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시엔이보로 질투하는 리시엔 보고싶다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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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22:59
조회수: 597

“많이 친해?”
“어?”

 연습이 다 끝난 모양인지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은 리시엔이 캐비넷 앞에 타월을 들고 서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던 허디는 리시엔의 뜻 모를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에게 묻는 리시엔의 시선이 제가 아닌 문밖으로 향한 걸 알고는 그의 질문에 이해를 한 모양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캐비넷에서 교복을 꺼내 갈아입을 줄 알았는데 리시엔은 교복이 아닌 마른 타월을 꺼내들고 다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허디가 기록이 어떻게 나왔냐 어쨌냐 이런저런 말들을 해댔지만 리시엔은 들은 척도 않고 물속으로 곧장 뛰어들었다.

‘봤어? 예쁘지? 웃는 거 진짜 예쁘지 않아?’

 곧고 기다란 팔이 물살을 거칠게 헤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물안경에 가려진 눈은 이미 다른 생각에 빠져 호흡 타이밍이 엉망이었다. 반쯤 정도 가던 리시엔은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팔짓도 다리짓도 다 멈추고 풀장 한 가운데 멈춰 섰다.

 신경 쓰여.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엉망인 호흡을 애써 억누르고 리시엔은 풀장 밖으로 나왔다. 온 몸에 달라붙던 물방울들이 후두둑 아래로 떨어졌다. 허리를 숙여 마른 타월을 집어 들려던 리시엔은 귓가에 울리는 시계의 초침소리와 기분 나쁘도록 섞이던 두 사람의 웃음소리 때문에 ‘젠장.’ 이라고 차갑게 내뱉은 뒤 다시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집중이 되질 않아 연습도 더 이상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금세 그는 호흡이 엉켜 그 자리에 멈춰서 거친 숨을 토해내야 했다.


“여보~세요.”

 여보 다음에 잠시 텀을 두고 말을 한 이보는 뭐가 그렇게도 웃기고 좋은지 혼자서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었다.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그는 늘 탈의실 문을 열고 고개만 삐죽 내민 뒤 리시엔이 들어오라고 해야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역시나 탈의실 문을 열고 고개만 삐죽 내밀었다. 이제 막 티를 입던 리시엔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운동장에서 뛰고 왔는지 얼굴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수영부 샤워실 써도 되지?”

 잔뜩 흙먼지를 뒤집어 쓴 이보가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리시엔이 아무 말하지 않아도 이보는 익숙한 듯이 더러워진 티를 훌러덩 벗었다. 늦게까지 개인연습을 하는 리시엔을 알기에 이보는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나면 늘 이곳을 찾아와 수영부 몰래 샤워실을 사용해왔다. 이 시간이면 수영부들은 모두 하교했고 리시엔도 망을 봐주며 도와주기도 했다. 바지를 벗으려던 이보가 ‘아차’ 하더니 말없이 옷을 껴입는 리시엔의 곁으로 다가와 열린 그의 캐비넷에서 마른 수건을 꺼냈다. 그것 말고도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것도 주섬주섬 챙기고는 샤워실 앞에 내려놓는다. 예전에 깜빡하고 옷만 벗고 들어가 리시엔이 샤워용품들을 모두 가져다주었는데 맨 몸을 보여줬다는 것이 굉장히 창피했던 모양인지 그 일이 있고나서는 옷을 벗기 전에 그것들을 야무지게 챙기는 것이었다.

‘예쁘지?’

 허디가 한 말이 떠오른다. 옷을 다 갈아입은 리시엔은 뒤에서 주섬주섬 옷을 벗는 이보를 바라보았다. 뽀얀 얼굴이 예쁘다고 했다. 입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더 예쁘다고 했다. 바지를 내리느라고 고개 숙인 얼굴에 머리칼이 흔들렸다. 그것을 바라보던 리시엔이 한쪽 눈을 찌푸렸다.

 예쁜가? 한 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 없는데 허디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속옷만 입은 이보가 수건은 목에 걸고 바닥에 늘어놓은 샤워용품을 들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가 샤워할 동안 오랜 연습으로 인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연습하러 오기 전 사온 우유를 꺼내 입에 물었다. 집에 가는 길에 근처 분식집에 들려서 떡볶이 먹자고 할까? 새로 생긴 돈가스집도 맛있던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리시엔은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수다를 떠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리시엔은 얼른 샤워실로 뛰어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리시엔의 난입에 놀란 이보가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리시엔의 신경은 온통 탈의실로 들어 온 학생들의 정체였다. 샤워실 문에 귀를 대고 대화를 엿들어보니 목소리의 주인 중 한 명이 허디라는 것은 알겠는데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다. 평소 개인연습은커녕 종례가 끝나면 제일 먼저 교실 밖으로 튀어나가던 허디가 왜 갑자기 이 시간에 여기에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수영부가 아닌 일반인이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을 들키게 되면 규칙을 어겨 징계를 먹을 지도 몰랐다. 가뜩이나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치와 감독의 신경은 최고조로 예민해져 있기에 이런 작은 일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뭐.. 뭐..!”
“쉿.”

 당황한 이보가 말을 더듬으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꽤 심각한 표정을 한 리시엔이 이보를 향해 조용히 하란 제스처를 취했다. 진지한 리시엔의 표정과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이보도 곧장 심각해져서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허디가 연습하러 들어갈 때 이보를 데리고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리시엔은 순간 이보가 샤워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디에 쏠리던 신경이 이제는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고 있는 이보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친해졌어?”
“번호도 교환했어. 나중에 게임도 같이 하자고 웃는데, 야, 참 간질간질해서 죽을 뻔 했다.”

‘예쁘잖아.’

 허디의 목소리가 다시금 떠오른다. 물에 젖어 축 늘어진 머리카락이 이보의 뺨에 달라붙었다. 젖살이 빠지지 않아 동글동글한 얼굴이 제법 귀엽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밖에 허디지? 으아, 심장 떨려. 나 얼른 씻을게.”

 곧 친해질 예정이라던 허디의 말이 설레발이 아니었는지 친근하게 ‘허디’라고 이름을 내뱉은 이보가 수줍게 웃고는 얼른 스펀지로 거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쁜가?

 무언가에 홀린 듯 리시엔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거품을 낸 스펀지로 팔을 닦던 이보는 갑자기 다가 온 리시엔을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야, 너 옷 젖어.’ 라고 말했지만, 리시엔은 샤워기에 옷이 젖는 건 개의치 않는 듯 팔을 뻗어 이보의 양 볼을 쥐더니 갑자기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눈을 감기 전 놀란 듯 크게 뜬 순한 눈망울이 예쁘긴 한 것 같다.

 아니, 예쁘다. 허디의 말대로 예쁘고 눈에 띄는 미인이다. 그래서 신경이 쓰였나 보다. 이렇게 예뻐서, 다른 사람들 눈에 쉽게 띄어버리니까. 숨을 내쉬기 위해 잠깐 뗀 입술 사이로 물방울들이 스며든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두 눈을 꾹 감고 있는 이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리시엔이 다시금 입을 맞췄다.

 예쁘구나, 너. 이렇게나 예뻤어.



 스톱워치를 본 감독이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수영장 밖으로 나온 리시엔은 말하지 않아도 제 기록이 상당히 나쁘다는 것을 느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저번 기록이 24초 대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25초 전은 나왔다. 그런데 25초도 아니고 무려 30.24초였다. 기록을 잴 필요도 없었다. 감독에게 듣는 쓴 소리는 귀에 다가오지도 않았다. 리시엔은 눈을 찡그렸다. 일찍 등교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연습을 시작하고, 종례 후 남아서 개인연습도 했는데 실력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이따위밖에 못한 자신이 싫어 리시엔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얼마나 뛴 거야? 우리 샤워실에 가서 씻을래?”
“그래도 돼? 들키면 너 혼나잖아.”
“아, 맞다. 지금 샤워실 안 비워있지.”

 허디의 얼굴엔 미안함이 담겨져 있어 이보는 젖은 얼굴로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는 것으로도 만족하다는 뜻이었다. 샤워실이 안 비워져 있다는 말에 이보는 리시엔이 남아서 개인연습을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누가 남아서 아직도 연습하나봐?”
“어, 리시엔. 걔가 원래 좀 독해.”

 역시나. 허디가 가면 수영부 샤워실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보가 웃으며 티셔츠 끝을 위로 끌어올려 얼굴을 닦아냈다.

“아직까지 개인연습?”
“어. 아까 기록이 되게 안 좋았거든. 감독한테 깨지고 선배들한테도 깨져서 장난 아냐.”

 뭐가 좋은지 늘 얼굴에 미소를 달고 다니던 이보의 얼굴이 급하게 굳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몇 번 더 나누고 허디는 집에 간다며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몸을 돌리자마자 이보는 책가방을 들고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이내 마음이 급해져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물 위를 부유하기만 했다. 멍한 눈으로 천장만 응시했다. 요즘은 참 이상하다. 뇌가 녹아버린 것처럼 무언가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숨도 못 쉬나보다.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오는 찰나의 시간 모자란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데 신경이 자꾸 다른 곳에 가 있어서 자꾸 타이밍을 놓쳤다. 모자란 숨 덕분에 물을 몇 번이나 마셔 코가 쓰렸고, 몸짓은 더디어졌다. 기록도 떨어지고 잘하면 대회에도 나갈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죽자 살자 연습한 게 문득 허무해졌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됐지? 이유는 모른다. 그저,

 까만 눈. 붓으로 꾹 찍어 누른 것처럼 정말 까맣고 맑았던 눈. 오똑하면서 끝이 날카로운 콧망울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쉴 새 없이 조잘거리던 통통한 입. 그 입에 입을 맞추자 초식동물처럼 파르르 떨었더랬지. 리시엔은 감았던 눈을 떴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풀장 밖으로 나온 리시엔은 곱게 개어 놓은 마른 수건을 들고 얼굴을 닦아냈다. 몸에 묻은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탈의실에 가니, 겁도 없이 안으로 숨어들어온 이보의 얼굴이 바로 보였다. 들키면 어떡하려고. 자신도 그 생각을 했는지 이보는 도망칠 때 유리하도록 책가방을 꽉 끌어안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괜찮아, 너?”

 앞뒤 다 빼먹어도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시끄러운 허디가 다 말했을 거라고 예상 했으니까.

“신경 쓰여.”

 예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모든 행동에 다 시선이 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왜인지 화가 났다. 자신이 모르는 이보에 대한 것도 허디가 가르쳐주면 그 화는 배로 번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것은 비단 허디 뿐은 아니었다. 이보의 주위를 둘러 싼 모든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왜 그렇게 예뻐서..

“그래서 숨도 못 쉬겠어.”
“어?”
“이제 여기 오지 마.”

 너 때문에 나는 찰나의 시간에 숨도 쉬지 못 해. 그 찰나마저도 네 생각으로 가득 차버려서. 숨을 못 쉬어서 죽을 거 같아. 참을 수 없어.

“너 보기 싫어.”

 널 안 보면 예전처럼 다시 숨 쉴 수 있을 거야.



‘우와, 빨라 빨라. 너 23.14야. 우와, 진짜 최고.’

 스톱워치를 든 이보가 선배가 세워놓은 기록을 리시엔이 가볍게 깨버리자 흥분한 듯 ‘우와’를 연신 내뱉으며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이보의 앞으로 헤엄쳐 온 리시엔이 흥분한 이보의 모습이 재밌는지 피식 웃었다.

‘더 적게 나올 수도 있어.’
‘진짜?!’

 그럼 가짜게? 두 눈이 빠질 것처럼 크게 뜬 이보의 표정이 내심 귀엽다. 리시엔이 키득키득 웃으며 팔을 앞으로 뻗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이보의 목을 잡아당겼다. 어어, 그러다 나 수영장으로 떨어져. 이보가 팔을 허공에 휘젓다가 이내 물속에 있는 리시엔의 어깨를 꽉 쥐었다.

‘이렇게 하면 힘이 나서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지.’

 응? 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전에 리시엔이 이보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 행동에 이보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붉어진 얼굴을 하고 씩씩 거렸다. 창피한 모양이다. 리시엔이 짓궂게 웃으며 ‘기록 잘 재.’ 라고 말했다. 그리고 리시엔은 자신의 말대로 23.01이라는 새 신기록을 세웠다.

“얼마야?”
“27.34”

 다소 지친 표정을 하고 물 밖으로 나온 리시엔이 물었다. 수건을 그에게 건네주며 허디가 답했다. 저번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록은 좋지 않다. 눈을 찡그린 리시엔이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한 시간만 더 연습하고 갈까.

“우왁, 늦었다. 나 이만 가본다. 연습 더 할 거?”
“약속 있어?”
“어. 예쁜 이보랑. 오늘 같이 게임도 하고 맛있는 거 먹기로 했어. 야, 몸 생각하면서 적당히 해라. 그러다 큰 일 난다.”

 허디가 자기를 말할 때 늘 ‘예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걸 이보도 알까? 알면 순한 눈망울을 찌푸릴 게 분명하다.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난 허디가 수영장을 급하게 나갔다. 혼자 남은 리시엔은 눈을 깜빡이며 사라진 허디의 뒤를 훑었다.

“..뭐 좀 먹고 할까.”

 속이 쓰리다. 리시엔은 배를 문지르다가 시계를 보고 한숨을 내뱉더니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매정하게 밀어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이보는 굳어진 얼굴로 애써 웃으며 ‘응.’이라고 대답까지 했다. 사실 오지 말라고만 말해도 되었다. 시합이 끝나고 다시 만나면 되잖아. 그런데 다시 숨을 못 쉬게 되면? 자꾸 다른 생각이 나. 그리고 그 생각은 늘 이보였다. 네 생각을 해서, 네가 떠올라서, 내가 물속에 있다는 것도 잊게 돼.

 널 안 보면 될 줄 알았는데. 예전처럼 수영에 전념할 수 있고 그러면 기록도 갱신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보면 안 볼수록 왜 더 떠오르는 걸까. 싫다고 하면 싫어져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럴수록 더 생각나.

‘나중에 게임도 같이 하자고 웃는데, 야, 참 간질간질해서 죽을 뻔 했다.’

 심장이 간질간질거려. 리시엔은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았다.

 ...나 아무래도 널 좋아하는 가 보다.



 텅 빈 캐비넷을 바라보는 눈빛이 멍하다. 이곳저곳 붙여놓은 사진들을 떼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리시엔이 픽 웃으며 얼마 되지 않은 짐을 꽉 쥐었다.

“야!”

 이게 진짜 겁이 없어지네. 문을 발칵 열고 들어오는 이보를 보고 리시엔이 눈가를 찡그렸다.

“뭐야, 이건?”
“알면서 온 거 아니야? 그리고 이제부터 여기 막 들어오면 안 돼. 나도 이제 수영부 그만 뒀으니까 허디랑 같이 아니면 그러지 마. 감독님 요즘 저기압이니까.”
“왜?”

 왜냐고? 먼저 나가려는데 이보가 리시엔의 손을 붙잡았다. 자리에 멈추게 된 리시엔이 두 눈을 깜빡였다. 왜냐고? 왜일까?

“기록 떨어진 것 때문에 그래? 그건 슬럼프 때도 그랬잖아. 이거 잘 극복하면 23초대 진입할 수 있는 거 너 알잖아.”
“못해, 이제. 슬럼프 사라져도.”
“왜? 뭔가 문젠데?”
“이젠 수영도 못 하겠거든.”

 화가 난 듯 두 눈을 찌푸린 이보가 입을 앙 다물었다. 보기 싫으니 이제 오지 말라는 이별통보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매일 불이 켜진 수영장을 보면서 리시엔은 여전히 개인연습을 하고 잘 지내는구나, 싶어서 이보 또한 즐겁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 부쩍 친해진 허디와 함께 놀면서 그에 대한 소식을 듣는 것으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함께 농구를 하자던 허디는 잔뜩 심각한 표정을 하고 나타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오늘은 농구 못할 거 같아.
 왜?
 응. 리시엔이 수영부를 그만 둔대. 그래서 거기 대신할 사람이 필요해.

 요즘 기록이 떨어져서 힘들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것이 평생 해오던 수영을 관둘 정도로 심각했는지는 몰랐다. 이런 슬럼프는 전에도 온 적이 있었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깨지 못할 때면 늘 슬럼프는 왔다. 그럴 때도 리시엔은 말없이 연습을 계속 하고 이겨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보아온 이보는 이번에도 리시엔이 이겨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비겁하게 도망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리시엔이 다시 발걸음을 떼자 이보가 그의 손목을 쥔 손에 힘을 주더니 뒤로 잡아당겼다. 힘껏 데려간 곳은 수영장이었다.

“정말 수영 못 해?”
“어.”
“그래서 다시 안 해?”
“어.”

 비장한 표정을 지은 이보가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하며 물결이 일렁였고, 리시엔의 눈도 흔들렸다. 리시엔은 움찔거렸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이보가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떠오를 이보를 기다리는데 물속이 고요하다. 심지어는 물속에 누가 있다는 검은 인영도 보이지 않았다. 초조한 얼굴로 물만을 바라보던 리시엔은 수영 선수도 아닌 이가 너무나 오래 그 안에 있다는 걸 깨닫고는 얼른 그 자리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숨을 쉴 수 없어. 숨을 못 쉬는 수영 선수는 없어. 그러니까 나 이제 수영 못 해.

 두 눈을 꼭 감고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이보를 발견했다. 고집스레 앙다문 입과 손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얼른 팔을 뻗어 이보의 목을 끌어안은 리시엔이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푸핫, 소리를 내며 물 위로 오른 리시엔은 이보를 꽉 안고 풀장 밖으로 끌어냈다.

“..거짓말쟁이.”
“...........”
“너 수영 할 수 있잖아.”

 그딴 걸 확인하려고 이런 짓을 저지른 이보가 미워 죽겠다. 리시엔은 이보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수영 안 한다고 했지. 못 해, 안 해, 이제!”
“수영 할 수 있는데 왜 안 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어. 수영선수가 숨을 못 쉰다는 게 말이 돼?”

 그러니까 왜.. 어깨를 짓누르는 힘이 너무 강해서 이보가 눈을 찡그렸다. 고개를 푹 숙인 리시엔이 어깨를 작게 들썩거리다가 이내 힘없이 입을 열었다.

“좋아해.”
“.........”
“너무 좋아해서. 숨을 쉴 그 찰나의 시간마저도 아까울 정도로. 그래서 머릿속이 네 생각으로 가득 들어차서 내가 물속에 있다는 것도 잊어.”
“..........”
“좋아해, 왕이보.”

 

 

 

 

 

 

 

리시엔왕이보 이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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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d937d] - 2020/11/12 23:02
끼요옷 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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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5f53] - 2020/11/12 23:03
이게 꿈은 아니겠죠 센세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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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c6239] - 2020/11/24 23:02
아오 커여운 애깅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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