 내 센세가 왔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센세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 perma_link - 삭제 - gift
code: [46589] - 2020/11/13 02:51

일박이보 최고다 ㅠㅠㅠㅠㅠㅠㅠ센세 어디가지마ㅠㅠㅠㅠ

-
- perma_link - 삭제 - gift
code: [7b4d3] - 2020/11/13 05:20

센세... 센세야....???

-
- perma_link - 삭제 - gift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