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샤오왕 일박이보로 구미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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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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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밤을 샜더니 온 몸이 예민해져 있었다. 일박이는 충혈이 된 눈을 손바닥으로 꾹꾹 누른 뒤 가방을 챙겨들었다. 요 며칠 째 이보는 온 몸이 불덩이처럼 열이 올라 쉽게 가라앉지 못 했다. 밤새도록 이보의 곁에서 찬물로 이보의 몸을 닦아 열을 식혔지만, 그런 일박이의 노력을 무시하듯 열이 식으면 그 다음에 다시 또 오르고를 반복했다. 한숨을 길게 내뱉은 일박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민을 했다. 저렇게 아픈 걸 보면.. 어머니에게 부탁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만큼은 천호가 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만약 천호가 되지 못한다면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이보의 탓으로 돌릴 테니 일박이는 어머니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어머니에게 갈 동안 이보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일박이는 어떻게 하지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네.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기던 일박이의 두 눈동자가 갑자기 매섭게 변한다. 그의 시선은 저 앞에,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고 있는 샤오잔을 향해 있었다.

“너 이보 만나고 왔어?”

 일박이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샤오잔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갑작스런 일박이의 행동에 샤오잔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아니. 왜?”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샤오잔은 요 며칠 간 이보를 보러 일박이의 집에 가지 못 했다. 그리고 그걸 잘 아는 주제에 왜 이보를 만나고 왔느냐고 묻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일박이의 얼굴은 잔뜩 굳은 상태였다. 팔이 저릿할 정도로 세게 잡았던 손을 놓은 일박이 ‘아냐. 아무것도.’ 고개를 살짝 젓고는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냄새. 분명히 이보의 냄새가 났다. 그런데 샤오잔은 이보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피로가 너무 쌓여서 이상해진 걸까. 일박이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흐윽.. 흐아앙..”

 울음을 애써 참기 위해 꽉 틀어막은 잇 틈새로 서러움이 터져 나왔다. 이보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오는 눈을 주먹으로 닦아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길을 잃었다는 건 알겠다. 일박이의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가면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냄새도 못 맡겠고 아무 소리도 못 듣겠다. 온 몸의 신경이 죽어버린 느낌이었다. 당황한 이보가 어떻게 하지 못 하고 길을 헤매고 있는 동안 하늘에서는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엉겁결에 비까지 뒤집어 쓴 이보가 비를 피하기 위해 상가 아래로 뛰어가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또 다시 온 몸이 뜨거워진다. 차가운 비가 세차게 내려 몸을 식히고 있었지만 몸속은 불이라도 난 것처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이보가 얼른 인적이 드믄 골목길로 뛰어갔다. 커다란 전봇대 아래 몸을 숨기듯 그 옆에 웅크려 앉은 이보가 거친 숨을 내뱉었을 때였다.

 머리가 간질간질해지더니 이내 커다란 여우 귀가 솟아올랐다. 어? 이보가 놀란 얼굴을 하고 얼른 손을 올려 귀를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털은 비에 젖어 잔뜩 늘어졌다. 당황한 이보가 얼른 손바닥으로 귀를 가리며 몸을 더 웅크렸다. 큰일 났다. 어떡하지? 일박이가 떠오른다. 여우의 수치라고 화를 내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보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이 마구 나와서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눈물인지 비인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역시 비오는 날에 삼겹살이 최고지.”

 용돈 탄 기념으로 해관이 한턱 쏜다기에 샤오잔은 사양 않고 마음껏 삼겹살을 먹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샤오잔이 귀를 쫑긋 세운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어디서 누구 우는 소리 안 들려?”
“안 들리는데?”
“잘못 들었나?”

 샤오잔은 상추에 고기 두 개를 얹었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넣으려는데 다시 또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 서러움을 못 이기고 엉엉 우는 그런 소리. 샤오잔이 눈을 찡그렸다.

“정말 안 들려?”
“술도 안 먹었는데 냄새에 취했어?”

 샤오잔이 들고 있던 쌈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 어디에서도 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이상하게 몸이 반응해 고기집 밖으로 나왔다. 뒤에서 해관이 ‘샤오잔!’ 이라고 자신을 불렀지만 샤오잔은 우산도 챙겨들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정처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저 몸이 움직이는 대로 갈 뿐이었다. 생전 처음 와보는 동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이었다.

 아, 뭐지. 정말 술 냄새에 취하기라도 한 거야? 샤오잔이 비에 홀딱 젖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택시 타고 집에나 가야지. 그렇게 몸을 돌리는데 울음소리가 들렸다. 샤오잔이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쉴 새 없이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갈 생각도 없는데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샤오잔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쪽 전봇대 옆에 긴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거기 누구야?”

 훌쩍, 훌쩍. 식당에서 계속 들려오던 목소리다. 이 목소리가 저를 불렀다. 샤오잔이 고개를 길게 빼 전봇대 아래를 보았다. 몸을 웅크리고 훌쩍이던 이보가 인기척에 놀란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얼마나 울어댔는지 눈가가 다 빨갰다.

“이보야. 너 여기서 왜 울... 어?”

 홀딱 젖은 이보의 모습에 샤오잔이 깜짝 놀라며 앞으로 다가가려다가 굳은 사람처럼 그대로 멈췄다. 눈물을 닦으며 샤오잔을 보던 이보가 얼른 손바닥으로 제 귀를 가렸지만 늦어버렸다. 샤오잔은 이미 모든 것을 다 본 상태였다.

“그거 뭐, 뭐야? 너 머리에 그거.. 동물 귀.. 아냐?”
“..일박이 좀.. 훌쩍.. 일박이 좀 불러주세요..”

 지금 꿈을 꾸나? 자신의 취향이 이런 거였어?! 샤오잔은 제 볼을 한 번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아프면 꿈 아니랬는데. 샤오잔이 이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뻗었다. 이보가 몸을 뒤로 뺐지만 등 뒤에는 벽이 있었다.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이보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샤오잔은 이보의 손을 억지로 머리에서 떼어낸 뒤 아래로 축 늘어진 동물 귀를 한 번 만져보았다. 물에 젖었지만 보들보들한 감촉. 따뜻하기까지 한 이 감촉은 정말 동물 귀였다. 놀란 눈을 하고 이보를 내려보니, 이보는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파들파들 떨며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이게 뭐야? 라고 묻고 싶었지만 샤오잔은 제 손에 닿는 이보가 불덩이처럼 뜨거운 것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너 비 얼마나 맞고 있었어? 몸이 불덩이잖아.”
“..일박이가 흐윽.. 일박이가 필요해요..”

 샤오잔이 얼른 이보를 일으켜 세웠다. 온 몸이 너무 뜨겁다.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저 동물 귀가 걸린다. 우선은 집에 데려가 마른 옷으로 갈아입힌 뒤 생각해보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샤오잔은 자신이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이보의 얼굴을 덮었다. 옷에 눈이 가려진 이보가 바둥거렸지만 샤오잔은 그런 이보를 가볍게 안았다. 그리고 안심하라는 듯 이보의 등을 연신 쓰다듬었다. 샤오잔의 따뜻한 손길에 긴장이 풀린 이보가 힘없이 샤오잔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냄새. 냄새가 난다. 희미한 살결 내음... 그 냄새가 마치 안정을 주는 것만 같아 크게 들이마셔 폐부 전체에 채운 뒤 이보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

 이보의 옷을 벗겨내고 물기를 닦고 제 잠옷을 입혀 준 샤오잔은 자신이 해열제를 사러 잠시 나갔다 온 사이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뭐가 바뀐 거 같은데.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사이, 이보가 뒤척이는 바람에 이불이 허리까지 내려갔을 때야 샤오잔은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꼬리다. 이보의 엉덩이에서 복슬복슬한 동물의 꼬리가 살랑이고 있었다. 신기하고, 왠지 웃겨서, 샤오잔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앉아 침대에 팔을 얹어 턱을 괸 뒤 제 눈앞에서 살랑거리는 꼬리를 하나씩 세어본다. 하나, 둘, 셋…일곱, 여덟. 꼬리가 아홉 개면 구미호일텐데.. 그 생각을 하던 샤오잔이 눈을 크게 떴다. 어? 구미호? 그럼 얘 여우인가? 샤오잔은 이보가 잠든 걸 확인하고 얼른 다시 한 번 귀를 만지작거려 본다. 그러고 보니 여우 귀 같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문은 힘없이 열렸다. 하지만 샤오잔은 문을 열고 들어 온 일박이가 꽤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문이 열린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샤오잔의 방으로 들어 온 일박이가 샤오잔을 노려보다가 급히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주술이 풀렸는지 이보는 귀와 꼬리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걸 확인한 일박이가 눈을 매섭게 떴다.

“다 봤어?”
“..뭐가?”

 일박이가 안으로 들어와 샤오잔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샤오잔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너였구나.”
“일박아?”
“어쩐지.. 냄새가 계속 난다 했어.”

 일박이가 샤오잔의 목을 손으로 꽉 잡은 건 한 순간이었다. 당황한 샤오잔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샤오잔을 노려보는 일박이의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당연하지. 이보가 수백 년을 노력해서 만든 구슬을 네가 먹었으니, 네게서 이보의 냄새가 나는 건, 그래, 정말 당연한 일이야.”
“무, 무슨 말을..”
“산에서 떨어진 네가 아무 상처 없이 돌아왔을 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어.”

 샤오잔의 목을 쥔 일박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숨통이 조여 올수록 샤오잔은 눈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너 때문에..”

 천호가 되는 걸 포기했다니. 일박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천호를 포기한 덕분에 이보는 여우 세계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꼬리가 하나 없는 불완전한 모습 때문에 더 이상 인간 세계에서도 살지 못 하게 된다. 결국 이보가 갈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다 너 때문에. 샤오잔 너 때문에.

 그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져서 일박이는 죽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이 인간 따위가 뭐라고 이보는 모든 걸 포기했을까!

 피가 통하지 않아 샤오잔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을 때 침대에 누워있던 이보의 두 귀가 움찔거린다. 그리고 이내 두 눈을 번쩍 뜬 이보가 얼른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일박아!”

 눈앞에 바로 보이는 풍경에 놀란 이보가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박이를 밀쳐냈다. 바닥으로 떨어진 샤오잔이 모자란 호흡을 충당하기 위해 콜록거렸고, 이보는 얼른 그런 샤오잔의 앞을 막아서 일박이를 노려보았다.

“뭐하는 짓이야, 너!”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저까짓 인간 하나 때문에 꼬리를 잘라내? 너 미쳤어?!”
“어떻게, 어떻게 알았어?”

 모를 줄 알았는데, 자신의 꼬리를 먹은 게 샤오잔이라는 걸 다 알고 있는 일박이를 보자 이보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걸 본 일박이는 기가 찬 표정을 했다.

“정말 어리석구나, 너. 내가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했니?”
“일박아.”

 그때. 자신이 보강을 할 동안 제 집에 이보와 샤오잔 둘이 있을 적. 그때 분명 샤오잔은 이보에게 홀려 있었다. 저도 모르게 다가가던 입술. 하지만 이보는 그런 샤오잔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자의적으로 홀린 게 아니다. 그건 샤오잔의 몸속에 스며 든 이보의 구슬이 본래의 주인을 알아보고 반응을 한 것뿐이었다. 그걸, 그걸 왜 자신은 놓쳐버린 걸까.

 분함과 참을 수 없는 감정에 일박이는 이를 까드득 깨물며 이보의 뒤에 서서 기침을 해대는 샤오잔을 노려보았다. 다시 한 번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일박이의 손가락이 까닥거리는 걸 본 이보는 일박이의 시선이 저를 비켜나 있는 걸 깨닫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죽일 거야. 일박이의 몸에서는 살기가 어렸다. 위험한 냄새가 풍겨 나오자 이보가 재빨리 일박이의 손을 잡았다.

“놔.”
“일박아.”
“이거 놔, 왕이보!”

 말린다고 들어줄 생각도 없었다. 일박이의 머릿속은 사실을 깨닫자마자 암전이 되어 있었다. 이보는 제 손을 뿌리치는 일박이의 살기가 진심임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황금빛 눈동자가 이보를 노려보았다. 동물의 그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위협적이다. 하지만 이보도 지지 않겠다는 듯 샤오잔의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싸워봤자 자신은 일박이에게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다. 모든 여우가 인정한 일박이다. 여우들의 수치라 불리는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그래도 어떻게 살린 사람인데. 제 아홉 개의 꼬리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건 이보도 알고 있었다. 일박이가 힘들게 만든 정기를 나눠줘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생명을 이보는 인간 하나 살리겠다고 잘라냈고, 그건 일박이의 정성과 노력을 기만한 셈이 되었다. 그걸 모르지 않는 이보는 그럼에도 일박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결정한 거잖아. 인간의 의지에 상관없이 내가 결정한 일이니까.”
“.........”
“일박아. 차라리 나를 죽여.”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어미의 관심조차 받지 못 하고 거의 방치된 채로 죽어가던 이보를 어미 몰래 제가 만든 정기를 나눠주어 살린 것이 바로 자신이다. 자신에게 관련된 것에 욕심이 많던 그 일박이, 이보 하나 살리겠다고 수행이 늦어지건 말건 신경도 안 쓰고 정기를 나눠주었던 그 일박이가,

 사랑하는 제 동생을 다치게 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느릿하게 눈을 뜬 일박이의 눈동자는 황금색이 아닌 인간 본연의 그 색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한 표정을 지은 일박이는 제 앞에 서서 울상을 짓고 있는 이보와 그 뒤에 있는 샤오잔을 한 번 바라본 뒤 몸을 돌렸다.

“...넌 끝까지 여우들의 수치밖에 되지 못 하는 구나.”

 바삭하게 마른 일박이의 목소리에 이보가 움찔거린다. 그 말과 목소리에, 이별이 담김을 이보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돌아서는 일박이를 붙잡아야 함을 알지만 이보는 손을 뻗지 않았다. 더 이상 일박이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보의 머리 위에 난 여우 귀는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엉덩이에 난 여덟 개의 꼬리도 마찬가지였다. 풍성한 꼬리 때문에 옷을 입을 수 없어서, 샤오잔은 우선 제 옷 중에 가장 긴 티셔츠를 꺼내 이보에게 입혀주었다. 이보는 순순히 샤오잔의 손길에도 가만히 있었다. 다만 집에 데려올 때만 해도오랫동안 비를 맞고 열이 난 상태였던 지라 샤오잔은 이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아직도 열이 가라앉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난장판이 된 바닥을 뒤져 해열제를 찾았다.

“이보야, 너 열이 많이 나서 약 먹고 좀 쉬어야 돼.”
“미안, 미안해요. 저 때문에..”

 해열제를 건네는 샤오잔이 제게 가깝게 다가오자 그의 가느다란 목에 줄처럼 그어진 손가락 자국이 눈에 띄었다. 진심을 담았던 일박이가 낸 상처였다. 그것을 보자 이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상처에 차마 손을 대지 못 한 채 어쩌지도 못 하고 울먹였다. 사실 오늘 하루 갑자기 폭풍처럼 몰아친 비상식적인 일에 샤오잔은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모든 게 꿈같았다. 이보에게서 여우의 귀와 꼬리가 튀어나온 것도, 일박이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변하며 제 목을 조른 것도, 너무 다 비현실적이었다. 다만, 일박이와 이보가 서로 싸우게 된 이유가 저에게 있다는 것만큼은 정확히 알았다.

 일박이는 이보에게 꼬리를 잘랐다고 말했다. 제가 이보의 구슬을 먹었다고 했다. 산에서 떨어졌지만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오게 된 건 신이 준 천운이 아니다. 그건 이보가 치른 대가 같은 거였을까? 샤오잔은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이보에게 묻지 않았다. 그저 미안하다고 훌쩍이는 이보를 달래며 그 입에 해열제를 넣어주고 침대에 눕혀주었다. 약 기운에 빠져 이보가 잠에 들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샤오잔은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목의 상처를 인지하자마자 아릿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살의와 적의가 가득했던 모습이었다. 저를 향해 웃고 장난치던 지난날의 제 친구 일박이의 본 모습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럽다. 샤오잔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멈추고 찬 물을 틀어 얼굴을 적셨다.




 일반 여우는 야호라고 하고, 천호가 되기 위해 수행에 들어간 여우는 선호다. 선호들 중에서 태산낭랑의 시험을 통과한 여우는 생원이라 부르며, 천호가 되기 위한 천 년의 수행 기간이 500년 짧게는 300년으로 줄어든다. 일박이와 이보는 선호에다가 시험에 합격한 생원이었다. 여우의 수행이라는 것은 내단을 강화시켜 금단을 만들고, 또 다시 그것을 선단으로 바꾼 후 신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인데 이것이 그들이 수행하는 궁극적인 목표였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이보가 그 목숨보다 귀한 금단을 저에게 줘버렸다는 것에 있다. 그로 인해 천호가 될 수 없게 된 이보는 여우 세계에서 쫓겨나 인간 세계로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정기를 만들 수 없게 된 이보는 제 힘을 유지시킬 수조차 없어 인간 세계에서도 살 수 없게 된 몸이 돼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난 일박이를 붙잡고 알게 된 정보였다. 같은 수업을 듣기 때문에 일박이를 만나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던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학교에서 일박이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처럼 자신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잘 대해줬다. 물론 학생들이 없는 곳에서는 시베리아 벌판 저리가라 할 만큼 냉정했지만. 이보 또한 자신 때문에 샤오잔의 생명이 위협을 당했던 것을 꽤나 신경 쓰고 있었던 듯, 샤오잔이 수업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달려 나와 그를 찬찬히 둘러봐 상처가 있는 것을 찾는 것도 모자라 아예 코를 대고 킁킁 거리고 한참동안 냄새를 맡았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그냥?”

[그거 알아? 이보, 그 아이. 이제 일정한 정기를 못 받으면 죽어버린다는 거?]

 둘이 한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샤오잔은 냉정한 일박이의 말에 눈을 찡그렸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일박이는 표정 변화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동생이 죽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는 일박이의 모습에 샤오잔은 화가 났다. 물론 자신 때문에 이보의 삶이 위태로워졌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일박이의 속이 뒤틀리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박이가 화를 내고 있는 상대가 틀려도 너무 틀렸다. 그는 일을 이렇게 만든 자신이 아닌, 이보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보는 언제나 일박이를 걱정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렇게 약해빠진 여우가 지금껏 살고 있었다는 게 신기하긴 하지.]

 샤오잔은 여전히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냄새를 맡고 있는 이보의 손을 잡아끌어 내렸다. 그리고 이보와 마주본 다음에 남은 한 팔로 이보의 허리를 잡아 앞으로 끌어당겼다. 힘없이 끌려 온 이보는 엉겁결에 샤오잔의 가슴에 안기게 되었다. 놀란 모양인지 귀가 쫑긋 섰다. 부드러운 털이 턱 밑에 닿았다. 샤오잔이 고개를 살짝 숙여 그 따뜻한 귀 끝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이보의 귀가 파르르 떨더니 이내 아래로 축 늘어졌다.

[살리고 싶으면 네 정기라도 나눠주던지.]

 아래로 내리깔던 눈을 이보가 조심스럽게 위로 올렸다. 반짝거리는 황금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샤오잔은 그대로 이보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순간 놀란 듯 이보의 두 눈이 크게 떠지고 귀가 쫑긋 세워졌다. 도장을 찍듯이 가볍게 몇 번을 더 부딪친 후 입술을 떼어내자 이보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와 다르게 이보의 뒤에 보이는 꼬리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것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네게 정기를 줘야만 한다고 해서.”
“..일박이가요?”
“앞으로 정기가 필요하면 말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다 줄 테니까. 알았지?”

 음? 뭔가 말이 이상하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해도 이상하긴 하니, 샤오잔은 제 뜻을 전달했다는 그걸로 만족했다.





“뽀뽀 해주세요.”

 샤오잔이 사온 빙수를 먹던 이보가 바닥에 앉아서 샤오잔의 티셔츠 아랫단을 잡아 당겼다.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린 샤오잔이 허리를 숙여 이보의 뺨을 잡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차가운 빙수를 먹고 있던 탓에 닿은 이보의 입술은 냉장고에서 갓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했다.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모이 주듯이 쪽쪽쪽 입을 몇 번 맞춘 샤오잔이 씨익 웃으며 이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맛있어?”

 이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할 줄 알았어. 샤오잔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장 좀 보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운동화를 구겨 신고 나간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이보는 뭔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분홍빛 스푼으로 빙수를 쿡쿡 찍어 눌렀다.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선 잠에 들었던 샤오잔은 뒤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닌 듯 제 등 뒤에 닿은 이보의 등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어디 아픈 듯 낑낑거리고 있는 이보를 보고 놀란 샤오잔이 얼른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보의 어깨를 잡아 제 쪽으로 억지로 잡아당겨 얼굴을 보게 했다. 어둠 속이었지만 물기에 젖은 황금빛 눈동자는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울고 있었는지 커다란 두 눈이 반쯤 찡그려진 채였다.

“이보야. 어디 아파? 왜 그래? 응?”

 샤오잔이 급히 이보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다행히 열이 오르진 않았다. 이보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아무 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디 아파? 응? 내가 도움이 안 된다면 지금 당장 일박이라도 불러올 테니까, 말 해봐.”

 눈 그렇게 비비면 아파. 샤오잔은 이보의 눈에서 손을 떼어낸 뒤 제 손등으로 이보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샤오잔의 손이 눈 끝에 닿자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었다. 축축하게 젖은 눈을 손으로 꾹꾹 닦아준 샤오잔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불을 잡아 이보의 어깨까지 끌어올렸다. 늦은 밤이지만 일박이에게 갈 생각으로 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리는데 어느 새 자리에서 일어난 이보가 샤오잔의 목을 끌어안았다. 뺨에 닿는 부드러운 머리칼의 느낌과 동시에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끼쳐온다. 이것은 언젠가 한 번 맡아본 적이 있는 그런 향기였다. 그 향기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몸이 나른해지고 정신이 흐려졌다. 샤오잔은 제 목을 안은 이보의 팔을 푸른 뒤, 몸을 돌려 이보의 허리를 안아 제 아래로 잡아끌었다. 쉽게 끌려온 이보가 샤오잔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티셔츠 아래로 나온 꼬리가 쉼 없이 살랑거렸다. 샤오잔이 이보의 뺨을 잡고 입을 맞추며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등을 더듬거렸다. 등에 닿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이보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유혹을 하듯 가늘어진다. 곱게 휘어진 눈 끝이 묘하게 색정적이었다. 그 눈동자와 시선을 교환하며 샤오잔이 혀를 내밀어 이보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갔다. 입안에 들어차는 타인의 체온을 느끼며 이보가 팔을 뻗어 샤오잔의 목을 안았다.

[정말이지 이런 쓸모없는 여우 따윈 죽어버려야 했는데!]

 태어나자마자 들었던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들이었다. 힘이 없어 제대로 서지도 못 해 바닥에 픽픽 쓰러지는 이보를 보며 어머니는 화를 냈다. 양수를 뒤집어쓴 채로 바닥에 쓰러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이보를 챙겨준 것은 일박이었다. 부드러운 천을 가지고 와 이보를 꼼꼼하게 닦아준 일박이는 하루 종일 이보의 곁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유난히 몸이 약했던지라 이보는 스스로 정기를 제대로 만들어내지도 못 했다. 어머니의 기대와 모든 여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일박이는 또래보다 유달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내단을 강화시키는데 문제가 없었다. 일박이는 힘들게 수행해 만들어 놓은 정기의 반을 언제나 이보에게 건네주었다. 만약 일박이 이보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일박이는 천호가 되는 수행의 시간이 좀 더 줄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박아. 이거 안 줘도 돼.]
[왜? 이제 정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유지시키려면 네가 만든 양으로는 어림도 없어.]
[자꾸 이걸 날 주면 네 수행 기간이 늘어나잖아. 나는 어차피 선호로만 머물게 될 거 같고 가망도 없으니까 그냥 네가 다 먹어.]

 안 될 거 같아서, 언젠가 일박이 건네주던 정기를 거절하니 일박이는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내버렸더랬다. 당황해서 땅에 떨어진 구슬을 주워들었지만 이미 정기는 땅 속으로 스며들어버렸고, 허탈한 얼굴을 하고 일박이를 바라보면서 왜 그랬냐는 눈치를 주니 일박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나갈 채비를 했다.

[네가 선호로만 머문다면 나도 선호로만 머물겠어. 네가 생원이 된다면 나도 생원이 될 것이고, 네가 호조사가 된다면 나도 호조사가 될 거야. 그러니 네가 먹지 않겠다면 나 또한 먹지 않고 버리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일박아, 미안해. 내가 너무 못난 여우라서 네가 희생만 해. 나 같은 건 태어나지도, 혹은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티셔츠 아래로 나온 가는 다리가 샤오잔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쉼 없이 입을 맞추고, 쉼 없이 몸을 더듬거렸다. 살랑거리는 꼬리에서는 더욱더 짙은 향기가 흘러나왔고, 그것이 기폭제가 되듯 샤오잔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가슴 위까지 끌어올려진 티셔츠가 거추장스러워 이보가 잠시 입을 떼고 티셔츠를 벗어내 바닥에 내던졌다. 하얀 몸과 그 뒤에서 흔들거리는 황금빛 꼬리가 어둠 속에서 고고한 빛을 냈다. 빛의 입자가 모조리 그 몸에 달라붙는 듯 이보 주변에 빛무리가 지었다.

 향기로운 냄새가 지천에 흩어진다. 꽃밭에 누워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멍한 눈동자로 이보를 바라보던 샤오잔이 조심스럽게 하얀 어깨에 코를 대고 숨을 크게 들이 마셔보았다. 달콤한 냄새가 더욱더 짙어진다. 냄새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달콤한 꿀이나 설탕이나 그런 것들을 코로 먹는 느낌이었다. 그 향기에 취할 것 같다. 샤오잔이 혀를 내밀어 어깨를 핥아보았다. 향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디 그런 것인지, 혀에 닿는 피부는 달아서 갈증을 일으켰다. 입안이 바싹 마르고, 핥으면 핥을수록 더 핥게 된다. 그 맛과 향이 코와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꽃을 씹어 먹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샤오잔은 이를 세워 몸 곳곳을 깨물어 보기도 했고, 혀를 내밀어 쓸어 올려보기도 했다.

 이보는 샤오잔의 허벅지 위에 앉아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채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보채듯이, 이보의 그 행동에 샤오잔이 잠시 움찔거렸다. 마른 맨 다리와 얇은 천 사이로 느껴지는 상대의 욕망에 기뻐 이보는 가르릉 거리며 기분 좋은 목울림 소리를 냈다. 언제 자랐는지 이보의 송곳니가 평소 사람의 것보다 조금 더 길어진 상태다. 그것은 마치 짐승의 송곳니와도 같았다. 길어진 송곳니와 황금빛 눈동자, 쉼 없이 흔들거리는 여덟 개의 꼬리. 본능적으로 샤오잔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이를 세워 깨문 이보가 혀를 내밀어 할짝였다. 날카로운 이빨에 찔린 샤오잔의 목에서 피가 조금씩 방울졌다. 그것을 혀로 닦으며 이보가 콧소리를 내었다.

 길고 나른한 그 소리와 함께 샤오잔의 바지가 살짝 내려갔다. 이보는 샤오잔이 바지를 잘 벗을 수 있도록 무릎을 세웠다. 수월하게 바지가 벗어 내려가자마자 이보는 샤오잔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달콤한 냄새. 그것은 비단 이보에게서만 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보는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샤오잔의 몸에 코를 묻으며, 기쁨과 흥분을 표출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허리 짓이 잔망스럽기도 하다. 상대의 욕정이 몸속에 닿으면 닿을수록 이보의 꼬리가 흔들거렸다. 그것은 마치 죽어가던 나무의 잎사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거친 숨소리가 공간을 가득 매울수록, 황금빛 꼬리가 더욱 윤기가 돌고 빛이 났다. 마치 이보의 주위를 맴돌던 빛의 입자들이 이보의 피부로 스며들어 혈액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것처럼 말이다. 샤오잔은 그런 이보의 등을 쓰다듬다가 제 어깨를 꽉 잡은 이보의 손을 잡아 그 손목에 입을 맞췄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그 입맞춤으로 인해 황금빛으로 빛이 나던 이보의 눈동자가 점점 짙어지더니 이내 갈색 빛이 되었다.

 잠깐 정신이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이보가 천천히 고개를 내려 제 앞에 있는 샤오잔을 바라보았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눈동자의 의식이 없던 샤오잔은 이보의 움직임이 멈추자, 그대로 두 눈을 감고 뒤로 쓰러졌다. 그 일련의 행동들을 바라보던 이보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건지, 굳이 아래를 내려 확인해보지 않아도 이보는 알 수 있었다. 방 안에 짙게 깔린 냄새가 그것을 증명했으니. 이보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죽은 듯 누워있는 샤오잔을 보면서 이보가 떨리는 눈동자를 내려 아까 그가 입맞춤 했던 손목을 바라보았다. 톱니바퀴가 갈고 지나간 듯, 흉한 상처가 있는 손목. 이 손목이 잘리지 않게 자신의 생명을 도와주던 이에게 지금 자신은 무슨 짓을 한 거지?

“으..아아... 아.... 흐..”

 당황함과 슬픔으로 얼룩진 입으로 언어가 아닌 고통을 내뱉으며 이보가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이보텀 샤오왕 일박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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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4344f] - 2020/11/12 23:47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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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d3bb5] - 2020/11/13 07:45
너무 좋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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