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망국의 공주였다 삼십일나더
이보는 밥을 씹어 먹는건지 아니면 자신을 씹어 먹는건지 헷갈리게 할 만큼 저를 잔뜩 노려보며 밥을 우걱우걱 먹고있는 룬룬 때문에 아리송 했음.대체 뭣때문에 그러는 건지...한숨을 작게 내쉬자 볼이 빵빵해질만큼 밥을 잔뜩 물고있는 룬룬이 숟가락을 탕!소리가 나도록 내려놨음.
"공주는 갈수록 불손하고 불경하구나.뉘 앞인줄은 알고나 있는게냐."
"누구긴 누구야 내 애인이지...갈수록 불손해지고 불경해지는 제가 싫으면 헤어지던가요."
"대체 뭣때문에 심통을 부리는 것이냐."
"심통 부린적 없거든요?"
팔짱까지 척 끼고 고개를 휙 돌리니 원래라면 아무리 어여삐 여긴다 해도 감히 황제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굴었으니 당장에 저것의 목을 치라며 끌려 나가게 만들었을텐데 룬룬이라서 이보는 성질을 억누르는 중이었음.답답한 듯이 이보가 이번엔 긴 한숨을 내쉬었고,툴툴 거리던 룬룬은 이보의 긴 한숨에 눈물이 저절로 나왔음.
심통을 부릴땐 언제고 갑자기 세상 서럽게 울고 있으니 이보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했음.잘못한게 없음에도 잘못한거 같은 느낌을 받은 이보는 아예 얼굴까지 가려가며 꺼이꺼이 우는 룬룬에게 다가가 울고있는 룬룬의 머리를 감싸 안았고,룬룬은 이보의 허리를 끌어안고 아예 목놓아 울어버렸음.
"다 울었느냐."
"쪽팔려..."
"쪽...?그게 무슨 뜻이지?"
"창피하다고요."
"무엇이 창피하느냐."
"몰라요 나도.이게 다 임신을 해서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야."
너무 울어서 눈가는 벌겋게 짓물렀지 그리 울었어도 아직도 서글픈지 입은 삐쭉 거리니 이보는 식후 산책이라도 하자며 룬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음.침전에서 나와 도화궁의 앞뜰로 나오자 여기저기를 뽈뽈 거리며 돌아다니는 두부가 제 주인을 알아보고 깽깽 짖으며 달려왔고,이보는 꼬리가 빠지도록 흔드는 두부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려 룬룬의 품에 안겨줬음.
"바람이 아직은 차구나."
"폐하."
"응."
"황후마마랑...합궁 하셨다면서요?"
"했지."
"하씨...개짜증나.그런데 반박을 못하겠네?"
"무슨 소리지?"
"그렇잖아요?난 따지고 보면 폐하의 내연녀고 황후마마는 본처인데 본처 속 다 뒤집어 놓고서는 정작 내남자가 본처랑 부부관계 맺는걸로 내연녀가 심술이 나는건 그거야 말로 내로남불이지."
현대였으면 난 분명히 본처한테 머리털 다 뜯기고 물싸대기 맞고 상간녀 고소로 위자료를 바쳤겠지...룬룬이 중얼거리는 동안 이보는 고개를 갸웃 거렸음.내로남불은 무슨 사자성어인지...그보다 룬룬이 심통이 났던 이유가 황후와의 합궁 때문이라고 하니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음.그런데 이를 어쩌나...황후와의 합궁은 3일을 하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황후와의 합궁을 하기 위해 늦은밤에 황후전으로 향하던 이보는 가는 길목에 드러 누워있는 룬룬을 보게됐음.아니 왜 저기에 드러누워 있는건지...가마를 세우라고 한 이보는 가마에서 내려 땅바닥에 드러누운 룬룬에게 갔고,룬룬 때문에 모든걸 다 내려놓고 포기를 한 미옥이 이보에게 인사를 올렸음.
"예서 뭘 하는게야."
"폐하는 상관하지 말고 가던길 가세요.저는 여기에 좀 더 누워서 밤하늘의 별이 몇갠지 셀거니까요."
"평생을 살아도 다 세지도 못할것이다.아직은 땅에서 찬기운이 올라오니 얼른 일어나거라.뭐하느냐 공주를 일으키지 않고."
"공주마마 이젠 일어나세요."
"안일어나!안일어난다고!날 내버려 둬!"
"공주마마 저도 참을만큼 참았어요."
"어우씨!너 힘 왜이렇게 쎄?"
미옥이 한번에 일으키는 바람에 힘도 못 쓰고 일어난 룬룬은 자긴 별이 몇갠지 세봐야 한다고 하는데 미옥은 듣는 시늉도 하지않고 룬룬을 질질 끌고갔고,이보는 다시 가마에 올라 황후전으로 갔음.그리고 하루가 지나 또 밤이 왔고 황후전으로 가던 이보는 어제밤에 이어 오늘도 가는 길목에 있는 룬룬을 보게됐음.어제는 바닥에 드러누워 있더니 오늘은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음.이 야밤에 그림이라니...보이기는 한가...
"공주.여기서 뭘 하느냐."
"보면 몰라요?그림 그리잖아요?"
"보이긴 하느냐?"
"달빛이 저리 밝은데 당연히 보이지요!"
"대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게야."
"관종짓 하는데요?"
"무슨 짓?"
관종이요.나한테 관심을 가져달라는 짓이요.합궁을 하러 황후전으로 가는걸 뻔히 알면서 그 길목에서 관심 가져달라고 바닥에 드러눕고,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이보는 헛웃음이 나왔음.보통 후궁이라면 황제와 황후의 합궁을 방해하는건 꿈도 못꿀 일인데 후궁도 아닌 룬룬 말대로 애인이라 그런지 마냥 귀엽기만 했음.하지만 황후와의 합궁은 해야하는 의무였기에 어제에 이어 해탈의 경지에 오른듯한 미옥에게 룬룬을 뫼셔가라 일렀음.
"결국엔 황후한테 가버렸어."
"어쩔 수 없는거잖아요?"
"이정도의 관종짓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건가?차라리 스트립쇼를 할걸!"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은건 아닌듯 하니 절대로 하지 마세요."
투덜투덜 거리며 도화궁으로 가는데 궁녀 몇명이 지나가며 하는 말에 룬룬의 귀가 쫑긋 해졌음.뭐?오늘에야 말로 합궁을 하면 황후가 수태를 할지도 모른다고?수태는 따놓은 당상이라니...미옥아 수태가 뭐야?순진무구한 룬룬의 질문에 미옥은 당황을 했음.뭔지도 모르시고 화를 내려 하셨어요?수태가 뭐긴 뭐에요.회임이 가능하다는 뜻이지...룬룬은 입이 쩍 벌어졌음.아니 그럼 내새끼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거람?
룬룬을 깨우려고 침전에 들어온 미옥은 눈밑이 퀭한 몰골로 침상에 앉아있는 룬룬을 보곤 흠칫 거렸음.황후가 회임이 될거라니...그럼 얜 어떻게 되는거야...아니 물론 애초에 난 후궁도 아니니 사생아인건 변함이 없다지만 황후가 애를 가져서 낳으면 얜 진짜 앞길이 꽉 막힌거나 다름없잖아...밤새 그 생각을 하느라 한숨도 못잔 룬룬이었음.애를 생각하면 황제의 후궁이 되어야 하지만 후궁이 됐다간 황후한테 괜히 트집 잡힐게 뻔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음.
"폐하,신첩과 같이 조반을 드시지 않겠습니까."
"내 입맛이 없으니 황후 혼자 드시오."
"폐하..."
"사흘간 합궁을 하느라 고생이 많았소."
이보는 환복을 하자마자 황후의 침전에서 나갔고,아직 침의 차림을 하고있는 황후는 주먹을 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음.황후전을 나선 이보는 도화궁으로 가라 일렀고,이보가 단 가마는 도화궁으로 향했음.도화궁 앞에서 가마를 세운 이보는 다들 물러 나라며 도화궁 안으로 들어갔고,도화궁을 지키는 호위병사들과 궁녀들이 이보에게 인사를 올렸음.
룬룬의 침전 안으로 들어가니 룬룬은 없고 룬룬의 동생인 9왕자가 있었음.공주는 어딨냐는 물음에 9왕자는 차를 한모금 홀짝 마시곤 누님께선 목욕 중이시라며 빈 찻잔을 집어들어 차를 한가득 따랐음.9왕자의 앞에 앉은 이보는 향긋한 안락초 꽃잎차를 한모금 마셨음.
"안락초를 얻으셨으니 좋으시겠습니다."
"말에 어폐가 있구나."
"그깟 안락초의 무엇이 탐이 나셨기에 연국을 그리 만드셨습니까."
"공주의 동생이라 해도 짐은 그대의 불경함을 너그러이 받아주지 않으니 입을 다물거라."
"안락초가 탐이 나셨다면 차라리 연국과 거래를 하지 그러셨습니까.그랬다면 연국도 무사했을테고,누님도 연국에서 행복해 하셨을텐데요."
찻잔이 부숴지도록 내려놓은 이보가 탁자를 뒤엎어 버리자 9왕자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로 의연하게 이보를 똑바로 응시했음.자신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건 아무리 정인의 동생이어도 허용이 안됐기에 이보는 9왕자의 목을 비틀어 버릴것처럼 움켜 잡았고,9왕자는 이보의 팔목을 잡았음.
"폐하.누님을 놓으십시오."
"그대는 짐과 공주의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
"폐하께선 누님을 믿으십니까?"
"그 입을 찢어야 다물 것이냐."
"얼마나 믿고 있습니까.누님께서 폐하를 은애한다고 그리 믿으십니까?"
"그 입...다물어라."
9왕자는 피식 웃으며 누님은 폐하를 은애하지 않는다.누님은 그저 살기위해 폐하를 은애하는 척 할 뿐이라며 누님은 진역국의 왕비가 되셔야 하니 이 더러운 손 치우고 누님을 놔주라고 했음.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침전으로 온 룬룬은 아침부터 남의 방에서 몸싸움이나 하고있는 이보와 9왕자 때문에 얼이 나갔음.이게 머선일이고?
이보등륜
댓글
아니 동생 미췬넘이야? 걍 뒈져라 ㅅㅂ
룬룬 앞으로의 일이 고민이긴 하겠다 그럼 황후하자!!
이거 존나 비지니스같음 ㅠㅠ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이게 머선일이얔ㅋㅋㅋ동생새끼 너뭐냐곸ㅋㅋㅋㅋ
시바 이보 오해하는거 아니냐ㅠㅠ 존나 동생놈이 도움이 안되는것이에요
황후도 좆같은데 동생놈이 아주그냥🤦♀️ 버라이어티한 룬룬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