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G

"이보야 입구에서 누가 너 찾는데?"

"누군데?"

"까리한 존잘이던데? 누구야?" 

학식 이보를 둘러싼 친구들이 웅성댔고 이보가 기다란 모가지를 빼서 슬쩍 보니 위룡이가 우산을 들고 계단 쪽에 서 있었어. 이보는 잠깐 미간을 꿈틀대다가 서둘러 위룡을 향해 갔고 친구들은 웅성대며 이보를 쫓아왔어. 이보를 발견한 위룡이 얼른 이보 쪽으로 우산을 펼쳐 내밀었어. 이보의 입꼬리가 실룩댔어. 사람들 시선이 일제히 쏠리기에 충분한 까리한 위룡을 슬쩍 흘겨보다가 우산 속으로 쏙 들어갔어. 친구들이 여전히 누구냐고 난리였고 위룡은 살짝 긴장한 듯 숨을 꼴깍 삼켰어. 설마 애인인가 추측하는 말들이 튀어나오자 이보는 "내 남편이야, 그럼 먼저 간다"하고 손을 빠이빠이 하고 위룡의 팔짱을 낀 채 계단을 내려섰어. 긴장이 풀렸는지 위룡의 다리가 휘청거리는 게 느껴져서 이보의 입꼬리도 파르르 떨렸어. 

급식이 위룡이 연상 학식 이보때문에 애태우는데 이보는 학교 찾아오면 가만안도 하고 으름장을 놨었어, 위룡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보 학식 생활에 노터치 하려고 허벅지를 찌르며 노력했는데 이보 친구들이 귀찮게도 하고 위룡이가 너무 자길 풀어놓으니까 살짝 섭섭해서 개교기념일이라 쉬는 위룡이가 우산 챙겨가라는 거 일기예보는 늘 틀리거든 하고 일부러 우산 안챙기고 학교 갔었는데 위룡이가 이보 걱정 되가지고 쫙 빼입고 이보 모시러 온 거였음. 그리고 학교엔 절대 커밍아웃 안한다고 땅땅했던 이보였는데 남친도 아니고 남편이라고 소개해서 감동 받은 위룡이 울먹.... 둘이 좁아터진 우산에 꼭 붙어가면서 이보가 자꾸 "우냐? 울어? 위뇽이 울어?"하고 놀려댔겠지 .... 그렇게 꽁냥대며 집에 가서 떡치면서는 위룡이가 "울어? 이보야 울어?"하고 ...... 

용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