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일박이보로 알오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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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23:40
조회수: 875

일박이는 대대로 초우성알파만 배출하는 집안의 외동아들임. 우성알파들이 군림하는 세계라 일박이네 집안은 권력, 재력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하자. 권력 좀 있는 우성알파라면 본인만 알아서 남에게 냉정하고 싸늘하거나, 권력과 재력만 믿고 사고치거나 하는 게 대다수임. 그런 곳에서 알파건 베타건 오메가건 모두에게 예의를 갖추고 다정하고 늘 살갑게 웃는 일박이는 인기가 많을 듯. 모두가 일박이와 친해지고 싶어 하고 일박이는 그런 사람들을 내치지 않고 다 받아들임. 다만 관계의 깊이가 없음. 일박이는 자기가 정해놓은 경계의 선이 있음. 모두를 그 선을 넘지 않게 대함. 그러니까 일박이는 모두에게 친절하나 딱 그 정도의 친절임. 따뜻하지만 차가운 그런 느낌임.

일박이는 그들의 권력과 재력을 보여주듯 상당히 호화스런 대저택에 살고 있었는데, 집 뒤쪽 정원에 사용하지 않는 창고가 하나 있었음. 마구간으로 쓰던 곳인데 고모가 말을 타다 떨어져 크게 다친 일이 있어 집에서는 더 이상 말을 키우지 않았고, 마구간은 창고로 사용 중이었음.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부친은 어릴 적부터 일박이에게 창고 근처로 가지 말라고 거의 세뇌시키다시피 경고해왔음. 가지고 놀던 공이 데구르르 굴러 창고로 향해 그것을 주우러 가려고 하면 집사가 달려와 막으며 새로운 공을 꺼내줄 정도로 일박이가 창고에 다가가는 것을 막았음. 어릴 적에는 그러려니 했던 일박이인데, 이게 하지 마라 그러면 더 하고 싶어지는 말도 잘 안 듣는 중학생이 되니까 호기심이 생기는 거임. 아니 도대체 저 창고가 뭐길래 모두가 못 가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잖아. 물어보면 설명도 안 해주고 다그치기만 하는데. 나중에 자기가 크면 이 집도 제건데, 제 집에 제가 못 갈 곳이 어디 있겠냐고(...) 그래서 일박이는 부친이 외출한 사이 사용인들 눈을 피해 제 방 창문을 넘어 창고로 몰래 가야 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봐 가방에 잡동사니들을 야무지게 챙기고 창고로 간 일박이는 차마 앞으로 더 다가가지 못 하고 잠깐 고민함. 이게 사용인들이 뒤를 쫓아와 같이 있을 때 본 창고와 해가 지는 시간에 혼자서 보는 창고는 너무 달랐음. 가뜩이나 주변도 점점 주황빛으로 어둑해지는데 바람이 불어서 나뭇잎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까지 나니까 스산한 분위기가 피어오르는 거임. 아 그냥 갈까? 일박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뽑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야무지게 손전등 들고 다가감. 그래도 혹시 뭐가 튀어나올까봐 손에는 아까 챙겨 온 모종삽 하나가 들려있어야 함ㅋㅋ

그렇게 창고 앞에 도착한 일박이는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눈을 찡그렸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창고에 창문이 달린 것을 발견하고 그리로 감. 아직 키가 작아서 까치발을 서야 창문 너머를 볼 수 있는 일박이는 거의 창문에 매달리다시피 한 채로 손전등으로 창고 내부를 비춰서 보는데,

“으아악!!”

갑자기 튀어나온 인영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어앉아 버리고 말았음. 도망치려고 하는데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도 풀리고. 예전에 모친이 저 놀린다고 창고에 괴물이 산다고 했던 게 생각나는 거. 어릴 때 듣던 그냥 장난 같은 말이었는데 그 생각이 나니까 괜히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아, 그냥 가야겠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난 뒤 돌아서던 일박이의 발걸음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대로 멈추었음.

“..누구세요?”

사람의 목소리였음. 그것도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미성. 일박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았음.

“거기 누구 있어요?”

창문 위로 불쑥 올라온 시리도록 창백한 손이 다급하게 창살을 붙잡았음. 일박이는 그 목소리에 홀린 사람마냥 천천히 그 앞으로 걸어갔음. 입에서는 연신 씨발 소리가 나왔음. 왜냐하면 창고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했음.

“너 누구야?”

그 목소리는 바로 제 목소리였기 때문임.

일박이는 믿을 수가 없었음. 까치발을 들어 손전등으로 창고 안을 다시 비추었을 때 그 안에는 한 소년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음. 저를 향해 쏟아지는 빛에 눈을 찡그린 그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에 매달려 일박이를 보았음. 그런데 그 얼굴이 저랑 너무나 똑같은 거임.

“너, 너 뭐야? 너 뭔데 여기에 있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여기에 있었는데요..”
“문 좀 열어봐. 가까이서 봐야겠어.”
“밖에서 잠겨있어서 못 열어요.”

저랑 똑같은 저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창고 문은 굳게 닫히고 자물쇠가 걸려 있었음. 일박이는 인상을 쓰며 창문에 매달려 최대한 창살 가까이에 얼굴을 비집어 넣었음. 제 앞에서 눈만 깜빡이는 소년은 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똑같아서 미칠 지경이었음.

“너 이름이 뭐야?”
“다들 이보라고 불러요.”

자신을 이보라고 말한 소년은 외형부터 목소리까지 저를 똑같이 빼다 닮았음. 다만 다른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이보의 눈이 저와 같은 검은색이 아닌 짙은 초록색이라는 것뿐이었음. 일박이는 이보한테 물어볼 게 많았는데 저 멀리서 제 이름을 부르며 저를 찾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제 방으로 몰래 숨어들어갔음. 그 날 일박이는 잠을 쉽게 이루지 못 했음. 머릿속에는 계속 저와 똑같이 생긴 이보가 떠올랐기 때문에.

그 후 일박이는 사용인들 몰래 이보를 자주 보러 가야 함. 어차피 문은 못 여니까 창문을 사이에 두고 똑같이 생긴 얼굴이 신기해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할 듯. 학교에서 공부하는 거 힘들어. 누가 좋다고 고백하는데 거절하는 게 너무 귀찮아. 사는 거 지겹다. 이런 거. 그러면 이보는 네, 네, 네, 하면서 다 들어주고 있을 듯. 학교는 어때요? 친구들은 어떤 거예요? 산다는 건 뭐예요? 이보는 뭐 이런 거 물어보는데 딱히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고 일박이랑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말 할 듯. 이보는 창고에 갇혀 있으니까 일박이한테 말할 주제가 없는 거임. 하루 종일 우는 새소리나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계절이 변화하는 냄새 뭐 그딴 걸 말할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일박이가 한 말을 다시 되물으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일박이는 남들이라면 평범하게 누리는 거 못 누리고 창고에 갇혀서 세상에 대해 묻는 이보 보면 기분이 좀 이상했음.

남들 몰래 만나던 횟수가 점점 적어지는데 일박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학업에 집중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듯. 초우성알파니까 남들 보다 뛰어나야하는 강박이 있었음. 가끔 그 강박에 지쳐 힘들 때 일박이는 이보 찾아감. 저랑 똑같은 얼굴을 한 이보가 말갛게 웃으며 변하지 않은 여전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것에 좀 위로가 될 듯.

그러다 어느 날이었음. 기말고사 때문에 한참 예민해진 일박이가 새벽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어디선가 퍼져오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게 됨. 밤에 꽃이 피었나보다, 뭐 그런 생각으로 다시 책장을 넘기던 일박이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열어놓은 창문에서 바람을 타고 들어온 향기가 일박이를 자극했음. 이건 자연적인 향이 아니었음. 저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간 일박이가 그 향기를 쫓아 움직였음. 그리고 그 향기는 이보가 있는 창고 안이었음. 창고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기가 짙어지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음. 일박이는 이보와 늘 만나던 창문 앞에 서서 주먹을 쥐고 창살을 가볍게 두드렸음. 제가 왔다는 일종의 신호였음. 그러면 이보는 창문 앞에 서서 말갛게 웃어주었음. 언제나 그랬는데 오늘은 아니었음. 이보는 대답도 없었고 나타나지도 않았음. 한참을 그렇게 창문 앞에 서 있던 일박이가 입을 열었음.

“...너 오메가였어?”

창고 안에 짙게 깔린 달큰한 냄새에 일박이의 몸이 땀으로 젖었음. 이 냄새는 오메가의 히트사이클이었음. 바닥에 엎드려 낑낑거리며 앓던 이보는 일박이의 목소리에 떨리는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앞으로 기어갔음. 땀에 젖은 손이 창살을 붙잡고 천천히 얼굴이 드러났음. 고통에 신음하는 초록빛 눈동자가 찡그려진 채로 일박이를 보았음. 달빛을 받아 새하얀 얼굴이 열기에 점점이 붉어져 있었음. 일박이는 홀린 것처럼 천천히 창살 사이로 얼굴을 가져갔음. 이보도 똑같이 창살 사이로 얼굴을 가깝게 가져갔음. 둘은 창살 틈으로 입술을 맞대었음. 저와 똑같이 생긴 통통한 입술이 닿자 뜨거운 열기가 일박이를 덮쳐왔고, 그것을 참지 못한 일박이는 창살 사이로 손을 넣어 이보의 뒤통수를 꽉 붙잡았음. 그리고 그 입술을 가르고 혀를 내밀어 그 안을 거칠게 헤집었음. 서로의 혀를 핥고 빨고 깨물었음. 창살 때문에 좀 더 깊이 붙지 못 하는 게 안타까워 뒤통수를 붙잡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음. 창살에 짓눌린 뺨이 얼얼해질 때까지 오래 입을 맞춘 둘은, 이보의 열기가 좀 해갈이 되자 그제야 천천히 떨어졌음.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이보가 흥분에 젖어 발갛게 익은 뺨을 하고 멍한 눈으로 저를 보는데 순간 일박이는 심장이 동요할 듯. 약을 먹었는데 제가 자라서 그런지 평소 먹던 약으로 진정이 되질 않았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이보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재빨리 제 방으로 도망친 일박이는 가슴이 쿵쿵 뛰었음. 그 날 일박이는 사춘기 때를 제외하고 거의 하지 않았던 몽정을 할 듯. 다만 당황스러운 것은 몽정의 상대가 바로 자기 자신이었음.

그 다음부터 일박이는 절대 창고에 가지 않았음. 그 날 이후로 다시는 이보의 향을 맡는 일은 없었음. 그래도 가끔 창문을 열어놓고 새벽까지 공부를 할 때면, 일박이는 문득 그 날 밤이 떠올랐음. 그 향기와 그 소리와 저를 보던 초록빛 눈동자가.

그렇게 일박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음. 부친은 성인이 된 일박이에게 선물을 줄 테니 소원을 말하라고 했음. 일박이는 부친에게 꼭 들어주셔야 한다고 했고, 부친은 못 들어줄 게 뭐가 있냐면서 얼른 말하라고 함. 모두에게 짓는 다정하고 살가운 미소를 얼굴에 가득 머금은 일박이가 말했음.

“창고에 있는 그 오메가를 제게 주세요.”

순간 부친은 엄청 당황함. 창고에 이보가 있다는 걸 아는 것도 놀라운데 그게 오메가라는 것까지 아니까. 언제부터 알았냐고 다그치는 부친에게 일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앵무새마냥 반복했음. 그 오메가 저 주세요.

일박이는 이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았음. 아, 나와 똑같이 생긴 저 애는 내 것이라고.



+일박이는 이보와 쌍둥이였음. 부친과 고모는 근친을 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게 일박이랑 이보임. 그런데 태어난 이보의 눈동자가 초록색인 것을 보고 근친의 흔적임을 들킬까봐 창고에 가둬놓고 키운 것임.

+일박이는 이보가 제 쌍둥이임을 알았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히트와 러트가 터지면 서로에게 해결했음. 나중에는 제게 박힌 채로 엎드려 흐느끼는 이보의 뒷목을 일박이가 깨물어 각인시키고, 그 자리에서 바로 노팅까지 해버림.

+이보가 임신을 하자 일박이는 아무렇지 않고 약을 먹여 지워버림. 아이가 태어나면 근친의 증거를 달고 나올 터였음. 그러니 초반부터 싹을 자르는 게 맞았음. 이보는 다리에 피가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일박이에게 달려가 울부짖는데, 일박이는 그런 이보를 다정하게 달래면서 말함. 우린 형제잖아. 너와 같은 전철을 만들거니? 그 말에 이보는 제가 평생 창고에 갇혀 살던 것을 떠올리면서 일박이한테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함. 애기가 들어서면 바로바로 지워버리는데 이보는 제 불우한 과거를 떠올리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함.

 

 

 

 

 

일박이보 이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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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4344f] - 2020/11/12 23:41

재업은 사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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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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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bfd28] - 2020/11/13 00:36

센세왔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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