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G

이보는 산뜻하고 프레쉬한 샐러드가 먹고 싶었지만 망할놈의 부장이 점심메뉴로 매운 갈비찜을 고르는 바람에 탈이 나고 말았음.뱃속이 부글부글 끓어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가 앓는 소리를 내며 배출을 다 하고나서 물 내리고 나가려는데 여자 두명이 들어오더니 자신에 대한 뒷담을 까고 있었음.

"그여잔 진짜 팔자 폈다니까?"

"누가 아니래?별볼일 없는 미혼모가 용왕그룹 사장을 낚았으니 세상 참 불공평하지."

"애가 용왕그룹 사장 아들이라는것도 사실은 구라 아니냐?"

"야 설마 그런걸로 구라를 치겠냐?유전자 검사 다 하고 그랬겠지.그래서 애 빌미로 용왕그룹 사장 발목 잡은거고."

"아니 그러면 애가 용왕그룹 사장 아들이면 왜 지금에서야 만난대?"

"보나마나 뻔하지~다른 남자랑도 뒹굴어서 확실하지가 않으니까 혼자 애 키우다가 애가 용왕그룹 사장 핏줄인거 알고 다시 접근한거지."

아주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왜?아예 그 소설로 책도 내고 드라마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지 그래?이보는 물을 내리고 팬티를 올려입고 치마를 내린 후에 문을 쾅!소리가 나도록 열면서 나왔고,세면대 앞에서 화장을 고치며 뒷담을 까던 다른 부서의 여직원 두명은 이보를 보더니 아무말도 안한척 입을 다물었고,이보는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은 후에 손을 여자들 쪽으로 탈탈 털었음.

여자 화장실에서 싸움 났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싸움 구경하러 나온 직원들은 개싸움도 그런 개싸움이 없었음.무려 2대1이라니...이보는 양손에 여직원들 머리채 하나씩 붙잡고 발길질을 하고,머리채 잡힌 여직원들도 이보의 머리채를 잡고 쌍욕을 했음.난투가 따로없는 싸움에 결국엔 다른 직원들이 말려서야 끝이났고,이보와 여직원 두명은 상부에 불려가게 됐음.

"자기야 괜찮아?"

"넵!아주 괜찮습니다!"

"왜 싸운거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떠들어 대는꼴이 같잖아서요."

"잘했어.그런것들은 당해도 싸."

경위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고,이보는 또다시 사내에 소문이 퍼졌음.싸움닭이라고...퇴근을 하고 나오니 위룡이가 기다리고 있었고,이보는 위룡에게 갔음.점점 다가오는 이보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던 위룡은 가까워질수록 선명한 눈가의 멍과 입꼬리에 달린 피딱지에 웃음기가 사그라 들었음.

"얼굴 왜이럽니까?누가 이래놨어요?"

"내 얼굴이 이러면 나한테 맞은 사람들은 어떨거 같아요?"

"사람...들?"

"2대 1로 싸웠는데 내가 이겼어요.원래 여자들은 싸울때 울면 지는건데 난 안울고 그여자들은 울었거든요."

다 큰 여자가 다른곳도 아니고 회사에서 싸운게 그다지 자랑거리는 아닐텐데 자랑거리로 삼으며 으쓱해 하니 위룡은 이겨서 잘했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건지 아리송 했음.예쁜 얼굴에 흉이 생겨서 속상하지만 이보가 아무렇지 않으니 일단은 시진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시진이 데리러 가자고 차에 태웠음.

어린이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이보는 시진이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화장을 조금 진하게 고쳤고,위룡은 무슨일로 싸운건지는 모르겠지만 또 싸울일이 생기면 가급적이면 대화로 해결을 했으면 좋겠다고 속상해 했음.이보는 대화로 해결 안될땐 주먹이 해결 해준다고 마지막으로 립스틱을 발랐음.

"엄마아아앙~"

"우리 아들~재밌게 잘 놀았어?"

"엄마 다쳐써?"

"엉?아닌데?안다쳤는데?"

"다친고 맞눈데...누가 때려써?누가 엄마 아야하게 해써?"

누굴닮아 눈치가 빠른건지...나름 안보이게 한다고 화장으로 가렸는데 그런데도 다 보였는지 시진이는 이보의 얼굴을 만졌음.이보는 엄마 괜찮다고 엄마가 이겼다면서 얍얍 쨉을 날렸고,위룡은 먼산을 봤음.그러니까 그거 자랑거리 아니라니까요...

"할모니~"

"내새끼 왔어~?"

"엄마 밥줘."

"손님 주문 하시겠어요?"

"장모님 저도 왔습니다."

"송서방 자네는 공짜야."

이보는 왜 나한텐 돈 받으려고 하냐고 투덜거렸고,엄마는 원래 가족끼리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면서 코웃음을 쳤음.다른 손님들에게 피해 없도록 구석진 자리에서 밥을 먹고나서 먹은걸 치우는 동안 이보의 엄마가 시진이를 챙기고 있는 위룡에게 갔음.

"송서방 자네 뭐 잊은거 없어?"

"잊은거요?"

"상견례 하기도 전에 내 딸 홀랑 데려가는건 아니겠지?"

"아...물론이죠.당연히 허락 받으러 가야죠."

"그러면 내일모레 토요일 저녁에 허락 받으러 와."

"네."

이틀이 지나고 토요일이 오자 점심 장사만 마치고 온 이보의 부모님은 저녁에 방문예정인 위룡이를 맞이 할 준비를 했음.정확히는 이보의 엄마만 했음.동네 잔치를 할것도 아닌데 장을 한가득 봐와서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이자 가장이자 외동딸을 둔 아빠는 위룡이가 결혼 허락 받으러 오는게 불만이었음.물론 이미 결혼을 하기로 약속 했고,손주도 아빠랑 살아야 하는거니까 반대를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아직 딸을 보내고싶지 않은 이 마음!

결혼허락 받으러 미리 예고를 했음에도 막상 하려니까 위룡은 긴장을 하게됐음.선물도 더 신경써서 준비를 했고,최대한 트집 잡히지 않도록 옷도 신경써서 입었음.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살펴본 위룡은 이만하면 훌륭하지 오케이 통과를 외치고 준비한 선물 한보따리 챙겨서 집을 나섰음.

"왔어요?"

"나 너무 긴장해서 속이 쓰립니다."

"그러면 그냥 가세요."

"가긴 어딜 갑니까?그냥 말이 그렇다는거지."

집안으로 들어온 위룡은 한보따리 싸들고 온 선물을 내려놓으며 이보의 엄빠에게 인사를 했음.이보의 엄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위룡은 바리바리 가져온 선물을 선보였고,이보의 엄마는 뭘 또 이런걸 사왔냐며 말로만 부담스러워 하며 식사 준비할테니 천천히 허락 받으라며 이보랑 같이 주방에 들어갔음.

"장인어른."

"난 아직 자네의 장인어른이 아닐세."

"그럼 아버님."

"그래."

"결혼해 주십시오."

"따님을 주십시오겠지."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따님을 주십시오!"

"안돼.안줘.못줘."

단호박을 먹은듯한 단호함에 위룡은 당황을 했고,이보의 아빠는 위룡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음.자네...우리딸을 사랑한다면 아침밥은 꿈도 꾸지말게.쌀 씻을줄 몰라.그 말에 위룡은 웃으며 대답했음.가사도우미 쓸겁니다.가사도우미를 쓴다는 말에 이보의 아빠는 다시 말했음.우리 이보...술만 마셨다 하면 네발로 기어들어와.그꼴을 봐도 괜찮겠나?그 말에 역시나 위룡은 웃으며 대답했음.네발로 기어 들어오는 이보씨를 네발로 기어서 반길 수 있습니다.

"내 딸 주말엔 안씻어."

"환경도 보호하고,물도 절약하니 저도 그런점을 본받겠습니다."

"생각보다 성격 안좋아."

"그래서 저를 휘어잡았죠."

"드라마 보면서 욕도 해."

"그만큼 공감과 감성이 풍부하다는 뜻이겠죠."

한마디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에 이보의 아빠는 떨떠름 해졌음.단점을 말해줘도 좋다고 하는데 어쩌겠는가...허락을 해줄 수 밖에 없었음.이보의 아빠는 반납은 없다며 허락을 했고,위룡은 죽을때까지 반납을 할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며 비싼 고오급 양주를 슬쩍 내밀었고,이보의 아빠는 양주를 슬쩍 챙겼음.

 

 

 

위룡이보