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입맛도 바뀐다더라-이보등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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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00:40
조회수: 360

자수성가로 성공한 이보의 어린시절은 좋은 추억이 없었다.아버지는 돈만 있으면 노름을 하러 나갔고,어머니는 무직에 밥만 축내며 노름만 하는 그런 아버지를 뒷바라지 하기위해 시장에서 생선을 팔았다.그래서인지 밥상엔 생선이 매일 올라왔고,생선 비린내에 이보는 학급 친구들에게 물고기냐고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아무리 씻어도 베인 생선 비린내는 이보를 서럽게 만들 뿐이었다.그래서 이보는 생선이라면 지긋지긋했고,노름으로 가세를 더 기울게 만드는 아버지도,그런 아버지를 놓지 못하는 어머니도 싫어서 중학교 졸업 하자마자 이보는 가출을 했다.가출을 하면서 안해본 일이 없었다.일단 돈을 벌 수 있는건 다 했다.

"왕사장도 이젠 가정을 꾸려야 하지 않겠어?"

"해야죠."

"만나는 아가씨는 있고?왕사장이야 인물이 있으니 만나는 아가씨 한둘은 있겠다만."

"없습니다."

"그래?의외네...그럼 내가 아가씨 한명 소개 해줄까?내 거래처 사장 딸인데 나이도 자네랑 비슷해.이혼해서 애 하나 딸린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서로 잘 맞으면 그런건 흠이 될건 없죠."

나이가 지긋한 남자는 그럼 주선 할테니 날짜 잡히면 연락을 주겠다 했고,이보는 연락 기다리겠다며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악착같이 돈을 모은지 10년.모아둔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자리를 잡기까지 10년.도합 20년이란 시간동안 바쁘게 살았던 이보는 쉴 틈이 없을만큼 바빠서 연애를 하더라도 그다지 오래 가지는 않았다.

맞선약속을 한것도 까맣게 잊고 지내며 바빴던 이보는 맞선 날짜가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그쪽 집안에서도 이혼한 딸의 맞선을 양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며칠이 지나 맞선 장소로 간 이보는 큰 기대없이 기다렸고,한 여자가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접근을 하고 있었다.

"왕이보씨 맞죠?"

"예."

"등륜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앉으세요."

등륜이 맞은편에 앉으며 핸드백을 의자와 등 사이에 놓자 웨이터는 주문을 받겠다며 이보와 등륜에게 메뉴판을 하나씩 건냈다.스테이크로 주문을 하고나서 메뉴판을 다시 웨이터에게 넘겼고,등륜은 애 딸린 이혼녀인건 알고 나오신게 맞냐고 물었다.

"저는 등륜씨가 애 있는 이혼녀인게 흠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요즘 시대에 이혼이 흠도 아니고요."

"이보씨는 좀 색다르네요.보통 애딸린 이혼녀라고 하면 저를 어떻게든 낮게 보려고 하는데 이보씨는 그렇지 않으니 마음이 놓이네요."

"마음이 놓인다니 다행입니다."

"제 아들 한번 보실래요?어쩌면 새 아빠가 되주실지 모르잖아요?"

이보는 보여달라 했고,등륜은 핸드폰을 꺼내 터치를 몇번 하더니 이보를 향해 화면을 보여줬다.아이가 어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컸다.여덟살...아니면 아홉살 정도 되보였다.이혼은 언제 하셨냐고 물으니 핸드폰을 다시 넣는 등륜은 3년 됐다며 전남편을 험담했다.등륜의 전남편은 가진거라곤 몸뚱이면서 아내가 사준 차,아내가 태워준 낙하산,아내가 산 집을 마치 자신의 것마냥 굴며 바람을 폈는데 너무 같잖아서 상간녀에게 너 가지라며 전남편을 맨몸으로 만들어 내쳤다고 한다.

"재혼 생각은 있으십니까?"

"있으니까 이혼 했어도 맞선을 보러 다니겠죠?이보씨는 결혼하면 초혼인데 저랑 할 수 있으시겠어요?"

"못할것도 없죠.우선은 더 만나보고 결혼을 전제로 만날지 결정 합시다."

맞선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상태로 마무리가 됐다.등륜은 연락 기다리겠다며 연락처를 알려줬고,이보는 조심히 들어 가시라며 차 문을 닫아주었다.어차피 결혼을 해야 한다면 상대방이 이혼을 한번했든 두번했든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그저 기본만 맞춰 살면 충분히 갈등없이 살 수 있을것 같았다.

이틀이 지나 이보는 등륜에게 에프터 신청을 하며 다음 약속을 했다.등륜은 흔쾌히 에프터를 받아들였다.두번째 만남은 미술관에서 가졌다.날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란 등륜은 그림을 보는 예술적 감각을 가졌지만 남이 그린 그림따위 보러 갈 시간조차 없었던 이보는 이게 그림인지 낙서인지 예술을 보는 감각따윈 갖고있지 않았다.

"사귀죠 우리."

"우리 오늘로 세번째 만남인건 알고는 있으시죠?"

"세번 만났으니 충분합니다.결혼을 전제로 사귑시다."

"그래요."

세번째 만남을 갖는 오페라 공연장에서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로 했다.서로의 이해관계에 불과한 연애라고 생각했지만 만남은 이어질수록 감정의 폭이 깊어지고 넓어졌다.이보는 얌전을 떨다가도 아들 얘기만 하면 머리풀고 주접을 부리는 등륜이 귀엽게도 보였다.결혼을 전제로 사귄지 10개월차에 접어들자 이보는 등륜의 부모님께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하러 가게됐다.

외할머니 뒤에 붙어서 낯을 가리는 등륜의 아들인 저위와 인사를 한 이보는 등륜의 전남편을 본적은 없지만 아들의 얼굴에 전남편의 얼굴은 없어 보였다.마치 작은 등륜 같았다.출아법이 따로없는 복사판 같은 모자를 보고 있자니 유전자의 신비를 새삼 느꼈다.간단히 호구조사를 빙자한 대화를 나눈 후에 식사 시간이 됐는데 커다란 도미찜과 참치회에 멈칫했다.생선이라면 아주 치가 떨리는데...

"우리애가 육고기보단 물고기를 좋아하는데 데이트 할때마다 곤혹이었죠?"

"예?아...아닙니다."

"얘가 특히 회라면 아주 환장을 해요.회 킬러가 따로 없다니까요?"

등륜은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며 자신의 어머니를.나무랐지만 이보는 아니었다.지금까지 데이트 할때마다 양식,한식,중식은 먹었지만 일식은 근처도 안갔다.더군다나 등륜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않고 거의 일방적인 이보의 식성을 따라주기만 했었다.등륜의 어머니가 도미가 참 맛있다며 가시를 잘 바른 도미살을 개인 접시에 놓아줬고,이보는 오랜만에 보는 생선에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도미를 한입에 넣었다.

등륜의 집에 다녀온 후로 이보는 종종 생각에 잠겼다.물고기를 좋아한다면서 왜 그동안 일식집에 가자고 하지 않았던걸까...배려를 해준건가?배려를 했다고 하기엔 등륜에게 생선을 싫어한다는 말을 한적이 없었다.혼자 궁금증을 푸느니 차라리 직접 물어보는게 현명할거 같아서 등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알아요.

"물고기 좋아한다는거 왜 말씀 안하셨습니까."

-이보씨는 물고기를 안좋아 하는거 같아서요.일식만 안먹는걸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저때문에 좋아하는거 참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보씨는 왜 물고기가 싫어요?

그저 궁금해서 묻는 질문인데도 이보는 그 질문이 무겁게만 느껴졌다.생선을 싫어하다못해 치를 떨게 된 어린시절부터의 성장기를 등륜에게 말해준 이보는 등륜의 침묵이 무서웠다.노름꾼과 생선장사 하는 부모를 뒀으니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려나...이보는 침묵 뒤에 어떤말을 할지 무서워 먼저 전화를 끊었다.

약혼녀께서 오셨다는 비서의 말에 이보는 끝내자는 말을 하러 왔구나 싶어 들여보내라 했다.사장실로 들어온 등륜은 피곤해 보이는 이보를 향해 걸어갔다.이보는 등륜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오늘로 만남이 끝이나면 아무래도 한동안은 후유증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보씨."

"네."

"저 언제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가요?"

"예?"

"이보씨도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 드렸으니 저도 인사를 드리러 가는게 예의잖아요?"

집 나온 이후로 한번도 안갔을테니 이번 기회에 같이 가자는 말에 이보는 울컥했다.정말이지 과분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며칠이 지나 이보는 가출을 한지 20년만에 부모님의 집으로 갔다.등륜은 가면서도 어머님 아버님이 자길 애딸린 이혼녀라고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기에 이보는 그럴 자격은 없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보의 부모님은 여전했다.아버지는 여전히 노름을 하시고,어머니는 여전히 생선 비린내를 풍겼다.이보의 아버지는 집 나간놈이 뭐 얻어먹을게 있어서 왔냐고 돈 있으면 돈이나 주고 가라했고,어머니는 배고플테니 기다리라며 생선만 가득한 밥상을 차려왔다.이보는 너무 부끄럽고,창피한데 등륜은 맛있겠다며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웠다.

"어머니 이거 제 연락처에요.제가 보고싶으면 언제든지 전화 해주세요."

"이거 고등언데 가져가서 구워 먹어요."

"고등어가 너무 싱싱해요~잘 먹을게요."

다시는 오고싶지 않은 부모님의 집을 나선 이보는 차안에서 풍기는 고등어 비린내에 당장 갖다 버리라고 했지만 등륜은 아무리 미워도 이보씨를 낳은 분이시고,고등어는 죄 없다며 죄가 있다면 맛있는게 죄라고 끝까지 고등어를 지켰다.비린내 풍기는 물고기 뭐가 맛있다고...

이보는 등륜과 처음으로 일식집에 왔다.회를 맛있게도 먹는 등륜을 보며 그나마 일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소고기 초밥을 먹고 있는데 등륜이 회를 너무 맛있게 먹고 있으니 맛있어 보였다.그래서 회 한점을 슬쩍 집어 먹어보니 횟감이 싱싱해서 그런건지 쫄깃한게 비린내도 안나고 단맛도 좀 나는것 같았다.

"일 다 했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배고프죠?"

"네.배고파요."

"그럼 저녁식사 하러가요."

저녁 데이트를 하려고 왔다가 이보가 일을 마무리 할때까지 비서가 준 커피와 쿠키로 허가를 달래던 등륜은 책상을 정리하고,자켓을 입은 이보와 팔짱을 끼고 사장실에서 나왔다.차를 타고 가면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는 사이에 도착한 곳은 일식집이었다.

"이보씨 요즘 일식집 자주 오네요?"

"마음에 안듭니까?"

"들어요.마음에 드는데...이보씨 나때문에 일부러 내 입맛에 맞출 필요는 없어요."

"아닙니다.저도 요즘 물고기 괜찮습니다."

"왜요?"

"음...당신을 사랑하니까?"

이보는 이젠 생선을 봐도 그렇게 치를 떨지 않게됐다.조금씩 먹다보니 먹을만 하다고 느껴졌다.생선을 좋아하는 등륜을 사랑하니 입맛이 바뀌는것 같았다.죽을때까진 생선을 먹을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사람 앞일은 참 모를 일이었다.이보는 회를 맛있게도 먹는 등륜에게 결혼 하자고 반지가 들어있는 케이스를 꺼내 프러포즈를 했고,등륜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받았다.

 

 

 

이보등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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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2e6cc] - 2023/10/13 01:23

ㅅㅂ 존나 감동이더ㅠㅠㅠㅠㅠㅠ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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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09b40] - 2023/10/13 01:30

찐 사랑이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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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c4420] - 2023/10/13 01:48

크 둘이 존나 잘만나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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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8c9c] - 2023/10/13 01:48

이정도면 ㄹㅇ 찐사다ㅠㅠ 저위 커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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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1fca9] - 2023/10/13 03:10

룬룬 좋은사람 ㅠㅠ이보도 좋은 사람이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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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aed14] - 2023/10/16 00:28

ㅠㅠ왜존나슬프냐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 빨리 겨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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