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일박이보 샤오왕으로 알오물 보고싶다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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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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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렸어. 베개를 들고 이보가 서 있었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던 일박이는 익숙한 듯 이불을 살짝 걷어내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이보는 문을 닫고 쪼르르 달려와 빈자리에 몸을 뉘였지. 형 너 뭐 봐? 바로 누워 천장만 보던 이보가 몸을 데굴 굴려 일박이에게 바짝 붙인 후 머리를 들이밀었지. 엎드린 일박이의 팔에 턱을 기대고 둘은 같이 핸드폰을 보았어. 쌍둥이의 관심사는 거의 비슷했기에 일박이가 보는 게임 영상을 이보도 흥미를 가지고 같이 봤지. 그렇게 한참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게임 영상도 보고 스포츠 영상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음.

어두운 밤이 되자 둘은 잠자리에 들었어. 일박이가 팔을 뻗으면 이보는 그 팔에 머리를 대고 일박이 품에 안겨 잠이 들었지. 그렇게 꼭 붙어서 잠을 청하던 중이었어.

“형 너 그거 알아?”

일박이는 이보의 말에 잠이 올 듯 말 듯한 눈꺼풀을 밀어 올렸어.

“나한테서 시원한 비 냄새가 난대.”

누가? 그렇게 물어보려던 일박이는 입을 다물었어. 묻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도 같았지. 이보가 공원에서 만난 알파 그 사람이겠지. 알파와 오메가끼리는 서로의 고유 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하니까. 이보가 만난 알파나 오메가는 그 사람이 처음이었으므로.

“시원한 비 냄새가 뭘까?”
“.......”
“비 내리면 비린내 나지 않아? 나한테서 물비린내 같은 거 날까?”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한데... 일박이는 자신이 대답해 줄 수 없는 것을 계속 혼잣말처럼 묻는 이보가 얄미웠어. 대답해주지 않고 자는 척 눈을 감았지. 형 너 자? 이보가 고개를 살짝 올려 일박이를 보았어.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동생은 제 형이 잠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자는 척 하는 일박이의 뺨을 콕콕 찔렀지만 일박이는 미동도 안 했어. 대화하기 싫다는 뜻이겠지. 이보는 그런 일박이를 샐쭉이 흘겨보고는 눈을 감았어.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 뒤척이다가 이내 이보가 먼저 고른 숨을 내뱉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 가지런한 숨이 일정하게 제 목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며 일박이가 눈을 떴어.

알파가 뭐라고.. 낯을 가리며 사람에게 흥미 없는 제 동생이 잠깐 봤던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 이해할 수가 없었지. 알파니 오메가니 베타니 하는 건 서로 호르몬이 다른 거 빼고는 특별한 것도 없는데. 일박이는 동그란 이보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어. 잘 자는 잠을 방해받는 게 짜증나는지 잠결에 인상을 쓴 이보가 몸을 돌렸지. 일박이는 그런 이보를 가만히 보다가, 시선을 내려 툭 튀어나온 목뼈를 바라보았어. 손을 뻗어 이보의 등에 몸을 붙이고 그 목뼈에 얼굴을 파묻은 일박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 아무런 냄새는 나지 않았어. 당연하지. 자신은 베타인 걸. 베타는 오메가의 냄새를 맡을 수 없어. 그런데 그게 뭐? 우리는 쌍둥이잖아. 남들도 모르는 부분을 공유하는 특별한 사이야. 형질의 차이는 겨우 호르몬일 뿐인 걸. 일박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보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어.

*

그 뒤로 이보가 샤오잔을 다시 만나게 된 건 여름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이었지. 낮고 기다란 공원 계단 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내려오던 이보는 처음에 연습했을 때와 달리 계속 미끄러지니까 짜증이 난 상태였어. 일박이는 공원 계단보다 더 높은 집 계단에서 성공을 했단 말이야. 그러니 제가 이걸 못 하면 안 돼. 일박이보다 뒤처지는 건 참을 수 없었거든. 일박이에게 성공 노하우를 묻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몰래 혼자 나와 공원 계단에서 보드를 타던 이보는 처음에 쉽게 성공하자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몰랐어. 하지만 계속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보드가 날아가자 짜증이 났지. 괜히 보드를 발로 쾅쾅 받으며 화풀이를 한 이보가 다시 한 번 계단 위에 서서 보드를 타고 내려왔어. 계단의 굴곡에 제멋대로 흔들리는 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던 이보는 아쉽게도 계단 끝자락에서 다시 한 번 뒹구르고 말았어. 아, 진짜 짜증난다.. 왕일박이 하는데 내가 못 하다니.. 이젠 일어나서 보드를 찰 힘도 없어가지고 이보는 그대로 바닥에 앉은 채로 저 멀리서 엎어진 채로 바퀴만 데구루루 돌아가는 보드를 멍하니 바라보았어. 계단에서 보드 타는 걸 먼저 성공하고 절 보면서 ‘너는 쉽지 않을 걸?’ 이라고 웃던 일박이의 얼굴이 떠올랐어.

“베타가 주를 이룬다지만 너무 자각이 없는 거 아니야?”

그 얄미운 얼굴을 어떻게 하면 안 볼 수 있을까 따위의 고심을 하며 앉아있는 이보의 어깨 위로 가벼운 겉옷이 걸쳐졌어. 순간 주변에서 꽃이 활짝 핀 것처럼 꽃향기가 진동을 했지. 처음 맡아본 냄새지만 아직까지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았지. 이보는 단번에 고개를 돌렸어.

샤오잔이었어. 이보가 처음 만나 본 알파. 그 향기를 잊지 못해 잔향을 쫓아다녔지만 만나지 못 했던.. 샤오잔을 처음 만났고 난 후 또 만나고 싶어서 공원을 몇 번 찾았지만 볼 수 없었어.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단념했는데, 이렇게 쉽게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물든 얼굴은 언제 짜증이 났었냐는 듯 순하게 풀리며 미소를 품었어.

“우와. 나 알파 이제 두 번째로 봐요.”

첫 만남을 상기시키는 잔망스러운 그 말에 샤오잔이 웃으며 손을 뻗었어. 이보는 제 앞에 내밀어진 손을 꽉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

“아무리 베타만 있더라도 페로몬 관리는 잘 해야 돼.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겪을 줄 알고 이렇게 향을 내보내는 거야?”
“넘어져서 그랬어요.”

바닥에 엎어진 보드를 챙겨든 이보가 말했어.

“아~ 흥분하면 페로몬 관리를 못하는 타입?”

어... 틀린 말은 아닌데 왠지 묘하게 기분이 이상해서 이보가 눈을 찡그리며 샤오잔을 보았음.

“어디부터 봤어요?”
“여기 처음 와서 계단에 올라섰을 때부터.”

처음부터 봤구나. 제 꼴사나운 모습을. 사실 이보는 페로몬 관리에 조금 서툴렀어. 가족이 전부 베타였고, 특히 일박이와 늘 붙어 다녔기 때문에 페로몬을 관리해야 한다는 자각이 좀 약했지. 학교에서도 베타가 아닌 건 저밖에 없었기도 했고, 살면서 이제야 알파를 처음 봤으니 제 세상의 전부는 베타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어. 그래서 평소 향을 잘 갈무리했다고 해도 감정의 기복이 생기면 저도 모르게 향이 흘러나왔던 거야. 다만 일박이가 베타니 향이 나오고 있다는 걸 알지 못 했던 것뿐이야. 그건 이보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샤오잔처럼 이보에게 조심하라고 말을 해주지 못했던 거지.

이보는 허리를 숙여 반바지에 뭍은 흙먼지를 탁탁 털었어. 어깨가 살랑거릴 때마다 꽃향기가 제 주변을 넘실거렸지. 본인도 향 갈무리 잘 못하시는 거 같은데? 이보가 입을 삐죽이며 먼지를 다 털어내자, 샤오잔은 이보의 어깨에 걸쳐주었던 제 옷을 챙겨갔어. 그 순간 주변을 감싸던 꽃향기가 사르륵 사라졌지. 그 일련의 행동들에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얼굴을 하고 샤오잔을 바라보았어. 아, 혹시 지금 일부러...?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오메가의 페로몬을 제 페로몬으로 막아준 거야?

샤오잔은 허리를 살짝 숙여 이보의 목 근처로 얼굴을 가져가 냄새를 맡았어. 보드에서 넘어질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에 비 냄새가 섞여 코를 자극했지. 샤오잔은 이보의 몸에서 제 페로몬이 뒤섞여 젖은 꽃향기가 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며 뒤로 물러섰어.

“한 시간이면 내 냄새도 사라질 거야. 다음부터는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도 신경 써서 관리해야해. 알았지?”

대답은? 아무 말이 없자 샤오잔이 한 번 더 채근했어. 금방이라도 안녕을 고하고 가버릴 것만 같은 말에 이보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어. 같이 있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어떻게 하면 샤오잔을 더 붙잡고 있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입을 오물거리다가 결국 하는 말은,

“아이스크림 같이 먹어주면요.”
“......??”
“그럼 신경 쓸게요. 페로몬.”

본인의 안위를 걱정해줬더니 남 말 하듯 하는 대답에 샤오잔이 기가 막혔지만 제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리는 게 또 귀여워 그냥 웃고 말았어.

*

틈만 나면 이보는 사라졌어. 일박이는 이보가 없는 시간이 낯설어서 그 빈 시간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몰랐지. 형제는 떨어져 본 적이 없었어. 부모님 뱃속에 잉태되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서로의 몸이 한 몸인 양 붙어 지내다가 하나가 떨어져나가니 일박이는 왠지 모르게 추운 기분이 들었어. 늘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던 보드 중 하나만 사라져 있는 걸 보니 마음도 허해졌어. 이보가 샤오잔을 다시 만나게 된 이후 혼자가 된 시간이 잦아졌지만 익숙해지지 않았어. 일박이는 형제가 함께 덮고 잤던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눈을 감았어.

쌍둥이는 그랬어. 하나가 슬프면 다른 하나도 슬펐고, 하나가 기쁘면 다른 하나도 기뻤지. 감정이 서로에게 옮아갔어. 그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지. 남들은 모르고 느낄 수 없는 것을, 쌍둥이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공유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일박이는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알았을 거야. 샤오잔을, 아니 알파를 발견했을 때 이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뒤 틈만 나면 보드를 끌고 공원을 갔다가 헛걸음질에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올 때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인정하며 포기했을 때도. 그럼에도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에서 다시 만나게 됐을 때도. 이보의 감정은 넘실거리며 일박이에게 옮아왔지.

오메가에게 알파는 그렇게 특별한 존재야? 피로 엮인 쌍둥이보다도? 그깟 호르몬이 아니면 이어질 일도 없는 그게?

일박이가 천천히 눈을 떴어. 이불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지. 토도독, 작은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어. 비가 온다는 예보는 못 들었는데. 여름의 날씨는 사람의 마음처럼 변덕스러웠지. 어느 날은 숨도 못 쉴 정도로 더웠다가 또 어느 날은 이렇게 비가 내렸어. 일박이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다가 이내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어. 커다란 손바닥 위에 비가 떨어져 내렸지. 빗방울에 흠뻑 젖은 손을 제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았어.

‘나한테서 시원한 비 냄새가 난대.’

당연하게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지. 아무리 제가 이보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아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두 눈을 내리깔고 한참이나 젖은 손을 보던 일박이는 제 행동이 우스웠어. 고개를 젓고는 이내 손을 가볍게 털고 창문을 닫았어.


일박이는 우산 하나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어. 예보에도 없는 소나기가 내렸으니 제 동생은 우산을 챙기지 않았을 거야.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공원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려나 싶었지. 우산을 챙기고 마중 나가는 것으로 생색내어 오는 길에 맛있는 거나 같이 먹자고 할 심산으로 나섰던 일박이는 얼마 걷지도 못 하고 그대로 멈춰 섰어. 저 멀리서 이보가 보였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신이 난 얼굴로 쉬지 않고 재잘거렸지.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제 동생의 옷은 젖은 곳 하나 없이 뽀송했어. 그 옆에는, 한 사람 분 크기의 우산을 거의 제 동생에게로 건넨 채 재잘거리는 수다를 들어주는 샤오잔이 보였어. 샤오잔의 어깨 한 쪽은 푹 젖어 있었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대화였지만 둘 다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어. 일박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제 쪽으로 걸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음.

그동안 이보는 페로몬을 갈무리 하는 법을 배운다는 핑계로 샤오잔을 만났어. 만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샤오잔 앞에서 보드로 재롱떠는 게 다였지만, 샤오잔은 착실히 약속에 응해주었어. 이보는 확실히 감정 기복에 변화가 생기면 잘 갈무리했더라도 본인도 모르게 향이 스며 나왔어. 그럴 때마다 샤오잔이 문제를 짚어주며 가르쳐주었어. 설명해도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이럴 때 향이 나오는구나는 대충 눈치 채서 이보는 제법 제 향을 잘 숨겨냈지. 샤오잔과 신나게 놀고 헤어질 때가 되면 이보는 숙제를 검사받는 아이처럼 그 앞에 서서 목을 길게 내밀어. 본인이 의식하고 있을 때는 분명히 페로몬이 나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샤오잔에게 꼭 제 목에 대고 향을 맡게 했어. 칭찬받고 싶은 아이처럼. 반짝거리는 그 검은 눈동자에 샤오잔은 어쩔 수 없이 향을 맡고는 잘 했다고 해줘야했지.

오늘도 마찬가지였어. 다만 평소와 다르게 이보는 샤오잔이 제 목에 코를 가져다댔을 때 살짝 향을 풀었어. 당연히 아무 냄새도 안 날거라고 생각하고 숨을 들이마신 샤오잔이 눈을 찡그리며 이보를 바라보았지.

“어? 맡아져요? 나는 나한테서 비 냄새가 난다고 하니까 지금 비 내릴 때 페로몬 풀면 내 냄새랑 비 냄새 때문에 헷갈릴 줄 알았는데.”
“이 똥강아지야. 그 말은 좀 위험한 거야. 자연적인 냄새랑 페로몬은 엄연히 다르니까 허튼 생각하지 말고 얼른 갈무리나 잘 해.”

알파와 오메가는 페로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지 않아. 배우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도 알았지. 서로를 흥분시킬 수 있는 것. 그러니 하늘에서 맹렬하게 쏟아지는 비에 제 페로몬을 비유하는 이 맹랑한 생각에 기가 막힐 수밖에. 샤오잔은 이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어. 가볍게 때린 건데도 이보는 이마를 붙잡고 엄살을 부렸지만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닌지라 샤오잔은 가볍게 무시했어. 둘이 얼마나 투닥거리면서 걸어오는지, 일박이가 서 있는 쪽으로 오는데도 한참이나 걸렸어. 샤오잔에게 붙어 병아리마냥 종알거리던 이보가 집 앞에 서 있는 일박이를 발견했어.

“형 너 나 마중 나왔어?”

일박이를 보자마자 이보는 거리낌 없이 빗속으로 뛰어나갔어. 그리고는 우산을 들고 있는 일박이에게로 달려들었지. 일박이는 아무렇지 않게 이보의 어깨를 잡아채고 우산을 얼른 그쪽으로 기울였어. 형의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잠깐 사이에 이보는 옷이 꽤 젖었어. 젖은 앞머리를 가볍게 털어내며 이보는 샤오잔에게 손을 흔들었지. 샤오잔도 이보에게 인사를 한 뒤 돌아섰어.

“나올 거면 빨리 나오지. 비가 언제부터 왔는데. 형 너 공원까지 오긴 싫고 나한테는 생색내고 싶어서 지금 나온 거지?”

이보는 뺨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가볍게 훔쳐내며 말했어. 일박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입술만 꾹 다물고 있었지. 그냥 한 말인데 진짠가? 이보는 평소와 다른 일박이의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눈치를 봤어. 찡그린 눈이 화가 난 거 같기도 했지. 괜히 건들지 말자 싶어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얌전히 일박이와 발맞추어 걸었지. 물웅덩이가 고인 길을 지나서 대문을 넘고, 계단을 올라간 후 현관문을 열려는 그 순간이었어.

일박이가 이보의 손을 잡고 몸을 거칠게 돌려 밀었지. 현관문에 등을 쾅 부딪친 이보가 허리에 퍼지는 알싸한 통증에 인상을 쓰며 ‘형 너 미쳤어?’ 라고 말했어. 하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 대신 일박이의 입술이 닿았을 뿐이야.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눈을 동그랗게 뜬 이보는 이내 자기가 지금 히트사이클 기간이 되었나 곰곰이 생각했어. 그렇지 않고서야 형제가 입을 맞출 일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기간이 아니야. 근접하지도 않았지. 그런데도 일박이는 입을 맞췄고, 벌어진 입술을 가르고 혀를 밀어 넣었어. 손에 들린 우산은 어느새 내팽겨 쳐져 바닥을 굴렀고, 일박이의 젖은 양 손은 이보의 뺨을 잡았지. 비를 가려주던 우산이 사라지자,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가 고스란히 형제의 몸 위로 떨어져 내렸어. 금세 그칠 줄 알았던 소나기는 그 기세가 점점 흉흉해져 물방울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따갑다고 느껴질 정도였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제 형의 깊은 입맞춤을 받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숨을 쉴 수가 없었어.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어. 이보가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나자, 일박이가 입술을 떼어냈어. 고개를 숙여 얼굴로 떨어지는 비를 피한 뒤 헉헉대며 숨을 보충하자마자 일박이가 다시 달려들었지. 이보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

일박이는 이보의 턱을 눌러 입을 더 크게 벌리게 했어. 고개를 꺾어 제 혀가 거의 목구멍에 닿을 정도까지 밀어 넣었지. 예민한 입천장을 혀끝으로 긁으니 이보의 몸이 움찔거렸어. 일박이는 입천장을 계속 문지르며 흥분을 유도하니, 이보도 결국 팔을 뻗어 일박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어. 예민한 곳만 건드리는 일박이의 혀를 제 혀로 힘껏 밀어낸 뒤 다시금 달려들려는 그 혀를 부드럽게 핥았어. 혀 밑바닥을 가볍게 쓸어 올리자 일박이가 간지러운 흥분에 어깨를 떨었지. 주저앉느라 벌어진 다리 사이로 일박이는 무릎을 꿇고 앉아, 이보의 뺨을 연신 부드럽게 쓰다듬었어. 비는 끝없이 쏟아졌고, 그 아래에서 형제는 빗물과 서로의 타액을 섞으며 입 맞추는 걸 멈추지 않았지. 서로의 혀를 핥고 빨고 잘게 씹으며, 벌린 턱이 아릴 정도가 되었을 때 일박이가 살짝 입을 떼어냈어.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입술을 움직여 동그란 뺨을 가볍게 깨물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기다란 목덜미를 타고 내렸지. 침을 삼키느라 흔들리는 목울대를 지나 어깻죽지로 향했을 때 일박이가 입을 벌려 그 여린 살을 가볍게 물고 빨아들였어. 입맞춤 외엔 다른 피부에 입술을 대는 건 처음이라 이보는 저도 모르게 일박이의 목을 꽈악 안고 얕은 신음을 내뱉었어. 그 소리가 달콤해서 입에 침이 고였지. 일박이는 두 눈을 내리깔고 하얗고 긴 목에서 입술을 떼지 않았어. 치아로 물어뜯진 않았지만 강하게 빨아들여서 붉은 상흔이 났지. 그것을 가볍게 혀로 핥은 뒤 일박이가 가만히, 숨을 크게 들이 마셔보았어.

이게 네 향일까? 일박이는 생각했어.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지만 빗속에서 이보와 입을 맞추고 있으니, 왜인지 이보의 페로몬 속에 갇혀 입을 맞추는 것 같았어. 이보의 향은 비 냄새라고 했으니까. 마치 오메가를 찾는 알파처럼. 일박이는 느낄 수 없는 그 향기를 쫓고 다시 비에 젖은 채로 이보에 입에 입을 맞췄어.




일박이보 샤오왕 이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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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02f8f] - 2020/11/12 23:32
진짜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ㅠㅠㅠ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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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344f] - 2020/11/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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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bd3d3] - 2020/11/12 23:41
센세 왔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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