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고장극 빙의물이 중반부터 노잼되는 이유
현대인은 기본적으로 전근대 캐릭터처럼 독하거나 특징적이지 않음. 특히 무협이나 선협 주인공에는 비할 수가 없음
고장극에 빙의를 하면 주인공은 처음에는 일단 빙의 사실을 감추느라 원래 인물의 성격에 맞춰서 연기를 함. 주변 사람들도 다 주인공을 평소 그 인물을 대하던 방식대로 대함. 이 과정에서 그 빙의 대상이 갖고 있던 고장극에서만 가능한 특성들: 독했다든지, 포악했다든지, 천재적이었다든지 등등이 밝혀지면서 흥미 요소가 됨. 여기까지가 대부분 빙의물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임
그런데 그 이후가 되면 점점 주인공이 캐붕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그 빙의캐의 원래 특성은 싹 사라지고 현대인인 주인공의 특성만 남게 됨. 대부분의 주인공은 고장극에 들어갔으면서도 꼭 현대 사회에나 어울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함. 적한테 잘해줘서 마음을 얻는다든지, 가시 돋힌 사람한테 따뜻하게 대해줘서 해감시킨다든지, 만민평등 사상으로 교화한다든지 ㅋㅋㅋㅋ 그런데 그게 현대극에서 기껏해야 기업 합병 얘기 중일 때는 적절한 전개일지 몰라도, 제국의 왕조가 뒤집히고 전쟁나고 궁 안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암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관에서는 너무 허무하고 재미 없게 느껴짐. 강렬한 줄거리와 인물 소개로 초반에 관심을 확 끌어놓고 뒤는 그냥 물 탄 것 같은 맹탕이 돼버리는 거임
그런데 만약 주인공이 처음에는 현대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그러다 큰코 다치고 나서는 과거인들처럼 타락한다든지, 아니면 내내 그 생각을 못 버리다가 보기좋게 패배해서 파멸한다든지 그런 전개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엄청 참신할 거임. 그런 전개가 도입된다면 빙의물이 이렇게 천편일률적이지 않을 거임. 그런데 대부분의 현대->고장극 빙의물은 주인공이 극중 인물들은 못 가진 미래 지식+줄거리 배경지식의 '치트키'를 갖고 들어가서 남들보다 한번 잘나가는 사람이 돼 보고, 한번 떵떵거리며 살아보는 줄거리로 시청자들한테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 쓰여진 것들이라 저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음. 주인공이 21세기식 사고방식으로 대하면 그 천하의 악인들이 전부 감동해서 마음이 녹고 모든 게 마법처럼 다 주인공 뜻대로 해결되면서 장르가 바뀌어버리는 걸로 전개됨. 고장극의 재미는 인물에게 현대에는 없을 제약이 걸린다는 것에서 오는데 빙의물은 그 제약을 시작할 때만 거는 척하고 나중에는 싹 버려 버림. 그러면 굳이 고장극에 '빙의'해서 정말로 그 세상에 들어가 있다고 설정한 의미가 없어짐. 그냥 '현대인 주인공이 방에 앉아서 치트 모드로 고장극 게임을 하고 있다'라는 줄거리로도 똑같이 전개할 수 있는 내용이 돼버림. 이러니까 중간부터 재미가 없어지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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