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이룬네로 싸늘한집안 사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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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16:29
조회수: 391

4. 연소

연소는 좋게 말하면 쿨하고 무던한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땡기는 곳에는 관심을 주는 성격이였어. 하나에 꽂히면 미친듯이 파고들어 결국 끝장을 볼때까지 뒤도 옆도 안본다는 점이 아빠인 이보랑 꼭 닮은 점이였지.
그런 쿨걸 연소도 동생들의 달라진 모습이 충격적인 것은 마찬가지였어.
자기 자신이 혼자서도 당당하게 빛나길 바랬고, 자신 때문에 부모님의 체면에 구김이 간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고, 동생들이 늘 행복하고 자신처럼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길 바랬고, 자신때문에 가족의 일상이 망가지는 것은 참을 수 가 없었어.
그래서 더욱 독하게 철저하게 살아왔던 연소였지만 아무래도 자신은 방향을 많이 잘못잡은 모양이였어.

연소는 자기 자신이 흐트러지거나, 자신때문에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이였는데
모순적이게도 자기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상처를 입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페이스가 망가졌어. 이런 일은 처음이라 턱 막혀버린
연소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기로 결심했어.

연소가 이보랑 닮은 점이 많은 딸이지만 그중 이보랑 닮은 수많은 장점중 한 가지는 어려울때 남의 도움을 구함에 있어서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같았어.
제일 먼저 물어볼 사람들은 자기랑 비슷한 위치에 있는 연예인 친구들이였어.

-다들 본가가면 형제자매랑 뭐해?
-연소ㅋㅋㅋ싸웠어?
-웃지말고 나 진지해
-보통은 밥먹고 그동안 못놀러갔던 곳 가지. 
-맞아, 붙어있을때는 잘 몰랐는데 떨어져있으니까 보고싶고 그러더라.
-좀 떨어져있어서 서먹해진 적은 있어?
-어....스트레스 받아한 적은 있어, 아무래도 걔는 일반인이고 나는 방송일 하니까...외로움 타기도 하고 비교도 당하고 
본인 나름대로 심란했나봐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너가 택한 삶도 하나의 종류라고 말해줬지. 아무래도 소외감 들 수 도 있으니까. 근데 싸운게 너네 막내 두명?
-ㅇㅇ, 뭔가 좀 멀어진 느낌이 들어서.
-하긴 너네 집은 다들 밖에서 일하는 편이니까 동생 둘이 나름대로 심란했을 수도 있겠네. 잘 달래줘
-고맙다




연예인 친구에게 키워드를 얻은 연소는 두번째 질문자를 찾았어. 그건 팬들이였어.
웨이보에 평소에 혈육이랑은 어떻게 놀아?, 싸운 경우에는 어떻게 풀어?, 내 동생이면 어떨것 같아? 라고 짧게 써서 올린 연소는
질문을 올리자마자 수없이 달리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어.

밥먹어요, 같이 게임해요, 좋아하는거 사줘요, 말로 푸는 편이예요, 이틀 지나면 알아서 풀려요
언니 동생이면 진짜 좋을것 같아요, 뭔가 갈굼당할 것 같아요, 만날 시간 없어서 외로울 것 같아요, 완전리얼이라면 슈스 누나있으면 시달릴 것 같기도, 현타올 것 같아요 유전자 몰빵 눈물날 것 같아요

가벼운 대답부터 진지한 대답까지 계속 갱신되는 답글을 읽으며 연소는 생각에 잠겼어.

세한이랑 아루가 외로웠을 거라는 건 알 수 있었어.
그렇지만 자신은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이미 중학생이 되었을때는 대부분의 또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어.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을 다니고 진로를 고민하고 대학을 고민하는 그 심정을 자기는 몰라.
그래서 감히, 세한이와 아루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없었어. 섣불리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자신도 마찬가지였어. 남들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말이 큰 상처일 때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아주 짐작을 못할 것은 아니였어.
혼자 연습실에 남겨지고, 남들이 빛나는 것을 바라봐야만 할 때 그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남들과 다르다는 그 이질감이 가끔은 사무치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가끔은 남의 것도 궁금하고 어떨 때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그런데 하물며 같은 가족인 세한이랑 아루는 어땠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
내가 집에 갔을때는 어땠더라? 생각해보니 무심한 편이였어, 자신의 서오오빠처럼 다정하지도 않았고, 저위 오빠처럼 섬세한 사람도 아니였어,
서봉이처럼 서글서글 시야를 맞춰 놀아줄 성격도 못되었고, 연한이처럼 감정을 파악하는게 예민한 사람도 아니였어.
이렇게까지 자신의 무던한 성격이 짜증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였어. 연예계에서 살아남기에는 좋은 성격이었지만 가족들한테는 꽝이였어.
그렇지만 동생 둘은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였어. 당연히 너무나 소중하고 자신때문에 피해를 받게 하는 것이 싫은
그런 소중한 가족이였단말이야.

쉽사리 보이지 않는 해답에 연소는 머리가 지끈거렸어.
서있는 위치가 달라도 너무 달랐어. 어떻게 해야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잘못했다고 그런 이유가 아니였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자신의 팬들이 전해주는 그 수많은 말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연소는 생각했어.




비는 시간마다 눈 앞에 떨어진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할까 고민하던 연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렇게 마음먹고 매니저에게 라이브를 할거라며 통보한 연소는 라이브 방송을 할때 사용하는 룸에 들어갔어.

세한이랑 아루의 개인 메세지에 링크창을 주곤 평소보다 훨씬 긴장된 마음으로 방송을 켰어.
세한이랑 아루는 개인톡으로 온 연소의 라이브링크를 보고 의아했어. 보통 연소누나가 뭘 올리면 가족 전원이 있는 메세지방에 올리곤 했거든.






-안녕, 응 오늘? 그냥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서 켰어. 응, 눈치 빠르네. 저번에 올린 글 후기냐고? 맞다면 맞고 아니면 아니야. 오늘 립? 이따가 코디한테 뭐 썼는지 물어보고 올려줄게. 어이구, 공부하러 가야지. 수업째면 나쁜 학생이야. 옷? 예쁘지? 사실 아빠 옷장 털었어. 고마워, 웅 언니도 사랑한다.
-사실 방송 킨 이유는 내가 요 며칠 고민한게 있었는데 혼자 고민해봤자 답도 안나오고 나는 직구로 해결하니까 그냥 그럴려고 방송켰어. 나한테 동생 두 명있는거 알지? 일반인 동생. 다 알면서 모른척하긴, 그런 연기를 해주는 너네는 역시 내 팬이구나. 응,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어릴때부터 방송활동 해봤잖아. 따지고 보면 일반인의 삶은 잘 모르지. 집에도 잘 못들어가니까, 앉아서 진득하게 얘기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너네 얘기듣거나 드라마 촬영할때 대본보거나 그런 걸로 그렇구나 하고 아는거고.

-근데 우리집은 엄마랑 아빠랑 오빠 둘이랑 내 쌍둥이는 이미 평범한 삶은 아니잖아. 따지고 보면 일반인 카테고리안에 넣기 애매한 사람들이고. 여기까지 말했는데 눈치 챘지? 맞아, 동생 둘의 마음에 신경을 못써줬어. 근데 그걸 느낄 일이 이번에 생겼는데 그 이후로 한참 고민했거든.
걔랑 나랑은 다르잖아. 그래서 내가 섣불리 아, 그래서 그랬구나. 얘가 그래서 서운했겠네는 알아도 나였으면 이러저러했을텐데 라고 말할 수 는 없잖아. 나는 모르는 부분이고 나랑 다른 사람이니까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잖아.

-사실 나는 방송물 먹고 있고 사람들 관심으로 먹고살아서 사람들 시선이나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좀 달라진거 있으면 크게 와닿고 그러는데, 그냥 내가 느꼈던 어떠한 류의 좋지않은 감정을 동생들이 느꼈다는 점에서 나한테 너무 실망했고 미안해지고 그랬어. 형제자매들 중에서 내가 제일 무심한 편이지, 까칠하기도 하고. 우리 오빠랑 연한이 글 보면 알지않냐? 내가 제일 싸가지없고 독하고 쿨한거. 왜 그렇게 말하냐고? 야, 나도 자기객관화는 할 줄 알아. 너네 글 나도 다 본다.


소위 말하는 까리보의 딸 까리소의 모습이지만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부드럽게 풀려있었어. 평소처럼 팬들의 채팅창을 확인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연소였지만 본론이 아주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은 팬들이 빠르게 눈치챘어. 평범한 라이브와는 다른 분위기를 알아챈 팬들의
채팅창이 선을 지키기 시작했어. 


-지금 이 방송에 들어와있냐고? 링크는 줬는데 보고있을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가족끼리 쌓인 서운함이란게 한순간에 풀릴 수도 아닐 수도 있으니까. 가슴속에 응어리라는게 그렇잖아. 사실 자신은 없는데 그냥 나답게 얘기하고 싶었어. 얼굴보고 왜 얘기안하고 방송으로 하냐고? 실제로 만나면 눈물 흘릴 것 같아, 말도 잘 안나오고. 알잖아 나 그런 감동 멘트랑은 거리 먼 거. 우리 아빠 유전자 다 내가 먹었어.

-나랑 다른 길이고, 나랑 다른 사람이고, 나랑 느끼는 감정이 다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런게 아니야, 난 이러이러했고 그걸 너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것 뿐이잖아. 감정이랑 용서랑 그런 건 내 몫이 아니라 내 동생들 몫이니까. 내가 보낸 신호를 보고 그에 맞는 신호를 보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답이 없으면 더 노력하는거고, 잘못된 답이 오면 내가 보낸 신호에 맞는 답이 올때까지 시도해 보는거지. 삼진아웃은 아니고 한 옐로카드 100장쯤?에 가까운 느낌으로.

-그러니까 망고야 용과야, 누나는 솔직하게 사근사근하지도 않고 섬세하지도 못해. 어느 순간 훌쩍 커서 다른 삶을 사는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 있을것 같다고 느꼈을때도 있었겠지? 그치만 그러는 순간에도 가족들은 서로를 생각하고 아껴. 누나는 여전히 우리 망고랑 용과를 사랑하고 있고, 누나 눈에는 여전히 누나가 제일 예쁘다고 색종이를 접어만든 요술봉을 주고, 유치원 생일파티때 받은 왕관을 주던 그 애기들이야. 말해주던 아기 그대로야. 우리가 별이고 너네는 어둠인게 아니야. 누나랑 엄마 아빠가 초록 별이고, 오빠 둘이 파란 별이고 너네가 노란 별인거야. 같은 별이야. 다른 색이지 똑같은 별이야.
-누구는 앞에서 걸을 수도 있고, 옆에서 걸을 수도 있어, 뒤에서 걸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누가 열등하고 잘난게 아니니까. 가족은 그런 존재야 망고용과야. 서로 이끌어주고, 함께 해주고, 지지해주는 그런 존재. 너희도 날 끌어올려주고 내가 이 자리에서 있게 지지해주고, 힘들 때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야. 누나도 너희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고, 가족 모두가 바라고 있어.




카메라를 응시하면 자연스레 지어진 연소의 미소는, 그 어떤 방송에서도 사진에서도 볼 수 없는 미소였어. 평소에는 볼 수 없이
눈가가 살짝 붉어져 울컥한듯 말을 조심조심 잇는 연소는, 평소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선한 충격을 주었어.
은은한 미소는 정말 진심으로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그 표정에 가볍게 라이브를 시청하다가 이내 진지해진 사람들이 대다수였어.
연소의 라이브는 연소를 재평가 하게 되는 새로운 포인트가 되었어.


도대체 이 방송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멋쩍게 웃은 연소는 좋아하는 것은 좋다고 많이 많이 티내주세요,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마시구요. 저한테 해줘도 좋은데 좀 더 가까운 사람도 생각해보세요. 다들 틀림없이 좋아할 거예요라고 말하고 방송을 종료했어.


세한이랑 아루는 방송이 종료되고 뜨끈하게 열이 오른 핸드폰을 가만히 쥐고 있었어. 
누나는 이미지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는 사람이였고,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였어. 아마 성격적인 면에서 자기자신에게 엄격하기로는 가족중에 일등이였지. 누나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팬들 사이에서, 안티 사이에서, b급 언론사가 어떻게 얘기되고, 회사에서 깨지고 그럴 지를 아는 사람이였어. 그런 것을 다 제끼고서 진심을 전해주는 누나는 우습게도 옛날의 누나랑 똑같았어. 식단조절한다면서 자기들 손 잡고 먹고싶은 거 다먹어주고, 세팅한 머리가 헝클어져도 화장이 번져도 자기들이 하고싶은 것을 다하게 내버려두던 누나였어. 틀림없이 한 소리 듣기도 하고, 뒤에서 더 노력해야 했을텐데 말이야.
누가보면 대책없다고 욕할지 몰라도, 짧더라도 한 사람을 위해서 모조리 시간을 내준다는 점에서 누나는 변함이 없었어.
언제나 연소누나는 짧게 강렬한 사람이였어.




-방송 봤냐, 애기들아. 누나는 여전히 너희한테서 응원을 받고, 너네가 때가 되면 응원해줄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아루야 세한아, 누나가 말주변이 없어서 멋지게 말을 못하겠는데 만능 엔터테인먼트 왕이보 아들이고, 배우 등륜 아들이야. 연기파 왕저위 동생, 모터사이클 유망주 왕서오 동생이고, 하키주장 왕서봉 동생이야, 스타작가 왕연한 동생이고, 아이돌 왕연소 동생 왕아루, 왕세한이야. 
이보등륜네 막내, 그 연예인집 일반인이 너희의 수식어가 아니란 얘기야. 아직 길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너희가 패자의 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혼자 걷는 것도 아니야. 그동안 누나가 말 못해서 미안해.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왕연소 동생인 너희 둘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어.




아루랑 세한이는 갑자기 누나가 너무 그리워졌어.

-누나 보고싶어.
-나도 누나 보고싶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때를 제외하고서는 뱉어본 적이 없는 그 말을 세한이랑 아루는 마음을 꼭꼭담아 자판을 눌렀어.
보고싶다고, 같이 있어달라고,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어느순간 입 밖에 내지 않는 그말을 하나둘씩 꺼내게 된 요즈음 가슴께가
간질간질하고 설레오는 것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어. 아니 사실은 좋았어.


-딱 기다려, 누나가 간다.


그 날 자정이 다되어서 무대의상, 헤어 메이크업을 다 한채로 집에 우당탕탕 들어온 연소에게 세한이랑 아루가 아주 오랜만에 우다다 달려가 안겼어. 자신보다 커버린 동생 둘에게 안긴 모양새였지만, 한 팔에 아루 한 팔에 세한이를 안은 연소는 거실에서 잠시 서있었어.
세한이랑 아루도 굳이 누나에게 말을 걸지도 목에 둘러진 팔을 떨어뜨리지도 않았어. 그리고 이내 막냉이들아 야식먹자!하고 쾌활하게 웃는 누나의 눈꼬리가 살짝 붉어지고 메이크업이 번진 것을 모른척 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외칠 뿐이였어.














이보등륜 이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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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3c1f9] - 2020/11/12 17:06

다시봐도 존좋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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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7abd] - 2020/11/12 17:19

ㅠㅠㅠㅠㅠ연소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룬네 따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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