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자는 회귀자가 스토리텔러의 기능을 거의 못하는 기이한 회귀물이다

https://sngall.com/articles/101740
2025/05/22 21:39
조회수: 30

구중자는 정말 특이한 구성을 가진 작품임. 회귀물의 큰 묘미는 주인공의 회귀 사실이 당사자와 극소수의 주변인, 그리고 관객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비밀이라는 데에 있음. 즉 작품보다 한 차원 위에서 작품 속 줄거리를 들여다보는, 다른 인물과는 차별화된 시각을 주인공이 관객들과 공유한다는 게 재미 요소인 거임. 이걸 이루기 위해서는 회귀자인 주인공이 스토리텔링의 중심이 돼서 자신의 시각을 관객들한테 제대로 보여줘야 함. 자기가 알고 있는 게 뭔지, 그걸 바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객과 공유해야 한다는 거임. 그런데 구중자는 그러지 못함. 회귀자의 생각 자체가 거의 묘사가 안 되기 때문임. 구중자는 두소가 처음 회귀해서 유년기를 보낼 때까지는 두소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두소라는 인물을 관찰 대상처럼 표현함. 두소는 이 작품의 본질인 회귀의 속성을 가졌음에도 놀랍도록 그 내면이 적게 묘사되는 주인공임. 다른 작품은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레이션, 혼잣말, 주변인에게 털어놓는 말 등으로 열심히 묘사를 하는데, 구중자는 시작 부분만 빼고는 주인공의 생각을 최소한으로 전달함. 즉 두소 얘기는 2화까지는 전지적 작가/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3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전개됨. 주인공이 뭘 하든 행동만 있고 생각이 없음. 회귀물인데 회귀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공유가 안 됨

그럼 여주를 대신해서 다른 주인공이라도 회귀자 시점을 보완해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님. 구중자의 줄거리는 세 사람의 인연이 얽혀서 회귀가 일어났다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두 주인공은 회귀자 스토리텔러가 될 수 없게 하는 매우 특이한 제약을 갖고 있음. 우선 송묵은 사실상 회귀자가 아님. 회귀자라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함. 회귀의 본질이 뭐임? 만약 내가 10년 전으로 회귀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10년 어려질 거임. 그럼 그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회귀자임? 아니잖아. 나만 회귀자지. 그 이유가 뭐임? 나만 기억이 있기 때문임. 기억이 있어야 회귀라고 할 수 있는 거임. 그런데 송묵은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음. 그럼 이게 회귀야? 다른 캐릭터랑 다른 점이 없잖아.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오직 그 한 마디 때문에 송묵을 회귀자라고 볼 수 있는 거냐고. 그냥 회귀할 때 옆에 있던 사람이라고 봐야지 

그리고 기영도 마찬가지임. 물론 기영이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졌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암시됨. 그런데 문제는 여주가 기영의 그 기이한 말을 다 듣고도, 기영과 어릴 때부터 친척이었다면서도 기영이 자기처럼 회귀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임. 11화에서야 두소는 기영에게 미래를 알고 있냐고 운을 떼는데, 기영이 가로막으니 이마저도 그냥 관둬 버림. 희한하게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여주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음. 물론 이 시점에서 기영이 미래를 안다는 사실 자체는 거의 분명해짐. 하지만 문제는 기영은 전생에서부터 예언서를 가진 사람이었기에 이번 생에서도 그런 예언의 영역에서 미래를 아는 건지, 아니면 전생을 살아봐서 미래를 아는 건지 저기까지만 봐서는 분명치 않다는 거임. 이러면 기영이 실제로 회귀자고 아니고를 넘어선 문제가 생김. 기영이 실제로 회귀자가 맞다 해도, 회귀자로서의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서는 그의 회귀 사실이 작품 내에서 분명한 사실로 드러나야 함.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부분을 최대한 오래 미스테리로 남겨두려 하기에, 기영은 설령 회귀를 했어도 회귀자 스토리텔러가 될 수 없음. 다시 말해 기영이 회귀자인 걸 시청자에게 감추려 하는 상황이니 기영 시점의 전개를 할 수가 없다는 거임

그러니 이 작품에서 회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건 딱 여주 한 명 밖에 없음. 딱 두소 한 명 때문에 이 작품이 회귀물인 거임. 그런데 그런 두소의 시점이 저렇게 밖에 표현이 안 되는 거임. 이렇다 보니 구중자는 회귀물의 본질과 상당히 동떨어진 작품이 돼버림. 구중자의 전개는 사실상 똑똑한 소녀가 어렴풋한 예지몽을 꿨다는 설정으로 시작했어도 별 차이가 없었을 전개임

한 마디로 구중자는 설정과 구도가 맞지 않는 작품 같음. 구중자는 여남주의 시점을 거의 비등하게 등장시키는데, 이런 구도는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 설정에는 맞지 않아 보임. 회귀물의 저런 구도는 도화년처럼 여남주가 대등한 경험을 가진 회귀자이며 그 사실을 서로 공유하는 작품에나 적합한 거고, 구중자처럼 여주가 모든 사실을 쥐고 얘기를 전개해야 되는 작품에는 전형적일지라도 묵우운간처럼 여주한테 초점화자로서의 권위를 확 몰아주는 구도가 더 적합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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