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이룬네로 싸늘한집안 막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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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16:31
조회수: 322



오늘은 술마시도 들어온다는 가족들의 톡방을 보면서 아루가 아쉬운 표정으로 침대에 풀썩 엎어졌어.

-우리는 언제 성인되서 술파티에 낄까?
-그러게

가족 메세지방에 우다다다 쏟아지는 메세지를 읽으면서 세한이도 부루퉁해졌어.
좋아하는 간식 넣어놨다, 음식 해놨다, 우리 안들어간다고 너무 늦게 자지 말아라, 날씨 쌀쌀하니까 꼭 창문닫고 자라

쉼없이 올라오는 애정어린 메세지를 읽으면서 세한이랑 아루는 맘이 따뜻해졌어
근 2주동안 많은게 바뀌었다고 생각했어, 예전같으면 별로 신경도 안쓰이면서 괜히 잔소리는 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이제는 저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들어가있는지를 알 수 있었어.
그치만 우리만 빼고 술마시러 간다니, 그건 좀 흥칫뿡이라고 생각했어.

-삐뚤어질테다
-어디가는데!

아루의 침대위에 벌러덩 엎어져있던 세한이는 벌떡 일어나서 부엌에서 간식과 가족들이 숨겨둔 캔맥주를 가지고 올라왔어.
평소라면 아루도 세한이를 뜯어말렸겠지만, 뭐 어때 사고치고 용서받을 수 있는 나이는 정해져있는걸.
아루는 세한이한테 뭐라고 하기보다는 알록달록한 맥주캔중에 초록색 맥주캔을 골랐어.

-꽐라가 되서 주정을 부려줄테다!
-설마, 내가 알쓰는 아니겠지?

일탈을 한다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맥주캔을 따고 과자봉지를 뜯은 아루랑 세한이가 달칵-하고 맥주캔을 땄어.
씁쓰름하지만 시원하구 목구멍을 자극하는 탄산은 꽤 좋았어 
맥주 한 모금하고 과자를 냠냠하니까 생각보다 맥주는 죽죽 들어갔어.

그렇게 10대 청소년 둘은 온가족이 나간 사이에 일탈을 즐겼어.
그리고 나간 가족들은 몰랐지, 집에 들어왔을때 마주할 그 풍경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











-아, 진짜 꿀맛이다.
-저게 사람이냐 고래냐...
-왕연한 지랄노

500잔에 소맥을 꿀주로 말아마시는 연소를 보면서 연한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

-어휴, 쟤넨 곱게 입다물고 있으면 큰일나는줄 알아
-내버려둬
-아빠랑 엄마 성격에서 어떻게 저런 애 둘이 나왔어?

왁왁거리는 작은 포도 둘을 보는 서오랑 서봉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저위가 말간 얼굴로 이보와 등륜의 뼈를 때렸어.

-저런게 어디서 나왔냐고? 야, 너네 엄마한테 내가 처음 고백했을때 얼마나 시원하게 까였는지 아냐? 저위 너 있다고
진짜 걷어차이는게 나을만큼 아 아ㅑㅑ야, 룬룬

저위를 말간 얼굴을 보고 이보가 씨익 웃으면 룬질머리를 폭로하다가 허벅지를 꼬집혔어.

-세한이랑 연소 성격을 봐! 너랑 똑같지!!

등륜이 홍탕속에 담궈놓은 새우꼬치를 꺼내며 대꾸했어.

-하긴 아, 아루랑 세한이는 뭐하고 있으려나?
-그르게, 우리 막냉이 둘이 심심하겠다.

-둘은 어때? 많이 괜찮아졌어?
등륜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 자식들이 일으킨 짓이 범상치 않았기때문에 이보랑 등륜도 세한이랑 아루의 일은 다 알고있었어.
세한이랑 아루처럼은 아니지만 저위도 큰포도작은포도도 모두 커갈때쯤 한번씩은 복장을 뒤집어놨기때문에 그럭저럭 버틸만 했지만
그래도, 속상한건 사실이였어.
안그래도 몸 약한 아루와 막내인 세한이는 이룬의 아픈 손가락이였거든.
각자가 벽에 부딪히고 홀로 남겨졌다고 느낄때 일으켜 주었지만, 뭐가되었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큰지라
이보랑 등륜은 가장 마지막에 나서기로 말을 마친 상태였어.


-그새 컸어요. 한창 심란할 나이잖아요.
-워낙 사랑받다가 동떨어졌으니까...
-커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라 반성하긴 했어요.
-혼내기도 뭐하잖아요, 나랑 다른 삶인데.
-아직 어린 나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힘들었을테니까..

갑자기 조심스러워지 분위기에 다들 말없이 술잔에 술을 채웠어.
지금은 잘 풀어졌다고 해도 금쪽같은 막내 둘이서 복작복작한 가족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여서
더 그랬어.

이보랑 등륜도 그랬어.
이보는 어린나이부터 일반적인 학생의 루트를 타지않았고, 등륜도 젊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었지.
너무나도 소중한 자신의 아이들한테 더 신경을 써주고 싶었지만, 어디까지 어떻게 해줘야할지는 늘 어려웠어.
아이들은 모두 달랐고, 아이들이 걷는 길도 달랐기 때문이였어.
그런 아이들중에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루랑 세한이는 또 다르게 어려웠어.
이것저것 못해준게 더 많이 생각나서 울적해졌어. 

-애들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룬룬 너무 속상해하지마.
갑자기 말이 없어진 등륜때문에 테이블이 조용해지자, 이보가 등륜의 어깨를 토닥토닥해줬어.

지금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든,  멋지게 자라서 동생들을 위로할 줄 아는 아이들도 예전에는 다 똑같은 길을 걸었어.

혼자서 먼 길을 돌아와야했던 저위
가족을 위해 혼자 많이 희생한 서오
비인기 종목에서 주장의 역할을 진 채, 아등바등 올라온 서봉
너무나 빛나는 엄마아빠가 버거워서 연습실에 혼자 주저앉아 눈물을 삼켰던 연소
몇번이고 댓글창을 켰다껐다하며 깜빡거리는 커서를 보며  홀로 울어야 했던 연한

다 똑같았어, 그 순간을 혼자 있다고 여기면서 벽을 친 건 세한이랑 아루만 그런게 아니였거든.
그럴때 손을 내밀어준건 역시나 곁에 있는 가족이였어, 위건 아래건 따지지 않고 다시 일으켜주고 눈물을 닦아준 건 지금 둘러앉은 가족들이였어.

-지금 생각하면 진짜 바보같아.
-완전 흑역사

솜씨좋게 젓가락으로 소맥을 만 연소가 픽하고 웃었어, 연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챈 연한이 풋콩을 까다가 웃었어.

위로라는 것은 정말 사소한 곳이였어.
관중석, 댓글창의 낯익은 아이디, 냉장고속 작은 간식, 책상위에 붙여진 포스트잇, 따끈함이 남아있는 도시락, 새벽에 들어와서 쓸어주는 머리칼, 일어나보면 붙여져있는 파스와 반창고.

가족들은 자신들이 막내를 믿었어, 딛고 일어서서 마주 안아줄 세한이와 아루임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거든.


그렇게 각자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술자리를 마무리한 이룬네 성인들은 아주 오랜만에 다같이 집으로 향했어.















-아빠왔어!!
-엄마도 왔네!!
-어? 저이어아도 있어!
-서봉이랑 서오엉아도 있어!
-연소누나!
-여나니 누나ㅏㅏ아

순간 이룬네는 과거로 돌아간줄 알았어.
도어락을 열자마자 보인것은 현관에 쪼그려 앉은 막내 둘이였어.
히히덕거리며 한명한명을 발견하자 눈이 커지는 아이들은 뭔가 요상했어.

-엄마ㅏ아ㅏ압빠ㅏ아ㅏ
-눈나ㅏ아ㅏ 엉아야ㅏㅏㅏ


신을 벗기도 전에 와락 안기는 세한이랑 아루를 끌어안은 가족들은 이 광경의 원인을 알아냈어.

-얼씨구
-꽐라네 꽐라

현관앞에 놓인 빨간캔은 아주 익숙한 주류였지.
앙큼한 막내둘이 답지않게 일탈을 한거였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최근의 일 이후로 무덤덤해진 막내 둘이 마냥 앵겨오는것이 혼을 내려다가도 그럴 수 없게 만들었어.

-히히, 보고시퍼써..
-압바아, 아루 빼고 재미썻ㅅ써?
-눈나야...우리 이쁜 눈나야..웨 요즘에는 왕관 안써죠? 연소공쥬 안니야?
-여나니 누나야...아루 쪼꼬 케이쿠 먹고시퍼...
-저이 엉아..나 재워죠...왜 요즘에는 안재워조..토닥토닥 해조오..


-이야, 주정 제대로네.
-귀여우니까 내버려둬.


양 뺨이 발갛게 익어서 잔뜩 어리광을 부리는 막내 둘은 꽐라도 맥스인 상태였지만 솔직함도 맥스인 상태였어.
읏챠-하고 등륜은 세한이를 안아들고, 이보는 아루를 안아들고 거실로 갔어.
꽤나 커진 몸을 말아 매달리는 애들이 여전히 아기라서 형누나들의 입가에 풀어졌어.

-우리 망고 속상했어?
-웅, 나만 빼노코오!! 어뜨케! 수를 마실 수가 잇써ㅓ어ㅓ..
-망고 얼른 커서 엄마랑 아빠랑 누나랑 형아랑 술먹자!
-시로! 세하니도 아루도 클 때까지 안기다릴구야!
-그럼 어떡할까?
-놀러가쟈...노라죠오...
-어디로 갈까?
-다가치..바다로 가쟈...아루 바다 보고 시퍼...

세한이야 칭얼거리는 일은 많았지만 아루가 이렇게 매달리고 엉기는 일은 없어서 그런지
이보가 아루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어.
술을 마셔서 유독 높은 체온인 아루가 이보의 위에서 꼼질꼼질 움직이며 편한 자세를 찾았어.

-세하니도 바다!! 바다 볼래..세하니도 데꾸가죠오
-세한이도 바다 가고싶어?
-웅, 세하니도 여행갈래...세하니도 그거 쓰고시퍼.
-뭘 쓰고 싶은데?
-나두 체험학습쓰구 가족끼리 여행갈래애..친구들은 가쏘요

등륜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매달리는 세한이때문에 등륜은 울컥하고 올라오는 눈물을 삼켜야했어.
세한이가 하고싶었던게 그거였구나, 가족들하고 더 있고싶었구나.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크지 않았어.
그냥 여전한 소속감을 바랄 뿐이였어, 여전히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예전처럼 자신이 어릴떄처럼 가족이 다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였어.

이 당연한 것을 꼭꼭 눌러담아야했을 자신의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등륜은 그래, 꼭 가자. 당장 가자 하고
세한이를 끌어안았어.

-압바엄마 미아내..
-뭐가 미안해 우리 아들?
-구냥...나는 여저니...압바랑 엄마가 조와..
-나 미워하면 안대? 웅?

저 단어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함축되어 있는지, 다 아는 가족들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애써 참아야했어.
꼼지락거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가슴이 아파서 등륜은 세한이를 꼭 껴안았고
이보는 아루를 안은채로 고개를 젖혀야만 했어.


그렇게 보고싶었어, 우리랑 같이 있어줘요, 다같이 놀러가요, 엄마아빠 좋아해요, 누나 좋아해, 형아 좋아해를 끊임없이 말하던
막내 둘은 술기운에 잠이 들었어.

자는 얼굴은 여전히 아기의 얼굴이랑 잠들고 나서도 한참을 품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이룬은 입을 열었어. 

-오늘 다같이 거실에서 잘까? 

먼저 씻고 나온 저위랑 서오랑 서봉이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내려왔고
연소랑 연한이가 부드러운 수건에 물을 적셔 아루랑 세한이의 얼굴을 닦아주었어.
어느정도 잘 준비가 되고나서야 이보랑 등륜은 씻으러 들어갔어.

큰집이라고 생각했는데 9명이 누우니까 거실은 꽉 찼어.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의 숨소리를 느끼면서 잠이든 이룬네였어.




다음날 아침은 어땠냐고?
칼같이 일어나는 저위랑 서오가 해장라면을 준비했어. 
대용량 요리가 필요하다면서 서봉이가 강제로 기상했어.

고추와 콩나물을 때려넣은 곰솥에서 얼큰한 향이 올라왔어.
밍기적밍기적 일어난 연소랑 연한이가 대충 이불을 밀어놓고 거실에 테이블을 준비했어.

-막내야, 일어나. 해장해야지.

각자의 몫의 라면이 배급되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리는 애기 둘을 저위가 살살 달래 깨웠어.
세한이랑 아루는 잠투정을 하다가 벌떡 일어났어.

왕아루 정신머리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날밤의 기억과 지금의 기억의 갭이 크므로 정신머리에 탑승하실때에 발밑을 조심하십시오
다음 열차는 왕세한 정신머리, 왕세한 정신머리입니다. 

댕댕 울리는 머리에 쓰린 속을 붙잡고 고개를 휙 돌린 막내 둘의 눈이 마주쳤어.
-형 우리 좃된거 맞지?
-응, 우리 좃된거 맞아.

-아주 둘이서 거하게 마셨더라.
-속버려, 얼른 해장해.
-축하한다 막내야, 어른이 되었구나.
-왕연소의 기록을 세한이가 갈아엎네.
-헐~ 진짜!!
-오구오구, 우리 막냉이들 전날 밤이 기억 나요?
-식어도 맛없고 불어도 맛없어
-어으, 죽겠다.

와글와글한 식탁에는 부숭부숭한 머리와 부은 얼굴은 한 가족이 둘러앉았어.
세한이랑 아루는 해장라면을 먹으면서 이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구분이 안되었어.
국물 한 숟갈에 주정 한 번, 라면 한 젓가락에 앵김 한 번
필름이 끊겼으면 좋으련만 야속한 머리는 전날밤의 기억을 생생하게 재생시켰어.

대충 눈치를 챈 가족들은 모른척 해주었어.


-중대사항을 발표하겠어. 다음주 중으로 다들 스케줄표 아빠한테 보내.

유독 낮은 목소리를 한 이보가 통보를 하자 세한이라 아루만 세 정거장 뒤에 있는 정신을 끌어오기 위해 애를 썼어.
왜? 스케줄표를 왜?


-해외? 국내?
-국내 조용한데로 가자. 돈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거지.






어느샌가 여행 계획으로 시끄러워진 식탁이었지만
아루랑 세한이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어.

그리고 아루랑 세한이는 여행 당일이 되서야 알았어.
술에 취해서 바다가 보고싶다고 칭얼거려서 온가족이 자신들을 위해 급하게 스케줄을 조정했다는 것을.

아루랑 세한이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았어.

 

 

 

이보등륜 이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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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75eb0] - 2020/11/12 17:44
존나좋다 증말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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