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G

이보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며 콧노래를 불렀어. 어제도 야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피부는 썩는거 같고 눈은 쾡했지만 그래도 출근길에 즐거움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지. 이보는 빡세기로 유명하다는 IT업계에서 야무지게 굴려지고 있어서 회사랑 회사에서 마련해둔 10분 거리의 사택외에는 거의 나가질 못하고 있어서 두달전까지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표를 집어던질 생각이었지. 하지만 두달전 우연히 들리게 된 회사 근처 빵집 사장을 보고 그날부로 바로 사표를 찢어지고 이 회사가 바로 내 회사다! 라는 마음으로 다시 일하기로 마음 먹었지.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샤오잔. 이보가 일하는 근처 빵집 사장으로 토끼같이 귀엽고 웃을때는 햇살같은 미인이라  처음 본 순간부터 샤오잔한테 한번에 감겨버렸어. 

"커피랑 빵 좀 골라드릴까요?" 

분명 비니지스 자본주의 말투인거 아는데도 말투에 애교가 흐르다못해 넘치는 거 같아서 이보는 오늘도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지.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 카드명세서에는 쟌쟌베이커리밖에 없었지만 어차피 회사-집외에는 나갈데도 없어서 통장에는 N년동안 쌓인 월급이 두둑히 있었으니 뭐. 다만 안타까운건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 이외에 나머지 모든 식사가 빵이라는 것이었지만 타고난 건강체라 아직은 끄덕없었어. 

"빵을 진짜 좋아하시나봐요." 

"네, 좋아해요." 


당신을요. 라는 생략된 말을 못한채 두달째 출근도장만 찍는 이보의 마음을 샤오잔이 알 리 없으니 엄청난 빵덕후인가보다. 하고 매번 새로운 빵을 골라주며 새로나온 신작을 서비스로 찔러줘야지~ 하고 들뜬 마음에 더 해사하게 웃었지. 그 모습에 이보는 더더욱 감겨버리고. 하지만 타고난 쿨가이로 소문난 것과 달리 이보는 사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쑥맥이 되는 수줍은 성격이었어. 그래서 오늘도 빵과 커피를 들고 오늘도 파이팅하시고 이따 점심때 봬요~ 란 자본주의 인삿말에도 두근거리며 가게를 나섰지. 

이런 이보의 변화를 눈치챈건 같은 팀에서 일하는 김붕팔이었을거야. 하루에도 열두번씩 야근만 뒈지도록 시키는 엿같은 회사 그만둔다고 욕하던 이보가 이제는 걍 상사욕만 끝없이 해대는게 뭔가 수상했거든. 그리고 군것질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어디서 난건지 매일같이 빵봉지를 들고 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어느 점심시간에 내가 살테니 커피나 마시자고 싫다는 이보를 이끌고 이보가 자주 들고오는 빵집으로 갔던 날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 없을 미모의 사장에게 이보가 감겨버렸다는 것을. 

하지만 김붕팔도 어릴때부터 소심오닥후기질 뿜뿜 풍기며 살다 사람들과 교류 안해도 되는 이 업계에서 일하게 된 거라 숫기도 없어서 연애감각이 0에 수렴하는 것은 이보랑 거기서거기였어. 그러니 둘이 연애상담을 해봤자 쥐뿔 쓸모도 없었지. 다만 그날부터 달라진거라고는 쟌쟌빵집에 출근길뿐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들리게 되었다는 것 뿐이었어. 

왕이보와 김붕팔이 점심시간마다 둘이 와서 다정하게 커피 두잔을 시키고 뭔가는 다정하게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샤오잔은 어머!! 설마 둘이 사내연애????? 하고 오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눈치는 없는데 오지랖은 또 넓은 샤오잔이 근데요, 이보씨는 애인한테 되게 다정하게 잘하실거 같아요. 라고 해서 심장 터지게 만들어놓고 붕팔씨도 그렇다고하죠? 이래서 이보 환장하게 만드는 거지. 

 

그와중에 그 소리를 들은 김붕팔(같이 게임하다 만난 진짜 애인 있음)이 입에 거품 물면서 "왕이보, 샤오잔씨 좋아하는거에요!!!!!!!! 난 여우같은 애인이 있단 말이에요!!!" 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서 소심한 이보랑 눈치없는 샤오잔 둘 다 패닉하는거 보고싶다. 



왕샤오  왕새우 찐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