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망국의 공주였다 십육나더
주름 하나없이 종이를 쫙 펼친 룬룬은 먹물로 적신 붓을 집어들어 그림을 그렸음.룬룬이 그린것은 다름아닌 아령이었음.제법 그럴싸 한데?나 미술에 소질 있는거 아니야?자신의 그림에 만족한 룬룬은 미옥을 불렀고,미옥은 무슨일로 부르셨냐며 들어왔음.
"이 그림이랑 똑같은걸 만들게 해."
"이게 뭔데요?"
"뭔지 설명하면 알수는 있고?일단 가운데에 있는 막대기는 꼭 쇠로 해야하고,양쪽에 있는건 돌이면 될거같아."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만들면 뭐에 쓰시려고요?"
"미옥아 토 달지말고 위에서 까라면 아랫사람은 까야 하는거란다?"
미옥은 안면을 살짝 꿈틀 거리더니 이내 알겠다며 하라는대로 아령을 주문 제작하러 갔음.미옥이가 아령을 주문하러 간 사이에 룬룬은 밖으로 나왔음.오랜만에 맡아보는 이 바깥공기...며칠만에 외출 금지령이 해제됐음.팔을 쭈욱 펴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공기를 후우웁~들이켰다가 이놈의 몸뚱이는 공기 마시는것도 버거운지 폐가 찌릿했음.
도화궁의 호위 병사들은 물론 도화궁 소속의 궁녀들은 도화궁을 걸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는 룬룬을 쳐다봤음.왜 저러시는 걸까...궁녀조차 어지간히 급한일이 아니라면 뛰는일이 없는데 공주가 반복적으로 걷고 뛰기를 하고있으니 이상하게 볼 수 밖에 없었음.그 시선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도화궁을 뺑뺑이 돌고있는 룬룬은 다섯바퀴째에 중도 포기를 했음.
"망할놈의 개복치 같으니라고..."
아무리 공주로 살았다지만 기초체력은 다져놔야 하는거 아니야?룬룬은 찢어질거 같은 옆구리를 붙잡고 휘청이며 터덜터덜 걸어가 문을 발칵 열어 침소 안으로 들어가니 황후가 기다리고 있었음.누가보면 네가 여기 주인인 줄 알겠네.룬룬은 땀 때문에 당장 씻고싶은데 그렇다고 황후를 문전박대 하기엔 본인은 망국의 공주에다 볼모이니 그럴수도 없었음.
"내 예의없이 들어와 있던것을 용서하세요 공주."
"용서 못하겠다면요?"
"네?"
"아뇨 못 들었으면 됐고요.황후마마께선 이 누추한 곳까진 어인일로 행차를 하셨는지요?"
"흠흠!내 그간 공주에 대한 처우를 어찌 해야할지 고민을 했습니다.해서 고민끝에 공주에게 아주 좋은 혼처를 주선할까 합니다."
"혼처요?"
뭔 혼처.난 느그 서방을 꼬셔서 내 뒷빽으로 써먹을 계획이 있는데...싱긋 웃으면서 진역국의 왕비가 되는게 어떻겠냐며 룬룬의 두 손을 잡은 황후는 오라버니의 정비가 되기엔 패전국 출신의 공주인게 가장 큰 흠이지만 오라버니는 공주의 출신을 상관없어 하신다며 공주에겐 과분하겠지만 진역국의 왕비가 되는것이 공주를 위한거라고 하는데 룬룬은 기분이 더러웠음.어?기분 좆같네?
공주를 후려침과 동시에 지 오라버니를 올려치는 스킬이라니...황후는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폐하께 아뢰 하겠다며 가버렸음.룬룬의 심부름을 하고 온 미옥은 넋이 나간 상태로 널부러져 앉아있는 룬룬을 보자마자 얼굴이 찡그려졌음.공주마마...갈수록 이상해져...미옥은 널부러져 앉아있는 룬룬을 똑바로 앉혀놓고 무슨일 있으셨냐고 찻잔에 차도 한잔 따라주고 손에 과자도 하나 쥐어주며 입에 넣게 해줬음.
"미옥아."
"네 공주마마."
"만약에 내가 진역국의 왕비가 되면 어떨거 같아?"
"예?진역국의 왕비요?설마 폐하께서 공주마마를 진역국으로 보내시겠대요?"
"아니?황후가 나보고 자기 오래비랑 혼인을 하라네?"
"왜요?"
"황제가 나한테 홀딱 빠질까봐 쫄려서 날 치워버리려는 심산이지."
미옥이 고개를 갸웃 거리자 룬룬은 곱씹어도 황후한테 후려치기 당한게 기가막힌지 미옥에게 미주알 고주일 다 말했고,미옥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더니 연국이 도국 때문에 멸망하지 않았으면 진역국에서 감히 연국에 청혼서를 보내지도 못한다며 이를 뿌득뿌득 갈았고,룬룬은 연국이 생각보다 컸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홀짝홀짝 마셨음.
상소문을 보고있던 이보는 황후가 왔다는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들어오라 했고,두손을 앞으로 모은 황후가 다소곳이 들어오는걸 곁눈질로 한번 보고는 시선을 다시 상소문에 돌렸음.이보는 무슨일로 왔냐며 시선을 오로지 상소문에만 두자 황후는 제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이보가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설움을 꾹 참아야만 했음.
"폐하.신첩이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듣고있으니 말 하시오."
"연국 공주의 처우를 어찌 해야할지 폐하께서도 고민인듯 신첩 또한 마찬가지 였으니 신첩이 폐하의 근심을 덜어주고자 연국 공주를 신첩의 오라버니의 정비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뭐?"
"신첩의 오라버니께서 연국의 공주에 대해 마음이 있으신듯 하고,공주 또한 신첩의 오라버니와 연을 쌓았으니 아마도 공주 또한 진역국의 왕비가 되는것을 바랄것입니다."
"공주의 뜻이 황후와 같소?"
"신첩의 뜻이 곧 공주의 뜻이나 마찬가지 이지요.패전국의 공주가 원한다고 진역국의 왕비가 될 수 있겠습니까.신첩이 진역국의 왕비로 만들어 주는것이니 공주는 응당 감사히 받아 들여야 하는것이지요."
"연국의 공주를 진역국의 정비로 보내는것을 불허한다."
황후는 이를 허락하지 않을것을 예상 했기에 한발 물러나기로 했음.이미 심기가 불편해진 상태에 한마디 더 했다간 제 목숨이 날아갈것이 뻔했음.황제인 이보는 자신을 거슬리게 만드는 사람이 누구라도 충분히 목숨을 거둬낼 수 있는 사람이었음.황제가 되기위해 선황을 죽이고,형제들도 모조리 죽인 그런 폭군이니까.그럼에도 황후는 폭군에게 애정을 받고 싶었음.
밤이 깊어서야 오늘치 정무를 다 보게 된 이보는 머리가 지끈거리고,눈앞이 침침해져 잠시 눈을 감고있는데 내관이 스윽 다가와 도화궁에서 서신을 보냈다며 내밀었고,이보는 눈을 떴음.새?새가 왜 그려져 있지?새가 그려진 봉투를 뜯어 안의 서신을 꺼내본 이보는 피식 웃음이 나왔음.달이 환하게 떴는데 우리 같이 달구경 해보아용.이보는 도화궁으로 가자며 일어났음.
밧줄로 달밤에 줄넘기를 하고있는 룬룬은 밧줄이 가벼운게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음.적당히 무게도 있고,탄력이 있어야 하는데 가볍기는 오지게 가벼워서 탄력도 없으니 쓸모가 없네.이보가 올지 안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짹 보냈으니 시간이나 떼울겸 겸사겸사 줄넘기로 운동을 하고있는 룬룬은 이보가 오자 줄넘기를 멈췄음.
"폐하 오셨네요?"
"짐이 오기를 바란것이 아니었더냐."
"진짜로 올줄은 몰랐는데요."
"곤해도 그대를 보러 왔거늘..."
"아니 피곤하면 잠이나 잘것이지?"
"불손해...불손하기 짝이없어.헌데 그걸로 뭘 하던게냐."
"줄넘기 하고 있었는데요?"
줄넘기?줄을 넘는다는 소린데...줄을 왜 넘어?이보가 이해를 못한다는 표정을 짓기에 룬룬은 내가 하는거 보라며 밧줄을 휙휙 돌리며 껑충껑충 뛰었음.보통의 속도로 줄넘기를 하던 룬룬은 2단넘기!3단넘기!를 외치며 밧줄을 빠르게 돌려 휘릭휘릭 넘었음.불손하고,말도 안듣고,악기 연주는 물론 활쏘기와 승마도 못하는데 줄은 잘 넘는다며 재주가 한가지라도 있으니 잘했다 칭찬이라도 해야할것 같다는 이보의 농담같은 진담에 룬룬은 떨떠름 했음.
"폐하."
"왜그러느냐."
"폐하는 내 어디가 좋으세요?"
"푸흐..."
"예뻐서?몸매가 잘 빠져서?"
"호기심이었다.호기심에 보다보니 흥미가 가고,흥미가 가니 관심이 생겼다.관심이 생기니 어느샌가..."
그대를 눈이 아닌 마음에 담게 됐지.개복치 공주를 죽인 폭군이라고 생각되지 못할 만큼 로맨틱한 말에 룬룬은 나대는 심장을 어쩌지를 못하게 됐음.안돼...나대면 안돼...이놈은 개복치 공주를 죽인 폭군이라고!그러니까 좋아하면 안돼.안돼...안...되긴 뭐가 안돼!어차피 사람은 죽어.룬룬은 이보의 뺨에 뽀뽀를 냅다 갈겼고,살짝 놀란 이보는 이왕 할거면 이쪽에다 하는게 좋지 않겠냐며 룬룬에게 입을 맞췄음.
룬룬의 침소에 들어온 이보는 룬룬이 겹겹이 입은 옷을 벗고 속살이 은근히 비치는 내의만 입으니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인내력으로 참아야만 했음.옷을 벗고 내의만 입은 이보는 룬룬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었고,룬룬은 손만 잡고 자자며 일부러 이보에게 밀착을 했음.마음에 품은 여인이 옆에 바짝 붙어 누워있으니 이보는 미칠 노릇이었음.
이보등륜
댓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룬룬 미쳤다 밀당의 정석 출간해
미친 왕이보 자제력 ㄷㄷㄷㄷ
참을성 무엇ㅋㅋㅋㅋ여기서 발휘를 왜하냐곸ㅋㅋㅋ
왐마야 ㅌㅌㅌㅌㅌ 이걸 참냐 ㅌㅌㅌㅋㅋ
룬룬 도대체 무슨 생각이얔ㅋㅋㅋㅋ도통 모르겠네
분명 서로 좋아하는데 왜 어긋나보이지 ㅠㅠㅋㅋㅋ어나더
ㅁㅊㄷㅁㅊㄷ 룬룬 진짜 불여우 그잡채
황후 눈치 존나없는듯 존나 눈새임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