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샹콩이 분유먹이다 잠든 리시엔 보고 웃음 터진 이보 보고 싶다
밤에 샹콩이 분유먹이다 잠든 리시엔 보고 웃음 터진 이보 보고 싶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이보 곧바로 조리원 입소하겠지. 이보는 조리원 답답해서 가기 싫다고(사실은 비싸서.. 리시엔은 월급쟁이..ㅠㅠㅠ) 칭얼거렸지만 리시엔은 그때만큼은 이보 말 무시하고 후기가 제일 좋은 조리원 예약했을 거야. 특별히 신랑 제외하고는 외부인 한 명도 출입 안 되는 곳으로ㅋㅋ 한창 조리원 알아볼 때 회사 동료가 알려준 팁이었음. 애기 낳고 피곤해 죽겠는데 양가 부모님 오가면 진짜 짜증나서 돌아버릴 거 같았다고ㅋㅋ 원래 불효자가 마누라한테는 최고의 남편이지ㅋㅋ 아무튼 조리원에 들어간 이보가 하는 일이라고는 누워서 티비 보다가 간식 먹고 또 티비 보다가 퇴근하는 리시엔 기다리는 것 뿐 일거다. 틈틈이 신생아실 가서 잘 자고 있는 샹콩이 사진 찍어서 리시엔 보내주고 할 듯. 콩알딱지 만한 방에 갇혀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것도 지친 이보는 하루 종일 리시엔만 기다릴 거야. 매일 문자로 언제 와?만 보낼 듯. 리시엔은 이보랑 샹콩이 보고 싶어서 점심도 굶어가면서 일할 거야. 그렇게 눈썹 휘날리며 퇴근한 리시엔은 조리원 문 앞에서 손 깨끗하게 씻고 소독약 온 몸에 잔뜩 뿌린 후에 경건한 몸과 마음가짐을 가지고ㅋㅋ 신생아실 앞에 붙어서 잘 자는 샹콩이 구경하겠지. 어쩜 저렇게 작고 예쁠까. 날이 갈수록 피부는 점점 뽀얘지고 입술도 옹알거리는 게 너무 사랑스럽겠지. 이보는 리시엔 닮은 데가 하나도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리시엔은 샹콩이가 이보 똑 닮아서 너무 좋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라니. 리시엔 성공한 삶이다, 행복해서 죽어도 좋다, 뭐 속으로 그럴 듯ㅋㅋㅋ
샹콩이 맘껏 구경한 후에 리시엔은 얼른 이보 방으로 달려감. 문이 열리자마자 이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리시엔 끌어안겠지. 형 너무 보고 싶었어ㅠㅠㅠ 어깨에 얼굴 비비적대면서 칭얼대는 이보 등 부드럽게 쓰다듬는 리시엔도 이보 뺨에다가 뽀뽀 쪽 해주고 나도 보고 싶었다고 해주겠지. 같이 침대에 앉으면 이보 기다렸다는 듯이 리시엔 허벅지에 머리 베고 누워서 오늘 했던 일 종알종알 속살거릴 거야. 오늘 샹콩이 분유 먹이고 트림 시켰는데 한 번에 성공했어. 샹콩이 응가 기저귀 가는 건 실패했어. 어떡해, 형ㅠㅠ 이런 소소한 일상들. 그걸 듣는 리시엔 얼굴엔 미소가 떠나질 않겠지. 이보 이야기 들어주면서 리시엔은 출산하느라 약해진 몸, 특히 관절 부분들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줌. 출산하면 뼈 마디마디가 벌어져서 아프다는데 그거 추스를 시간도 없이 샹콩이 안아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거든. 산후 관리 잘못 하면 평생 몸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리시엔이 조리원 고집한 것도 그 이유도 한 몫 했음.
한참 그렇게 마사지 해주면 이보는 몸이 노곤해져서 꾸벅꾸벅 졸거야. 그러면 리시엔은 작게 웃으며 이보 끌어안아서 베개 위에 올려주겠지. 그리고 옆에 누워서 이보 가슴 토닥토닥 해줄 거고, 이보는 리시엔 많이 보고 싶어서 안 자려고 바둥바둥 거릴 거야. 그럼에도 리시엔 손길에 결국 잠에 빠져들겠지. 이보는 잠결에도 팔 뻗어서 리시엔 품에 안겨들어. 리시엔은 불편한 것도 잊고 그런 이보 부드럽게 안아준 다음에 말랑말랑한 볼에 뽀뽀 두 번 해주고 눈 감을 듯.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출근하고 없어서 텅 빈 옆자리 보고 이보 입만 삐죽 내밀 거야.
조리원 생활은 정말 행복했지. 때 되면 밥 나와, 아이는 보고 싶을 때만 찾아가서 보면 돼, 전반적인 아기에 대한 케어도 해줘. 한 달의 행복한 시간이 끝나고 샹콩이 품에 안고 집에 온 이보 앞에 지옥이 펼쳐지겠지.
아기 분유 먹는 시간이 2~3시간 텀이 있어서 이보는 리시엔과 각방을 쓸 거야. 리시엔은 아니 왜 굳이..ㅠㅠㅠ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들렸지만, 이보는 샹콩이가 밤늦게 계속 깨는 것을 알기에 출근하는 리시엔 배려해주는 거였지. 그리고 밤에 샹콩이 케어해본 적이 없어서 나름 자신만만했을 듯ㅋㅋㅋ 그게 지옥문이 열리는 길인 줄 모르고..ㅠㅠ
처음에는 할 만 했지. 조리원에서 푹 쉬다 왔으니 체력이 남아돌았거든. 그런데 그게 일주일이 넘으니까 너무 힘든 거야. 누굴 닮았는지 샹콩이 입도 짧아서 분유도 정량 다 못 먹는데다가 또 천천히 먹어서 먹이는 데에만 삼십 분이 훌쩍 넘을 거야. 분유 다 먹인 샹콩이 트림 시키는 데에도 거의 삼십 분 넘게 걸려서 밥 한 번 먹일 때마다 한 시간 넘게 걸릴 거야. 분유 다 먹고 칭얼거리는 샹콩이 안아서 간신히 재우고 난 뒤에 이보가 잠자려고 하면 이십 분도 안 되어서 또 샹콩이 분유 타임이 오겠죠. 한 번은 이보 너무 졸리고 피곤하고 힘들어서 샹콩이 분유 먹이다가 울음 터진 적도 있었음. 리시엔 깨면 안 되니까 입 꾹 깨물고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릴 거야ㅠㅠㅠ
한 번은 이보가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은데 샹콩이가 잠에서 깬 거야. 달래도 계속 울고 화장실은 가고 싶고.. 그래서 결국 샹콩이 품에 안고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데 이게 사람 사는 거 같지도 않고 너무 힘들고 수치스럽고 그래서 이보 저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릴 거야. 진짜 짜증나, 샹콩이 너 진짜 싫어ㅠㅠㅠ 그러면서 괜히 막 샹콩이 탓하면서 울다가, 제 품에 안겨서 입술 오물거리는 샹콩이 보고는 현타 온 이보가 자기가 헛소리 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또 울겠지. 힘들어서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탈 듯ㅠㅠ
리시엔은 리시엔 대로 죽을 맛 일 듯. 하필이면 또 월 말이거든요.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아. 처음에는 일찍 들어가려고 온갖 노력 다 하던 리시엔은 이보가 제법 혼자서 샹콩이 잘 보는 거 같아 일에 몰두할 거야. 며칠 째 야근하던 리시엔을 보던 회사 동료가 신생아 키우는데 이렇게 신경 안 써도 되냐고 물어볼 거야. 리시엔은 이보가 아기를 너무 잘 돌본다고 자랑 아닌 자랑하는데 회사 동료는 도리어 뭐라고 할 듯. 특히 각방 쓰고 있단 말에 경악을 하더니, 신생아 수유텀 알려주면서 혼자 하면 얼마나 힘든지 아냐면서 어쩌다보니 리시엔 혼나고 있을 듯ㅋㅋㅋ 초보 아빠다 보니까 잘 모르는 게 많겠지. 아기도 어른들처럼 제 시간에 자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안 리시엔은 이보한테 너무 미안할 거야. 요 근래 바쁘다는 핑계로 이보 제대로 본 적도 없는데.. 생각해보면 요즘 이보 안색이 많이 어두운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월급쟁이 리시엔은 오늘도 야근을 합니다. 돈 벌어야죠.. 기저귀 값이랑 분유 값도 어마무시한데, 돈 많이 벌어야지.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이보 좋아하는 과일 몇 개 산 리시엔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표정이 묘해질 듯.
리시엔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이보는 소파에 푹 파묻힌 채로 앉아서 잠에 들었는데 그 품에 샹콩이도 달랑달랑 매달려서 같이 자고 있었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똑같은 표정으로 잠든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나오는데, 많이 피곤했는지 이보 눈 밑에 짙게 깔린 다크서클이며 손목에 찬 보호대 보니까 속상해서 눈물도 나오는 거야. 리시엔은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며 잠든 이보 곁에 다가가 옆에 조심스럽게 앉을 듯. 그리고는 불편한 이보 머리 잡아서 제 어깨에 눕혀줄 거야. 한참을 리시엔 어깨에 안겨서 자던 이보는 샹콩이 수유텀 알리는 핸드폰 알람에 천천히 눈 뜨다가 제 옆에 있는 리시엔 보고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겠지.
“형 언제 왔어? 왔으면 나 깨우지..”
“더 자지, 왜 깼어.”
“샹콩이 분유 먹을 시간이야.”
처음에는 애가 애기를 낳아서 뭐 잘할 수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보는 잘 하고 있을뿐더러 리시엔까지 배려해주고 있었지. 리시엔은 샹콩이 품에 안은 채로 분유 타러 가는 이보 붙잡아 세우고는, 자신이 달려가서 분유 타겠지. 사실 이보가 신경을 많이 써준 덕분에 리시엔은 분유 타본 것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임. 그래서 분유 타는 게 많이 어색하게 손도 느리겠지. 배고픈 샹콩이는 이보 품에서 계속 칭얼거리지만 이보는 리시엔한테 빨리 하라고 다그치지 않을 거야. 그저 리시엔 하는 거 가만히 바라보다가 서툰 손짓으로 탄 분유를 받아서 샹콩이 입에 물려주겠지.
“이보야. 오늘은 형이 샹콩이랑 같이 잘게.”
“형 내일 출근해야 되잖아. 나 괜찮아.”
“아니야, 이보야. 형이 샹콩이랑 잘 테니까 이보는 오늘 혼자서 푹 자.”
리시엔은 여전히 제 걱정을 해주는 이보가 예뻐서 뺨에 쪽 하고 뽀뽀해줌.
“형이 잘 몰랐어. 미안해, 이보야. 그동안 혼자 힘들었지?”
“아냐, 아냐. 형 괜찮아.”
“아빠가 처음이라서 그래. 형이 좀 더 공부할게. 이보도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말고 형한테 알려줘. 샹콩이는 우리 아기지 이보 아기가 아니잖아. 우리가 같이 서로 도와주면서 샹콩이 잘 키우자. 응?”
그 말에 이보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지겠지. 안 울려고 입술 꾹 깨무는데, 리시엔 그거 보면서 애가 티는 안 내고 많이 힘들었구나 싶어서 속상해질 거야. 우리 애기, 형이 미안해. 이보 안아주면서 사과하니까 이보는 펑펑 울면서도 형 미안한 거 없다고 고개 도리도리 저을 듯ㅋㅋㅋ
아무튼 그 날 처음으로 이보 혼자서 자겠지. 몸에 쌓인 피로 때문에 푹 잘 듯. 리시엔은 이보가 알려준 대로 시간 맞춰서 샹콩이 분유 먹이고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고 재우는데, 잠잘 시간 없이 몰아치는 샹콩이 케어에 정신줄 놔버릴 듯ㅋㅋㅋ
그 일 이후 서로 시간 조율해서 밤에 샹콩이 케어 하는 거 분담하겠지.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깬 이보가 목이 말라서 거실로 나올 거야. 그러다가 샹콩이 분유 먹이다가 소파에 앉아서 잠든 리시엔 발견하고 웃음 터질 듯. 많이 피곤했는지 입까지 벌린 채로 고개 뒤로 젖혀 잠든 리시엔과 빈 젖병 입에 물고 아빠랑 똑같은 자세로 잠이 든 샹콩이 보는데, 그 풍경을 보고 있는데 너무 행복해진 이보가 말갛게 웃으면 내가 참 좋다..
신생아 밖에 데리고 다니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이보는 주로 집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는데, 그 날은 정신을 어디다가 놓고 다녔는지 핸드폰 떨어뜨려서 박살이 났겠지. 액정 수리하러 리시엔이 직접 가야하기 때문에 이보는 리시엔한테 분유랑 기저귀 좀 주문해놓으라고 시켰음. 분유는 점점 간당간당해지는데 택배는 도착하지 않아서 이보는 애가 좀 탈거야. 하루 종일 현관에만 왔다 갔다 하던 이보는 택배 왔다는 초인종 소리에 후다닥 달려 나가서 택배 받을 거야.
“샹콩아, 기다려. 아빠가 우리 샹콩이 분유를 샀...”
누워서 모빌만 보고 노는 샹콩이에게 말을 걸며 택배 뜯던 이보 얼굴이 차게 식었음. 그리고 리시엔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리시엔은 이보 좋아하는 치킨 사들고 퇴근함.
“이보야. 형이 너 좋아하는 치킨 사왔어. 식기 전에 얼른 먹자.”
“..형 이거 뭐야?”
이보는 제 앞에서 치킨 흔드는 리시엔 무시하고 아까 뜯어본 택배 발로 밀어서 리시엔 앞에 밀어줄 거야. 리시엔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치킨 내려놓고 택배 상자 안을 확인하겠지.
“아, 이거 콘돔인데.”
“아니, 콘돔인 거 누가 몰라? 이거 왜 샀냐구.”
“임신했을 때 너 너무 고생했잖아. 나 너 고생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둘째 생기면 안 되니까 콘돔 사놓은 건데..;ㅡ;”
“아니 시발 누가 콘돔을 몇 십 박스씩 사놓냐고! 형 너 미쳤어?! 샹콩이 기저귀랑 분유는! 그거 주문은 했냐고!!”
분유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라 불안하고 열 받은 이보가 콘돔이 잔뜩 든 상자 발로 뻥뻥 차면서 화내면, 리시엔은 바닥에 떨어진 거 주워 담으면서 다 주문했는데ㅠㅠ 배송 완료했다고 떴는데ㅠㅠ 하면서 울 듯ㅋㅋㅋ 나중에서야 윗집에서 택배 잘못 왔다고 기저귀랑 분유 가져다 주고 머쓱해진 이보가 머리만 긁적일 거야. 택배 오배송할 거면 전부 오배송하지 왜 콘돔만 멀쩡하게 가져다 놓는 거야.. 아까 화낸 게 미안해져서 이보가 풀이 죽어서 치킨 뜯는 리시엔 앞에다가 맥주도 가져다놓고 뽀뽀도 해주면서 애교 좀 떨어줌.
“아니 그러니까 콘돔 한 두 개만 사지 뭐 그렇게 많이 사, 누가 다 쓴다고.”
근데 그거 다 쓰는데 얼마 안 걸렸죠.... 리시엔 선견지명.
리시엔왕이보 이보텀 티엔비 시엔이보
댓글
귀엽고 따뜻해ㅠㅜㅜ
꺄아아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진짜 다시 읽어도 너무 좋음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 이보랑 리시엔 신혼부부미 철철 흐르는 거 개좋다 진심 어휴 와중에 콘돔 몇 박스 다 쓴거 진짜 개웃기고 커엽고 야하고 난리임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ㅜ
다정한데 똑똑하기까지한 리시엔ㅋㅋㅋㅋㅋㅋ 출근하는 사람 배려 하는 순딩이 이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