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망국의 공주였다 십삼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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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6 00:25
조회수: 662

친애하는 그대에게.

그대를 뒤로하고 나의 나라로 돌아가는 길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했소.내 힘이 있더라면 그대를 나의 왕비로 맞이하여 기쁘고도 아름답게 나의 나라에 함께 갈 수 있었을텐데 힘이 부족하여 그대를 그곳에 두고 떠난 내 마음이 편치가 않았소.그대가 내 곁에 없는 삶은 삶이 아님을 알게 됐으니 부디 나의 마음을 알아주어 내 마음에 빛을 밝혀주오.

"씨부랄 이 새끼가 뭐라는거야?뭔 개소리를 신박하게 써보냈담?"

"진역국 왕이 뭐라고 썼는데요?"

"한번 봐봐."

진역국 왕이 보낸 서신을 미옥에게 보여주자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리며 서신을 본 미옥은 미친거 아니신거냐고 몸을 부르르 떨었음.몸을 부르르 떤 미옥은 이런건 간직하면 잠자리가 사나워질거라며 다시 봉투에 넣어 풀칠로 단단히 봉인 해놓고 구석에 처박아 놨음.숙수가 튀겨진 겉바속촉 닭튀김을 뜯어먹던 룬룬은 그래도 편지까지 써보냈는데 무시를 하자니 괜히 찜찜해져서 답신을 써야겠다고 자세를 고쳐 앉았음.

새하얀 종이를 주름없이 쫘악 펴서 고정을 한 룬룬은 붓을 잡아 먹을 적셨음.그런데 막상 답장을 쓰려니 할말도 없고 개소리엔 개소리로 해야 하는게 상식이지만 그래도 꼴에 그쪽은 나라의 왕이고 이쪽은 폭망한 나라의 공주이니 개소리로 답장을 했다간 보복을 당할거 같아서 개소리는 쓰지 않기로 했음.

"자.이걸 진역국 왕한테 갈 수 있게 하려무나."

"뭐라고 쓰셨는데요?"

"별 말 안썼어."

잘 봉인한 답장을 미옥에게 준 룬룬은 편지 붙이고 오는길에 달달한 과자나 좀 가져오라 했고,미옥은 그러겠다며 나갔음.진역국의 왕에게 보낼 룬룬의 답장편지를 들고 가는길에 미옥은 이보와 마주치게 됐음.미옥은 에이썅 똥 밟았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얼른 상체를 숙였음.

"그것이 진역국의 왕에게 보낼 공주의 답신인가?"

"예?!"

"바른대로 고하거라.폐하께선 이미 진역국의 국왕전하께서 공주에게 서신을 보낸것을 알고 계신다."

"마,맞사옵니다."

"내놓거라."

"예?예에..."

미옥은 달달 떨며 룬룬의 답신을 넘겨줬음.어쩐지 봉투가 티 안나게 뜯겨져 있더라니...상체를 숙이고 있는 미옥은 이보가 확인을 할때까지 기다려야만 했고,룬룬이 쓴 답신을 꺼내 펼쳐 본 이보는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모양새의 필체에 흡!하고 웃음을 삼켰고,답신 내용에 풉!하고 실소가 나왔음.룬룬이 진역국 왕에게 쓴 답신은 <네 마음에 대해서는 안물안궁이야.내가 불이냐?빛을 밝히긴 뭘 밝혀?>였음.그런데 안물안궁이 무슨 말이지?

침상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과자를 집어먹고 있는 룬룬은 발라당 드러누워 기지개를 쭈욱 폈음.할일 드럽게 없네.놀고 먹는것도 마냥 좋은것도 아니야.뭔가 생산성이 있어야지!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기 전에만 해도 여가생활을 활동적으로 했던 룬룬은 지금의 생활이 그저 지루하기만 했음.

"미옥아."

"네 공주마마."

"뭔가...내가 할만한게 없을까?심심해."

"자수를 놓는건 어떠세요?"

"바느질?아 그런거 말고 활동적인거!운동이라던가!검술 같은거!활도 쏘고 말도 타고!"

"예?!"

미옥은 그런걸 할 수 있겠냐는 표정을 지었고,룬룬은 팔짱을 끼며 고민이 됐음.흠...이 몸뚱아리...물몸인걸 보면 개복치 같을지도 몰라.활 시위도 못 당기는데 검은 들겠어?몸뚱아리가 전생의 나 라고 해도 원래 주인한테 잘 돌려주려면 개복치같은 물몸을 아낄 필요는 있어.그럼 말?승마를 배워봐?여차하면 말 타고 도망갈 수 있잖아?그런데 누구한테 배우지?

도화궁에 소속된 호위병들은 룬룬의 명령을 받아 일렬종대로 섰음.뒷짐을 지고 앞에서 왔다갔다 거리는 룬룬으로 인해 호위병들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음.매의 눈으로 호위병 앞을 왔다리 갔다리 한 룬룬은 한명 앞에 섰고,룬룬과 마주선 호위병은 움찔 거렸음.너.내 승마 스승해라.

"연국 공주가 뭘 한다고?"

"승마를 배운다 하옵니다."

"누구에게 배우고 있느냐."

"도화궁 소속의 호위병에게 배우고 있다 합니다."

말도 제대로 못 타던 여인이 난데없이 승마를 배운다고 하니 이보는 어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얼굴도 보고싶기도 해서 겸사겸사 도화궁으로 가보니 올라 타는것 부터가 배움의 시작인지 승마를 가르쳐주는 호위병은 차마 손을 댈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고,룬룬은 어떻게든 말에 올라 타려고 시도는 하는데 힘에 부쳐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었음.

"공주가 타기엔 말이 크구나."

"와 씨발!!!"

"씨...발?"

"깜짝 놀랐잖아요!허윽...심장아파...존나 개복치가 맞았네..."

"개복치?"

"물음표 살인마세요?어쩐일로 이 누추한 곳에 오셨어요?"

"흠흠!공주가 승마를 배우고 있다고 하여 한번 와봤다."

너도 할일 드럽게 없나 보구나.룬룬은 봤으면 이젠 가보시라고 안장을 잡고 반동을 해 올라 타려고 했으나 비루하기 짝이없는 물몸뚱이는 발만 걸치는 걸로 간신히 버티고 있음.보다못한 이보가 룬룬의 허리를 잡아 말에서 떼어놓으며 내관에게 공주가 탈만한 것으로 골라서 데려오라고 함.내관이 다녀오는 동안 이보는 차 한잔을 하자했고,룬룬은 그러라며 미옥에게 안락초 차를 가져오라고 했음.

"드세요."

"차 향이 좋군."

"예.덕분에 실컷 마실 수 있습니다.그깟 안락초가 뭐라고..."

"짐이 꽤나 원망스럽나 보군."

"그럼 안하겠어요?그깟 풀떼기 때문에 나라가 망했는데?"

룬룬이 볼멘소리를 내자 이보는 룬룬을 지그시 바라봤음.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같단 말이지...머리를 다쳐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자신의 나라를 패망하게 만든 원수를 보는 눈빛이 달라질 수 없을건데...더군다나 말투라던가 행동이라거나 하는말도 이해가 거의 불가능 하니 자신이 알고있는 공주가 아닌듯 했음.하지만 그래서인지 전에는 가지지 않았던 흥미와 호기심,그리고 관심이 생겼음.

"공주."

"뭐요."

"공주는 참...불손한데 기분이 나쁘지가 않아."

"변태세요?"

"하하!"

"웃지마세요.정들어요."

웃으니까 더 잘생겼네 썅.룬룬은 남은 차를 한입에 털어 마시고 나서 내가 탈건 왜이렇게 안갖고 오는거냐며 다리를 달달달 떨었고,이보는 어련히 데려오지 않겠냐고 차를 한모금 홀짝 마셨음.이보가 차 한잔을 다 마시고 나서야 내관이 도화궁으로 왔고,룬룬은 저걸 나보고 타라고 가져온거냐며 황당해 했음.

"타보거라."

"이건...망아지 잖아요!이렇게 작은데 어떻게 타라고!불쌍하지도 않아요?"

"망아지가 아니라 조랑말이다.짐도 어릴땐 조랑말로 연습을 했다."

"그렇다고 제가 어린애는 아니잖아요?"

망아지든 조랑말이든 이렇게 작은 애기한테 어떻게 올라타겠냐고 못탄다고 하자 이보는 룬룬을 번쩍 들어 조랑말 위에 태우려 했고,룬룬은 못타겠다며 뻗댔음.한명은 태우려 하고 한명은 안타려고 버티고 있으니 그 꼴이 참 우스워 보이는데 아무도 웃고있지 않았음.아,한명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있음.푸읍...공주마마...꼭...목각인형 같으셔...푸흡...미옥은 정말 열심히 참는 중이었음.

황제가 도화궁에 있다는 소식에 황후는 이를 뿌득 갈며 주먹을 꽉 쥐어 파르르 떨었음.망국의 공주따위...진즉에 죽여 없앴어야 했어...황제가 망국의 공주를 볼모로 데려왔을때 설마 후궁으로 삼는건 아닐까 했으나 황제가 공주를 완전히 방치를 하고 있어서 황후 역시 견제조차 하지않고 가만히 내버려 뒀는데 머리를 다쳐 기억이 온전치 않게 된 순간부터 황제가 망국 공주에게 흥미가 생겼으니 황후는 룬룬이 눈엣가시가 됐음.

"공주."

"네 폐하."

"짐이 관심이 생긴 여인이 한명 있는데 그 여인은 짐을 싫어하는것 같으니 어찌해야 그 여인이 짐에게 마음을 열어주겠느냐."

"후궁이라도 삼으시려고요?후궁 문제는 황후한테 해야지 왜 저한테 하세요?안물안궁 이거든요?"

"안물안궁...그건 무슨뜻이지?"

"안물었고,안궁금하다고요.그 여자가 폐하를 싫어하면 포기를 하시던지 아니면 노력을 해보세요."

너.내 후궁이 되라.하면 아이구 예예 후궁이 되겠사와요 잘도 그러겠다.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싫은건 싫은거였음.누군진 몰라도 그 여자 참...용기가 가상하네.룬룬의 말을 곱씹은 이보는 룬룬에게 한바퀴 돌지 않겠냐며 돌계단에서 일어났고,룬룬은 그냥 산보가 하고싶나보다 하고 생각없이 따라 일어나 내려갔다가 말에 올라타게 됐음.

"말을 타고싶다면 먼저 말을 길들이는것이 기본이다."

"제가 타려고 했던 말은 얌전 했던데요?"

"이미 길들여진 말이니 얌전한 것이지.승마를 배우고 싶다면 짐이 말 한마리를 주겠다.말을 길들이면 승마를 배우는것을 윤허 해주도록 하지."

"감사요."

"공주."

"네."

"짐이 어떤 노력을 해야 그대의 마음이 열리겠느냐."

왓더?!이새끼 진짜 나 좋아해?!룬룬은 놀라서 고개를 돌려 이보를 봤고,이보는 사뭇 진지했음.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내 모가지에 칼침을 놓을 놈이 나를 좋아하다니...이거이거...어쩌면 사망플래그에서 완전히 벗어날 기회 아니야?잘하면 황제놈을 내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 할 수 있는거잖아!황제놈을 등에 업고 개복치에서 탈출하는거야!룬룬은 승천 하려는 광대를 누르며 그건 폐하의 노력하기 나름이라며 새침떨었음.

 

 

 

이보등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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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294e1] - 2023/07/26 00:58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시바 존나웃겨 진짴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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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536e0] - 2023/07/26 01:45

새침떠는거봐 미친 존나커여웡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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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0253b] - 2023/07/26 01:46

이보 노빠꾸 미쳤다 ㅅㅂ 개좋으니까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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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59f74] - 2023/07/26 01:58

걍 후궁픽해도 되는데 ㅋㅋㅋ 저렇게 고백이라니 존나 상남자 왕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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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861fe] - 2023/07/26 02:11

아개웃곀ㅋㅋㅋㅋ근데 스토리 그냥 따라가는더 아니냐고ㅠㅠ 이게 오히려 베드시그널이면 어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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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321eb] - 2023/07/26 02:26

사망플래그 벗어나나요 ㄷㄱㄷㄱ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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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eda62] - 2023/07/26 02:56

이보 다정해진거 로맨티스트 같아서 웃김ㅋㅋㅋㅋㅋㅋ죽이려고 했자나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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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8b436] - 2023/07/27 00:03

저 왕자도 존나 순정남이네 개웃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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