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망국의 공주였다 이십나더
자신의 오라비인 진역국의 왕으로부터 온 서신을 귀찮은 내색으로 펼쳐본 황후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음.연국의 왕자라...분명 연국의 왕족은 공주를 제외하고 전부 죽었다고 들었는데 왕자 한명이 살아서 진역국에 있다고 하니 황후는 잘만하면 이걸로 공주를 없앨 수 있을것 같았음.
"여봐라!밖에 있느냐!"
"예 황후마마.부르셨나이까."
"지금 당장 폐하를 뵈어야겠다."
"발이 빠른 아이를 보내 기별을 넣겠습니다."
이보는 황후가 당장 뵙기를 청한다고 하기에 보나마나 공주 때문일거라며 내키지 않았지만 또 어떤 헛소리를 할지 들어줄 순 있어서 알겠다고 했음.얼마 지나지 않아 황후가 찾아왔고,이보는 무슨일로 왔느냐며 무미건조하게 황후을 맞이했음.황후는 빙긋 웃으며 오라비가 보낸 서신을 탁자에 올렸음.
"이게 무엇이오."
"오라버니께서 신첩에게 보낸 서신이옵니다."
"그 서신을 왜 짐에게 주는 것이오."
"한번 보십시오."
이보는 별로 내켜하지 않는 얼굴로 서신을 대충 훑어 보다가 연국의 왕자가 진역국에 의탁을 하고 있다는 내용에 서신을 집어들어 한자한자 곱씹으며 읽었음.황후는 아무래도 연국 공주가 왕자를 빼돌린게 분명하다며 오라버니의 힘을 빌려서라도 연국을 다시 일으키고 폐하께 복수를 할 계획을 갖고있는게 아니냐고 함.
발목에 모래 주머니를 차고서 하나둘 하나둘 구호까지 외쳐가며 도화궁에서 조깅을 하고있는 룬룬은 이제 겨우 두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다리는 후달리고,숨은 턱끝까지 차올라서 폐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음.아무리 헥헥 개복치라도 헥헥 이건 헥헥 너무 헥헥 심하잖아!이러다간 산소 호흡으로 숨이 꼴딱 넘어갈것 같아 조깅을 멈춘 룬룬은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음.
"공주마마!공주마마!"
"나 귀 안먹었어~"
"공주마마 이것을..."
"이게 뭔데?진역국 왕?걔가 또 나한테 편지 보냈어?"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정작 서신을 보낸건 9왕자님이었습니다!"
"9왕자?"
걘 누군데?주저앉은 상태로 미옥이가 준 서신을 본 룬룬은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유일한 왕자가 살아있고,그 왕자가 개복치 공주의 동생이라는게 놀라울 뿐이었음.다 죽고 게복치 공주만 살아남은거 아니었나?황제놈이 숫자에 약해서 한명을 더 빼먹었나?그건 그렇고...
"왜 하필 진역국에 있는거지?"
"아마도 왕자님께서 진역국의 힘을 빌려 도국을 차고 연국을 다시 세우기 위함이 아닐까요?"
"과연 그게 제대로 될까?누구나 계획은 그럴싸 한다지만..."
"하긴...9왕자님께선 워낙 존재감도 없으셨고,심약하신 분이시라 검술엔 영 재능이 없으시긴 하셨죠."
"그래?그럼 얘랑 나 사이는 어땠어?"
"그것도 잊으셨어요?공주마마께선 9왕자님과 종종 담소를 나누시곤 하셨어요."
9왕자님은 첩지도 못 받은 승은상궁의 소생이라 다들 9왕자님을 무시하셨는데 유일하게 9왕자님을 챙겨주신게 바로 공주마마 뿐이셨다는 미옥의 말에 룬룬은 코끝이 찡해졌음.개복치 공주...착한 누나였구나?아니 그런데 9왕자?이놈의 집구석은 애가 대체 몇명이었던겨?개복치 공주가 3왕녀라고 하니 위로 언니가 둘은 있다는거고...
룬룬은 연국의 왕족 가계도를 미옥에게 그려보라고 했고,미옥은 커다란 종이에 가계도를 그렸음.일단 왕과 왕비.그리고 왕에겐 여섯의 후궁이 있고,왕비는 아들 셋에 딸 한명을 낳고,1후궁은 아들 둘 낳고,2후궁은 아들하나 딸하나,3후궁은 아들 하나,4후궁은 딸 하나,5후궁은 아들하나,6후궁은 딸 둘.여기서 개복치 공주를 낳은건 4후궁이었음.
"9왕자는 첩지를 못받아 후궁도 못된 승은상궁이라 이거지?
"네."
"그건 그렇고 뭔 형제가 이렇게 많아?나랑 친하게 지냈어?"
"아니요?"
"이 시대도 현실 남매였나...가계도 한번 존나 살벌하게 복잡하네."
오리지널 찐퉁 개복치 공주라면 존재감도 없던 동생이 살아있다는걸 알았으면 보마나마 어떻게든 만나서 황제놈을 치고 연국으로 돌아가 망한 나라를 다시 일으켜볼 계획을 세웠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리지널 개복치 공주는 없고 짝퉁 개복치 공주인 룬룬은 얼굴도 모르는 동생이 살아있건 말건 별로 크게 와닿지도 않고,뭘 해볼 생각도 없었음.반쪽짜리 혈육이라지만 일단 난 얼굴도 모르는데 그건 그냥 남 아닌가?
"동생이 나를 찾아올 확률은 몇퍼센트 일까?"
"예?퍼...센트?"
"나 보러 올 가능성이 얼마나 있냐고."
"글쎄요...아마도 찾아올 가능성이 거의 있다고 보겠죠?9왕자님께서 공주마마를 좀 많이 의지하고 따랐거든요."
"미옥아.너도 알다시피 지금 내 상황이 그렇잖아?기억이 없어.과연 동생이 기억이 사라져서 완전히 달라져 있는 나를 보면 어떨거 같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요?"
왜냐면 기억을 잃기전의 공주마마는...지금과는 전혀 반대였거든요.말씀을 아끼시고,정숙하시고,조신하며 항상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셨어요.지금처럼 시정잡배 같이 누워계시지 않으시고요.미옥은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모시는 분이기에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없었음.침상에 드러누워 무릎에 다리를 걸치고 발을 달달 떨고있던 룬룬의 꼬라지에 미옥은 한숨을 내쉬었음.언제쯤이면 우리 공주마마의 기억이 돌아오실까...아니야.어쩌면 기억을 잃은탓에 그동안 억눌려진 공주마마의 본심이 나타난걸지도 몰라.
연국 왕자의 등장에 이보는 황후가 놓고 간 서신을 응시 하다가 촛불에 불태워 버렸음.불에 타는 서신을 보다가 누군가를 은밀히 불렀고,검은 의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음.이보는 지금 바로 진역국에 의탁중인 연국의 왕자를 감시하라 일렀고,검은 의복을 입은 사내는 한쪽 무릎을 굽히며 존명을 외친 후에 사라졌음.만일 황후의 말대로 공주가 왕자 한명을 빼돌린게 맞다면...그리해서 나를 죽이고 연국으로 돌아간다면...이보는 깊은 숨을 내쉬었음.
"공주."
"네 황후마마."
"아직도 후궁 첩지를 받을 생각이 없으신지요."
"네.그런데요?누가 촌빨 날리게 황제랑 떡좀 친다고 후궁 첩지받고 살아요?"
"촌...빨?떡?감히 폐하께 아랫것들이나 하는 떡치기를 시킨겝니까!폐하의 옥체에 상처라도 났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떡이 그 떡이 아닌데...아무튼 전 폐하와 정을 나눌 뿐이지 후궁따위 될 욕심은 조또 요만큼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만 날 갈궈라 이 유교걸 황후야.왜 와서 갈궈대고 지랄이야.말빨로는 나한텐 한입거리도 안되는게...룬룬은 후루룩 차를 마셨고,황후는 심신이 뒤틀리는 것 같았음.다른 후궁들은 어떻게든 황제에게 눈에 띄이고 싶고,품계를 더 올리고 싶어 안달이라 후궁들 견제 하느라 골치가 다 아픈데 마치 그런 자신을 비롯해 다른 후궁들을 비웃듯이 황제와 운우지정을 나누면서도 후궁이 되고싶지도 않고,후궁을 따위라고 하니 사람 속을 뒤집는게 아주 죽여버리고 싶었음.
"폐하와 운우지정을 나누면서 후궁이 되는건 싫으시다..."
"네.뭔가 문제라도?"
"문제요...많습니다.아주 많이!후궁이 되지 않으실거면 폐하와 운우지정을 나누면 아니되지요!"
"왜 안되는데요?꼭 폐하와 잠자리를 갖는다고 해서 후궁이 되어야 하나?황후마마.저와 폐하는 그런 심플한 사이가 아니에요."
"심플?"
"그저 서로 마음이 있으니까 정을 나눌 뿐입니다.황제와 후궁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 통하는 그런 내적 친밀감을 갖는 그런 사이?"
"공주가 하는 말 전혀 못 알아듣겠지만 계속 첩지를 거부한다면 더이상 폐하와의 운우지정은 그만 하세요."
차를 한모금 마신 룬룬은 찻잔을 탁 내려놓으며 불현듯 황후마마께 들려줄 시가 떠올랐다고 함.헤이 걸 유교걸 대래대래 댓걸.후루룩 홀짝.알수없고 이해못할 시 한구절을 읊고 뻔뻔한 얼굴로 차를 다시 홀짝이는 룬룬의 태도에 황후는 룬룬의 침전을 박차고 나갔음.
생각이 많아져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발길이 닿은 곳이 도화궁 근처였음.이보가 걸음을 멈추자 도화궁에 기별을 넣느냐는 상궁의 조심스런 말에 이보는 기별을 넣을 필요는 없다며 도화궁으로 갔음.도화궁을 지키는 호위 병사들과 각자의 일을 하던 궁녀들이 인사를 올렸고,이보는 안으로 들어갔음.
"공주는."
"안에 계시옵니다."
"문을 열어라."
이보의 명령에 미옥은 문을 열었고,침전 안으로 들어간 이보는 끙끙 거리는 소리에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음.공주는 대체 뭘 하는걸까...플랭크 자세를 하고선 온몸을 바르르 떨어대던 룬룬은 더는 못 버티겠는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고,이보는 피식 웃음이 나왔음.
"폐하?"
"짐이 왔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무엄하구나."
"불손하고 무엄한 저는 싫으신가요?"
"싫지 않은게 문제인거지."
일어 나라며 이보가 손을 내밀자 룬룬은 바르르 떨리는 손을 뻗어 이보의 손을 잡고서 일어났음.땀으로 흠뻑 젖은 룬룬이 비틀대며 의자에 앉자 이보는 대체 뭘 하고 있던거냐며 룬룬의 팔을 친히 주물러 안마를 했음.체력을 기르고자 운동을 한것 뿐이라며 달달 떨리는 손으로 물주전자를 집어들어 물주전자 뚜껑을 열어 안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음.
"공주."
"넹."
"만일 그대에게..."
"저 뭐요."
"대답이 불손하니 말하고 싶지 않구나."
"뭔데요.말해봐요!왜 말을 하다 말아요?"
"궁금하느냐?"
"네."
"말 안하겠다."
사람이 말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누구 답답해 죽이려고 말을 하다가 끊는거냐고 말을 중간에 끊으면 듣는사람 답답해 죽게 만드는 수법이라며 빨리 말해달라고 사람 빡치게 만들지 말라고 닥달을 하니 이보는 빡치는게 뭔데 그러냐고 오히려 질문을 했음.룬룬은 화났을때의 윗단계가 빡치는거고 빡치는거의 윗단계가 개빡치는거라고 설명 해줬음.그러면서 앞으로 누가 존나 화나게 하면 짐을 개빡치게 하지 말거라 이렇게 하라고 함.참 좋은거 가르쳐줌.
이보등륜
댓글
ㅅㅂ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저 황자 구라인거아녀? 어나더
룬룬 성격 매력있숴 ㅋㅋ 근데 미옥이도 웃겨 ㅋㅋㅋ 너무 잘 어울리는 공주랑 시녀야 ㅋㅋㅋ
한번씩 모르는 단어들에 반응하는거 개웃김ㅋㅋㅋㅋㅋ 퍼센트? 심플?ㅋㅋㅋㅋㅋ
룬룬 기존쎜ㅋㅋㅋㅋㅋ동생 몽가 수상
동생만나서 룬룬이 어케 처리할지 궁금ㅋㅋ
동생와서 의심하고 지랄날까봐 걱정됨 시바ㅠㅠㅠㅠㅠ
이보나 미옥이나 호감필터로 이상해도 냅두는건데 동생도 그러려나 ㅋㅋㅋ 셋다 그러면 진짴ㅋㅋㅋㅋ 룬룬 매력터지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