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망국의 공주였다 이십구나더
연국 공주의 궁녀인 미옥이 뵙기를 간청 한다기에 이보는 설마 공주에게 무슨일이 생긴줄 알고 서둘러 들이라 했음.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들어온 미옥이 이보에게 인사를 놀리려 하자 이보는 인사는 됐다며 거절을 했음.인사를 생략하자 미옥은 소매에서 부적이 붙은 짚 인형을 꺼냈고,내관은 그것을 받아 이보에게 전달했음.
"이게 무엇이냐."
"도화궁에서 발견 됐사옵니다."
"뭐라...?"
"폐하.소인의 생각으로는 공주마마께선...누군가에게 저주를 받는것 같습니다."
저주가 아니고서야 의술에 도가 튼 어의감 마저 병증을 모를 순 없는거라며 거의 확신에 들어찬 목소리로 말했고,이보는 그동안 룬룬이 후궁들에게 목숨을 여러번 위협 받은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누군가가 룬룬을 투기해서 이런일을 벌였을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음.하지만 누가 이런짓을 했는지 심증이 가는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니 이보는 진범을 잡기위해 은밀히 황후와 후궁의 처소에 사람을 심어놨음.
두부를 안고서 멍하니 흩날리며 떨어지는 복숭아 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룬룬은 저 떨어지는 꽃잎들이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느껴졌음.마지막 잎이 떨어질때 죽는것처럼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면 나도 죽게 되겠지?아...씨발...그런 존나 억울한데?겨우 황제놈한테 끔살을 피하게 됐는데 병명도 모르는 불치병에 걸리다니...내가 불치병이라니!인생 시발...이번생도 망했어요.
"아무래도 폐하께서 눈치를 채신것 같다."
"예?"
"혹시...저주인형이 발각되기라도 한건 아니겠지?"
"발각 됐더라도 다른 후궁이 했을거라고 의심 할겁니다."
"그랬다면 폐하께서 내 처소에 사람을 심었을리가 없지!"
황후는 자신이 룬룬에게 저주를 걸고 있으면서 황제에게 의심을 받고 있는게 기분이 나빴음.결국엔 폐하께서도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거겠지...도국의 황후가 된지도 수년째건만 황후는 이보의 마음에 들어간적이 단 한번도 없었음.물론 이보는 황후로써 제대로 대우를 하곤 있다지만 그게 전부였음.정식 합방때도 색사를 한 횟수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음.
"공주마마.폐하께서 납시었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
침상에 힘없이 누워있는 룬룬은 이보가 들어오자 일어 날 기력도 없어 누워서 손만 슬쩍 흔들었음.누군가가 본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테지만 볼사람이라곤 이보 뿐이니 이보는 대수롭지도 않게 침상에 앉아 헬쓱해진 룬룬의 뺨을 어루어 만지며 몸은 좀 어떻느냐고 물었음.룬룬은 꼬물꼬물 움직여 이보의 허벅다리에 머리를 베고,이보는 누워있느라 머리 장신구 하나 없는 룬룬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폐하...나 벌떡 뒤지면 땅에 묻지 말고 불에 홀라당 태워줘요."
"화장을 해달라 이말이냐."
"넹.땅속은 답답할거 같아요.그러니까 꼭 불에 홀라당 태워서 바람에 날려줘요."
"공주."
"넹."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죽긴 누가 죽는다는 게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후 처리를 부탁하는게 괘씸한지 이보는 아프지 않게 이마를 딱콩 때리고 옷춤에서 부적이 붙은 짚 인형을 꺼내 보여줬음.뭐여 이 흉측한 지푸라기는...생긴것도 꼭 저주하는 인형같네.그런 생각을 하는데 이보가 딱 생각한것과 똑같은 말을 했음.누군가가 이걸 도화궁에 묻어놓고 저주를 걸고 있는거 같다고 하니 힘알탱이 하나없던 룬룬은 어디서 힘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 앉았음.
이런 니미 씨부랄!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질 하는것도 한두번이지!어떤 개썅년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져버리겠어!확 그냥 창자를 끄집어 줄넘기를 해버릴까 보다!으아아아아앍!!!!!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름시름 거리던 룬룬이 벌떡 일어나 차마 입에 담기도 무서운 말을 퍼붓더니 별안간 괴성을 지르고 있으니 이보는 저게 과연 여인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이 맞는건지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닌지 입을 다물지 못했음.
"폐하."
"그,그래..."
"난 이제부터 화려해질거야.복수는 화려해야 제맛이거든."
"복수와 화려함이 무슨 상관이 있어서..."
"내 말에 토 달지마라?"
"불손하고 불경한 공주 같으니라고."
말로는 불손하고 불경하다 하는데 눈은 마냥 사랑스러워 하니 룬룬이 장난으로 뺨을 후려쳐도 이보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사람이었음.병에 걸린게 아니라 저주를 받아서 죽을병에 걸린 환자 코스프레를 당하게 된걸 알게됐으니 룬룬은 분노의 칼을 갈기로 했음.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 주마.
"누님.몸은 어떠십니까."
"개소리 할거면 썩 꺼져."
"제가 알고있던 누님은 그런 상스런 말을 한적이 없으셨습니다.어찌 이리 다른 사람처럼 변하신겁니까."
"미옥이한테 얘기 못들었어?나 머리 다쳐서 기억이 다 날아갔거든."
"아무리 기억을 잃으셨다 해도 본성은 남아있기 마련인데..."
"그렇겠지.하지만 어쩌면 이게 내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잖아?기억을 잃음으로써 그동안 억눌러왔던 숨은 본성이 깨어난거겠지."
9왕자는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알고있었던 누님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음.꼭 누님의 껍질을 뒤집어 쓴 다른 누군가 같은...도국 황제에 의해 연국이 멸망하고,형님들과 누님들이 죽어가도 꼿꼿한 자세로 도국 황제를 증오하고,멸시하고,경멸하던 그 누님께서 볼모로 잡혀온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잠깐 못본 사이에 사람이 그렇게 확 달라진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음.
도화궁에 저주 인형을 묻어놓은 일로 황궁의 경비는 더욱 삼엄해지자 황후는 무녀를 궁에 부르는 것은 삼가 하기로 했음.당분간 그년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경비가 조금은 느슨 해지겠지...목숨이 질기기도 하지.그렇게 쎈 저주를 걸었는데 죽지도 않아.황후는 의심 받을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며 궁녀에게 명령을 내렸음.
"공주마마 다 됐어요."
"좀 허전한데?"
"네?이미 충분히 과하신데요?"
"아니?좀 더 화려하게 해줘.그래야 아무도 날 건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지."
화장도 더 진하게 하고,머리도 화려한걸로 장식을 한 룬룬은 옷도 장인이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다가 눈깔이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킹리적 갓심이 들게 만드는 금실 자수의 비단으로 지은 옷으로 입었음.금실 자수가 들어간 옷감은 황후만이 입을 수 있는데 후궁도 아니고 하물며 첩지를 받지도 않은 망국의 공주가 황후만이 허락한 금실 자수의 옷을 입었으니 이는 황후를 견제 한다는 것과 다를게 없었음.
룬룬에게도 좋고,뱃속 아기에게는 더 좋은 탕약 한사발을 시원하게 때린 룬룬은 황후와 후궁들이 하하호호 다과를 즐기고 있다는 곳으로 직접 행차를 했음.어떤년인지 걸리기만 해봐라...그 날로 병풍 뒤에서 향 냄새 맡게 해주마.이제 좀 기운좀 차렸다고 씩씩하게 가던 룬룬은 얼마 못가 숨이 차 헥헥 거렸음.이 망할놈의 물몸뚱이 같으니라고.미옥의 부축을 받으며 도착을 했고,하하호호 하면서도 서로 눈치로 견제 하느라 바쁜 황후와 후궁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룬룬을 보곤 입이 쩍 벌어졌음.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저도 한자리 해도 되겠습니까?"
"첩지도 받지않은 망국의 공주 따위가 감히 어딜 끼겠다는 겁니까?"
"폐하의 총애를 좀 받는다 해서 세상이 다 망국 공주의 것인줄 압니까?"
"너네한테 물어본거 아니니까 너넨 좀 짜져."
"짜,짜져?"
"짜져가 무슨 뜻입니까?"
룬룬이 황후를 향해 눈웃음을 치며 차 한잔 얻어 마셔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하자 황후는 찻상을 뒤엎고,뺨이라도 한대 치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있으니 입꼬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해 홀몸도 아닌 몸으로 예 까지 오셨으니 그냥 보낼 순 없다며 한 자리를 내어줬음.룬룬이 나오지도 않은 배를 손으로 받치며 한자리 꿰차고 앉으니 황후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음.
이보등륜
댓글
오 화려한 룬룬 ㅋㅋㅋ
그,그래... 시발 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룬룬도 만만치않은 또라이임ㅋㅋㅋㅋㅅㅂㅋㅋ
와우~ 복수는 화려하게 ㅋㅋ
임신유세 떠는거 왤케 커엽냐 시밬ㅋㅋㅋ저러니 이보가 좋아하는듯
아 동생새끼 존나 불안함 ㅠㅠ
그러고보니 ㄹㅇ 후궁도 아니잖아 미친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