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왕샤오로 씨발후회탑이보랑 피폐텀 쟌쟌이 보고싶다 1~5
1.
"그게 정말 내 아이라고?"
"응."
왕이보의 차가운 시선이 샤오잔을 훑어내렸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 애를 써봐도 자신은 샤오잔과 잔기억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피임을 안하고 관계를 맺을이유가 없었기에 왕이보는 손가락으로 유리탁자를 두드렸다.
"거짓말하지마. 내가 너랑 잔 적이없는데, 그게 왜 내아이야? 어디서 남한테 굴러먹다가 와서 임신해놓고 나한테 책임지라는게 말이돼?"
왕이보의 매서운 말이 샤오잔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래, 내가 무슨 생각으로 여길 온것일까. 그저 하룻밤의 불장난이었던 우리의 관계였던걸. 애써 치솟아오르는 울음을 꾹꾹 눌러삼키며 샤오잔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 더이상 우리가 연락할일은 없을거야. 좋은사람만나서 행복해."
"..."
대답없이 물잔을 바라보는 왕이보를 마지막으로 바라본뒤 샤오잔은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우리의 인연은 딱 하룻밤. 그것일뿐이었으니, 이이상 미련을 갖는것은 후회할짓이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이사준비를 해야할것이고 할일이 많았다. 샤오잔이 카페를 나가는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왕이보는 물잔을 들어올렸다.
"아, 맞다."
꼬물꼬물 손을 움직여 상자에 테이프를 붙인 샤오잔은 가방안에 들어있는 초음파사진을 꺼내들었다. 아직은 작은점에 불과하지만 이 아이가 커가면 심장소리도 곧 들을수있을것이라고 했던 의사의 말을 떠올린 샤오잔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삼스레 아직은 판판한 제 배를 쓰다듬는 샤오잔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룻밤에 생긴 아이였지만 자신을 찾아온 아이였다. 뱃속의 아이를 부정하는 왕이보를 떠올리니 싫었지만 뜻밖의 가족을 만들어준것도 왕이보니 샤오잔은 그에게 반쯤 감사인사를 하며 초음파 사진을 가방안에 소중히 넣어놓았다.
"아가야, 얼른 커서 엄마랑 소풍도 가고 그러자."
자신을 찾아온 소중한 생명이었다. 그러니, 보란듯이 잘품고 건강히 낳아 소중히 키우겠다고 샤오잔은 다짐했다. 마지막 상자에 테이프를 붙이고 샤오잔은 침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이집과도 안녕이네라고.
-
왕이보와 샤오잔이 처음 만났을때는 둘다 새파란 고등학생이었다. 왕이보는 춤을 좋아해 여러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정도로 유명한 이였고 샤오잔은 미술에 재능이 많아 여러대회에 나가 상을 휩쓴 이였다. 서로에게 공통점이라고는 없었기에 둘은 서로 친구가 될수없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우리는 절대 친구가 될수없을것이라고.
"어..."
"아, 선생님은 잠시 나가셨는데."
평소와 같이 춤연습을 하다 잘못착지해 삔 발을 치료하기 위해 양호실을 찾았던 왕이보는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있는 샤오잔을 볼수있었다.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창백한 얼굴을 한채 손을 놀리며 그림을 그리는 샤오잔을 바라보다 어색해진 왕이보가 양호실을 나가려고했을때 샤오잔이 그를 불러세웠다.
"너 어디 아파서 온거야?"
"그냥..발목을, 큼. 삐어서."
어색한 사이라 그런지 대답을 하면서도 어색해하는 왕이보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샤오잔은 열심히 드로잉을 하고있던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에 든 스케치북과 연필을 내려놓고 왕이보에게 다가간 샤오잔은 그의 손목을 잡고 의자에 앉히고 붕대를 찾기위해 구급함을 뒤적였다.
"너는, 왜..온건데?"
어색한 사이여서 그런지 말수가 적어진 왕이보는 손목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샤오잔에게 물었다. 왕이보의 물음에 구급함에서 테이핑테이프를 꺼낸 샤오잔이 테이프를 뜯으며 답했다.
"뭐..그냥 빈혈이야. 어릴때부터 빈혈이 있어서."
샤오잔의 물음에 왕이보는 고개를 끄덕일뿐 답이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언을 말해야하는지 자신도 몰랐으니 말이었다.
2.
새로 이사온곳은 아주 조용한 동네였다.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고했던가. 평화로움이 흐르는 동네를 걷다 집으로 돌아온 샤오잔은 손에 들고있던 장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예전같았다면 대충 배달을 시켜 끼니를 떼웠겠지만, 이젠 그럴수가 없었다.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 영양이 가득 찬 음식을 먹어야하니 말이었다. 이 집으로 처음 이사온후 짐정리를 하고나서 샤오잔이 가장 먼저 한일은 아이에게 태명을 지어주는 일이었다. 언제까지고 아가야라고 부를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잠시 머리를 굴리던 샤오잔은 손뼉을 마주치며 외쳤다.
"아! 식빵이?"
아쉽게도 샤오잔은 작명센스라고는 1프로도 존재하지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
양호실에 만남을 계기로 샤오잔과 왕이보는 조금은 친해질수있었다. 샤오잔은 빈혈이 심했기에 양호실 단골손님이었고, 왕이보는 이것저것 자잘하게 다치는곳이 많아 양호실에 단골손님이 되는것은 순식간이었다. 오늘도 양호실의 문을 열자 보이는 샤오잔의 모습에 왕이보는 괜히 헛기침을 내뱉으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다.
"넌 또 어디다쳐서 왔어?"
"어..손가락.."
아직 낯을 가리는게 분명한지 왕이보는 언제나 단답이었지만 샤오잔은 그런것에 연연하지않았다. 언제나처럼 구급함을 열어 왕이보의 손가락을 치료해주던 샤오잔은 핑-하고 시야가 급격히 돌아가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멀쩡히 소독약을 바르다 휘청이는 샤오잔을 황급히 잡은 왕이보는 깜짝 놀랐는지 두 눈이 커져있었다.
"괜찮아?"
"아, 응. 갑자기 현기증이 와서."
샤오잔의 말에 왕이보는 소독약을 바르던 샤오잔의 손에서 집게를 빼앗았다. 그리고 아직 현기증이 가시지않았는지 창백한 샤오잔을 보던 왕이보는 그의 목과 무릎사이에 손을 끼워넣고 조심히 들어올렸다. 갑작스레 몸이 붕뜨자 놀란 샤오잔의 버둥거리던 손이 왕이보의 와이셔츠를 잡아챘다.
"누워있어. 너 움직이면 안될것같은데."
"하하, 걱정해주는거야?"
자신을 침대에 조심히 내려주는 왕이보의 말에 샤오잔이 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샤오잔의 질문에 왕이보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수십분후에서야 고개를 끄덕일수있었다.
-
샤오잔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배를 쓰다듬으며 창가에 내놓은 흔들의자에 앉았다. 천천히 흔들거리는 흔들의자의 느낌과 창문을 뚫고 비치는 따스한 햇빛을 느끼며 샤오잔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식빵아... 건강하게 자라야돼.."
그 말을 끝으로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못하고 샤오잔은 달콤한 수면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었다.
"야, 너 요새 왜그래? 얼굴이 죽상이다?"
"닥쳐."
올라온 서류를 무미건조하게 읽던 왕이보를 쿡쿡 찌르며 농담을 던졌던 왕탁성은 돌아오는 대답에 입술을 삐죽였다. 무미건조한 새끼하고 중얼거리던 왕탁성을 향해 왕이보는 얼른 꺼지라는듯 손을 흔들었다.
"아, 간다.가. 드럽고 아니꼬와서. 야, 넌 집에좀와라. 고모가 걱정하시드라."
"알아서 가."
왕이보의 대답에 왕탁성은 어휴 하고 놀림성이 짖은 한숨과 함께 그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하."
며칠전 샤오잔과의 만남이후로 모든것이 엉망이 된 기분이었다.갑자기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는 샤오잔을 떠올리던 왕이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서류를 보았지만 한글자도 눈에 들어오지않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퇴근하면서 술이라도 진탕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왕이보는 억지로 서류를 붙잡고 기계적으로 읽어내려갔다.
-
"너도 기숙사에서 살아?"
"응. 집이 머니까. 너도였구나?"
우연히 하교길에서 만난 왕이보와 샤오잔은 서로 기숙사에서 살고있다는것을 그때서야 알수있었다. 어떻게 같은 기숙사에서 살면서 한번을 못봤냐는 왕이보의 질문에 샤오잔은 작은 돌을 걷어차며 답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니까. 기숙사에 있으면 내 방에서 그림만 그리거든."
샤오잔의 대답에 왕이보는 그제서야 둘이 같은 기숙사에 살면서도 왜 보지를 못했는지 답을 찾을수있었다. 자연스레 기숙사로 걸어가던 중 왕이보가 샤오잔을 불러세웠다.
"샤오잔."
"응?"
"오늘... 저녁먹고 기숙사 옥상에서 보자."
갑작스런 자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샤오잔을 보다 왕이보가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불꽃..보여줄게."
"그래. 있다가 옥상에서 보자."
자신의 제안에 거절을 하지도 않고 되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샤오잔을 보며 왕이보의 가슴언저리가 간질거렸다. 얼른 밤이 됐으면 하고 빌며 왕이보는 샤오잔과 함께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3.
"우웁-"
알파의 향이 부족했다. 우성 오메가임에도 불구하고 알파의 향없이는 아이를 지킬수없다는 사실이 샤오잔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렸다. 벌써 두번째의 하혈과 토혈은 샤오잔의 건강을 빠르게 갉아먹어댔고 그 모습을 보다못한 유해관이 제 향을 풀어보았지만 이미 각인된 샤오잔에게는 별 효능이 없었다.
- 이러다가는 산모까지 위험해질겁니다. 본딩하신 알파분을 부르셔야되요.
샤오잔이 첫번째 하혈을 하고 병원으로 실려왔을때 의시가 했던 말이 유해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샤오잔은 어떻게든 왕이보와의 모든 관계를 끊어내고서 혼자 감내하려했지만, 그의 친구인 유해관은 그것을 더이상 지켜볼수가없었다. 병실침상에 누워 곧 죽어갈것같이 파리해진 안색의 샤오잔을 잠시 내려다보던 유해관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며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 왜.
"나랑 만나. 지금당장. 할말있으니까."
상대방의 대답따위는 듣지않고 제 말만 쏟아낸 유해관이 서둘러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왕이보를 만난다는것을 알면 샤오잔은 금방 저와 절연할것을 알았지만 유해관에게는 또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만 지체한다면 샤오잔은아이와 함께 죽게될것이었다. 유해관은 그것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힘차게 악셀을 밟았다. 어찌됐든 유해관에게 샤오잔은 소중한 친구였고, 유해관은 샤오잔을 죽게내버려 둘수없기때문이었다.
-
몰래 옥상에 올라가 한 불꽃놀이는 너무도 아름다워 샤오잔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손에 들고있던 스파클라가 아름다운 불꽃을 내며 빠르게 타들어갔다. 왕이보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샤오잔을 힐끔거리며 아직 많이 남아있는 스파클라를 쳐다보았다.
"이보야, 이거 되게 예쁘다."
"어, 응."
그걸 들고있는 샤오잔에게 차마 니가 더 예쁜것같아라고 말할수없었던 왕이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화려한 빛을 내뿜으며 타들어가는 스파클라가 꼭 저와 같아 왕이보는 스파클라를 쥔 손에 힘을 꾹 주었다.
-
"그니까, 내가 걔한테 향을 풀어달라?"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한 유해관에게서 나온 말에 왕이보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샤오잔이 임신한 아이가 제 아이가 맞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향을 풀어달라 얘기하는 유해관이 왕이보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제 앞에 앉아있는 왕이보의 미간이 구겨지는것을 본 유해관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그와 왕이보가 얘기하는 이 순간에도 샤오잔은 죽음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형편이었건만, 눈 앞에 있는 왕이보는 그것을 깨닫기는 커녕 깨닫지도 못하는것이 유해관은 마음에 들지않았다.
"됐다. 깨닫지도 못하는 놈한테 더이상 시간낭비따윈 하기싫어."
"..."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는 왕이보의 얼굴을 속시원하게 때려주고 싶었으나 유해관은 그 충동을 꾹꾹 눌러삼키며 왕이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건 알아둬라. 니가 전부 깨닫고 걔한테 용서를 빌어도 넌 이미 기회를 차버렸다는걸. 그리고 넌, 걔한테 씻을수없는 잊을수없는 상처를 줬다는것도."
말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유해관의 등을 보며 왕이보는 샤오잔과 헤어지고나서 처음으로 천천히 생각을 되짚어보기로했다. 우선, 그와 술을 마셨던 그날로부터 되짚어보기로 하며 왕이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4.
두번째 입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샤오잔의 얼굴은 파리했다. 그런 샤오잔을 혼자두고 가기에 마음에 걸렸는지 유해관은 움직이려하는 샤오잔을 앉혀두고 자신이 직접 팔을 걷어부쳐올렸다. 자신의 지시에 따라 집을 청소하고 점심을 만드는 유해관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샤오잔은 왕이보가 떠올랐다. 왕이보의 등도 유해관처럼 넓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넓은 등도 잊어야했다. 미련따위 가지면 무엇할까. 이미 끝난 사이인데.
"근데 태명은 정한거야?"
점심으로 만든 음식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내려놓으며 유해관이 물었다. 유해관의 질문에 샤오잔은 동그랗게 올라온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식빵이."
"...어..그래.."
유해관은 자신의 친구가 네이밍센스가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왕이보는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5개월전 샤오잔이 떠나기전으로 돌아가 과거의 행적을 되짚었던 왕이보는 그날 자신이 샤오잔과 하룻밤을 함께 했다는것을 알수가있었다. 그리고 왕이보는 샤오잔이 병원에 갔을때가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고나서 정확히 4주뒤였다는것을 깨닫고 몰려오는 혐오감에 구역질이 치솟아올라왔다.
"씨발."
샤오잔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않았다. 정말로 순수하게 사실만을 말해왔을터였는데 그런 샤오잔에게 자신은 무어라 얘기했던가. 고백할 용기도 없어 친구라는 이름의 울타리로 샤오잔을 옭아맸었던 비겁한 겁쟁이가 바로 자신이었다. 샤오잔이 아이를 가졌다는말에 자신의 사랑이 부셔졌다는 말로 들려와 잔뜩 가시가 박히고 모진말만했던 자신이 너무도 한심스러워 왕이보는 스스로를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싶었다.
"샤오잔..쟌쟌.."
하룻밤의 진실을 알고서 달려간 샤오잔의 집은 깨끗했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샤오잔은 살고있지않았던것처럼 단 하나의 흔적조차 남기지않은 텅빈 집에서 왕이보는 미친듯이 샤오잔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왕이보는 그렇게 샤오잔의 집이었던 텅빈 집에서 연신 샤오잔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껴울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왕이보는 정말 미친사람처럼 샤오잔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유해관이 손을 쓴것인지 좀처럼 잡히지않는 단서에 왕이보는 애꿎은 비서에게 화를 내며 좀더 자세히 알아보라 소리를 질렀다. 결국, 이틀이 더 지나고나서 왕이보는 유해관에게 전화를 걸어 일방적으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처음에 싫다고 거절했던 유해관은 점점 애원조로 변해가는 왕이보의 목소리에 그가 이제 깨달았구나라는것을 알아차리고는 어쩔수없다는듯 알았다라고 답할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잠이 든 샤오잔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며 유해관은 왕이보와 만나기위해 차키를 집어들었다.
-
- 정말 마지막 기회야. 니가 가서 엎드려 빌든, 울든 알아서 하고 쟌쟌이랑 화해해. 더이상 후회할짓은 하지마.알겠어?
유해관이 알려준 샤오잔의 집으로 거칠게 차를 몰며 왕이보는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샤오쟌의 집이 나온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내가 무심해 상처를 주었던 나의 사랑이 있는 집이. 샤오잔이 지내고있다는 집앞에 도착해 아무렇게나 주차를 한 왕이보는 서둘러 차안에서 나와 샤오잔의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샤오잔, 샤오잔!"
굳게 닫힌 집 문을 두드리며 왕이보는 샤오잔의 이름을 불렀다. 아무리 애타게 샤오잔의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려도 샤오잔은 대답조차 없었다. 혹시나 안에서 울고있는것이 아닐까, 아니면... 점점 안좋은쪽으로 생각이 드는 자신의 머리가 왕이보는 원망스러웠다.
"샤오잔, 쟌쟌.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제발.."
아직도 열리지않는 문에 머리를 기대며 왕이보는 중얼거렸다. 한참을 샤오잔의 이름을 부르던 왕이보는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보야.."
향긋했던 복숭아향이 왕이보의 코끝을 맴돌았다. 그것도 잠시 달콤한 복숭아의 향에 비릿한 혈향이 섞여졌다. 곧이어 샤오잔의 두 눈이 뒤짚어지며 몸에 힘이 빠졌고, 쓰러지는 샤오잔을 안아들은 왕이보는 서둘러 주차된 자신의 차로 뛰기시작했다. 제발 늦지않기를 이번에는 내가 널 지켜 더는 후회하는 일이 생기질않기를 그렇게 간절히 빌며 왕이보는 샤오잔을 뒷자석에 조심히 눕히고 서둘러 차 시동을 켰다.
5.
준비되있지않은 만남은 심장에 구멍을 내고 시뻘건 흉터를 내고서 이별을 고했다. 규정속도며 신호며 전부 위반해가며 병원으로 들어와 샤오잔을 살려달라 소리질렀던 왕이보는 서둘러 사산된 아이를 꺼내지않으면 산모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주저앉을수밖에 없었다. 샤오잔이 자신을 떠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지키고싶어했던 아이가 결국 잘못되었다는 말이 왕이보의 심장을 부셔트려놓았다. 수술동의서에 싸인을 해달라며 들이미는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기계적으로 싸인을 한 왕이보는 수술실로 실려가는 샤오잔을 붙잡지도 따라잡지도 못했다. 그저 샤오잔이 방금전까지 누워있던 침대옆에서 멍하니 텅빈 눈으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 엄마!
언젠가 식빵이를 낳는다면 꼭 이런곳에 소풍을 오겠다 다짐했던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제게 울면서 뛰어오는 낯선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샤오잔은 아이가 내뱉은 말에 반사적으로 아이를 껴안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 우리 식빵이! 왜 울어? 넘어지기라도했어?
- 아니요!
정말로 놓치기 싫다는듯 자신의 옷자락을 꽉 부여잡는 아이의 손을 느끼며 샤오잔은 무슨일이냐고 다정히 물어보았다. 샤오잔의 다정한 말에 아이는 샤오잔의 품에 더더욱 파고들며 제가 하고픈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엄마, 우린 아직 만나면 안된데요. 그래서, 그래서 식빵이는 잠깐 하늘에있다가 다시 와야된데요. 엄마, 식빵이 다시올때까지 식빵이 안잊을꺼죠? 잊으면 안돼요. 빨리 약속해주세요!
쏟아지는 아이의 말에 샤오잔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아직이라니? 그게 무슨말이지? 하늘? 아이가 했던말을 빠르게 곱씹은 샤오잔은 믿을수없는 현실에 눈물을 흘리기시작했다.
- 엄마, 빨리 약속해주세요! 식빵이 안잊는다고. 다시 찾아오면 잘왔어하고 반겨준다고 약속해줘요!
- ..미안해, 식빵아..엄마가..엄마가 약해서...
샤오잔은 제 품에 안긴 아이를 세게 끌어안았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서로의 만남이라는것을 깨달았기에 샤오잔은 아이를 꽉 껴안으며 자신이 최대한 지을수있는 환한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다정히 속삭였다.
- 응, 안잊을게. 절대로 안잊을게. 식빵이 말대로 식빵이가 다시 찾아오면, 그때, 그때 잘왔어라고 반겨줄게.
샤오잔의 말에 아이는 안심이 된듯 쎄게 옷자락을 쥔 손에서 힘을 풀었다. 이윽고 아이가 있는힘껏 샤오잔을 밀며 말했다.
- 아빠랑 싸우지마요. 다음엔, 식빵이볼때 아빠랑도 화해했다고 말해줘야되요?
그 말을 끝으로 샤오잔의 의식은 한없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눈을 뜬 샤오잔은 자신이 소중히 품어왔던 아이가 홀로 돌아올수없는 강을 건넜다는것을 깨달았다. 눈을 뜨자마자 자신을 보며 울고있는 왕이보의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록 몇개월이었지만 엄연히 저와 같이 살아숨쉬던 아이였었다. 그런 아이를 잃어버린다는것은 단장이 끊어지는 고통과도 같아 샤오잔은 자신에게 미안하다 사과하는 왕이보의 멱살을 쥐어잡았다.
"니가 왜 울어? 니가 왜 우냐고!"
"쟌쟌, 미안해. 내가 널 -"
왕이보의 사과에 샤오잔은 그의 멱살을 잡고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울고있는 왕이보에게 나가라고 차갑게 축객령을 내뱉었다. 샤오잔의 축객령에도 왕이보는 나가지않았다. 그저 고장난 레코드처럼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뿐이었다.
"쟌쟌-샤오잔."
잠시 자리를 비운것이 큰 화근이었다. 피비린내가 나는 옷을 계속 입고있을수없어 옷을 갈아입으러 자리를 비웠던 왕이보는 텅빈병실에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 여기있던 샤오잔 환자. 어디갔습니까?
- 그분이라면 잠시 산책나가신다고..
간호사의 말에 왕이보는 서둘러 병원을 뛰쳐나와 샤오잔을 찾았다. 병원근처와 병원구석구석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보이지않는 샤오잔의 모습에 왕이보가 초조해할무렵 왕이보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 왕이보.
샤오잔의 목소리가 들리자 왕이보는 일순간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을뻔했지만 억지로 버티며 샤오잔에게 어디에 있느냐며 다정히 물었다. 병원과 10분거리에 떨어진 곳에 있다는말에 왕이보는 금방 가겠노라고 말하며 그곳으로 뛰기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다리위에 서있는 샤오잔을 발견한 왕이보는 그야말로 혼이 나갈것만같았다. 아래에 깊은강이 있어 다리가 세워진 곳에 샤오잔이 있다는 말에 서둘러 달려왔던 왕이보는 다리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샤오잔의 모습에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쟌쟌, 이리와. 제발..위험하니까, 응?"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천천히 다가오는 왕이보를 내려다보며 샤오잔은 허탈하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니가 뭐라고 나한테 그런말을해? 라고 묻고싶었지만 샤오잔은 묻지않았다.
"너한테 나는 뭐였어? 친구? 아니면 하룻밤 같이 지새울 그런 오메가?"
"쟌쟌. 내려오면, 내려오면 다 얘기해줄게. 그니까 내려와서 얘기하자."
"하긴, 내가 니 애를 임신했다고했을때 넌 믿지못했지. 그래. 너도 날 믿지못했는데 내가 뭘 더 바랄까."
그렇게 얘기를 이어가는 샤오잔의 얼굴이 서서히 눈물로 젖어들어갔다. 그런 샤오잔의 모습에 왕이보는 지난날 샤오잔에게 모진말을 했던 자신을 죽여버리고싶었다. 왕이보는 애절하게 샤오잔의 이름을 부르며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그땐 내가 아무것도 몰랐어. 정말이야. 쟌쟌. 내가 정말 어리석었어. 그러니까-"
"니가 외면했던 그아이. 확실히 니아이였어. 근데 넌 믿지못했어, 그런 너한테 내가 뭘 바래야하는데? 너의 사랑? 믿음?"
"내가..내가!!! 전부 어리석었어. 미안해, 그니까 제발 이리와, 응?"
조금만 더 가면 손을 내밀수있는 지척까지 왕이보가 도착하자 샤오잔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아니, 니가 날 믿지못했던 그순간부터 우리의 관계는 끝이었어. 그러니까, 안녕."
"샤오잔!!!"
왕이보가 손을 뻗어 잡을새도 없이 샤오잔은 다리에서 발을 떨어트렸다. 서둘러 달려가 손을 뻗어보았지만 왕이보의 손은 허공을 붙잡았고, 샤오잔은 눈을 감은채 강으로 떨어졌다. 풍덩-하고 큰 소리와 함께 샤오잔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왕이보 또한 그대로 강을 향해 자신의 몸을 날렸다. 절대로, 절대로 죽게할순없었다. 어렵게 깨달은 사랑을 제 눈앞에서 잃어버릴수없었기에 왕이보는 거침없이 차가운 강으로 제 몸을 던졌다. 풍덩-하고 또다른 큰 소리가 강가에 울려퍼졌다.
샢으로 이주해서 이삿짐푼다!
왕샤오
댓글
센세?!!!!내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ㅜ사랑해ㅜㅜㅜㅜㅜ
미친 내센세 !!!!!!!!!!!! 어디가지마 센세ㅠㅠㅠㅠㅠ
학창시절이랑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니까 존나 아련 터짐ㅠㅠㅠㅠㅠㅠㅠ
센세 그래서 강물에 빠진 왕샤오 어케 되는지 어나더어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