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G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 이보는 냉장고를 열어 맥주 한캔을 꺼내고 냉동실을 열어 맥주 전용 얼음컵도 꺼냈음.티비앞에 앉아 맥주를 따 얼음컵에 맥주를 가득 따라내 벌컥벌컥 마신 이보는 뼛속까지 시원하고 차가운 맛에 저절로 캬아아아~소리를 냈음.

"행복이 별거야?이게 행복이지."

퇴근하면서 미리 주문했던 치킨이랑 같이 시원함을 넘어 차가운 맥주로 고된 하루를 싸악 날리며 티비를 보는데 문득 쎄한 촉이 와서 고개를 휙 돌리니 바선생과 아이컨텍을 하게됐음.바선생과 아이컨텍을 한 이보는 으아아앍악끄앙!소리를 질렀음.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혹은 뜨겁게 달궈진 소금구이판에 올라간 생새우처럼 파다닥 파다닥 거리며 난리 버거지를 친 이보는 바선생이 사라지면 바선생 하나 잡겠다고 불을 지를것 같아 테이블에 있던 머그컵으로 바선생을 가둬놓는데 성공했음.

"저거...어떡하지..."

가둬놓는데 성공은 했다지만 정작 잡을 수 없으니 발을 동동 구르다가 핸드폰을 집어들어 근당마켓에 들어갔음.바선생 잡아주실 분 구합니다.사례금 5만원 드려요!등록을 하니 5분도 안되 챗이 왔음.

[진짜 5만원 줘요?]

<네네네네네넨!5만원 드릴게요ㅠㅠㅠ>

[장기 터는거 아니죠?]

<절대로 아니에요!>

[주소요.]

이보는 집 주소를 알려줬고,상대방은 15분이면 된다고 함.바선생 잡으러 와줄 은인이 생겼으니 이보는 최대한 바선생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15분을 버텼음.15분이 지나고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벌떡 일어난 이보는 문앞으로 갔음.

"근당이세요?"

"네.문 열어주세요."

슬쩍 문을 연 이보는 좁은 틈으로 바선생 잡으러 와준 사람을 살펴봤음.오...존잘이다.설마 나쁜놈은 아니겠지?문을 활짝 열었음.바선생 잡으러 와준 존잘남은 집안으로 들어와 어딨냐고 물었고,이보는 엎어놓은 머그컵을 가리켰음.존잘남은 주머니에서 휴대용 휴지를 꺼낸 다음에 머그컵을 살짝 기울이며 능수능란하게 휴지로 바선생을 잡았음.

"이거 그냥 버리면 안되니까 담을만한거 주세요."

"아!넷!"

이보는 주방으로 튀어들어가 미니 지퍼팩 하나를 꺼내왔고,존잘남은 휴지로 감싼 바선생을 미니 지퍼팩에 넣어 꼼꼼하게 봉인을 했음.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는지...이보는 멍하니 보다가 정신 차리고 5만원을 줬음.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하마터면 집에 불 지를뻔 했어요!"

"바선생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잘 살펴보세요."

"네!"

"그럼..."

존잘남이 떠나려고 하자 이보는 아쉬웠음.내가 이렇게 남자한테 아쉬운적은 없었는데...아쉬워 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자 존잘남은 핸드폰을 꺼내 이보한테 내밀었고,이보는 존잘남을 봤음.

"그...번호...찍어주세요."

"네?"

"남자친구 있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없어요 그딴거!"

이보는 시선을 존잘남한테 고정하고 번호를 토도도독 찍었음.통화 버튼을 누른 존잘남은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리자 종료 버튼을 눌러 번호 저장해달라 했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나이는요?직업은요?"

"저는 송위룡이고 나이는 스물세살이고 아직은 학생입니다."

"아...저는 왕이보에요.나이는 스물네살,회사 다녀요."

"그럼 누나라고 부를게요.앞으로 누나집에 나오는 벌레는 내가 다 잡아줄게요."

나만 믿으라며 위룡이 웃자 이보는 집에 어떤 벌레가 나와도 더는 무섭지가 않을것 같았음.벌레 잡아주는 남자라니...멋져...

위룡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