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사윤수애로 수애가 갖고 싶어서 수애 윗전과 정략혼한 남사윤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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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23:56
조회수: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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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야 내 첩이 되어줘

부인이면 더 좋고



이 공자가 지금 나한테 뭐래...?




*




"수애를 돌려보내라."
"어머니!"


운심부지처 별채의 한복판에 꿇어앉은 사윤의 푹 숙인 머리꼭지를 한참이나 노려보던 무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윤이 벼락을 맞은 듯 번쩍 고개를 쳐들었으나 무선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사윤의 뒤에 꿇어앉아있던 수애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엄한 빛을 띄는 무선의 안색을 살폈고 현장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위 현합(*부인의 높임말)의 옆에 시립한 채 선득한 냉기를 뿜는 함광군의 눈치를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천둥벌거숭이 같던 어린 날을 지나 제법 장성한 티가 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본 적 없던 모친의 엄정한 낯을 분에 겨운 눈으로 올려다보며 질근질근 입술을 짓씹던 사윤이 말했다.


"그렇게는 못합니다."
"아윤!"
"그래?"


사람들은 저러다 끝내 선독께서 하나뿐인 장중보옥에게 손을 대시는 것은 아닐까 마음을 졸이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사윤을 당장 끌고 오라 일갈할 때부터 노기등등하시던 위 현합께선 도리어 반항기 충천한 아들을 대하여 차분한 기색이었다. 선단 위에서 척척 내려온 무선은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사윤의 옆에 꿇어앉았다. 기함한 사윤이 뻗어 잡는 손을 쳐내고, 놀라 한걸음에 다가오려는 망기조차 다른 손을 들어 막아낸 무선이 으레 그 평온하다 못해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라도 네 대신 벌을 받아야지 뭐."
"위영!"
"어머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장성한 네가 이미 네 권속이 된 사람을 내보내지 않겠다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얹을 것이며 무엇을 더 강요하겠니? 어미란 말로 너 찍어누를 생각 없다. 처음부터 네 맘에 두루 차지 않는 혼인임을 살피지 못한 내 허물이라도 치죄해야 기왕 뽑은 칼로 무라도 벤 셈이 되지."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억지 부리지 마시고 얼른 일어나세요."


위 현합, 제발 이러지 마세요... 뒤에서 보다 못한 수애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간청하자 무선은 잠자코 모아 내민 그의 손을 다독여주었다. 몇 번을 부축해 일으키려 해도 무선이 뿌리치자 사윤은 이제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모친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었으나, 정말이지 간만에 느껴보는 생리적인 공포감이었다. 오롯이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부친 함광군의 살떨리는 눈빛은 금방이라도 그를 잘게 썰어 죽일 것만 같았다.


이내 사윤은 다시 제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수애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제가 꿇어 계척을 맞을 때는 장승마냥 우뚝 서서 보고만 있던 주제에, 모친의 행세에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하는 꼴이 여간 밉살스런 것이 아니었다. 뭐 해 남잠? 빨리 쳐! 재촉하는 음성에 감히 누구도 그러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순간 흠칫하여 다시 제 어머니 쪽으로 시선을 돌린 사윤의 눈에 꼿꼿이 세운 무선의 등허리가 들어왔다. 분명 처벌을 받고자 무릎을 꿇고 있는 쪽은 어머니인데 계척을 수백 대는 맞은 것처럼 앞서 괴로운 내색을 비치는 쪽은 선단 위에 선 아버지였다.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눈에는 흐르는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사랑이 선명했다. 언제나 그러하였다. 사윤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수애를 보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 애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자신의 연정을 생각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어머니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무선의 손길을 받던 수애가 고개를 조금 들어 사윤을 바라보았다. 부복한 사윤이 고개를 돌바닥에 그대로 내리박았다. 그에 무선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그럴래? 고마워 아들. 함광군의 손을 잡고 다시 선단 위로 오른 무선은 머리를 조아린 그대로 부동 자세인 아들의 가려져 보이지 않는 얼굴을 생각하며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헌사 후 눈에 띄게 약해진 몸으로 힘들게 품어 힘들게 낳은 소생인데다 낙척했던 제 어린 날이 한이 되었던 만큼 곱고 귀하게 키워온 자식이었다. 고소 남씨의 직계 독자이자 종주 후계로서 응당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서라면 엄정하기로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친이 있으니 자신은 조금 더 이 아이를 보듬어 안고 정도를 아는 선에서 그 자유분방함을 지켜주고 싶었다. 어미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사윤 또한 품부한 천성대로 안으로 들쑤시고 밖으로 날뛰는 망아지 노릇으로 세간에 이름을 날리는 와중에도 부모의 근심을 살 만한 큰일은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일만큼은 무선의 예측조차 벗어난 꼴이었다. 신부 될 아이가 일 주 앞으로 다가온 예식을 뒤로 하고 파혼장을 남겨둔 채 선부를 떠나버린 것도 모자라 그 연유가 사윤과 신부가 지밀 호위로 데려온 시종의 염문설 때문이라니. 심지어는 신부가 떠난 것은 떠난 것이고 정혼을 할 적에 신부와 그의 배복들은 모두 자신의 권속이 된 셈이니 그 시종은 돌려보낼 수 없다, 또한 자신의 허락 없이 함부로 처분할 수도 없다 못질해버린 사윤은 어미인 무선에게조차도 생판 낯선 모습이었다.


"위 현합, 함광군, 저는... 저는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남 공자와 같은 분을 넘볼 것이며, 주인의 은혜를 저버리고 이렇듯 무도한 일을 벌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당장 선문 밖으로 내치셔도 좋고, 양가의 대사를 그르친 죄를 물어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니 두 어른께 간곡히 청합니다. 부디 저의 직심直心만은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무선은 그 얼굴조차 제대로 본 것이 처음인 수애의 해명을 믿었다. 그 이유는 첫째, 무인 특유의 단단한 절도와 셈속에 능하지 않은 무구함이 잔뜩 긴장한 그 아이의 얼굴에 숨김없이 묻어났기 때문이며, 둘째, 계척을 삼백 대나 맞고 나서도 꼿꼿이 고개를 치켜들고 그런 수애의 뒷모습을 형형한 눈빛으로 노려보던 사윤조차 마지막에 가서는 기어이 하얀 낯을 푹 떨구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제 아드님께서 어린 마음에 품은 상대를 두고 혼자서 생청을 부리고 있음이 명료했다. 남가의 금지옥엽이라고 저 하는 모든 짓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원치 않는 일이라면 단념하는 인내 또한 인의였다.




"그 애, 너를 닮았어."


자리를 정리하고 정실로 돌아가는 길에 남망기가 말했다. 그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무선이 긴 눈매를 슬쩍 접으며 돌아보았다.


"우리 둘째 오라버니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남잠도 나를 닮아 어여쁘고 어리기까지 한 그 애가 맘에 들어?"
"위영."
"어쩌지. 아들하고 연적이 되려 하면 드높은 함광군의 위명이 몹시도 상할 터인데."
"위영..."
"농담이야 남잠. 그건 그렇고, 아윤 그놈이 괜히 앞서나가서 미친 짓을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진 안 했어. 그 애는 내 눈에도 참 예뻐 보이던데. 수선계 사람이 아니라 강호 출신의 무인이라는 것도 신선하고... 우리 아윤이 올해로 몇 살이더라, 남잠?"
"17세."
"아윤 그 녀석도 참. 어쩜 그렇게도 감쪽같이 맹랑한 수를 쓰려 했는지 생각만 해도 뒷골이 땡기긴 하지만 달리 보면 얼마나 좋았길래 싫다는 애더러 목을 매나 싶어서 좀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남잠도 솔직히 어릴 때는 좀 막무가내로 군 전적이 있잖아. 그때 백봉산에서 남잠이 눈도 안 보이는 내 손목을 이렇게 잡고..."
"위영, 우린 그때 잘 아는 사이었고 또... 서로 마음이 있었어."
"그건 그렇지, 그런데 남잠, 설마하니 아윤이... 그 애 몸을 억지로 건드린 건 아니겠지?"


아이가 하인 출신이라 하여 그런 막돼먹은 짓을 했다가는 그놈을 계척이 아닌 계편으로 흠씬 패주겠다며 금방 씩씩대는 하인 소생의 위무선을 달래는 건 아정한 부군의 몫이었다.


"우리가 아윤을 그리 가르치지 않았으니 걱정할 것 없어."
"그치만 남잠, 우리가 예전에 뒷산에서 토끼와 사냥꾼 역할극을 할 때 너는 나를 맨 흙바닥에 짓눌러 놓고 옷을 찢고 나는 살려달라고 이러지 말라고 애원하다가 아윤한테 들킨 적이 있잖아. 그때도 지금도 걔는 어리니까 그게 진짜인 줄 알고 그러는 걸 즐기게 됐으면 어떡하지?"
"...위영, 그럴 일은 없어."




*




한편 수애는 하루아침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막 남가로 시집온 자신의 상전은 하룻밤새 절연을 선언하며 임씨 선부로 돌아가버렸고, 그의 정혼자였던 남씨 작은 공자 사윤은 쇠고집을 부리다 어른들 앞에서 혼쭐이 났으며, 그가 고집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고 했다. 제 자신도 모르는 염문설에 대해 강력히 부정하였으며 선독과 선독부인 두 어른께서도 그 말을 믿어주시는지 다른 처벌 없이 출가를 허락하셨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너는 못 돌아가지. 네 주인이 여기다 너를 버리고 갔는데 네가 무슨 낯으로 네 주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단 말이야?"


짐을 싸고 있는 자신의 방까지 들이닥쳐 잘도 저런 소릴 지껄이고 있는 사윤의 반질반질한 낯짝을, 수애는 진심으로 한 대 까버리고 싶었다. 하극상을 두 번이나 벌일 순 없어 간신히 참고 있었지만 정말이지 참아주기 힘들 만큼 못된 심보였다. 그러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아니었기에 맥이 탁 풀리는 것이었다. 낮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미처 생각치 못했지만 정말로 갈 곳이 없어졌다. 결국 수애는 짐을 싸던 손을 놓고 스르르 바닥에 엎드렸다.


"수애, 울어?"
"공자 앞에선 울기 싫어서 참고 있잖아요."
"고집불통."
"제가 할 소립니다. 남 공자,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가 공자께 뭘 그리 잘못하였다고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괴롭히시냐는 말입니다."
"내가 널 괴롭혀?"
"네. 바로 지금처럼."


울상이 된 수애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사윤의 일자로 다물린 입에서 으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소름끼칠 만큼 선명하게 들려왔다. 수애가 아무런 저의 없이 큰 눈을 깜박거렸다.


"다시 말해봐. 내가 그동안 널 괴롭혔어?"
"음... 아뇨..."
"그럼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저는... 저는 그래도 공자께서 저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꽤 정확하네."
"그런데 왜..."
"그런데 뭐?"
"왜 저를 괴롭히시냐구요."


사윤은 답답함에 제 가슴을 팡팡 두드렸지만 수애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연신 눈만 깜박일 뿐이었다. 결국 사윤은 폐부 깊숙히 들숨을 쉬며 수애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내가 너를 집에 가지 못하게 만든 건 너를 단순히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내 옆에 두고 싶어서라고. 아직도 몰라?"
"저를 옆에... 왜요?"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어... 제가 말한 좋아함은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나는 그런 의미야."


수애는 꾸려 놓은 짐과 제법 진지한 얼굴로 시선을 맞춰 오는 사윤을 번갈아 보다가 다시 맹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럼 이제 어쩌죠?"
"뭘 어째."
"저는 갈 곳이 없으니까..."
"갈 곳이 없으니까 여기 있어야지. 내 곁에."
"저를 첩으로 삼으시려고요?"
"첩은 무슨 첩이야, 내 부인이 되어야지!"
"부인 될 사람을 돌려보내고 그 하인만 남겨 부인 삼는 일은 들어본 적도 없는걸요. 허락은 커녕 비난만 받으실 게 틀림없어요."
"우리 부모님은 그런 분 아니야. 너만 여기 있겠다고 하면 문제 없어. 아까 너를 돌려보내라고 하신 것도 네가 싫다고 해서 그런 거 뿐이라고."


그러니까 내일 아침이 밝으면 나와 함께 가서 선독께 여기 남겠다고 해. 갈 곳도 없고 또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알아들어? 사윤의 채근에도 수애는 쉽게 그러마고 대답할 수 없어 커다란 눈만 도록도록 굴렸다. 좁고 낮지만 평화롭던 자신의 세계가 완전히 뒤틀려 버린 상황에서 사윤은 현실성이 없게 느껴질 만큼이나 쉬운 풀이법을 설파하고 있었다. 저자에서 여인들이 푼돈이나 주고 돌려 읽던 삼류 소설 내용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사윤수애 망기무선 망선 왕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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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d4d51] - 2020/11/13 00:01
어머 세상에 여기와서 이걸보다니........센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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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4d51] - 2020/11/13 00:03
센세 미안한데 혹시 왕샤오 색창 걸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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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a93e0] - 2020/11/13 00:06
ㅇㅋ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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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4d51] - 2020/11/13 00:09
따흐흑 고마워 센세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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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5bf8] - 2020/11/13 00:02
♥사랑해 센세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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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080b2] - 2020/11/13 03:44
센세 재업이 있다는거슨 어나더도 있다는 것이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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