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장사 얘기가 나한테 노잼인 이유

https://sngall.com/articles/97391
2024/12/19 13:45
조회수: 900

장사는 사실 아주 전문적인 영역임

살면서 주위에 장사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 자체를 잘 알 때에도 그 사람이 하는 장사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게 대부분임. 실제 주변인에 대해서도 그럴진데 하물며 드라마 속 캐릭터일 때는 어떻겠음? 

작품 속 캐릭터를 사람으로서 알아가는 것과 그 사람이 종사하는 전문 영역에 대해 알아가는 건 다름. 그 사람이 종사하는 전문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드라마가 아예 그 분야를 다루는 장르물이거나, 최소한 그에 준하는 정도의 묘사를 할 역량이 있어야 함. 즉 각본에 상당한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거임. 수사나 정치는 전문 영역이지만, 전세계 장르물에서 워낙 많이 다뤘기에 이미 컨텐츠계의 제작 공식이 진보돼 있어서 대부분 적어도 일반인 시청자로서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깊이를 갖추고 있음. 그런데 장사물은 대부분 장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함. 장사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무의미한 수박 겉핥기로 보일 정도로 알맹이가 없음. 예를 들어 주인공이 장부를 혁신적으로 개혁해서 회계를 개선하는 얘기에서 실제 그 장부 내용이나 개선점은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고 그냥 대사로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겠다!"→밤새 장부를 쓰고 있는 모습→"그렇게 했더니 진짜 크게 개선됐어!" 이렇게만 나옴. 한 마디로 성공의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성공하는 사람의 모습'만 보여줌. 만약 수사물을 저 공식대로 만든다면, "이런 얼굴 분석 기술을 도입하면 획기적이겠다!"→열심히 모니터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 짜는 장면 몇 십 분→"그걸 도입했더니 진짜 해결됐어! 성공!" 이렇게 될 거임. 나는 수사물을 좋아하지만 전개가 저 지경이라면 당연히 재미가 없을 거임. 무협도 마찬가지임. 주인공이 천하 제일 고수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터득한 심법이나 무공, 만나게 된 고수들은 나오지 않고 그냥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영산에 가서 수련하면 최고의 무공을 터득할 수 있을 거야!"→가서 수련하는 장면 몇 십 분→"진짜 됐어! 난 천하 제일 고수!" 이런다고 생각해 봐. 무협지가 이 지경이면 그렇게 인기 있는 장르가 됐겠음?

물론 여기에는 장사라는 분야 자체의 한계도 있는 것 같음. 예를 들어 수사나 정치는 아무리 업무 과정을 겉핥기로 보여줘도 그에 앞서 '사건'이라는 게 반드시 존재하게 되어 있고, 그 사건은 대체로 서사의 구조를 따르기 마련임. 그래서 그걸 설명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이 되고, 그래서 뉴스에서도 범죄 사건과 정치가 제일 주목을 받는 거라고 생각함. 또 주인공의 직업이 무예나 공연예술처럼 쇼로서 보여주기 좋은 직업인 경우는 딱히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재미가 있음. 그래서 위의 무협지 사례는 최소한 장사 얘기가 그 지경일 때보다는 덜 지루할 거임. 그 수련하는 모습 자체가 일부러 돈 주고 공연으로도 볼 정도의 퍼포먼스니까. 다시 말해 전문 영역이 디테일 없이도 재밌게 다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들려줄 만한 스토리가 있거나 보여줄 만한 퍼포먼스가 있어야 된다는 거임. 그런데 남이 장사하는 얘기는 실리콘밸리 오너 성공기처럼 애써서 거기 스토리를 부여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로는 서사가 약하고, 남이 장사하는 모습을 공연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딱히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님. 그래서 반드시 외부인을 몰입시킬 만한 디테일한 설명이 필요함. 안 그러면 "왜 너네끼리만 재밌는 얘기 하냐고" 이렇게 됨 

즉 장사는 겉핥기 식으로 다뤄서는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는 영역인데 대부분의 장사물은 겉핥기 식임. 주인공이 재능으로 성공했다는 서사를 다루고 싶은데 그걸 제대로 하질 못하니까 재미가 없는 거임. 오직 성공했다는 얘기만 하고 싶으면 디테일을 생략하고도 납득시킬 수 있게끔 서사를 써야 하고, 장사라는 전문 영역을 다루고 싶으면 상인이 아닌 사람도 몰입할 수 있게끔 정말 깊이 있게 잘 설명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님. 장사물은 재밌게 만들기 결코 쉽지 않은 장르인데 제작자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음. 결국 내가 장사물을 볼 때 재미를 못 느끼는 이유에는 취향도 있지만, 애초에 잘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한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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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d30b9] - 2024/12/19 22:54

ㄹㅇ요즘 꽤 많은 작품에서 여주들이 장사한다고 연지팔고 가게여는데 정말 거슬림 제발 고장극이면 사농공상.. 이라도 지켜줬으면 함 하인이랑 같은 밥상에서 밥먹고 8품도 안되는 하급관리가 정1품 고관대작에게 하급상 빈번히 저지르는거랑은 차원이 다름ㅋㅋ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일반양민이기 때문에 비단옷을 입을수없고 신발도 앞코가 들린 신발 못신음 한나라때 법으로 정해놓음 청대 올때까지 계속지켜짐 변발할때까지 돈있다고 아무나 비단옷 비단신발을 신을수 없었음 근데 벼슬있는 양반이 상인출신 아내를 둔다?? 근데 장사를 계속 하게해준다?? 어느시대야?? 아편으로 망한 청대에도 몰락한 가문이 상인집안 딸이랑 정략결혼하고 욕쳐먹었는뎈ㅋㅋㅋ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없다 남녀고루 등용한다면서 왜 군인은 전부 남자?? 그런 지키지도 못할 설정은 애초에 하질말던가 웃음만 나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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