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살짝 모자란 최미표연 샤오잔과 출생의 비밀을 가진 왕이보 보고싶다

https://sngall.com/articles/899
2020/11/12 23:06
조회수: 1989

이보는 작은 섬마을에 사는 소년이었음 어머니는 일찌감치 돌아가시고 아버지랑 둘이 사는데 낡아빠진 작은 통통배 하나 가지고 어업 종사하는 아버지는 좋게 말해 한량 기질이 다분하고 사실상 인생 개차반으로 사는 인간이라 제철에 배 한 번 띄웠다 하면 그다음 반 년은 번 돈 싸들고 혼자 뭍으로 넘어가서 도박에 여자에 흥청망청 진탕 쓰고 섬으로 돌아왔음. 이보 어머니 살아있을 때도 그랬고 죽고 나서도 계속 그래왔음. 그래서 거진 중학생 때부터 혼자 방치된 이보... 고등학생쯤 되고부터는 아버지가 집에 있든 없든 신경조차 안 쓰게 됨 아침이면 배 타고 뭍에 있는 학교 갔다가 질 나쁜 친구들이랑 시내 나가서 볼링장 게임장 가릴 것 없이 죙일 놀고 이것저것 알바도 좀 하다가 돈 떨어지면 애들 삥도 뜯고... 체질적으로 적당히 불량학생 노릇 하면서 그렇게 혼자 잘 살아가고 있었음. 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다고 생각할 깜냥조차 없는 무감한 인생 안에 샤오잔이 뚝 떨어지기 전까지는.

 

어느 날에 평소처럼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한 칠팔개월 얼굴 못 보던 아버지도 있고 못 보던 남자애도 하나 있어서 이보 살짝 멈칫함. 아버지도 아무렇지 않게 학교 갔다왔냐면서 얼빵하게 서있는 그 남자애를 이보한테 소개시켜줬음. 가타부타한 설명도 없이 얘는 천애고아라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되었다는 말 뿐이었지만 제 또래 나이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서먹하고 어수룩한 낯을 보면서 이보는 단번에 세 가지 정도 파악할 수 있었음. 첫째, 이 남자애는 단순한 더부살이가 아니라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할 작정으로 데려왔음. 물론 침대 위에서. 이 판단의 근거는 후술될 세 번째 이유와 일맥상통했음. 둘째, 그는 좀 모자라 보였음. 처음 딱 봤을 땐 모르겠는데 다소 어눌한 말투나 어정쩡한 시선 처리가 소위 말하는 동네 바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상인의 지능범주에는 살짝 못 미치는 듯 보였음. 그러니까 나이 사십 넘은 남자가 외딴 섬마을로 가자는 걸 냉큼 따라왔겠지... 거기다 보청기까지 끼고 있는 게 어디 하나 멀쩡한 구석이 없어 보였음. 셋째, 뭍 너머 타지에서 온 주제에 때 하나 묻지 않은 순박한 낯짝인데다 촌놈인 이보 자신보다도 살짝 거무튀튀한 피부를 가졌지만... 그는 아주 예뻤음. 남자였지만 그냥 예쁘장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흠 잡을 데가 없는 미모였음. 이보더러 브라운관 너머로 보는 연예인들 뺨치는 수준의 미인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사람은 이 촌구석 섬마을에서 생전 처음이었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얼굴로 자기보다 나이가 무려 여섯 살이나 많다고 함. 존나 충격과 공포... 애시당초 어느 모로 보나 샤오잔은 이보의 취향에 들어맞는 사람이었으나 이보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했음. 그가 샤오잔에게 느낀 첫 감정은 혐오감이었음. 이보나 아버지는 날 때부터 섬사람이었으나 이보의 어머니는 샤오잔과 똑같이 뭍에서 섬으로 넘어온 외지인이었음. 더군다나 꽤 부유한 집안에서 곱게 자란 순진한 여자였는데 그만 아버지한테 코가 꿰여 혼전임신한 채로 집안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야반도주까지 해서 섬으로 따라온 케이스였음. 물에 손끝 한 번 담그지 않은 듯 고이 자라온 어머니는 섬촌의 거친 생활과 아버지의 걷잡을 수 없는 난봉기와 역마살을 견디지 못하고 화초가 말라 죽듯이 병을 얻어 죽었음. 그러니 이보는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는 아버지와 붙어먹으러 들어온 애라는 거북함과 더불어 겨우 저런 병신 모지리가 눕게 될 안방 침대에나 매여 살아야 했던 자기 생모의 가엾은 삶에 대한 연민이 합쳐져 샤오잔에게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음.

 

따라서 허우대는 멀쩡했지만 기질적으로 순하고 심약하고 어리버리한 샤오잔은 자기보다 한참 어린 교복쟁이 이보 앞에서도 항상 주눅들어 있었음. 무튼 샤오잔은 좀 어리바리하긴 했지만 또 살림하는 손끝은 제법 야무졌음. 아침에 이보를 깨워서 학교를 보내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샤오잔의 몫이 되었음. 샤오잔을 집에 데려다 놓고 나서부터 그 기간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간헐적으로 집에 없는 날이 잦은 아버지의 부재 시에도 항상 아침밥을 차린 뒤에 이보를 깨웠음. 물론 평범한 가정 내에서라면 엄마들이 할 법한 일을 자기 일인 양 하고 있는 샤오잔이 몹시 거슬리기 짝이 없었던 이보는 아버지가 없는 날이면 열에 여섯 번은 밥상을 걷어차고 욕을 해대거나 찬바람 쌩 날리면서 나가버렸음. 그럴 때마다 샤오잔은 큰 소리가 나는 게 무서워 이보가 나갈 때까지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었지만 다음 날에도 똑같이 다정하게 이보를 깨웠음. 이보 밥... 밥 먹어...

 

물론 샤오잔은 자기가 이보 엄마 역할을 대신 한다거나 할 생각 같은 건 스스로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고, 그냥 착하고 순진해서 갈 곳 없는 자신을 거두어준 집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것밖에는 없으니까 그냥 하고 있는 거...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자기의 좆같은 현실을 이 학습능력도 없이 해맑은 바보한테 화풀이를 해서 뭘 하나 하는 허탈감과 덧없음에 이보도 무조건적으로 샤오잔을 거칠게 대하는 횟수가 차츰 줄어듦. 그렇다고 친절해진 건 아니고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대하는 정도... 아버지가 없고 자신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혼자 남겨진 샤오잔이 뭘 하고 사는지 따위는 여전히 관심 없었던 이보...

 

어느 날 평소 귀가시간보다 훨씬 일찍 돌아왔을 때 샤오잔이 옷장 깊숙히 박아뒀던 이보 교복 하복 입고 바닥에 뒹굴면서 무료히 시간 보내고 있는 광경 목격했으면 좋겠다. 집안일 다 해놓고 심심한데 사람도 없고 티비 보는 것도 지루하고 그래서 마당에 강아지랑 한참 놀다가 우연히 이보 방 들어와서 홀린 듯 구경하는 샤오잔... 고아인데다 귀도 안 좋고 그래서 샤오잔은 초졸 내지는 중졸일 듯. 아직 쌀쌀한데 짧동한 소매며 바짓단 아래로 날씬하고 길쭉한 팔다리 다 내놓고 노란 장판 위에 뒹굴뒹굴하면서 이보 초딩때나 읽던 도서관 무료나눔 문학전집 이런 것들이나 한가롭게 뒤적거리고 있는 샤오잔... 이보가 자기 방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하도 윽박을 질러놔서 들키지 말고 살짝만 보구 나와야징... 하고 있었는데 이보 온 거 보고 기겁해서 벌떡 일어나는 샤오잔.

 

"이, 이보..."

"...너 지금."

"이보, 미, 미, 미안!"

 

허겁지겁 이보 보는 앞에서 교복 훌훌 벗어놓고 늘 입고 있는 속옷 수준의 가벼운 옷차림으로 튀어나가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제대로 화낼 생각도 못 하고 벙쪄 있는 이보... 빡치려다가도 교복 입은 샤오잔의 잔상이 아른거려서 쫓아나가 쥐잡듯이 잡을 생각도 못함... 그 이후로 밤마다 자기 방 얇은 벽 너머로 아버지랑 붙어먹는, 사실 이것도 샤오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행해지는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샤오잔 애처롭게 끙끙 앓는 신음소리 들릴 때마다 자괴감에 쩔어서 수음하는 고딩 이보가 보고싶다

 

쓰다보니까 똥이 왜 이렇게 길어졌냐 이보 출생의 비밀은 투비컨티뉴

 

 

 

이삿짐 들고왔조우

왕샤오 왕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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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4344f] - 2020/11/12 23:07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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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344f] - 2020/11/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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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70721] - 2020/11/12 23:17

헐 내 센세잖아!?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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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e278] - 2020/11/13 01:48

센세다 센세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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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46e06] - 2020/11/13 02:38

센세 너무 사랑ㅎㅐ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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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잖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미친ㅡㅜㅜㅜㅜㅜ전나 좋아ㅜ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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